옛 속담에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라는 말이 있다.
어릴 땐 음 그렇군 하고 말았는데
커서 보니 저게 맞는 말인 경우는 아주 한정적이고
대부분은 틀린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통 똥으로 비유하는 대상은 인간인데
똥 같은 인간은 똥처럼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지가 보기에 만만하면
달려들어서 아주 똥칠을 해버리기 때문이다.

아예 처음부터 피하면 좋은 건 맞는데
자기한테 그런 감이 없거나 운 나쁘게 똥이 똥칠하려고 달려들면 수압 센 호스라도 들고와서 씻어내면서 하수구에 버려야지 피해다녀봤자 온몸에 똥칠당하는 것임.

예전에 아는 동생, 그리고 동생의 친구들과 함께 미팅을 나간 적이 있었다.
4:4 미팅이었는데, 분위기가 그냥저냥 좋아서 1차만으로도 차가 끊길 시간이 될 정도로 자리가 길어졌고, 난 집이 멀어서 1차 끝나고 바로 집에 갔다. 1차는 남자들이 사길래 잘 먹었다고 인사하고 집에 감. 그러고 맘 맞는 애들끼리 남아 2, 3차까지 갔고 거기서 한 커플이 탄생했다고 들음.

근데 다음 날 주선한 동생한테 연락이 와서 남자들이 계산한 1차 엔빵 비용을 알려주면서 이걸 좀 보내달란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미팅 어지간히 해본 미팅 중독자들 같긴 했는데 그렇게 많은 여자들이랑 미팅하고 다니려면 엔빵해야 남는 게 있나봄. ㅉㅉ

아니 근데 상식적으로 돈을 받을거면 전날 계산할 때 말을 했어야지. 고맙다 잘 먹었단 인사 다 받아놓고 일언반구도 없다가 번호도 안 주고받은 사이에 다음 날 돈 달라고 하면 주겠니?

난 당연히 주기 싫다고 안 줄거라고 했고 그 동생한테 너도 주지 말라고 함. 너가 안준다고 그 남자들이 뭐라하면 내 번호 알려주라고. ㅋㅋㅋ 근데 그 동생(얜 커플 안됨)이 자긴 너무 구질구질해서 줘 버릴 거라는 거다. 내가 그렇게 주지 말라고 했는데...그래서 난 아 그러냐고 근데 난 안 줄 거라고 했더니 남자애가 내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대. 그래서 알려주라 함. 내 번호 알려줬는지 어쨌는지 모르겠다만 결국 연락은 안 옴. (그 뒤로 저 동생이랑도 연락 안해서 모르겠지만 최악의 경우 그 동생이 내 몫까지 지 돈으로 그 남자애한테 줬을듯)

이전에 달라면 주는 여자들이 있었으니 우리한테도 저랬을 거고. 쟤넨 다음 미팅에도 저렇게 다음날 엔빵 돈 보내라고 저 지럴을 하고 살았겄제. ㅋㅋㅋ 물론 애초에 지들이 쫄만큼 이쁘거나 기센 여자들한텐 달라고 못하겠지만. ㅋㅋㅋ

주위 친구들 얘기 종종 들어봐도 난 여자애들 심리 중에 저 "구질구질해서 줘버린다"는 심리가 졸라 이해가 안되고 또 당장 갖다 버려야할 마음이라고 생각함.

내가 일부 남자들만큼 집요해서 그런가. 귀찮다, 더럽다, 치사하단 이유로 내가 손해볼 짓을 왜 해버리고 마는지 이해가 안간다. 저런 마인드가 있으니까 남자가 구질구질하게 조른다고 데이트해주고 사귀어주고 심지어 자주는 여자들이 있는 것. 저렇게 "똥이 더러워서 피한다"는 핑계 대고 자기 손해볼 짓 정신승리하며 하는 여자들 치고 제정신 박힌 남자 만나는 여자를 못봤다.

여자는 그냥 싫으면 싫다고 하고 돈 내기 싫음 내기 싫다 하고 섹스하기 싫으면 하기 싫다고 해야함. 이유 같은 건 없어도 됨. 내가 싫으면 그냥 싫은거지. 개뿔 이유가 있냐. 짜증나는 사실이지만 여자는 물리적으로 남자보다 약자이기 때문에 저렇게 분명하게 의사 표현하고 유사시엔 개지랄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어느 정도 보여주고 살아야 원하지 않는 짓 안 당하고 평온하게 살 수 있음. 남자는 동물적인 면이 여자보다 강하고 강약약강이 본능이라서 저렇게 대해야함.

저러고 살면 남자한테 칼 맞는 거 아닌가 걱정할 수 있는데 난 어릴 때부터 엄마가 세상은 강약약강이니 수틀리면 개지랄하라고 강조해서 저렇게 살아왔는데 여태까지 칼 맞은 적 없고 원하지 않는 개지랄 당해본 적 없음.

(( 잠깐 엄마 얘기 하자면 우리 엄마는 가방끈은 안 길어도 생존 본능만큼은 확실한 사람인데, 어릴 때부터 친구 엄마들이랑 다른 소리를 꾸준히 해서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엄마 말이 다 맞음.

엄마는 항상 튀는 거 두려워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 하는 거 두려워하지 말라고 남들이 다 틀렸대도 니가 맞다고 당당하라고, 하고 싶은 말 못하고 뒤에서 궁시렁 거리는 거 비겁한 거라고 가르쳤는데 살아보니 그게 맞음. 특히 남자 대할 땐 더 맞음.

결혼 초인가 아빠가 엄마한테 손찌검 하려고 한 적이 딱 한 번 있는데 엄마가 너무 화가 나서 칼 갖고 와서 때려보라고 너 죽고 나 죽자고 개지랄했더니 아빠가 한숨 쉬고 나갔다 들어와서 사과함. 우리 아빠도 화나면 성격이 불 같은 편인데 그래도 항상 엄마가 더 불같아서 엄마한테 진다. 내가 볼 때 우리 엄마가 중간중간 좀 정신이 건강하지 않았을 땐 도가 지나칠 때도 있었는데 아빠는 그거 다 받아주고 사는 쪽으로 진화해서 이제...나름 평화가 정착됨.

엄마 보고 배운 나는 엄마보다는 화가 잘 안 나는 편이지만...ㅋㅋㅋ 나도 아주 가끔 버스에서 술 취한 아재가 시비 걸고 성희롱해서 개싸움도 해봤는데 내가 끝까지 개지랄하니 아재가 쫄아서 깨갱함. 물론 남자 자존심 건드리는 건 위험한데 정도만 알고 개지랄하면 괜찮음. ))

회사에서도 좆같으면 따지고 할 말 하고 살아야 정신병 안 걸림. 걍 언제나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는 인간이 돼야한다. 착한 한국 여자들은 주로 내가 그럴 자격이 되나 스스로 검열을 많이하는데 그럴 필요 없다. 자격 필요없이 그냥 내가 싫으면 싫은 거다.

갑자기 이런 글을 쓰는 건 나는 솔로 4기를 봤기 때문이다. 노답 출연자 영철이 끝까지 정자를 괴롭혔다는데, 처음엔 정자 편이었던 여론이 갈수록 정자가 당할 만 하니 당했단 쪽으로 양비론으로 기울더라고. 여성시대 카페에 스포 풀고 어쩌고 했다면서. 뭐 스포푼 거니 뭐니 다 진실이겠지만 사실 욕 먹는 건 그런 이유보다도 사실 시청자놈들한테도 만만하게 보인 탓 같아서 안타까웠다.

정자는 약자가 되지 않을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일단 영철이 식당에서 첫 데이트에 재지 마세요 이런 개소리할 때 바로 정색하고 여긴 재라고 나오는 프론데 뭔 개소리냐, 어쨌든 지금 들어보니 니가 아닌 건 알겠다 꺼지라고 했어야 했음. 말을 순화하더라도 단호하게 넌 아니라고 했어야함. 영자만큼이라도.

두번째는 그러고 나서 촬영 내내 영철이 말끝마다 욕하고 지랄했단 스포가 있던데(아마 사실일듯) 울고 위로받고 그럴 게 이니라 같이 개지랄했어야 했음. 다른 남자들이 어떻게 보든 드센 여자로 개미친년처럼 머리풀고 화내고 지랄했어야함. 제작진이 보호를 제대로 안해주면 경찰 부르겠다, 소송 걸겠다 제작진한테라도 지랄을 했어야함. 그게 두번째 기회였고.

세번째는 마지막 방송 나가고 나서 사람들이 영철 욕할 때 영철 때문에 정신과 치료 받고 있다고 했으면 안됐고(나라면 말 안함. 저건 내가 약자라고 광고하는 짓이니까.) 그 말을 하고 싶었다면 나한테 유리한 국면을 만드는 용으로만 이용했어야함. 또 동시에 계속 인스타에 헛소리 써대는 영철에 대한 법적 대응, 시청자 중에서도 악플러들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또 진행했어야함. 요즘 로톡 상담 몇 만원도 안하는데. 아니면 유명세 원해서 도와줄 변호사 찾을 수도 있었을텐데.

더러우면 피한다는 생각은 아이디어 자체는 좋지만, 제때 못피해서 이미 똥이 묻은 상태에선 하면 안될 생각임. 똥이 묻었으면 씻어내야지, 더 묻기 싫다고 도망만 갔다간 똥 칠갑됨. 병신은 애초에 멀리하고 눈도 마주치지 않거나, 만나게 된다면 개지랄 포스를 보여줘서 바로 끊어버려야 한다. 남자 병신을 알아보는 안목과 대하는 태도는 여자의 생존을 좌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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