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사고가 났는데 미안하다는 소리를 못들었네요 : MLBPARK

직진 우회전 차선에 신호받고있는 중뒷차가 빠져나갈려고하다가 제 차를 쭉 긁었는데처음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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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보다보니 이해 안가는 댓글들이 있다.

어차피 보험처리할 거니까 사과 안해도 된다?
남이 본인 탓에 보험사에 전화하고 사고 처리하는 수고를 기울이게 생겼는데 사과를 안한다고? 허허

남자친구랑 차 몰고 다니다 상대측 과실 100%로 사고를 당한 적이 두 번 있다. 한 번은 후진하던 트럭이 남친이 클락션을 눌렀음에도 우리 차를 못보고 박았다. 차 앞 부분이 찌그러졌고, 우리 둘다 몸이 덜컹 하는 충격을 조금 받기도 했다.

그런데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쯤 돼보이는 트럭 기사님이 내려서 우리에게 너무 정중하게 사과를 하시는 거다. 비가 오고 있었는데 우산도 안 쓰시고, 본인이 못봐서 너무 죄송하다고 했다. 남친과 대화하다 각자의 보험사가 왔고, 나는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에게까지 굳이굳이 오셔서 사과를 하셨다.

몸에 충격이 있었으니 대인 접수를 해도 되는 상황이어서 하면 한 명 당 몇십 만원 정도는 쉽게 벌 수 있었겠지만 남친과 나는 같은 마음으로 대인 접수를 하지 않았다. 기사님의 진심어린 사과가 마음에 와닿았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택시 한 대가 차선을 무리해서 바꾸다가 우리가 탄 차 옆 뒷 부분을 박은 적이 있다. 역시나 상대 과실 100. 그 전까지 택시가 도로가에 정차해있던 상황이었는데 그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아저씨가 사고가 나자 도로 한복판에 선 우리에게 오셔서는 "저 택시 아주 아까부터 양아치처럼 운전하고 있었다고" 일러주시는 것이 아닌가. ㅋㅋㅋ

아저씨의 말대로 택시 기사도 양아치였는지 자기가 박아놓곤 다짜고짜 남친에게 와선 운전을 똑바로 하라고 했다. ㅋㅋㅋㅋㅋ ??? 사과는 못할 망정 어이가 없어서... 남친은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냥 바로 보험사를 불렀다. 물론 이 때도 우린 대인 접수를 안했지만(할걸) 서로 기분이 상했고, 저 아저씨가 대체 왜 저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과한다고 본인 과실 100의 100대 0이 200대 0이라도 될 거라고 생각한건가?

미담도 있다. 남자친구가 다른 사람의 세워둔 차를 긁어서 적혀있는 번호로 여러 번 전화를 했는데 차주가 받지 않아서, 긁은 부위를 사진으로 찍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선생님, 죄송한데 차를 긁었으니 보시면 연락 달라고. 오래돼보이는 차였지만 관리가 너무 잘된, 새 차처럼 깨끗하고 빤딱빤딱한 차였다. 한참 뒤 문자 메시지에 답장이 왔다. 젊은 친구 같은데 솔직하게 사진까지 찍어서 연락해주어서 고맙고, 먼저 사과해주었으니 이번은 그냥 넘어가고 싶다고.

전혀 사과할 이유가 없는 건에 사과를 요구하는 건 과하다 느껴질 때도 있지만, 사과할 만한 잘못을 한 일에 굳이 사과를 안하려고 뻐팅기는 이들을 가끔 이해할 수 없다. 사과를 하면 자존심이 무너지고, 양심의 자유가 다치기 때문에? 돈 드는 것도 아니고, 미안하다, 죄송하다 한 마디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나야 사과 한 마디 보다는 물질적인 서비스 하나라도 받는 게 더 기분 좋은 매우 실리적인 사람이다만 가끔 '미안하다, 죄송하다, 잘못했다' 한 마디 말하면 죽기라도 하는 듯 방어적인 사람들을 보면 좀 한심해보이기도 한다. 말 한 마디로 해결할 수 있을 걸 굳이? 특히 정치를 볼 때 자주 이런 생각을 한다. 조국 가족이 단 한번이라도 제대로 사과를 했더라면 동정론이 지금보다 조금은 더 크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