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행복
Sleeper
2013. 11. 8. 15:58
에피쿠로스학파의 쾌락주의자들이 행복을 크게 두가지로 분류했다고 한다.
바라던 걸 이뤘을 때의 '적극적 행복'과, 행복을 느끼는 데 방해되는 것이 없는 '소극적 행복'.
일상 속의 우리는 소극적 행복을 소소하게 누리며 적극적 행복을 위해 노력해나가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보통이고, 그 보통이 이상적인 것 같다.
나는 지금 딱 그런 보통이지만 이상적인 상태에 있다.
수제 푸딩이나 야끼소바 등 간간히 맛있는 것을 만들어주고 내가 컴퓨터를 사니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외장하드를 사주겠다는 언니와, 투덜대면서도 내 카드값을 매달 막아주는 엄마, 구체적인 걸 말할 수는 없지만 나에게 다른 누구보다 큰 사랑을 보여주는 아빠. 그리고 내가 집에 돌아오면 난리를 치며 나를 반기는 개 두 마리. 날 정말 좋아해주고 나도 정말 좋아하는 남자친구와 내가 말 안해도 내 맘을 아는 오랜 친구들. 공강시간을 활용해서 할 수 있는 꿀알바 그리고 그 덕에 최악은 아닌 재정상태. 원하는 데 취업할 수 있을 거라는 적당한 희망과 그 희망이 6개월 안에 사라질지 모르니 지금을 즐기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적당한 불안.
이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루어 내 행복한 하루하루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가끔 멍하니 있어서 왜그러냐고 물으면, "너무 행복해서"라고 대답하는 남자친구가 있다.
나는 지금 정말 행복하니까, 이 행복이 언제 끝날지는 관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