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적극적으로 살아야 한다

Sleeper 2018. 4. 22. 11:09

"올리브영에 취업하고 싶었어요. 근데 자꾸 서류부터 떨어지는 거에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올리브영, 왓슨스 수십 군데에 아르바이트 지원서를 냈습니다. 가장 바쁘고 중국인 손님이 많은 명동 왓슨스에서 6개월동안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 경험을 자기소개서에 써서 붙고, 면접까지 갔습니다. 면접을 준비하면서는 올리브영을 돌아다니며 점주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습니다. 제가 면접 준비 중인데 점주로서 애로사항을 말씀해주시면 본사에 전달하겠다 했죠. 인터뷰를 바탕으로 리포트를 만들어 면접에 가져가서 시작할 때 제출했습니다. 그렇게 올리브영에 입사하게 됐습니다."


나를 바꾼 이야기다. 

작년 2월 친구에게 끌려 취업캠프에 갔었는데, 그곳에 온 멘토 선배가 한 말이다. 우리학교 중문과를 나온 여자였다. 장기 미취업자였던 나랑 나이가 비슷했다. 이 선배는 중국어를 잘 하는데도 취업준비를 2년정도 했다고 했다. 너무 취업이 안되고 절실해져서 저렇게까지 했다며.

저 이야기를 듣는 순간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았다. 아니, 올리브영 같은 평범한 대기업에 가려고 저렇게까지 했다고? 나는 3명 뽑는 방송국 PD 최종면접에 가서도 저런 종류의 노력을 한 적이 없었다. 그 방송국에 건너 아는 선배가 있는데도 적극적으로 연락 한 번 먼저 한 적이 없었다. 저 말을 듣고 알았다. 내 그 소극적인 태도가 문제였단 걸. 

"아 뭐 그렇게까지 해야 돼?"

남들이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해야 한다. 그러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내가 싫은 사람도 나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아 뭐 그렇게까지 해야 돼?' 할 정도로 하면.


망치로 머리를 맞은 다음엔 정말 누군가의 입에서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했다.

그래서 저 이후로 본 면접은 다 붙었다.


멋쟁이 사자처럼 5기에 붙은 것도 같은 이치였다. 면접에 가게 된 나는 내가 만들고 싶은 서비스를 따로 정리해 리포트를 만들어 갔다. 면접에 앞서 드릴 게 있다며 기획서를 내밀었다. 올리브영 선배를 따라한 것이다. 나중에 친해진 당시 면접관 동생들은 내 행동에 놀랐다고 했다. 이 누나는 뭐하는 사람이지 싶었다며.

붙을 줄 알았고, 당연히 붙었다.

코딩은 열심히해도 어려워서, 결국 잘 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멋사에선 코딩 실력 이상의 것을 얻었다. 그전까지 내 주위에선 찾아보기 힘든 '적극적으로 사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멋사 동생들은 나보다 적게는 3살, 많게는 9살까지도 어렸다. 하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은 이미 적극적으로 살고 있었다. 내가 29살에 취업캠프에서 깨달은 것을, 아이들은 이미 체화하고 살고 있었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적극적이었다. 먼저 찾아서 공부를 했고, 팀을 꾸렸고, 창업 자금을 따내고, 창업하고, 홍보했다. 애들은 똘똘했고, 적극적이었다. 그래서 잘 풀렸다. 실리콘밸리에 인턴을 하러 가거나, 교환학생으로 갔던 미국 대학에서 만난 교수의 제안으로 장학금을 받으며 석사 유학을 갔다. 내 옆자리에서 시작한 서비스가 서울시 지원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는 모습도 봤다. 저 아이들은 그럴만한 자격이 있었다.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이미 인생의 비밀을 알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배웠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된다.

그리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끝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그걸 얻어내기 위해 도전하면서 살아야 한다.

회사에 와서도 안주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나 국장, 부장들 앞에서도 내가 뭘 원하는지 이야기한다. 원치 않는 부서에 배치됐을 땐 내내 내가 가고 싶은 부서가 어디라고 말하고 다녔다. 모두가 내가 그 부서에 가는 게 당연하다고 느낄 때까지. 회사 안의 결정권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할 기회가 흔치 않으니, 회사용 페이스북을 만들어 그곳에 내가 회사에 원하는 것을 적기도 한다. 덕분에 부서 홍보비를 따냈다. 회사 워크샵 발표도 나서서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야기할 좋은 기회니까.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한국의 구린 속담이 보여주듯, 튀게 사니 뒷말도 많다. 내가 내 욕망을 드러내는 것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알고 있다. 한때는 나도 이렇게 튀는 애들을 욕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었으니, 그들이 왜 욕하는지도 잘 안다. 사람이니 신경쓰인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런 거 신경 쓰다 망해온 세월이 길다.


한 회사를 오래 다닐 생각은 없다.

한 직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하면 다른 회사로 이직해 도전하며 살고 싶다. 그때 그시점에 나를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다니며 살 것이다. 항상 새로운 환경에 나를 던지고, 새롭게 도전하며 살고 싶다. 그게 앞으로의 목표다.

앞으로도 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거다. 내 욕망을 드러낼 거다. 그리고 계속 도전할 거다. 죽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