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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지옥 좆구린 점 - 주제 (스포O)

Sleeper 2021. 11. 22. 03:33

넷플릭스 지옥 좆구린 점
전 글은 보는 중에 짜증나서 연출에 대한 불평을 썼다면
이건 전반적인 주제의식의 문제를 다뤄보겠음.

오징어 게임도 연출은 구렸다. 배우들 연기도 몇몇 빼고 별로고(특히 이정재 역할 진짜 안 붙음),
스토리도 유치한 면이 많았음. 만화 실사화한 일본 영화 같은...ㅎ
그래도 오징어 게임은 주제는 나름 괜찮음. 마지막 이정재랑 할배 대화에서 드러나는 주제.

근데 연상호 지옥의 문제는 연출이 구린데 주제도 구리다는 것임.
진짜 또 나 대학 때 교수님 말씀 소환하게 되는데
모든 컨텐츠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기반이 돼야 한다고. 그게 비극이든 희극이든 해피엔딩이든 새드엔딩이든.
진짜 내가 봤을 때 불쾌한 작품은 곱씹어 생각해보면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연상호 특유의 염세주의가 이런 걸 말하는 건지 지옥을 보고 알았지만 '지옥'은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는 작품임.
그래서 내내 불쾌하고, 그렇다고 중간 중간 유머나 쉼표가 있는 것도 아니고...그냥 내내 고구마만 먹이다 끝남.

내내 불쾌한 면이 비슷한 최근 작품으로는
봉준호의 기생충이 있는데
그래도 기생충은 계급에 대한 주제가 있을 거라고 사람들이 주제를 찾아보게 만들잖아.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내용상으로는 유머도 있고, 쉼표도 있고. 주제는 좀 애매해도 연출 하난 아주 잘해놔서 볼만함.
후 근데 연상호는 연출도 못하는데 주제도 구려...그래서 문제야.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뭐냐면
'지옥' 속 등장인물 중에는 이타적인 사람이 없다는 거다.
다 '나'나 '내 가족'을 위해서만 행동하고, 남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음.

일단 소도라는 조직부터가 그렇다.
소도 대빵인 김현주는 화살촉들에게 엄마를 잃어 복수심을 가진 사람이고,
소도의 다양한 구성원들도 다 본인이나 가족이 고지를 받은 사람들뿐임.
지금 사회가 문제라고 생각해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행동하는 사람은 전혀 없거든.
아니 현실만 봐도. 욕을 먹기도 하지만 수많은 종교인이나 인권단체 사람들, 정부, 사회복지사 여러 사람들이
범죄자인 게 확실한 범죄자의 인권을 위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노력을 한다.
범죄자가 아닌 사람들을 위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힘든 아이나 노인이나 미혼모나
다른 사람들을 돕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세상에는 물에 누군가 빠져 있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사람도 많고.
지하철 사이에 사람들이 꼈을 땐 거기 모인 시민들이 다같이 지하철을 들어올리기도 한다고.

근데 '지옥' 속 사람들은 고지받은 죄인은 물론이고,
죄없는 죄인 가족들, 심지어는 어린아이들까지 손가락질하고 괴롭히는 것으로만 그려진다.
아니 어린아이가 자기 부모가 찢어발겨져 죽는 걸 눈 앞에서 보게 종교 단체가 공개적으로 데려다 놓는 걸
한국인들이 냅둔다고? 제정신이냐.

그나마 정상적인 소도 사람들도 다 본인 아니면 본인 가족이 겪어봐서 그러는 거다.
회사 동료나 친구 등 소중한 '타인'이 고지를 겪는 걸 보고 소도에 참여하는 사람 따윈 없다.
연상호가 얼마나 인간을 이기적인 존재로 바라보고 세상을 염세적으로 바라보는지 드러난다.
보다보면 연상호의 인간관계까지 의심하게됨.
가족애는 느끼고 살았을지 몰라도 이 사람이 남과 긍정적인 사회적 교류를 해보기나 했을까 싶어진다.

현실에서 인간은 자기가 겪지 않은 일에 대해서도 공감 능력을 가진 존재고, 또 적당히 이타적인 존재인데
연상호는 인간을 지나치게 이기적인 존재로만 그린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부족한거지.

마지막에 젊은 부부가 아이를 지키려고 목숨을 바치는 것도,
영화에서 내내 나오는 '가족애'의 확장일뿐.
심지어 그 가족애는 제대로 그려지지도 않음. 아기 이름이 그래서 뭔가요?
부모가 아무리 아기가 곧 죽는대도 아기 이름도 안 지어줘 무슨...

진짜 마지막으로 찾고 찾아 보자면 택시기사 그나마 한 장면 나오는데 ㅋ
이 아저씨도 좀 애매해.
심지어 원작에서는 양익준이 맡은 형사 역할이 택시기사로 등장했다대. (또또! 본인 딸이 피해본 가족애)

연상호는 인간 간의 애정, 사랑, 이타심이라고는 가족, 정확히는 부모 자식 사이에만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 게 아닐까 싶어짐.

화살촉들도 그래. 비중이 너무 지나치게 크다.
감독이 그런 무지성 홍위병들 너무 싫어하고 사회 문제라고 생각해서 계속 보여주는 건가 싶긴한데
비중이 인간적으로 너무 커. 한편으로는 나빼고 대중들은 다 병신이라는 선민의식도 느껴지고.
나도 대깨문이고 태극기 부대고 펨코고 트위터페미고 다 환멸나지만 한편으론 걔네도 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정이 있고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이해해보려 하기도 하는데 걍 연상호는 그 모든 홍위병 같은 애들을 너무 평면적으로 다룸. 화살촉들 해골머리부터 진짜 동어반복하면서 계속계속 나오는데 걔네가 왜 그러는건지 서사는 1도 안 주잖아. 걔네는 집에 부모 없냐?
캐릭터가 지나치게 평면적임. 자기가 만든 캐릭터들인데도 애정이 전혀 없거든.

지나치게 자극에만 집중한 잔인한 장면들도 쓸데없이 반복된다.
괴물들이 찢어발기는 장면, 새진리회가 사람들 고문하는 장면 너무 필요이상으로 많이 길게 나옴.
잔인함이 진정 그렇게 좋나여...의미도 못 찾겠고 그래서 마음 속에서 분노가 끓어오르게 몰입하게 돕는 장면도 아니고 그냥 진짜 폭력을 포르노로 소비하는 느낌.
이건 한국 영화, 드라마들이 공통적으로 많이들 가진 문제긴 한데 이 드라마에서도
잔인함으로 자극적으로 흥미를 이끌어내려는 의도가 너무 극대화됨.

이런 이유로 보는내내 불쾌하고 별로였던 작품이다.
혐오가 넘쳐나는 사회의 반영인지 어떤지
최근에 이렇게 인간 사이의 혐오나 인간의 부정적 면모, 절망에 집중한 작품이 많아진 것 같다.
사회적으로 좋은 현상 같지도 않고, 특히 아이들에게라면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드라마다.
여러 사람이 시나리오에 입을 댔다면 이렇게까지 염세적인 작품은 한국 시장에선 대중에 공개될 일이 없었을 듯한데
넷플릭스가 창작자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꼭 긍정적인 방향인지 논의할 때가 온 것 같음.
결국은 미성숙한 오타쿠 창작자 머릿속에서 나와 정제되지 않은, 혐오가 가득한 염세적인 주제와 영상 팔기 좋은 무가치한 자극만 남는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