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생일

Sleeper 2012. 1. 23. 05:56

생일주간은 역시나 우울했다
별 일 없이 조용히 넘어가기만을 바랬건만...

어렸을 때는 생일이 방학이라 변변한 축하를 받은 기억이 딱히 안난다
친한 친구들 모아서 생일 파티를 연 적도 있었지만 기억이 잘 안나고 
가족끼리 케이크 자르고 선물받고 뭐 그냥 그렇게.

고등학교 때는 겨울방학에도 학교에 다같이 나와 보충을 해서 좋았다
보충은 4교시까지만 하니까 끝나고 친구들이랑 피자도 먹으러가고 파티하고 놀고.
고등학교 땐 성격도 활발하고 학교에 모르는 사람이 없어서
그냥 그날은 걸어다니면 온갖 사람들한테 축하받고, 운동장에서 애들이 날 빙둘러싸고 노래도 불러주고
우리반은 수업중인데 복도에서 애들이 000 생일 축하해 이렇게 교실안에 들리게 소리도 질러주고 
매점에서 과자들 음료수들 잔뜩 받고, 친한 친구들한텐 선물 받고... 
친한 선생님들한테도 선물받고 아무튼 정말 생일이 별 건 줄 알면서 보냈지 
재수가 끝난 스무 살 생일이 무척 기억에 남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생일 파티를 너댓번은 했던 것 같다
케이크를 질리도록 먹었었는데. 술도.

 
그때와는 성격도 많이 변하고
사람들이랑 연락은 하는데 거의 다 일대일 관계에 소속감이 있거나 하진 않은 지금은  
생일을 조용히 넘어가고 싶은 마음뿐이어서 조용히 있었다 그냥 우울해지지 않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또 우울한 생일이 되고 말았다
친구들은 미안해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그게 아니었을지도 몰라 

생일에 친구들이랑 부루마블도 하고 탕수육에 짜장면도 시켜먹고 예거밤도 해먹고 잘놀았지만
친구들이랑 헤어지고 나니 허무해서 저녁 여덟시쯤 홀로 티비를 보다가 그냥 억지로 일찍 자버렸다
아빠가 밤에 케이크를 사오셨지만 내가 자서 케이크도 못하고 그냥 결국 그 케이크엔 초조차 붙이지 못했다

가족들한테 선물얘기도 안꺼냈고, 별로 선물을 받고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친구들도 돈모아서 선물을 주겠다고 고르라고 계속 말하고 있는데 요샌 갖고 싶은 것도 딱히 없다.
어렸을 땐 생일에 유난하지 않은 어른들이 마냥 신기했는데
크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조용히만 지나가고 싶다 생일이 싫다 
 
사는 게 왜이리 재미도 없고 허무하고 지루한걸까
의욕이 안생긴다 



생일전날부터 계속 옥상달빛의 하드코어 인생아 반복중 
뭐가 의미있나 뭐가 중요하나...정해진 길로 가는데...정말 요새 내마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