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옛날 핸드폰을 켜봤다

Sleeper 2012. 1. 28. 02:04
 오랜만에 전 전에 쓰던 핸드폰을 충전해서 켜봤다. 며칠 전부터 계속 언제 한 번 켜봐야지 생각했는데 드디어.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나와 고3, 재수, 삼수를 함께한 의미가 깊은 핸드폰이다. 열 네 살쯤 핸드폰을 처음쓰기 시작해서 여러 대의 핸드폰을 썼는데, 대부분 핸드폰의 종말이 고장이었던 것과는 달리 이 핸드폰은 멀쩡해서 다시 켜볼 수 있었다. 그리고 보니 지금 핸드폰 이전까지는 같은 회사의 핸드폰을 두 번 써본 적이 없네. 싸이언, 에버, 스카이, 모토로라, 삼성, 그리고 지금도 삼성 폰을 쓰고 있는데, 고장이 안났던 핸드폰은 오늘 켜 본 모토로라 크레이저 뿐인 것 같다. 사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는 3년으로 되게 길어보이는 시간이지만 재수 때에는 핸드폰을 정지했었기 때문에 실제로 핸드폰을 사용한 기간은 고3때와 삼수 때 두 해 남짓이었다. 왠지 수험생활 때는 마치 물건이 먼저 닳나 내 수험생활이 먼저 끝나냐 오기라도 부리듯 필통도 그렇고 같은 걸 바꾸지 않고 오랫동안 사용했었는데 핸드폰도 그 중 하나였다.

 

핸드폰을 켜니 잊고 있던 과거가 살아돌아왔다. 아쉽게도 문자함은 등록을 한 뒤에야 볼 수 있는 모양이었다. 문자함이 제일 궁금한데 정말 아쉬웠다. 개통하지 않는 이상 볼 방법은 없는 걸까? 게다가 이제 kt가 2G서비스를 종료한다니 이제 이 문자함을 볼 방법은 영영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별 거 아닌 것도 영영 끝일 거라고 생각하면 되게 크게 느껴지는 법인데 나한테 있어서 이 핸드폰의 문자함은 별 거니까, 괜시리 착잡해졌다.


핸드폰을 켜니 연애 같지 않은 연애 혹은 연애 같지만 연애가 아닌 것의 흔적이 쌓여있었다. 나는 언제나 그런 식이다. 누군가와 나눴던 감정을 잘 정리하는 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준 그런 날들의 기억. 잊고 있었던 기억도 있고 마음 속에 아련히 간직하고 있던 기억들도 있었다. 기억들이 추억으로 변해가는 시간들은 견디기 힘들다. 이제 다 털어버렸다고 생각했기에 핸드폰을 바꾸고 3년만에야 이 핸드폰을 켜 볼 용기가 났다. 그런데 켜보니 시간은 박제되어있고 사진은 그대로고 마음은 아련해졌다. 그래도 이젠 추억이 된 게 맞는 거겠지.




그 사람이 그립진 않은데 그 시간들이 정말 그립다. 그런 시간이 다시 올 수 있을까. 




 

               
                 감정의 찌꺼기를 모아모아 꿀꺽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