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하나. 재일 교포이자 북한 대표팀에서 뛰고 있는 축구선수 정대세가 SBS의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했다. 방송은 보지 못하고 기사로 그 소식을 보고 있는데 댓글들이 무섭다. “정대세 빨갱이 아닌가요. 인공기보고 눈물 흘리던 인간이 어떻게 우리나라 텔레비전에 나오나요.” 뭐 대충 이런 댓글들. 그나마 순화시켜서 이 정도다. 한국에서의 인기를 확인하고 싶어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재일교포 축구선수에게는 욕설과 저주가 난무한다. 그가 북한의 국가 대표 선수이기 때문이다.

 

 장면 둘. 대학에 입학하기 전 겨울방학에 부모님에게 살면서 가장 감명 깊게 보신 책 한 권씩 추천해 달라 했다. 곧 대학에 가는 내가 꼭 보았으면 하는 한 권의 책은 무엇이냐고. 고민하시던 아버지는 최인훈의 ‘광장’을 추천해주셨다. 왜 하필 ‘광장’이었을까. 대학에 오고 나서야 어렴풋이나마 아버지의 뜻을 가늠해볼 수 있었다.

 

 

 ‘경계도시’는 국정원이 다큐멘터리 감독을 협박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국가 보안법을 위반한 범죄자인 송두율을 옹호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다가는 여차하면 당신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좋게 말하지만 결국 협박이나 마찬가지다. 다른 다큐멘터리에서 비슷한 장면을 봤다면 굉장히 분노했을 텐데 이상하게도 이 장면에서는 화가 나지 않았다. 그저 마음이 먹먹해졌을 뿐이다. 나중에 송두율 교수의 말을 듣고 내가 화가 나지 않았던 이유를 깨달았다. “그들도 결국 불쌍한 냉전의 피해자들이죠.”

 

 ‘경계도시’는 문익환 목사 기념사업회의 초청을 받아 34년 간 돌아오지 못했던 고향 한국에 방문하고자 하는 송두율 교수 부부의 우여곡절을 다뤘다. 결국 그는 고향에 돌아오지 못한다. ‘경계도시’에서는 문익환 목사 기념사업회의 회장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송두율 교수의 감사 서신을 읽으며 눈물 흘리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 그 편지 내용을 들으며 앉아있던 문익환 목사의 아들 문성근의 담담한 표정도. ‘경계도시’는 무척 슬펐다. ‘광장’에서 이명준의 자살을 마주할 때 같은 슬픔이었다. 하지만 ‘경계도시’를 통해 송두율 교수의 지식인으로서의 신념을 잘 알 수 있었다. ‘준법 서약서’ 한 장이면 문제없이 갈 수 있는 고국인데 왜 그가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는 것도 포기하면서까지 ‘준법 서약서’ 그깟 종이 한 장을 쓰지 않는지 설명이 나온다.

 

 ‘경계도시2’는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경계도시2’는 ‘경계도시’ 3년 후, 송두율 교수가 37년 만에 고국 방문을 마음먹고, 한국에 귀국해 간첩 시비를 받으며 국가보안법 위반 논란에 휩싸이고 결국 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으며 독일로 돌아가는 일련의 상황들을 다루었다. 분명히 다큐멘터리인데 웬만한 극영화보다 더 극적이다.

 

 누군가 대본을 쓴 것처럼 다큐멘터리를 극적으로 만드는 장면은 송두율 교수가 북한에 가기 전에 본인이 김철수라는 것을 알았느냐 몰랐느냐에 대해 번복하는 부분이다. 한국에 입국하기 전, 입국해서 검찰 조사를 받기 전에 송두율 교수는 자신이 김일성 장의위원회 위원으로 등록되어 있던 김철수라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검찰 조사에서 바로 말이 바뀐다. ‘김철수’가 본인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이때쯤에는 이미 송두율 교수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의 김철수로서 북한 서열 23위인지 실제 간첩행위를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송두율 교수가 ‘김철수’로서 무슨 일을 했는지 보다 그가 북한에서 ‘김철수’라는 가명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모르는 척 숨겨왔다는 것이 사건의 중심이 되고 만 것이다. “당신이 김철수라면서요?”라고 묻는 기자들에게 송두율 교수는 “제가 김철수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고 대답하지만, 그렇게 대답하기에는 이미 늦은 후였다. 이 때 상황은 이미 그가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가 아닌 거짓말을 했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있었다. 때문에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가장 답답했던 점도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왜 들킬 거짓말을 했을까. 당당했다면 미리 밝히고 들어왔으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다큐멘터리 1, 2편 내내 꼿꼿한 학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그가 왜 그런 실수를 했는지 아쉬웠다. 물론 나는 다큐멘터리를 다 보고 송두율 교수가 간첩행위를 할 사람이 아니라는 나름의 판단을 내렸다. 나는 그는 정말 남북한을 잇고자 하는 경계인이었다고 생각한다. ‘경계도시’를 통해 본 송두율 교수의 지식인으로서의 신념은 그랬다. 하지만 아직도 그를 간첩이라고 굳건히 믿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은 송두율 교수가 북한에 가기 전 자신이 ‘김철수’라는 가명을 쓰게 될 것을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마치 사실무근인 것처럼 그 사실을 숨겼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도 인간이었기에 그 사실을 밝히고 나서의 후폭풍이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저 사실이 밝혀지면서 상황이 급변한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물 만난 듯 송두율 교수를 간첩이라고 비난한다. 여론도 이 때를 기점으로 변한다. 그 전까지 송두율 교수에 대한 여론이 괜찮았던 것에 반해 이 때를 기점으로 송두율 교수와 송두율 교수의 입국을 좋게 생각했던 사람들조차 “그가 정말 간첩인가?”하는 의문에 빠지면서 그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아진다. 이런 일련의 상황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호텔방으로 보이는 곳에서 송두율 교수와 진보 인사들이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에는 박호성 교수, 연세대 김호기 교수 등 익숙한 얼굴이 여럿 보인다. 장면 속의 한 진보 인사는 술을 마셔 감정이 격해진 탓인지 홀로 오랜 시간 이야기를 한다. 송두율 교수에 대한 훈계랄지 원망이랄지 하는 이야기다. 송두율 교수는 그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다. 박호성 교수가 그만하라며 그의 등을 툭툭 두들기는 것을 제외하고는 누구 하나 적극적으로 나서서 술이 취해보이는 그를 제지하지 않는 것을 볼 때 그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송두율 교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변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이어지는 포장마차 장면에서는 송두율 교수의 변호를 맡은 김형태 변호사도 송두율 교수를 추궁한다. 보수 인사인 박홍 서강대 전 총장까지도 송두율 교수를 만나 한마디 한다. 신문사는 사설로 송두율 교수가 어떻게 해야 우리 사회가 그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 즉 그에게 어떻게 하라고 훈계한다. 이런 일련의 상황들은 굉장히 폭력적이었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은 다들 송두율 교수를 한국 사회의 틀에 맞추려 한다. 호텔방 술자리에서 진보 인사가 “우리는 여기서 30년을 넘게 버텨왔습니다. 힘들게 버텨오고 쌓아온 사람들이 있다구요.”라고 외치는 것은 그러한 폭력의 절정이다. 송두율 교수 개인의 신념보다 진영의 논리를 우선시하고 강요한다. 송두율 교수를 세상물정 모르고 고생도 안하고 고고하게 살아온 외부인으로 취급한다. 한국 사회의 진보적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조차 경계인이고자 하는 송두율 교수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국민에게 선처를 빌라고 한다. 이쯤되니 송두율 교수가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37년 동안이나 고국에 돌아오지 않았던 것이 무색해지고 만다. 그가 왜 선처를 구해야 했을까. 한국 국민들의 편이 아닌 게 미안하니까?

 


 

 송두율 교수는 왜 한국에 입국을 시도하게 되었을까. 그는 그다지 고향에 대한 향수를 갖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는 것조차 포기했다. 그렇다면 그는 왜 돌아왔을까. 자신의 입국을 통해 한국 사회의 변화를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시대가 바뀌었고 한국 사회도 바뀌었을 거라고 기대했기에 들어왔을 것이다. 송두율 교수가 입국을 시도했던 2003년은 노무현 정권 초기였다. 정권이 힘을 갖는 초기였고, 김대중 정부에 이어 민주진영이 정권을 재창출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이기도 했다. 남북정상도 만났겠다. 한국 사회가 그 자신 정도의 경계인은 인정하고 포용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입국하고 나서 한국 사회는 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호텔방의 대화를 보며 나는 그의 책임도 없지는 않지만 그보다는 한국 사회 자체의 문제가 더 컸다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정대세와 이명준과 송두율을 생각한다. 그들은 모두 경계인들이다.

 이명준은 중립국을 외치며 배를 타고 가다가 자살한다. 소설이 발표된 해는 1960년이었다.

 송두율은 경계인으로서 남과 북을 잇는데 역할을 하고 싶다는 신념을 가진 채 한국 사회에 돌아온다. 그가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지식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신념을 한국 사회에 의해 짓밟히고, 독일로 돌아간다. 광장이 발표된 지 43년이 지난 2003년의 일이다.

 

 송두율 교수 사건도 어느덧 9년이 지났다. 재일 교포 3세로 태어나 남한과 북한 어느 사회에도 속하지 않고 일본 사회에서 살아온 정대세는 남한 국적을 가진 북한 대표팀의 선수이다. (참고: http://sports.news.nate.com/view/20100617n03575 ) 그는 남한과 북한 어느 나라에도 적대감을 가지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그야말로 진짜 ‘경계인’의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북한 대표팀을 선택했다. 그것이 어떤 상황에서 행해진 선택인지는 한국 사회의 많은 사람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경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지금은 2012년이다.

 

 이명준에서 송두율 그리고 정대세에 이르기까지, 경계인을 대하는 한국 사회의 태도는 어쩌면 조금씩이나마 나아져왔는지 모르겠다. 송두율 교수는 법적으로나마 무죄를 선고받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직도 경계는 견고하다. 한국 사회는 아직 경계를 오가는 사람들이나 경계를 부정하는 사람들 혹은 경계에 서 있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꽤나 진보적이라는 사람들조차도, 북한에 대해서는 완고한 경우가 많다. 진보 인사 몇이 종북 논란에 휩싸이고 ‘통일의 요정’ 임수경이 탈북자를 변절자로 칭했다며 난리가 났다. 보수 성향의 패널이 공중파 토론 프로그램에서 “김정일 개새끼 해봐.” 한다. 요새 분위기가 이렇다. 그 사람들 말마따나 군대에 안가 안보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서 인지는 몰라도 나는 북한에 대한 이 엄청난 알레르기 반응에 동의하고 싶지 않다. 대통령이 “반미 좀 하면 어때?” 한마디 했다가 철퇴를 맞은 지 십 년쯤 지났나. “친북 좀 하면 어때?” 일련의 종북 논란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친미, 친일, 친중적인 사람들이 모두 한국의 군사 정보를 그 나라에 빼돌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왜 북한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가. 주적인 북한에 이득이 될 만한 간첩 행위를 하는 것이 불법인 것은 당연하고, 만약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처벌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최근의 ‘종북’논란은 구체적 행위를 대상으로 일어나는 논란이 아니다. 사상의 자유에 대한 논란이다. 아니 아직도 한국 정부는 그렇게 자신이 없나. 북한을 찬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적화 통일이라도 일어날까봐? 살인을 생각만 하는 건 죄가 아닌데, 김정일이 좋다고 생각하는 건 죄가 된다. 김정일 김일성 찬양 좀 하면 어떤가. 양쪽 중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고 경계에 서 있겠다는 사람은 그러도록 내버려 두면 좀 안되나.

 


 (북한 트위터 계정의 글을 리트윗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수사를 받던 박정근씨를 돕기 위한 두리반 바자회에서)

 

 나는 회색의 사람이다. 학창 시절에는 또래 집단에서 무리가 갈리고 싸움이 날 때면 이 편도 저 편도 들지 않고 있다가 친구들에게 욕을 먹곤 했다. 한 무리에 속하고서도 다른 편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어느 한 쪽의 편을 들기가 난감했던 것이다. 학창시절에 내가 가장 자주하는 말은 “과연 그럴까?”와 “그것도 맞아.” 였다. 검은 사람들에게는 하얗다고 욕먹고, 하얀 사람들에게는 거멓다고 욕먹는 것이 회색의 숙명이다. 아직 자기 철학을 갖지 못해 회색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굳건한 철학을 가진 검은 색이나 흰색 사람들이 존경스러울 때도 있다. 나도 회색을 벗어나고 싶다. 하지만 이제는 검고 싶지도 희고 싶지도 않다. 흰색인지 검은색인지 소속을 밝히라고 말하는 사회에게 나는 대답하고 싶다. “저는 유채색인데요.”





2012년 1학기 박호성 교수님의 민족주의론 수업을 듣다가 쓰게된 글.

금요일로 다가온 개강을 맞이하여 겨울방학 결산을 해본다



방학동안 본 영화 


미션임파서블4 ★★★★ 탄탄한 스토리. 괜찮은 영상미. 탐크루즈 아직 안 죽었다.
머니볼  ★★★☆ 빌리장석의 그 빌리군요. 자연스러운 감동. 괜찮은 스포츠 영화의 표본이랄까. 
도쿄! ★★★ 미셸 공드리는 미셸 공드리 답고 레오 까락스는 재기발랄한데, 봉준호의 박찬욱화는 좋지 않다.
팀버튼의 화성침공 ★★★☆ 간만에 엄청 웃으면서 본 영화. B급 코미디의 결정판. 개가 된 캐리가 인상적. 
미스터 히치  ★★ 내가 중학교 3학년이었다면 정말 좋아했을 영환데.우린 너무 늦게 만났군요..미스터 히치.
파란만장  ★★☆ 박찬욱의 영화제용 영화들이 난 싫다. 스마트폰으로 찍었다는 건 높게 쳐주겠다.
가타카  ★★★★☆ 괜찮은 문제의식을 세련되게 구현. 생각할 거리를 준 영화. 14년 전 영화라니!   
플란다스의 개  ★★★☆ 일상과 비일상 사이의 묘한 긴장이 괜찮은 영화. 애견가로서 다시 보긴 싫지만. 
멋진 하루  ★★ 애초에 영화로 만들면 안됐을. 원작소설은 좋았을듯. 하정우만 매력발산하며 고군분투.
미쓰 홍당무  ★★☆ 귀엽긴 한데 나랑 개그코드는 안맞았다. 공효진과 서우의 연기는 인정. 
테이킹 우드스탁  ★★★☆ 기대와는 달랐지만 다른대로 좋았던 영화. 영상도 좋았고 음악도 괜찮았고.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 음악을 챙기느라 스토리를 못챙긴 주객전도의 처절한 결말. 아쉽다. 
슈퍼사이즈미   ★★ 지루해. 그저 패스트푸드를 먹고싶어졌을뿐. 
장화신은 고양이 ★ 드림웍스가 나에게 똥을 줄 줄이야. 친구랑 영화관에서 나오면서 멋쩍은 웃음만. 
부러진 화살  ★★★★☆ 사회적 역할은 차치하고서라도 영화 자체로서도 충분. 연기도 연출도 수준급. 
범죄와의 전쟁  ★★★ 시나리오는 보통. 배우들은 제대로. 최민식의 새로운 발견. 윤종빈 연출은 기대 이하.
러브픽션(3월1일 관람예정)



집중력 부족으로 영화를 한 번에 끝까지 보지 못하는 편인데, 그걸 극복하고 영화를 많이 봤던 방학인 듯하다. 이게 다 누구 덕분에...하하하. 며칠에 한편씩 고루 본 게 아니라 1월 2일,3일 이틀 간 여덟편의 영화를 봤다. 나머지 영화들은 고루 본듯. 볼 영화를 고를 때에는 내 취향보다는 쿡티비에서 무료인가 아닌가가 큰 영향을 끼쳤다. 


 이것도 처음 나왔을 때부터 영화관에서 보고파했던 영환데 이제야 봤다. 메가박스에 줄서고 있었는데 슈퍼 사이즈 미가 상영 중이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패스트푸드를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버거킹을 제일 좋아한다. 와퍼 없인 못살아...파파이스도 좋아한다. 학교 안에 파파이스가 있어서 점심으로 종종 먹는다. 맥도날드는 런치 타임이나 맥딜리버리만 이용하는 편이다. 아무튼 패스트푸드 몸에 안 좋은 게 새삼스러운 사실도 아니지만 재밌을까 그리고 다이어트 겸 패스트푸드 좀 끊을 수 있을까 싶어서 봤다.

결론은 재미없다. 그리고 새벽에 봤는데 보면서 맥도날드 땡겨서 혼났다. 아...난 구제불능 인가봐...그리고 맥도날드를 애써 버거킹과 구분지으면서 와퍼는 비싸니까 괜찮다고 생각하기까지...이 다큐는 나에게 아무런 각성도 주지 못했다. 여자가 실험해서 피부 퍽퍽해지고 뱃살 늘어지는 거 보여줬으면 좀 생각이 바뀌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제 몸 버려가며 다큐 찍는 감독 모건 스펠록의 저널리스트 정신은 정말 대단하다. 

재밌는 다큐가 보고 싶다. 마이클 무어도 볼링 포 콜럼바인 이후로 하락세고 재밌는 다큐없나. 없나없나. 재기발랄하고 웃기고 그런 다큐가 보고싶다. 오늘 한 남극의 눈물도 쳐지기만 하고 별로였다. 일단은 EBS 다큐프라임으로 마음을 달래야지.

 




처음 나왔을 때부터 보고싶었다가 이제야 봤는데 짱이다. 
초반은 좀 지루한데 중반부터 끝까지는 쉴틈 없이 꽉 찬 영화다 꽉 찬 영화는 재미있다. 
감독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우드스탁 얘기라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이안 감독 영화였다. 이안 감독의 다른 영화도 찾아봐야겠다. 푸른 풀밭이 펼쳐진 목장의 경치도 좋았고, 아래 첨부한 꾸룩꾸룩한 들판 장면도 무척 좋았다. 영화관에서 봤으면 더 좋았을 텐데. 내가 보통 좋아하는 논리적인 스토리 라인을 가진 꽉 찬 영화는 아니지만 다른 의미에서 꽉 차 있었다. 기대했던 음악영화도 아니었지만, 좋다.


나빴던 건 영화의 포스터였다. 차마 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별로다. 누가 그딴 키치하다고도 할 수 없는 유치한 포스터를 만들고 메인으로 썼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포스터 자체가 문제인 것 보다도 이 영화랑 너무 안어울린다는 게 문제다. 영화는 홍보가 성패를 결정한다는 말에 동의하는데 테이킹 우드스탁의 홍보팀은 영화를 제대로 본 건지 의문일 정도의 메인 포스터다. 영화를 보고나서 찾아보고 정말 말그대로 식겁했다. 은하해방전선의 홍보팀 다음으로 별로다. 네이트 영화 평점이 7.4점인 건 라스베가스의 공포와 혐오 평점이 7.5점인 것과 비교되었다. 영화는 그 영화를 좋아할만한 사람이 보고싶게 만들어야 하는데 생뚱맞은 사람들이 보고싶어지게 잘못 홍보하니까 좋은 영화에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거다. 어쨌든 별점평을 듣고 영화를 보는 것은 어차피 무의미해서 절대 그러지 않는다. 


그리고 반가운 얼굴 빅뱅이론의 만화방 주인 스튜어트가 나왔다. 요새 보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유독 자주 발견하고 있다. 외국인 박혁권과 같은 존재구나.

 

영화를 보면서 손을 깍지끼고 머리뒤에 넘겨서 놓고 누워서 봤는데 새삼스럽지만 손깍지 끼는 건 참 좋다. 나 자신의 맥박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리듬과 템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타인과 손깍지를 낄 때에도 그사람의 맥박을 느낄 수 있을까? 모르겠다. 조만간 시험해봐야겠다. 



이 장면을 보면서 내 맥박을 느끼던 오늘 새벽의 그 순간은 잊지 못할 것이다. 아직 살아 있다. 황홀하다.





 



Hunter S. Thompson and Bill Murray

인터넷에서 우연히 보게된 사진인데 헌터 톰슨을 보니 여러 생각이 떠오른다. 
전공과목중에 영화속의 언론인 이라는 수업을 들었었는데 alec이라는 외국인 교수님 수업이었다.
재미있어보이는 제목과는 달리 생각보다 별 재미 없는 힘든 수업이었다. 
그래도 열심히는 했었는데 지나보니 그 수업에서 알게 모르게 얻은 게 참 많다. 
수업 아니었으면 아마도 평생 안봤을 영화도 많이 봤고.

그중에 기억나는 영화는 닉슨의 워터게이트를 밝혀내는 워싱턴 포스트 기자들 얘기를 다룬 영화랑
헌터톰슨의 자전적 이야기인 'Fear and loathing in Las Vegas'
바로 '라스베가스에서의 공포와 혐오'다.

볼 때는 뭐 저런 영화가 있지 싶을 정도로 실험적인 영화였다. 많은 장면들이 마약에 취해있는 헌터 톰슨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스타워즈에나 나올 법한 공룡외계인들이 즐비하고 이상한 색채와 시끄러운 음악들로 가득 찬 화면. 그런데 지나서 생각해보니 그 전위적인 무언가에 둘러싸인 헌터톰슨이 내가 동경하는 저널리스트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헌터톰슨은 곤조저널리즘(gonzo journalism)의 대가이다. 곤조 저널리즘은 리포터가  자신의 기사의 중심인물이 될 정도로 사건의 중심에 깊숙히 관여하는 스타일의 저널리즘을 일컫는다. 요즘 내 관심사는 '언론의 객관성'인데 언론에 있어 객관성이란 있는지, 있을 수 있는지,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모든 담론이 관심의 대상이다. 곤조 저널리즘은 그런 고민의 산물이면서, 그런 고민이 무의미해지는 저널리즘이다. 어쩌면 하나의 유의미한 대안인지도 모르겠다. 

신문방송학을 공부하는 학생임에도 그동안 저널리스트의 길에 대해서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현실적으로는 저널리스트는 글을 잘 쓰는 게 기본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글을 잘 못쓴다고 생각해서기도 하고 저널리스트에겐 창작의 영역이 얼마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기도 했다. 하지만 헌터 톰슨은 저널리스트의 아티스트적인 면모를 보여준 사람이다.

이번 학기 저널리즘개론을 들으면서 저널리스트의 길에 대해 구체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저널리스트라는 직업이 참 매력있는 것만 같아서...글은 잘 못쓰지만 옛날부터 궁금한 건 끝까지 캐내서 친구들한테 사주까지 받았던 이상한 과거도 있으니까.^^ 내 반골기질이 저널리스트가 되는 데 도움이 되진 않을까도 싶고. 어떨지 잘은 모르겠지만 만약에 저널리스트가 된다면 헌터 톰슨 같은 저널리스트가 되고싶다. 폭주족의 한가운데에서 함께한 저널리스트. 저널리스트와 아티스트의 경계에 위치했던 그의 삶을 동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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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이 사람, 약이라도 한 것 같지않냐? 이런 영화를 제정신으로 만들 수 있냐? 좀 과격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윤성호는 주성치랑 비슷한데 감성이 풍부한 주성치라고, 같이 영화를 보고 나온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음 근데, 난 주성치 영화는 별론데 윤성호 영화는 미친듯이 좋다.

도약선생을 보러 간 극장은 홍대에 있었다. 장마가 끝난 여름은 미친듯이 더웠다. 해가 미친 걸까 지구가 미친 걸까 약간 고민이 되었다. 암튼 둘 중에 하나는 분명히 미친 게 분명한 날씨였다. 흘러내리는 땀만큼 내 기도 빨리는 듯 했다. 점점 죽어가는 나자신에게 생명을 불어넣기위해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몰래 영화관에 반입하려고 기다렸다.
오늘따라 영화관 입장가능시간이 15분이나 지났는데도 아직 준비중이었다. 영화 시작 5분 전 드디어 입장했다.

영화관 안은 생각보다 사람이 없었다. 평일이라 그런가 라고 생각했다. 혼자 온 사람도 많았다. 대다수의 관람객은 여자였고 혼자온 여자, 친구들과 온 여자 등등이 주였다. 커플은 딱 한 쌍이었나, 무튼 영화관 안에 남자는 한 명이었던 것 같다. 이런 영화는 여자가 보쟤도 남자가 안봐주는 영화인건지 이런 영화 좋아하면 남자친구가 안생기는 건지 좀 궁금하다.

자기가 이 영화를 좋아할 것을 영화를 보기전부터 확신하고 온 '윤성호빠'들이 모인 것 같은 그런 영화관에서 영화는 내내 빵빵 터졌다. 시작부터 끝까지 멈추지 않고 웃었던 것 같다. 웃겨서 웃고 어설퍼서 웃고 어이없어서 웃고...무튼 내내 웃었다. 다음 장면에 대한 호기심과 이번 장면에 대한 웃음, 그 두 가지 밖에는 없었다. 미친 사람처럼 헤실헤실. 심지어 다른 사람들이 아무도 안웃을 때도 나는 혼자 빵빵터졌다.

'은하해방전선'과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에서부터 눈부신 포텐을 드러냈던 박혁권은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무표정하고 현실적인 연기는 마치 장기하 같다. 박혁권과 장기하의 목소리가 비슷하다는 건 같이 본 친구가 발견했는데 영화의 테마 곡 '도약은 패턴'을 듣다가 장기하가 부른거야? 라고 해서.
장기하 특유의 그 자기는 무표정하고 진지한데 보는 사람은 웃으면 안될 것 같긴한데 뭔가 웃기기도 하고 그런 감정 들게 만드는 그런 거 있잖아. 노래 부르고 있는데 남이 보기엔 연기하고 있는 듯한...박혁권이랑 장기하는 그런 게 많이 닮았다. 물론 박혁권이 더 웃기지만.
박희본의 생기는 여전하다. 사투리도 귀엽고. 하지만 박희본보다는 나수윤의 초식동물스러운 캐릭터가 더 기억에 남는 영화다. 나수윤은 왠지 더 큰 배우가 될 것 같다.


영화는 자유롭다. 별 틀이 없다. 힘 빼고 만든 영화다. 전작 '은하해방전선'이 잘 만들려고 노력한 것이 느껴지는 힘이 들어간 영화라면 이 영화는 노력을 안했다기보단 글쎄, 그냥 만드는 사람들도 즐기면서 만든 영화 같달까. 그런 영화다.

영화의 중반부에 '코치님은 군필자!' 이런 식으로 짧은 제목과 함께 꽁트식으로 이어지는 장면은 윤성호의 (아마도 학생시절) 단편인 '졸업 영화'를 연상시킨다. 졸업영화도 그렇고 도약선생도 그렇고 틀도 없고 이게 영화여 뭐시여 싶은데 웃기다. 웃긴다...대놓고 웃긴다. 영화를 여러 편 만들고 있는데도 그 특유의 재기발랄함이 사라지고 있지 않구나 싶어서 놀랍다.

사자자세 같이 대놓고 웃기는 장면에서는 '나 원래 이런 대놓고 웃기는 거에 잘 안웃는 사람인데'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미친듯이 폭소하고있다. 뭔지 모르겠다. 윤성호 영화를 보면서 나오는 웃음은 마치 자기가 현실에서 겪은 그런 사건에서 나오는 웃음같다. 무슨 말이냐면 내가 어제 겪은 일인데 겪은 당시에 나는 엄청 웃겨서 쓰러질 뻔한 그냥 현실의 사소한 사건있잖아...근데 그걸 웃기다고 남들 말해주면 아무도 안웃는 그런거...그래서 "야 너도 그자리에 있었어야돼!!진짜 웃겼다니까!!" 하고 설명하게 되는 그런 거.
윤성호 영화의 개그는 그렇다. "아 나 진짜 웃긴데!!!!!!진짜 웃긴데...!!!...응?이게 안웃겨?....아 이걸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


명장면은 대구시육상경기장에서 허가를 안받고 훈련해서 사무실에서 경비아저씨한테 혼나는 장면.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했던 에피소드는 6편 '두근두근 어버이연합' 이었다. 나는 윤성호가 그 보수적인 할아버지들을 묘사하는 게 정말 재밌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듯한 교회개그랑...(교회개그는 개콘 슈퍼스타kbs의 전도사님이 아니라 윤성호가 원조다) 윤성호의 영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개그 코드는 단연코 그 둘이다.


무튼 정말 재밌다. 미친듯이 웃기다. 윤성호는 미친 것 같다. 아니면 천재거나. 사실 '할 수 있는 자를 구하라'를 넘어서지는 못하지만. 그리고 역시나 이번 영화도 남에게 추천할 수가 없다. 나만 재밌을지 니들도 재밌어할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암튼 나는 재미있었다.

윤성호가 상업영화를 준비한댄다. 로맨틱코미디랬나 멜로랬나 뭐 그랬는데 과연 성공할까 궁금하다. 뜰까봐 걱정된다...............감독님 죄송.


명대사는 '볼턴, 이청용이 뛰는 볼턴'.


 


어제 단편 영화 보기가 취미라는 글을 올렸으니, 이제 내가 그동안 본 단편들에 대한 포스팅을 해야지.
우선 작년에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서 봤던 단편들 중 기억에 남는 두 편이다.

1. 앵그리 맨 / Angry Man 
아니타 킬리 Anita Killi
노르웨이|2009|20min|DV

시놉시스
보이가 보는 아빠는 두 가지 모습이다. 자상하고 따뜻한 아빠와 불같이 화내며 폭력적으로 변하는 앵그리맨 아빠. 보이와 엄마는 언제 화낼지 모르는 아빠가 무서워 한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또다시 앵그리맨으로 변해 키우던 금붕어가 죽었을 때, 보이는 노르웨이 국왕에게 편지를 쓴다.


 
 작년에 갔던 서울국제영화제에서 봤던 단편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이라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차갑고, 우울하고, 무서운 애니메이션이랄까. 대사는 없었다. 시카고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는데 어른입장에서 보기엔 그럴지 몰라도. 별로 내 아이에게는 보여주고 싶지 않은 작품. 어린이들이 좋아하기엔 너무 무섭고 우울한 작품이 아닐지. 초반 내용도 그렇고 영화 전반에 깔린 느낌 자체가 차가운 느낌이었다. 그런 느낌이 별로였다.




2. 호로자식을 위하여 / Familyship
윤혜렴
한국|2009|3min 44sec|HD
 

시놉시스
공포에 가득 찬 아이. 아이의 이마를 겨누고 있는 총. 총을 들고 있는 엄마. 아들과 엄마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 금방이라도 엄마는 아들을 쏠 태세다.


 

 이 역시 서울청소년국제영화제에서 본 작품. 4분이 채 되지않는 초단편이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단편영화를 제대로 본 적도 없는 나지만, 그런 나도 이 작품이 뛰어나다는 건 알겠다. 고작 4분도 안되는 시간에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왠만한 90분짜리 장편영화보다도 보고나서 생각하는 것이 많아지는 영화였다. 검색해보니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이외에도 칸 홍보마켓, 미쟝센단편영화제,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등에서도 상영되었다. 촬영장소는 방 하나, 등장인물은 세 명뿐.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도 확실하고, 짧은데도 그 안에 반전도 있고 좋은 영화였다. 이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할텐데. 영화가 끝나고 무대에서 보게 된 윤혜렴 감독은 생각보다 앳되어보이는 이쁜 언니셨다. 언니 멋져요.

영화는  http://sesiff.org/online/online01_view.asp?no=27&keyword= 이곳을 클릭하면 볼 수 있다. 또봐도 재미있구나.








요즘 친구랑 둘이 가정용 캠코더로 단편영화를 찍고 있다.
영화 찍는 얘기는 차차 포스팅하기로 하고.

영화를 찍기 전에는 영화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많은 단편영화의 대본을 찾아보고, 출연해 줄 배우를 찾기위해 배우 커뮤니티를 찾아헤매기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나와 같은 입장인 학생들의 단편영화나 여러 독립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나 독립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좀 더 근본적인 계기는 윤성호 감독의 '할 수 있는 것을 구하라' 지만.


무튼 그래서 그쪽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알게 된 사이트가 있으니, 바로 '온라인 단편영화 상영관 유에포'
(http://youefo.com/) 다.


유에포에서는 많은 단편 영화들을 사실상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단편 영화를 보고 난 뒤, 마음에 들면 한 번에 600원인 후불제 관람료를 내면 된다. 내든 안내든 어쨌든 자유니까 사실상 '무료'다. 


고백하자면, 나는 영상에 오랜 시간 집중을 못한다. 집중을 강요해주는 영화관에서는 장편영화도 잘보지만, 그 외의 공간에서 장편 영화 보는 것은 나같은 사람한테는 고역이다. 다들 컴퓨터로 다운받아서 영화를 보고 미드를 보고 뭐 그런 세상이지만 컴퓨터로 영화보는 건 나한텐 남얘기다. 컴퓨터도 있고 쿡티비도 있는데 그것들로는 영화도, 1시간이상의 드라마들도, 왠만큼 재미있어서는 보질 못한다. 고작 이삼십분 내외의 시트콤들 정도나 제대로 볼 수 있다. 20분짜리 시트콤들은 여러 편도 이어서 몇 시간도 보지만, 긴 시간의 영상물은 중간에 꺼버리게 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참 이상한 증상이다. 내가 본래 성질이 급해서 그런가 하는 추측이나 해 볼 뿐이다.   


그런데 유에포 덕분에 영화제에 가서나 볼 수 있던 단편영화들을 방안에 앉아 볼 수 있게 되었다. 단편영화라니, 집중력 부족인 나에게 얼마나 적합한가! 유에포를 알고나서, 일주일에 두어 번 쯤 몰아서 여러 편의 단편 영화를 보는 것이 취미가 되었다. 얼마나 재미있나 하면, 새벽 다섯시까지 졸려 죽겠는데 눈 비비며 여러 단편 영화를 보느라 잠을 제 시간에 못자서(고로 못 일어나서) 개강 첫 수업을 못갔을 정도다.   


이 글을 흘러흘러 보게될 여러분들도 단편 영화보는 취미 하나 가져보는 것이 어떠실지. P2P사이트에서 최신 영화 불법 다운로드해서 보다가는 아바타를 집에서 봤다는 한마디로 '훅'간 정운찬꼴 날지도 모를 일이다. 대신 맘 편하게 단편 영화 재밌게 보고 맘에 들면 싸이월드 배경음악 하나 살 돈 600원으로 핸드폰으로 후불제 관람비 결제하면서 영화계 꿈나무들에게 투자한다는 뿌듯함을 느껴보자. 원더걸스 소희가 나온 단편영화는 어떨지, '추격자''황해'의 스타감독 나홍진이 학생때는 어떤 영화를 만들었을지 궁금하다면 유에포로 가시라. 게다가 '단편영화보기'라는 취미. 어디서 말하기도 '간지' 좀 난다.


최고은 작가의 죽음 이후에 우리나라 영화계의 현실을 손가락질 하는 것도 분명 필요한 일이지만, 그보다도 유에포에서 최고은 작가의 작품, '격정 소나타'를 한 번 보면서, 고인을 추모하는 것은 어떨까.




온라인 단편영화 상영관 유에포
http://youefo.com/



은하해방전선을 이제야 보았다.
개봉한 지 한참됐으니 볼 사람들은 다 보았겠지...
의도적이지 않은 스포가 있을지도 모름.
근데 뭐 스포가 별 상관없는 영화인 듯하다.

짧게 말하자면
'어떤 사람들만 좋아할 영화.근데 그 어떤 사람이 나야.'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그 어떤 사람인 나에게는 정말 최고의 완전 재밌는 영화였다.
하지만 아무에게나 무분별하게 추천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닌듯.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듯한 영화였다.

사실 이 영화를 오래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볼 생각은 딱히 없었다.
영화가 나왔을 당시 영화의 홍보가 영화의 본질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면이 있었다.
(어쩔 수 없었겠지만.)
이은성은 거의 우정출연 수준인데 어쩔 수 없이 메인 포스터에 넣을 수 밖에 없었던 것처럼.

영화의 홍보 이미지를 통해 볼 영화를 정하는 나로서는
그저 그런 일본 청춘 멜로물같은...뭐 그런 영환줄 알았다. 물론 지금 보니 포스터에 멜로가 아닌 코미디라는 카피로 솔직해지려 한 듯하지만,그리고 그게 이 영화의 본질이지만...전체적인 홍보이미지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었다. 무튼 그래서 볼 마음이 별로 없었다.
그런 영화를 기대하고 본 수많은 관객들은 덕분에 평이 안좋았고 그래서 이 영화를 좋아할 사람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보게되었기 때문에 평점이 7.9점 정도밖에 안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는, 내가 요즘 윤성호 감독에게 빠졌기 때문이다.
우연히 인디'시트콤' "할 수 있는 것을 구하라'"를 보게 되었는데, 뭐 감독이 누군지도 관심없고 그저 시트콤을 좋아하는데, 거기다 인디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냥 장르에 꽂혀서 보게됐다. 
결론은...최고.였음. 내가 왜 이제야 보게됐을까! 싶었을 정도였지...뭐 그건 '할 수 있는 것을 구하라' 리뷰에서 따로 얘기하기로 하고.
"~구하라"와 윤성호 감독의 여러 단편들을 뒤늦게 보고나서...난 윤성호 감독에게 빠지게됐다.
그래서 찾아보게 된 은하해방전선.

"~구하라"와 윤 감독의 그전 단편들에서 개그코드나 그만의 스타일?에 대해 공통적으로 읽혀지는 하나의 흐름이 있는데 은하해방전선도 그와 맥을 같이 한다. 그러니 자신이 은하해방전선을 좋아할 그 '어떤 사람'일지가 궁금하다면 인터넷에 공개되어있는 윤성호 감독의 단편들이나 "~구하라"를 보면 될 것. ("~구하라"는 10분이 채 되지않는 에피소드 총 10편으로 이루어져있다.)

아무튼, 어떤 사람들만 좋아할 영화인데, 그 어떤 사람들 중에 한 명이 나라서, 소울무비를 찾은 듯한 희열감을 안겨준 영화였다.

단편들과 "~구하라"를 통해 윤성호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잘된 일인듯. 영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심각한 어떤 연애 이야기라기보다 하나의 심각하지 않은 코미디 영화이다. 내가 좋아하는 "깨알같은" 윤성호식 개그들이 군데군데 펼쳐져 있는 영화. 이 영화는 알 수록 재밌는 영화일거다.

                          팬미팅 중인 '혁권 더 그레이트' 실제 배우 이름이 박혁권이다.


그리고 그런 윤성호식 개그가 적재적소에서 빵빵 터져주는 데에는 배우들의 연기도 큰 몫을 한다.
대표적으로 '혁권 더 그레이트'의 연기들은 정말...명품이었다. 은하역을 맡은 서영주도 정말 매력 넘치는 배우다. 특히 누워서 노래부르던 씬과 직접 부른 OST의 목소리...정말 좋다.

최근 인기있는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 구용식(박시후)의 비서역으로 나오는 주인공 임지규의 비주얼과 연기도 일품. 비주얼 자체가 역할과 너무 잘어울려서 류영재가 임지규인지 임지규가 류영재인지. 이건 연기를 잘해서도 있겠지만 비주얼도 큰 역할을 하는 듯하다.  윤성호 감독의 영화들에서와는 달리 내조의 여왕에서는 별로 매력발산이 되지 않는 듯해서 아쉬움.

        주인공 류영재역을 맡은 임지규...지켜주고싶은 (왠지)찐따역을 제대로 소화했다.


그리고 간간히 나오는 정치적, 사회적인 이야기들. 우리나라에서 이런 얘기들을 이렇게 세련되고 재밌고 스리슬쩍 잘하는 데에는 윤성호감독이 일등일거다. 이 얘기는 "~구하라"리뷰에서 자세히 하기로하고.

영재가 지하철에서 선임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는 부분, 은하와 마지막에 메신저 하는 부분, 
영화제에서 다같이 술마실 때 음향감독 여자가 나머지 사람들한테 뭐라고 하는...그런 부분들이 좋았다기보다는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 엔딩크레딧에 올라가는 노래, 뇌태풍의 "첫사랑이 생각나는 이밤"도 정말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뇌태풍의 버전보다 은하영주가 부른 영화의 버전이 훨씬 좋은듯.

교포 앤드류나 혁권 더 그레이트나 영재가 실어증에 걸리고나서 트럼펫연주하는 부분이나...뭐 웃긴 부분은 깨알같이 많아서 다 나열하기도 힘듬. 궁금하면 일단 보소.

             영화에 직접 출연한 윤성호 감독(오른쪽 노란티 입은 사람), 님좀짱인듯 


영화를 보는 내내 아 저부분 웃기다. 근데 나만 웃긴 걸 수도 있겠다. 못알아 듣는 사람들도 있겠네. 싶었다. 실제로 "~구하라"를 주위 여러 사람들에게 추천했는데 호불호가 갈렸던 걸 생각하면...



결국, 어떤 사람들만 좋아할 영화, 근데 그게 나. 
그래서 나한테는 더더 좋았던 영화.
친한 친구들끼리만 알아듣는 개그가 모두가 웃는 개그보다 더 재미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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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내가 이랬던 적은 없었다.
나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다른 '문화적인' 것들- 음악, 만화(주로 책의 형태로), 책, 미술, 스포츠...
뭐 이런 것들에는 한 번씩 심취하던 시기가 있다.

지식이 내가 빠져있던 그 시기에 주로 한정 되어있다는
그리고 넓은 대신 얕다는 특징이 있지만.

암튼 그런 와중에도 영화는 딱히 빠져서 좋아한 적이 없다.
이유는 내가 생각해봤는데 집중력이 달려서 두 시간 가까이 되는 혹은 두 시간 넘는 시간을 온전히 집중할 수가 없기 때문인 듯하다.

그냥 영화관에 영화를 보러는 자주 가지만
(영화의 러닝타임동안 영화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곳은 나에겐 오직 영화관뿐)
다른 사람들처럼 집에서 영화를 다운받아본다던가, 케이블tv로 본다던가 하는 일은 별로 없다.
드라마도 별다르지 않음.

그랬던 터라 영화를 그때그때 보면서도
누가 나한테 영화취향을 물어보면
'돈 많이 들인 블록버스터','러브액츄얼리로 대변대는 워킹타이틀표 영화들'
암튼 결국 말하고 싶은 건 대중적인 영화라고 대답해왔다.

서울청소년영화제 같은 곳에 가지만 독립영화나 단편영화들을 보면서도
졸기가 일쑤였고 덕분에 독립영화=재미없는영화/역시 난 대중인가보다 대중적인 영화가 짱.
이라고 생각해와서 영화를 별로 다양하게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컴퓨터로 봐도 두시간 반을 집중할 수 있는 영화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다.
아 이렇게 영화에 빠지기 시작하는 건가.

그래서 요새 영화에 대한 관심 집중!
영화에 대해 많이 아는 건 아니지만...나름 무비위크와 씨네21을 사모으며 봐온 가락으로
(영화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영화잡지를 보는 것이 좋아서)
내 느낌을 중심으로 영화리뷰를 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