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영화제에서 함께 일했던 K가 추천해준 책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를 읽었다. 우리가 완전히 공감할 수 있는 책이라던 K의 말이 온전히 와닿았다.
아직도 조심스럽긴 하지만 1년 넘게 지났으니 이제야 말할 수 있는 건 독립 영화제의 실무진(총 9일의 영화제를 단 세 명의 실무진이 준비한다. 한 명은 상근이고, 나와 K 두 명은 영화제 기간에만 한시적으로 고용되는 계약직이었다.)으로 일했던 3개월의 경험은 내게 대기업 정규직에 대한 갈망을 남겼다는 것이다. 나는 좋아하는 일이라면 일도 즐거울 것이라는 환상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알게 되었고, 특히나 좋아하는 일이 '영화'라면 거기엔 발도 들여놓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좋아하는 일은 웬만하면 취미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 이것은 좋아하는 노래를 아침 알람으로 설정해서는 안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어딜가나 노동자는 '쥐어짜내'지게 되어있고, 이왕 '쥐어짜내'질 거라면 체계도 있고, 월급도 더 받는 대기업 정규직이 되는 것이 최선이다. '즐거운 노동'은 환상이다. 내가 동경하던 영화 감독과 술 마시는 건 즐거웠지만, (저녁도 굶고 일한 후에 하는 저녁 식사 겸 회식인데도) 그 술값을 각출해 내야 했던 현실은 전혀 아름답지 않았다. 교대, 경영학과 가라던 부모님 뿌리치고 취업 안되는 사회과학대 오던 내가 이렇게 얘기하는 날이 올지는 나도 몰랐지만, 아무튼 3개월만에 이런 현실을 배우게 되다니 싸게 배운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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