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슬프다.

다 지난 추억이라고 생각했는데. 


기괴한 안내방송과 위아더칠드런오브다크니스~하던 웅장한 음악으로 시작하던 그 이상한 라디오.

때마다 들려주던 삼태기 메들리와 라디오로 다섯번은 족히 들은 듯한 빨간 당구공 이야기. (근데 빨간 당구공 이야기는 매번 들으면서도 매번 결말이 기억 안나 무서워했었다.)

동동이랑 영숙씨 이야기들. 동동이랑 동동이 동생 이야기. 아마 동동이 동생 낳기 전에 라디오에서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아이 나오길 기다리면서? 정확히 기억은 아니지만.

수요일에 하던 쫌놀아본 오빠의 미심쩍은 상담소를 되게 좋아해서, 다음 날 학교가는 거랑 상관없이 꼭 두시까지 기다려서 챙겨 듣고 다음 날 학교가서 졸고 그랬었는데. 

가끔 라디오 들으려고 기다렸는데 정파 시간이랑 겹쳐서 방송 안 하거나 그가 땡땡이를 쳐서 한 시간 내내 음악만 나올 땐 짜증도 났었고...

방송을 통해서 좋은 노래도 많이 알았고, 그가 해주는 이야기들 들으면서 이것저것 영향도 많이 받았었고. 

아 방송 시작하자마자 내내 생뚱맞은 자기 꿈얘기를 오래오래 하고서는 이것 보라고, 꿈얘기는 하는 사람만 재미있지 듣는 사람은 하나도 재미없다고. 했던 것도 생각이 난다. 아직도 남한테 내 꿈얘기를 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저 말을 떠올리곤 하는데. 저 말은 어제 들은 것처럼 생생하네. 


음...

지나버린 중고등학교 내 청소년기의 추억이지만... 오늘은 많이 그립다. 그 시절도 그 라디오도.

음악으로 성공하는 게 뭔지 수다떨 땐, 꼭 '그대에게' 같은 곡 하나 써서 평생 저작권료 받고 사는 게 꿀일거라고 친구들이랑 우스개 소리도 했었는데.

꿀 좀 더 드시다 가야 되는데, 이렇게 어이없게 허무하게 빨리 떠나버렸네.

언제나 자기 말을 꼭 맞는 이야기처럼 들리게 하는 재주가 있었던, 그리고 참 세련되게 시크한 저음을 가지고 있었던, 그 마왕이... 벌써부터 그리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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