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서 한겨레를 팔로우해서 보고 있는데
제목만 봐도 눈쌀 찌푸려지는 칼럼이 바로 토요판의 '안인용의 좋아요가 싫어요' 칼럼이다.
TV 비평 칼럼인데 누군가 내게 비평가가 싫은 이유를 묻는다면 대답 대신 이 칼럼을 보여줄 것이다.
영화 '버드맨'에 보면 주인공 리건이 바에서 평론가 실비아에게 평론가라는 직업에 대해 디스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칼럼에 아주 적절한 비판이다.
안인용은 자신의 편협한 잣대가 절대적인(정치적으로 올바르고도 무결한) 잣대인 것처럼 프로그램을 비평한다.
안인용은 불편한 게 많다. 그의 잣대에 따르면 텔레비전에서 해서는 안될 것도 많다.
뭐 칼럼 제목만 봐도 애초에 이 칼럼의 목적이 그건데, 그게 이 칼럼이 쓰레기 같은 이유다.
예능에서 농담의 소재로 쓰이면 안될 것도 많고, 예능 속 예능인들은 해서는 안될 말도, 가져선 안될 태도도 많다.
예능 속 사람들은 사회적 풍자도 해야 하고, 시청자는 한 명이라도 불쾌하지 않게 배려도 해야 하고, 해야할 게 많다.
안인용 칼럼은 대통령보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요구하는 게 더 많다.
청학동에서 평생 산 훈장 선생님이랑 같이 TV를 보면 이럴까?
유머감각이라곤 없는 '정치적 올바름 지상주의자'랑 텔레비전을 함께 보는 듯한 피곤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의 칼럼을 읽다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아니 이렇게 예능을 안 좋아하면서 대체 왜 보는거야? 대체 왜 애정도 없는 것에 대해 글쓰며 글밥 먹고 사는 거야?
안인용의 TV 칼럼에선 TV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게 가장 큰 문제다.
애정어린 비판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다짜고짜 "난 이거 싫어-" 하는 어린 애 억지로 보이는 게 문제.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분석이나 날선 지적은 없다.
그냥 당장 몇몇 여초 커뮤니티만 들어가도 볼 수 있는 "이거 불편하지 않아?" 수준의 비평뿐.
'불편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취향존중'이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다.
예능의 제 1 목표는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는 것인데,
안인용의 가이드 라인을 지키면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동시에 안인용에게 비판 받지 않을 프로그램도 알겠다.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용기있게 박근혜나 새누리 까는 예능을 만들면 백전백승!
안인용은 그렇게 만들다 내부에서 압박을 받아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좌천될 PD의 미래엔 관심이 있을까?
아, 물론 그의 모든 지적이 다 쓸 데 없는 건 아니다. 공감가는 비평도, 지적도 있다.
하지만 대안이나 시청자의 수준,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지적은 없이
모든 책임을 프로그램 제작자와 출연진에게 돌리는 그의 태도는 무책임하다.
안인용의 칼럼을 읽다보면 '발목만 잡는 야당' 프레임이 왜 힘을 갖는지를 알 수 있다.
누구 발목만 잡는 모습처럼 무능력하고 비호감인 모습이 없구나 싶다.
이 칼럼은 비평가에 대한 편견을 가속화 시킨다.
비평가가 가만히 팔짱끼고 앉아 누군가가 만든 컨텐츠를 까기만 하는 비호감 직업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자신의 잣대에서 자신만은 예외인듯 하다.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한 비평에선 '잘생긴 얼굴에 눈물자국이 어디 어울리나' 라는데 그럼 못생긴 얼굴엔 어울리냐?
말도 안되는 비판 같나? 내가 안인용 칼럼 읽을 때 드는 느낌이 저런 거다.
TV를 좋아서 보는 게 아니라 까려고 보는구나 하는 느낌.
안인용의 '좋아요가 싫어요'는 같은 한겨레에 연재됐던 방송 칼럼 '류호진의 백스테이지'와 비교된다.
1박 2일 PD인 류호진이 한겨레에 연재했던 '류호진의 백스테이지'는 내가 류호진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된 칼럼이다.
이 칼럼엔 안인용의 칼럼에 없는 게 다 있다. 방송에 대한 애정, 깊이 있는 분석과 성찰.
비평가와 제작자의 입장이 아무리 다르다지만, 그걸 감안한다해도 이건 뭐 칼럼 자체의 질이 다르다.
취향을 가진 대중문화 마니아가 넘쳐나는 시대에,
당장 사라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대중문화 비평가라는 직업으로 먹고 살려면 이 정도 분석은 해야하지 않을까.
류호진 최고의 칼럼을 링크하며 글을 마침.
류호진의 백스테이지 2013. 2. 28 '호감 가는 사람이 웃기는 예능시대'
http://www.hani.co.kr/arti/culture/entertainment/5760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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