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자타공인 컴플레인 고수이다.
친구 대신 전화해서 친구가 실수한 문제를 해결해준 적도 있고 부모님도 나에게 컴플레인을 맡긴다. 대학교 때부터 컴플레인 넣었다가 원하는 대로 해결되지 않은 적이 없다.

물론 첨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나도 한때는 미용실에 할 말이 있는데도 스스로 말 못해서 언니 졸라 끌고 가던 찐따였다.

근데 난 내가 손해보면 분해서 꿈에 나오는 매우 계산적인 인간이기 때문에, 분함을 어떻게든 해결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문제해결능력을 극대화시킨 뒤로 컴플레인을 잘하게 되었다.

컴플레인 잘하는 법을 알려주겠다.
제일 중요한 건 내 주장이 정당하다는 믿음이다.

[ 들어가기 전 ]

우선 질 싸움은 하지 않는 걸 추천한다.
컴플레인 씨알도 안 먹힐 것 같은 애들한테 사지 마라.

컴플레인 잘하는 법인데 이렇게 써서 미안하다만
처음부터 컴플레인이 씨알도 안 먹힐 것 같은 쌩양아치와는 애초에 거래를 안하는 것이 좋다.

쌩양아치가 많은 직군은 정해져 있다.
대표적으로 폰팔이, 폰팔이랑 싸우려면 폰팔이 소굴에서 같이 썅욕하고 경찰 부를 각오 해야하는데 그럴 각오 없으면 자급제폰 쓰든지 완벽하게 공부하고 가라.
헬스장, 여기도 양아치 많으니까 사장이 양끼 없는 곳으로 잘 찾아가라.
미용실, 네일샵 등도 요주의 장소다. 양끼를 경계하라.

인터넷 쇼핑몰에서 옷을 산다면 인스타, 블로그 팔이들 말고 사이트 있고 cs팀 있는 데서 사라. 난 옷은 대기업을 주로 이용하고 최소 중견기업에서 산다. 개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에는 못 입어도 안 아까울 정도의 돈만 써라. 인스타나 블로그마켓, 인쇼에서 하나에 10만원, 20만원짜리 옷 사지마라.

양끼를 못 느끼는 어리버리 인간이라면 웬만하면 온라인보단 오프라인에서 사라. 오프라인에선 드러누울 수라도 있다.

⭐️누가 봐도 100% 니가 잘못한 거면 컴플레인 걸지 마라⭐️ 그래도 포기가 어려운 사안이면 이글을 끝까지 읽어라. 예를 들어 무슨 1년에 한 번 있는 거 접수해야하는데 니가 까먹어서 놓쳤어도 니 잘못이라고 포기하기 힘들잖아. 그런 거 말하는 거다.

아 그리고, 컴플레인해서 별로 얻을 게 없는 사안이면 하지 마라. 에너지가 아깝다.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는데 꼭 됐으면 좋겠는 절실한 거면 말이라도 해봐라. 인간이 하는 대부분의 일은 보통 안된다고 해도 어떻게 말하는지에 따라 되는 경우가 많다.


[ 컴플레인 전 준비 ]

컴플레인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일단 개빡친 상태에서 전화를 걸어서는 안된다. 감정적인 상황에선 보통 말이 조리있게 잘 안나온다. 간혹 화날수록 말이 잘 나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경우 이미 컴플레인을 알아서 잘 하고 있을 것이다.

컴플레인 전에는 다음을 머릿속으로 정리해보자.
논리 구축 과정이다.

- 컴플레인을 하게 된 계기

컴플레인을 왜 하는지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조리있게 정리해본다. 전화를 여기저기로 돌리는 판매자에게 걸리면 여러 번 반복해서 말해야할 수도 있다. 최대한 내 편에서 나에게 유리하게 말해본다.

- 상대방이 잘못한 것은 무엇인가?

컴플레인을 하기로 맘먹은 사안이라면 상대방의 잘못이 있을 것이다. 가령 써놓아야하는 정보인데 고지를 안해놨다든지, 이전에 했던 말과 달라졌다든지, 써놓은 정보와 달랐다든지, 소비자가 보기에 설명이 부족하다든지, 배송을 잘못 했다든지. 상대방이 잘못한 점은 공격에 쓰는 창과도 마찬가지이므로 잘 벼려둔다.

상대방이 강한 상대라면, 혹은 1차 컴플레인을 했는데 씨도 안 먹혔다면 상대방의 잘못에 대한 근거를 찾아내보자. 관련 법안(소비자 보호법)을 찾아보거나, 관련 부처,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지자체, 혹은 소비자 보호원등 유관 기관과 상담을 진행해보는 것도 좋다.

- 내 책임은 없나?

내 책임이 전혀 없다면 좋겠지만 내 책임이 100중에 50 미만이면 어쨌든 승산이 있다. 사실 난 내 책임이 90이고 상대방 책임이 10일 때도 상대방 책임을 부풀려 원하는 걸 얻어내본 적이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까진 못한다.

- 컴플레인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

내가 컴플레인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을 분명하게 알고 싸워라. 무료 환불, 반품인지 해당 회사 상품 보상인지, 뭔가 물질적인 목적이 있어야 한다. 컴플레인에서 이기는 것은 '진상'이 되라는 게 아니다. 나도 사업자 입장에서 cs를 맡아 해결해본 적이 있지만, 10이든 100이든 사업자도 책임이 있고 소비자가 책임에 대한 보상을 분명하게 또 들어줄 수 있을 정도로 적당하게 원한다면 보통은 사업자도 진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걸 진상으로 치기엔 세상엔 진짜 진상이 많다.) 물론 보상은 사회적으로 비추어볼 때 적당선, 상대방이 들어줄 수 있는 선에서 요구해야 한다.

그렇다면 진짜 진상은 무엇인가. 목적 없이 컴플레인 하는, 즉 화풀이를 하는 사람들을 진상이라고 한다. 목적은 분명해야하고, 서비스든 재화든 물질적인 것이어야 한다. 사과를 요구하지 마라. 상대방이 내 앞에 무릎꿇고 사과하길 바라지 마라. 그걸 요구하는 컴플레인은 양심의 자유를 무시하는 진상 행위다. 결국 진심 어린 사과보단 돈이나 재화가 남는 것이다. 하나님에 대한 신도들의 믿음도 돈으로 증명하는 게 세상 이치다.


[ 컴플레인 과정 ]

컴플레인은 설득이다. 컴플레인을 항의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결국 컴플레인이 성공하려면 상대방을 설득해야 한다. 가끔 강압적인 말하기 방식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 뿐이다.

컴플레인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확신이다. 내 주장이 100% 옳고, 니가 내 컴플레인을 들어주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당연한 상식이라고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자기 확신을 가지고 말해야 설득력이 있다. 허경영 같은 애들 봐봐, 자기가 하는 개소리 다 진심이라고 굳게 믿고 말하잖아. 내가 흔들리면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다.

전화를 건다 -> 자초지종을 요약한 후 어떤 분께 말해야하는지 묻는다 -> 말해야 한다는 책임자에게 전한다

필요시 격앙된 말투를 사용하더라도 끝까지 존대한다. 전화받는 이를 하대하지 않는다. 중간 중간 말하다가 나의 감정이 격해질 경우 "물론 전화 받으시는 상담사님(선생님) 잘못은 아니지만~"이라는 말을 섞어주며 상담사에게 예의를 지킨다. 보통 잘못한 주체와 상담사는 별개의 사람인 경우가 많다. 자각하자. (아닌 경우는 뒤에 나온다.)

어느 정도 이야기가 진행되면 상대방이 대놓고는 아니어도 "그래서 니가 원하는 게 뭔데?" 하고 물어오는 듯한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때 원하는 바를 명확히 말하라. 상대방이 들어줄 수 있고, 나도 만족할 만한 것으로. 들어준다고 하면 나같은 경우 바로 "감사하다, 내가 너무 격해졌던 것 같다"고 바로 태세전환한다.

잘못한 사람이 직접 전화를 받는 경우는 좀 다르다. 그런 상대방의 경우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싸워도 되고, 상대방이 양아치고 내 책임이 거의 없다면 더더욱 싸워도 된다. 상대방이 먼저 예의를 안지킨다면 나도 안지켜도 된다. 같이 개싸움을 하자.


[ 양아치 or 재수 없는 꼰대 대응법 ]

기선제압해라

양아치나 꼰대들은 보통 강약약강이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자들이므로 무조건 앞에선 강해야 한다.

계속 존대말을 하되 반말을 섞어 써라. 상대방이 말하면 어, 어 이런 식의 대답을 섞어 쓰거나 내 말의 어미를 그렇지, 어 근데 그렇잖아, 알죠? 이런 식으로 반말 섞어서 쓴다. 기센 아저씨들한테 기 안 밀리는 방법이다.


책 잡히지 마라

흥분하거나 막말하지 마라. 욕하거나 감정적인 언사는 하면 안된다. 정당한 요구를 해도 순식간에 부당한 요구가 된다.


인정할 건 인정하라

내 책임이나 잘못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인정하라. 먼저 깔고 들어가면 된다. 내가 ~한 건 잘못이지만(약한 언급), 니가 더 잘못했잖아? 화법을 써라.

내가 한 잘못에 따라 말꼬리가 잡힐 수도 있다. 그러면 비유와 과장을 적극 활용하라. "아니 그럼 제가 요만한 잘못했다고 그렇게 큰 부당한 결과를 감당해야하는 게 맞다는 건가요?" 내가 잘못했단 말에 딱히 반박할 말이 없을 경우 논점 이탈도 방법이다. "이건 솔직히 소비자를 이용해서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려는 잘못된 제도 아닌가요?", "불공정행위 아닌가요?" 등등.


권위자를 이용하라

그래도 말 안통하는 사람들이 있다. 권위자를 이용하라. 경찰, 관련 부처 공무원, 소비자보호원 등이 있다. 요즘은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당하거나 컴플레인이 안먹히면 인터넷에 올려 여론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여론은 최후의 최후 상황이 아니면 이용하지 않는 게 좋다. 컴플레인을 받는 쪽 입장에서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느껴 이판사판이 되고 엄청난 악감정을 가지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위에서 말한 정당한 보상을 받을 길이 막히게 되고, 나 또한 다치게 될 수 있다. 컴플레인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내가 납득할만한 보상을 얻는 것'이어야 하지, '상대방 좆되게 하기'여서는 안된다. 상대방이 100% 잘못했대도 마찬가지다. 굳이 자영업자나 기업 망하게 해봤자 뒷맛만 쓰고 소송 당할까 떨기나 해야한다.

경찰은 딱히 불러본 적은 없는데 주위 사례를 보면 법도 잘 모르는 것 같고 별로인듯. 법이나 관련 부처나 과태료 부과 권한이 있는 지자체, 소비자 보호원에 호소하는 게 나을 것이다.

여기까지 읽었는데 해결 안되는 컴플레인 있으면 댓글 달아라. 읽어보고 컴플레인 할 수 있고 얻어낼 수 있는 상황인지 아닌지 판단해줌.

근데 난 솔직히 여태까지 이렇게 컴플레인 해서 금방 해결 안된 적이 별로 없었다. 맨날 이길 싸움만 해서 그런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