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상견례를 했다.
남자친구 어머님과 우리 부모님의 조합...
걱정만큼은 아니었으나 우리 엄마 아빠 긴장했는지 아무말 대잔치ㅠㅋㅋㅋ에 중간에서 개그인 척 산으로 가는 흐름을 끊기가 쉽지 않았다. 확실히 내향적인 사람들이라 어려운 관계의 사람을 처음 만나는 데 취약함ㅠㅋㅋ

그래도 우당탕탕 어떻게 끝내고 인터넷으로 예약해둔 드레스, 메이크업 상담을 하러 갔다. 우리는 스튜디오 사진 찍을 생각이 없고, 난 드레스고 메이크업이고 로망이 전혀 없어서 추천해준 몇 곳 중에 마음에 드는 드레스샵을 쉽게 고를 수 있었다. 메이크업샵은 추천해준 곳이 그닥이라 좀 더 봐야할듯.

할 일, 결정해야할 것이 산더미다.
공주 옷 입기도, 결혼식에 대한 로망도 없는 나는
그냥 결혼식 생략할걸...이란 생각만 자주 드는 중ㅠ
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

확실히 정한 것
- 식장 계약
- 식사 계약
- 신혼여행 비행기표 예약

알아봤지만 아직 진행 안한 것
- 식장 꽃장식과 디렉팅 업체 계약
- 드레스/메이크업
- 어머님들 한복 : 친구 추천 업체로 정함
- 어머님들 헤어메이크업
- 부케(엄마가 만들어주기로 함)
- 신랑 예복
- 청첩장(어머님이 그림 그려주시기로 함. 직접 인쇄할 계획이다.)
- 모바일 청첩장(내가 어머님 그림 넣고 만들어볼 생각)
- 셀프 웨딩촬영(한다고 말만하고 별로 진행한 게 없ㅎ)

해야할 것
- 집 구하기(남친 전세집 집주인이 잠수중이라 일단 계약기간 끝나야 뭘 할 수 있을듯. 결혼식하고도 당분간은 따로 살아야할지도)
- 여권 만들기
- 신혼여행 루트 짜고 렌트카, 숙소 예약
- 결혼식 구성 짜기 : 사회/축사/부케받을 친구 정하기. 사회는 전문 사회자한테 맡길지, 친구한테 부탁할지 고민.
- 청첩장 모임 일정 잡고 진행
- 다이어트 ...? ㅋㅋㅋ 오늘 드레스 보고왔더니 다이어트해야겠구나 싶네^^...ㅋ

6개월 남았다...
잘할 수 있겠지...?
이거 다 해낸 결혼 선배님들 리스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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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남여 섞어서 비정상회담 다시했으면 좋겠다
좀 더 논쟁적인 주제들로 토론하면서 ㅎㅎ

오랜만에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한민국 장기기증 전멸시켰던 사건.jpg'이라는 제목의 글이 돌고 있다.
장기기증을 했는데, 기증 후 장기를 적출한 병원이
아들 시체는 알아서 챙겨가라고 해서 분통 터뜨린 아버지의 이야기다.
2017년 일인데, 주기적으로 도는 글이다.
저 사연이 뉴스를 통해 알려진 덕분에
사건 이후 저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여러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다는 설명이 뒤에 붙어도
저 글이 올라오면 언제나 댓글은 저 일 때문에 자기도 장기기증을 취소했다거나,
저래서 장기기증을 안한다, 왜 하냐는 등
장기기증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런 댓글들을 보고 있자면 여러 생각이 드는데, 10년 전쯤 사후 장기기증 서약을 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장기기증 서약을 하면 신분증에 붙일 수 있는 장기기증 스티커를 준다.
불의의 사고에 구급대원이 내 신분증을 보고 장기기증을 할 수 있게 돕기 위한 스티커다.
처음 발급받은 주민등록증을 한번도 바꾼 적이 없으니, 스티커는 지금도 당연히 붙어있다.
서약 이후 딴 운전면허에는 아예 인쇄가 되어있다.
아무튼 나는 10년 전에 장기기증 서약을 했고 이후에 저 뉴스를 봤지만 장기기증 서약을 취소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취소할 계획은 없다.
 
 
나는 딱히 좋은 사람은 아니다.
선행이나 봉사 같은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
봉사는 학창시절에 봉사 시간을 채워야 하니 의무적으로 했던 봉사가 전부인데,
그 봉사마저도 장애인이나 노인 같이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살피는 진짜 봉사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아서
어린이집, 우체국, 아름다운 가게 같은 곳에서 일해서 떼웠다.
 
 
기부? 내가 그런 걸 한 적이 있었던가?
네이버에 블로그 써서 쌓인 해피빈 콩 몇 개를 유기견 단체에 기부해본 거나 학창시절에 크리스마스 씰을 산 것, 어릴 적 지나가다 구세군 냄비에 천원 정도 넣어본 것 정도? 
평생 살면서 기부한 돈을 다 합쳐도 10만원이 채 되지 않을 것 같다.
 
 
유기견 봉사에는 좀 관심이 있는데, 유기견이 불쌍해서 뭔 선행을 베풀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어차피 개를 잘 다루고 개를 좋아하니 그걸 이용해서 착한 척 하고 싶은 내 알량한 욕심도 채우고,
개들이랑 시간도 보내볼까 하는 마음이다. 
 
 
장기기증도 딱히 어떤 뜻이 있어서 한 건 아니다.
그냥 우울했던 백수 시기에, 나도 세상에 쓸모가 있는 인간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자존감을 좀 채워보려고 헌혈도 하고, 장기기증 서약도 충동적으로 했다.
장기기증 서약은 당장의 노력은 단 하나도 요하지 않기에 특히나 쉬웠다.
 
 
그런데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고 하니 엄마 아빠가 왜 굳이 그걸 하냐고 하는 거다.
그땐 저 뉴스가 나오기 전이었는데도, 죽고 나서 시신이 훼손되는 게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이후에도 장기기증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인터넷 등 여러 루트로 접하면서
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죽은 후의 육신이 건드려지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그래서 장기기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뭐, 나도 토막 살인에 유독 더 분노하게 되는 걸 보면 그런 생각에서 자유롭진 않겠지.
 
 
근데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나니
나는 더욱 장기기증 서약을 취소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장기기증에 근원적 거부감이 강해 못하겠다면
다른 사람들보다 별 거부감 없는 나라도 해야하지 않겠나 싶어서.
 
 
선행엔 별 관심이 없지만
나에게는 더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는 무언가가
다른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면 그보다 모두에게 좋은 일이 없지 않을까.
죽고 나면 내 몸은 어차피 화장장에서 고열에 태워져 가루만 남을텐데
그 몸의 어떤 장기는 더 쓸 수 있을 정도로 멀쩡해서,
병원에 누워 죽는 날만 기다리던 누군가의 삶을 살릴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살아서 좋고, 나는 죽을 때도 뿌듯하게 죽을 수 있어서 좋지 않을까.
 
 
죽으면 모든 스위치가 꺼지고 영원한 잠에 든다고 생각하는 나로써는
죽은 후의 몸이라는 것은 오래 입다가 입지 못하게 되어 버리는 옷과 별 다를 게 없으니,
그 옷이 꼭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가져다 쓴다면 좋을 것 같다.
 
 
내가 장기기증 서약을 했어도,
죽기 전에 장기기증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 진짜 하게될 때는 가족들의 동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가족들의 의사가 중요하겠지만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가족들이 내 죽음에 대해서만 슬퍼하기를 바란다.
어차피 죽을 몸에 칼 좀 대는 것에 너무 가슴 아파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뉴스에 나온 아버지가 당한 일이 별일 아니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나도 내 가족이 내 결정 탓에 저런 대우를 받게되는 것을 상상하면 정말 괴롭지만
이제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시스템이 개선되었다고 하니,
남은 가족들에게 큰 상처가 될만한 다른 어떤 과정이 있는 게 아니라면
내가 죽으면, 만약 그럴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내 장기는 누군가의 삶을 살리는 데 쓰였으면 좋겠다.
 
 
저 글이 주기적으로 돌아서
장기기증에 관심있던 사람들을 기증에서 더 멀어지게 하지 않을까 걱정되는데
그런 일이 더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는 장기기증자에 대한 대우를 더욱 개선하고 시스템을 정비하고 또 그 사실을 알리고
(개인적으로는 장례비 지원 같은 실질적인 지원도 누군가에게는 필요하겠지만, 꼭 그렇게 돈으로 대우하기 보다는 유가족이 정말 좋은 일을 한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시스템이 더 개선되었으면 한다.)
관련 기관에서는 장기기증으로 인해 건강한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의 개별적 사연을 널리 퍼뜨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장기기증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살다보면 나나 내 가족의 병 때문에
누군가의 장기기증을 절실하게 바랄 날이 올지도 모르니
그런 날을 생각해서라도
장기기증에 대해 너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지는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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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를 보았다
오랜만에 무서운 영화 좀 보고 싶어서 갔는데
무서운 영화 못 보는 개쫄보임에도 불구하고
안 무서웠다

이 영화의 단점

첫번째,
요즘 영화들은 왜 이렇게 설명을 해댈까?
관객한테 말 거는 셀프 나레이션 형식은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나 빅쇼트나 데드풀 같은 헐리웃 영화에서 많이 쓰던 건데
거기서는 가벼운 바이브를 강조하기 위해
또는 보여줄 수 없는 전문적인 내용을 짧은 시간에 담아야할 때(예. 빅쇼트의 마고 로비 욕조씬) 제한적으로 쓰였다면

그게 한국으로 물 건너 오니까
그냥 설명충밖에 안됨...

전우치도 아니고
공포영화에서 왜 시작부터 나는 지관 누구누구다
무당 누구누구다
TMI를 늘어놓으며 자기소개들을 하고 있는 거냐

도입부에서만 그러면 몰라
결정적인 클라이막스 장면에서도
물은 어쩌고 저쩌고ㅋㅋㅋ
거참 말많네 소리가 절로 나옴

그냥 그 순간엔 나레이션 없이 장면에 몰입할 수 있게 가면 안되는 건가
보는 사람들이 보다가 알아서 깨닫게 했으면 좋았을텐데

제발 대사로 구구절절 설명하는 트렌드 좀 바뀌었으면 함 그게 난 감독한테 무한 자유 주는 넷플이나 ott 영화들 특징인 줄 알았는데 그냥 요즘 영화들 특징인가봐

이것도 나중에 한국 영화사에 사조로서 정리될까 싶을 정도다
2020년대 = 스마트폰의 등장과 숏폼 영상의 난립으로
대중의 문해력이 떨어지면서
구구절절 설명하는 설명충 영화들이 대거 출현한 시대?

두번째 단점,
사실 설명충은 부차적인 문제다
그보다 더 문제인 건 감독이 쫄보라는 거다
아님 관객이 많이 들길 원해서 일부러 안 맵게 만든 건가?
분명 더 끌고나갈 수 있는 서스펜스를 좀 무서울라 치면 끊어버리고 무서울라 치면 끊어버린다

일본 무사 아저씨한테 무서움을 몰빵하지말지
그 아저씨 안 무서워
그 미국 가족이 미스테리하니 무섭던데 의뢰인이나 하다못해 고모라도 끝까지 끌고 나갔으면 어땠을까 싶고
일본 무사랑은 별개로 고모를 제2의 무서운 요소로 활용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아쉬웠음
의뢰인이나 고모가 낯설어서 더 무서웠는데 말야
나 같으면 의뢰인이나 고모 빙의된 티 안 나게 빙의 시켜서 남의 무덤에 뭐하는 짓이냐고 주인공들 방해하게 시킴

공포는 저 등장인물이 뭔 짓을 할지, 왜 저러는지 모를 때 느껴지는 건데 여기는 그냥 등장인물의 행동이 헐리웃 상업 영화처럼 모두 예상 가능하게 찹찹 돌아감
그래서 작정하고 무서운 장면을 때려 넣어도 안 무서움

물론 장점도 있다
의뢰인 호텔에서 최민식 전화받는 장면은 꽤 재밌었고(클리셰지만 이 영화 최고의 서스펜스)
무당, 음양사, 일본 이미지 등 무서운 거 다 때려넣으려는 이미지적 시도도 괜찮았음
그 오리엔탈리즘 때문에 서양에서 좀 먹힐 것 같음
저런 거 처음 보는 서양 사람들 환장하겠드라
세계 시장을 의식했는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죄 없는 닭도 살려주고 말야

하지만
세번째 단점
최민식의 대사 “우리 손주들이 살아갈 땅인데”...
이거는 좀...좀 그랬어요 감독님...
아무리 노노재팬 영화라지만...ㅋ 넘 촌스럽자나요ㅠㅠ
최민식이 그렇게 행동하는 동기 좀 잘 쌓아주지...손주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우손땅’은 너무 성의 없었음
차라리 지관으로서 평생 느껴왔던 찝찝함이 있다든지 뭐라도 빌드업을 넣어줬음 됐을것을ㅠ
하 그러고 보니 이것도 설명충이라 문젠거네

감독님들...우리 주제는 대사로 말하지 말고 장면으로 보여주기로 해요...약속🤙🏻

하여튼
총평
무당이고 음양사고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거 다 때려 넣었는데 이렇게 안 무서울 수가 있나 싶은 영화였다
소재부터 배우까지
맛있는 전으로 전찌개 끓여버리심
곡성 기대하고 갔는데 고스트버스터즈 보고 옴ㅠㅡㅠ

여러모로 아쉬웠다악
감독님 기본기 충분하고 소재 선정 만점인데
다음부터는 나홍진 감독한테 청양고추 좀 얻어오시길
더 맵게 좀 만들어주세여
역시 한국 공포 영화는 곡성이 최고여

구더기보다 먼저 꼬이는 게 좌파임

https://www.joongang.co.kr/amparticle/25217924

조국, 배우 이선균 사망에 "남일 같지 않다…분노 치밀어" | 중앙일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27일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오던 배우 이선균씨가 숨진 것과 관련해 "남 일 같지 않다. 조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검경의 수사를 받다가 자살을 선택

www.joongang.co.kr

구 민주당 지지자로서
검찰 욕하느라 매번 범죄자들이랑 편먹는 민주당이 웃기기도 하고 어이 없기도 하고ㅋㅋㅋ (제보자X 요즘 뭐하신대?ㅋㅋㅋ)

암튼 여러분 죽지 마세요
죽어봤자 남의 삶에 이용될 뿐입니다
악착같이 살아남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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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이웃님의 블로그에서 본 풍물시장에 놀러가보았다

풍물시장과 동묘시장이 가까워서 동묘시장에도 함께 가봄


추억의 성냥들
한때는 공짜 판촉물이었던 성냥이
레트로 감성으로 1개 2천원에 팔리고 있음


누에그라
ㅋㅋㅋㅋㅋ

더 직설적인 문구로 정력제와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노점도 있었으나 차마 너무 민망해 찍지 못했다
(오빠 어떻게~~가 기억에 남음)


이 시장엔 서서 막걸리 마시는 집이 있었음
막걸리 1잔에 1,500원
다음엔 나도 저기 껴서 막걸리 한 잔 먹고 싶다ㅋㅋ

동묘시장 구경 재미있게 하고
이웃님 블로그에서 본 풍물시장에 가서
이웃님이 자주 사신다는 호돌이 뱃지를 따라샀다


테니스/역도/레슬링 호돌이를 샀다


1988 서울 올림픽과
2018 평창 올림픽의 만남

항상 느끼지만
옛날 디자인이 더 디테일하고 성의있다
엘지트윈스 로고도 그렇고...

호돌이와 수호랑 둘 중에선 호돌이 완승


나혼자산다 김대호가 먹은
창신동 매운족발 먹고 돌아왔다


강북 갬성
화가 느껴지는 손글씨
난 이게 좋음
뭔가 사람 냄새난다 해야하나ㅋㅋ
이거 보자마자 남친이 니가 좋아할 거라고ㅋㅋㅋ
내 취향을 아는구나

똥개 개씩끼들이 담배 연기를 싫어하니
담배 피지 마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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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쌤은 싫어하지만 난 좋아하는 십이지신도
색 조합이 맘에 듦
내가 뱀띠라 뱀을 그려보았다


샴페인 챙겨온 고마운 친구 H와
노량진에서 회 먹은 날
가끔 보지만 만날 때마다 반갑고 맘 편해지는 친구


결혼하는 커플에게 청첩장 받으러 만났다
어복쟁반과 냉면을 사준 먹잘알 그녀❤️
서울에서 제일 맛있는 돼지곱창집 사장님이시기도 하다
후식은 세젤맛 아이스크림 젠제로


남자친구와 이것저것 먹으러도 다녔다


엄마네 논
잘 자란 벼


인간이 먹기위해 농사지은 건지
벌레들 주려고 농사지은 건지ㅋ
아주 야무지게도 먹었다
무농약 농사의 현실입니다


허수아비의 반대말은?







(생각하세요)








허수어미라고 생각한 당신! : 문과
실수아비라고 생각한 당신! : 이과
이 새키 뭐라는 거야 : 정상인

새들이 이런 허수아비에 속는다는 게 참 놀랍다


가지하면 옛날에 유희열이 라디오에서
지는 가지 안먹는다고, 비주얼 때문에(음흉하게 웃으며)
라고 한 말이 생각나는데...

그 말에 걸맞는 대왕가지를 발견했다
왕가지...! (오타나면 큰일남)
뭔 방망이인줄 알았어 뭐 저렇게 컸냐


오랜만에 양주 장욱진 미술관에 갔다
예전에 엄마가 가보재서 엄마아빠랑 갔었는데
그때 참 좋아서 남친이랑 또 와보았다

안에서 사진을 못찍게 돼있어서 사진은 없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사진찍기가 우리의 순간을 너무 많이 앗아가고 있다
얼마 전에 친구와 콘서트에 다녀왔는데
스탠딩석에서 내내 콘서트 영상,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들 때문에 몰입할 수가 없었다
다시는 스탠딩석에 가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사진찍기로부터 자유롭지 않아서
순간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진 금지 방침이 좋다


바로 옆에 생긴 민복진 미술관
장욱진 미술관 표로 여기도 볼 수 있대서 구경했다
여기는 사진 찍어도 되었음
그래서 사진찍기 중독자인 나는 또 사진을 찍었다


추석에 갔는데 추석 조각이 있었다
마음에 들었다
캐릭터스러워서 ㅎㅎ


민복진이랑 전뢰진 두 작가는 홍대 미대 대학 동기인데
대학 때부터 호호 할아버지들이 돼서까지 친하게 지낸 모양이었다

친구 사이에
민복진이 나를 쫓아다녔고
나도 민복진을 쫓아다녔어

라는 표현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마음에 들었다

소주를 좋아하던 친구가 먼저 가서 쓸쓸한 전뢰진 작가

우리는 나이가 들면 주위 사람들의 죽음에 익숙해질 거라 생각하지만 나이든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


어느 날은
올림픽 공원에 가서 노란 코스모스를 구경했다


그리고 서울숲에선 뵈르뵈르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별로였다


친구 남자친구분이
집에 초대하여 요리를 해주셨다
요리 솜씨랑 정성 진짜 대박

저 스테이크는 수비드하셨다고 하는데
진짜 인생 고기였다 식어도 맛있는 맛
수비드 기계 사고 싶어지는 맛

사진엔 없지만 샹그리아도 전날 미리 담가서 내주셨다
정말 정말 맛있었다!!!

나중에 꼭 집들이에 초대할게요
(그때까지 제 친구와 사귀고 계신다면)


어느 일요일엔 낮부터 갈치조림집에서 전국노래자랑을 보며 갈치조림을 먹었더랬다

저 갈치조림집은 어느날 갈치조림을 먹고 싶어서 네이버 지도를 뒤져 찾은 동네 식당인데
주말 낮부터 줄을 서는, 나름 어른들은 다 아는 맛집이다

갈치조림 너무 맛있었다


혼자 가을 패션을 하고 나가


바지락 칼국수도 먹고
카페 가서 책도 읽다가


핑크 뮬리 구경하며 자전거도 타고 왔다


세금으로 부른 아도이
공연 진짜 좋았다 무료라 더 좋았다
은근 공연 라인업 잘짜는 공무원들...
할머니들이 아도이 노래에 맞춰 춤추시는 모습 잊히지 않는다ㅋㅋㅋ


아도이 보고 간만에 제일 좋아하는 술집


고구마 사서 인터넷 레시피대로 구워먹음
꿀이 흐름


친구 Y의 추천 레시피
에프에 홈런볼 구워먹기
굳...💓


어느날 헌옷수거함 위에서
마멜과 쿠로미를 만난것이여요
깨끗이 세탁 후 조카 왔을 때 주니까
마멜 전신 인형만 갖고 싶대서 주고
쿠로미와 마멜 대가리는 마멜 좋아하시는 친구 동료께 나눔~


세계 불꽃 축제도 봤었다
멋졌다 엄청 엄청!
폴란드 팀 불꽃을 못봐 아쉬웠지만 ㅎㅎ



언니랑 시즌 마지막날 전날 야구장 갔다
이날 짐 으악


라멘 ~


키위새
소년


단풍 보러 멀리갈 필요가 없다
아파트 단풍 멋짐


하지만 보러갔습니다
과천 서울대공원


호랑이가 제일 멋있다
그래서 오래 구경하며 영상도 찍고 사진도 열심히 찍었다
30개월 조카에게 호랑이 영상 보여주니까
무서워하며 숨었다
인간의 본능이란


어느날은 골뱅이탕을 먹고 싶단 계시를 받아
또 네이버 뒤져 찾아낸 동네 골뱅이집

너무 만족스러워서
간만에 취해버렸다
남친 미안


띠부띠부씰 앨범 사서 채워넣음
뿌듯해서 자꾸 펼쳐보게 됨
ㅋㅋㅋㅋㅋ


한신 결승전 보면서
타이거즈 팬의 만감교차하는 표정에 울컥했다
우리도 우승할 수 있을까 하면서
그리고 그 꿈이 곧 이루어지는데...
(다다음 글은 엘지 트윈스 우승 특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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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 개소리가 눈에 거슬렸다
기자들이 범죄자 뉴스를 많이 써대니
기자들에게 범죄자 서사에 너무 집중하지 말라고 시작된 의도는 잘 알겠다
흥미 본위의 범죄자 뉴스는 자극적인 오락거리였을 뿐 별 기능이 없었던 것도 맞다

하지만 저 말이 어느새 변질돼서 창작물에서도 악인의 서사를 넣지 말라는 개소리들이 팽배해진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던 차에 찾은 반가운 글

[장강명의 사는 게 뭐길래] 惡人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 그 주장은 위험하다

장강명의 사는 게 뭐길래 惡人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 그 주장은 위험하다 선정적인 범죄 보도 물론 피해야 하지만 세상에 무조건은 없어 聖戰 외친 인종 학살, 자신만 정의고 상대는 서사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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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첫째 부조리는 ‘서사 없이 어떤 인간이 악인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인간은 세계를 서사로 이해하는 동물이며, 서사 정보 없이 도덕적 판단은 불가능하다.

(중략)

둘째 부조리로 이어진다. 인류사에는 한 개인의 광증이나 직업 범죄자의 탐욕에서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거대한 악행이 있어 왔다. 성전(聖戰)이라고 하는 끔찍한 집단 학살을 저지른 자들은 예외 없이 자신들이 정의를 수행한다고 여겼다. 상대를 악인으로 묘사하는 얄팍한 서사를 굳게 믿었기에, 그 이상의 서사를 들으려 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악인을 처단하기 위해 악행을 반복하는 지독한 아이러니는 작은 규모로도 흔히 일어난다.

- 본문 중



음 공감된다

여기에 더해보자면

악인의 서사를 알면, 즉 악인이 악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알면 악인의 탄생을 줄이거나, 악인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악인의 서사를 다뤄야할 필요가 있다

물론 악인은 타고나는 것일 수도 있다. 같은 집 같은 환경에서 자랐지만 유영철은 연쇄 살인범이 되었고, 유영철의 누나는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다.

하지만 악인이 악인이 되는 것이 100% 유전자의 결과, 운명에 따른 결과라는 증거가 없는 이상 악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악이 발현되지 않도록 다함께 노력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것이 우리가 사회를 만들고 교육이라는 것을 하는 목적 중 하나가 아닐까

악인의 서사를 알아야하는 이유는 악인을 동정하거나 악인에게 공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악한 행동을 하는 이유, 기전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그러면 전문가들만 악인의 서사를 알아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인이 악인의 서사를 알고 어떤 인간이 어떤 상황에서 악한 일을 행하는지를 안다면 사전에 악인과 거리를 두고 피해를 입는 상황을 피하거나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피해자의 마음이 다칠까봐’ 현실 범죄자의 서사를 다루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일견 타당할 지 모르나(나는 이같은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지만)

그것이 창작물 속에서 악인의 서사를 빼야하는 이유는 될 수 없다

우리는 악인에 대해 더 잘 알아야 한다

장강명 작가의 말대로 선과 악을 절대화하지 않기 위해서도 그렇다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그어살'을 보았다. 보기 전엔 너무 나쁜 평이 많아서 별로 볼 생각이 없었는데, 지브리를 워낙 좋아하는 남자친구가 보자고 해서 보고 왔다.
 
지브리 영화 중에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만 봤을 정도로 별 관심이 없었는데, 남자친구를 만나고 나서 남자친구의 강력 추천으로 '마녀 배달부 키키'와 '추억은 방울방울', '바다가 들린다' 를 봤다. 그리고 나서 이번 영화를 보게 되었다.
 
지브리나 미야자키 하야오는 물론 이 영화에 대해서도 사전 지식 거의 없이 영화를 봤더니 초반부는 독립 영화를 보는 느낌으로 볼 수 있었다. 다음에 대체 무슨 장면이 나올지 모를 두근거림+무서움이랄까? 헐리웃 애니메이션은 앞 10분만 봐도 뒷 내용을 대략적으로 예상할 수 있고 그래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도저히 그런 분위기가 아니어서 대체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을 할 수 없었고, 그래서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중반부터는 '이게 뭐지?'하는 마음으로 물음표를 띄우면서 봤다. 전개에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았고, 이야기를 계속 확장시키기만 하고 시간이 지나도 주워담지를 않아서 이걸 대체 어떻게 마무리할 건가 궁금해졌다. 결말에서는 급하게 주워담긴 했는데 뭔가 찜찜한 느낌으로 끝을 맺었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본 직후엔 별로였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같이 본 남자친구와 대화를 나눌 수록 흥미로운 지점이 많았다. 영화에 대한 평가가 바뀌지는 않았지만 대화를 나누고 의미와 해석을 찾아볼수록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내가 생각한 이 영화의 주제는 '인생에는 원래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있다, 그래도 그게 인생이니까 살아라' 였다.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의 주제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긍정적인 느낌의 '소울'과는 달리 뭔가 체념의 정서가 더 느껴졌다. 소울은 '누구나 인생에는 그 사람만의 의미가 있답니다!' 하는 밝고 따뜻한 느낌으로 주제를 전달한다면, 그어살은 '원래 인생은 좆같다...그래도 살자ㅎㅎ' 이런 느낌이랄까? 
 
내 생각에 이 체념의 정서는 일본 특유의 정서다. 우리 나라도 70년 전에 전쟁을 겪었고 우린 심지어 가만히 있다가 공격을 당했는데도 그 전쟁에 대해서 별다른 피해 의식을 가지거나 체념의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일본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전쟁에서 지지 않았고, 일본은 졌기 때문일까? 자기들이 뭐라도 될 줄 알고 나대다가 핵폭탄 두 방 맞은 게 너무 충격이었나? 핵폭탄을 맞고 나니 '아~ 인간이 아무리 잘났다고 나대봤자 좆되는 건 한 순간이구나'라는 게 학습된걸까?
 
내가 이렇게 말하니까 남자친구가 일본은 전쟁 전에도 그랬을 것 같다고 했다. 어릴 때 '먼 나라 이웃 나라'에서 일본은 섬나라라서 서로 싫어도 평화롭게 비위 맞추며 지내야 하는 '와(和)' 문화가  발달됐다고 들었는데 그것과도 관련이 있는듯.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어도 갈아 엎어서 해결하기 보다는 그냥 '내가 참지 뭐' 하는 체념의 마음이 배어 있고, 이 영화에서도 묘하게 그런 정서가 느껴졌다.
 
영화의 배경은 태평양 전쟁 시기고, 주인공의 아빠도 군수공장을 운영하는 등 영화에서는 전쟁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그래서 이 영화를 납작하게 보는 사람들은 '전쟁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고 욕하는 경우도 많이 보였다. 동의하지 않는다. 그건 너무 민족주의적이고 왜곡된 시각으로 이 영화를 바라보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민족주의자 보다는 계급주의자에 가까운 사람이어서 그런지 일본의 평범한 사람들이 전쟁으로부터 받은 피해를 말하고, 전쟁을 끔찍하게 여기는 것이 왜 '피해자 코스프레'라고 욕먹는지 잘 모르겠다. 주인공과 같은 사람은 전쟁에 대한 선택권이 없었는데, 전쟁으로 인해 엄마를 잃은 피해자가 맞잖아?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 말고 평범하게 그 시대를 살던, 전쟁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들은 일본인일지라도 전쟁의 피해자가 맞지 않나? 우리 나라와 같은 식민지 사람들이 더 큰 피해를 봤다고 해서 일본의 전쟁 피해자들이 피해자가 아닌 건 아니다. 새파란색이 있다고 해서 덜 파란색이 파란색이 아닌 건 아니니까. (그리고 가족을 잃은 건 누구에게나 새파란 일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전쟁과 군국주의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보여준다. 주인공의 아빠는 전쟁으로 아내를 잃고도 아내의 동생과 재혼하는 부도덕한 남자인데, 군수공장을 운영한다. 아내를 죽인 전쟁을 이용해 돈을 버는 그 모순이 인간의 삶이구나 싶기도 하고, 생존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게 올바른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하여튼 이 아빠는 좋은 사람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는 물질만능주의적인 사람, 타인의 내면을 보지 못하고 표면적인 것만 보고 속단해버리는  어리석은 사람으로 그려진다.
 
직접적으로 전쟁, 군국주의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드러나는 장면은 아빠 공장에서 생산된 전투기 캐노피들을 집에 가져와 늘어놓는 장면이다. 처음에는 전투기 캐노피를 보고 '저게 뭐지? 관인가?' 했을 정도로 캐노피는 흡사 관처럼 보이고, 수십 개의 캐노피가 쭉 늘어선 모습은 공동묘지처럼 보인다. 일본의 전투기하면 누구나 카미카제를 떠올릴테니,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줄 수 있는 이보다 더 직접적인 전쟁 비판, 군국주의 비판이 있을까.
 
주인공의 아빠가 처제와 재혼한 설정 또한 욕을 많이 먹는다. 이것 또한 매우 얄팍한 감상이라고 느껴졌다. 언젠가부터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컨텐츠에 너무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믿고, 컨텐츠를 검열하기 시작했다. 마치 아동용 컨텐츠처럼 컨텐츠의 주인공은 도덕적이어야 하고, 흠결이 있더라도 치명적인 것이어서는 안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오로지 단죄받고 공격받고 처벌받아야 한다고 믿는듯 하다. 이러한 생각과 연결되는 것이 바로 '악인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말라'는 요즘 유행하는 같잖은 소리다. 유튜브나 웹툰의 '참교육' 서사가 인기있는 것도 비슷한 유행이다.  사람들이 점점 더 생각하기를 멈추고 멍청해지기를 선택하고 있다.
 
창작물에 나오는 사람들이 모두 도덕적일 필요는 없다. 실제 세상의 사람들이 모두 도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아빠가 처제와 재혼했다면 '어떻게 주인공의 아빠를 처제와 재혼시킬수가!!'라고 납작하게 비난하기 보다 '왜 굳이 주인공의 아빠를 처제와 재혼하는 설정을 넣었지?'하는 생각을 가지고 영화를 봐야 한다. 만약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 불필요한 설정을 넣었네'하면 그만이지 '어떻게 처제와 재혼하는 남자가 나오는 영화를 보나요!!!'라고 목소리 높일 필요가 없다. 사람들은 처제와 재혼하는 남자가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보았다고 처제와의 재혼을 꿈꿀 정도로 멍청하지 않다.
 
아무튼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해석을 찾아볼수록 이 영화가 꽤 재미있게 느껴진다. 탑의 세계를 지브리로 본 해석이 가장 흥미로웠다. 그렇다고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영화냐 하면 그렇진 않은데(상당히 불친절함) 그래도 간만에 불친절해서 재미있는 영화였다. 지브리 영화를 다 본 지브리 팬 남자친구는 자기가 좋아하는 곤 사토시 작품 같은 옛날 일본 애니메이션 느낌이 나서 좋았다고 했다. 결국 남친이나 나나 어려워서 좋았단 얘기 같다. 서사가 납작한 시대에 입체적이라 흥미로운 영화였다. 다음은 더욱 입체적일 것이 기대되는 'CINEMA' 감독 마틴 스콜세지의 '플라워 킬링 문'을 보고 오겠음.

 
며칠간 하루 2만보씩 걸으며 쌓인 여독을 풀 겸
토시마엔 니와노유라는 도쿄 안에 있는 온천에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히가시 나카노 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타야 했는데,
갈아탈 지하철 회사가 달라서
아예 바깥에 나갔다가 지하철을 다시 타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온천은 야간개장 표가 쌌는데, 야간개장 시간까지 시간이 남아서 히가시 나카노역 근처 카페에 가보았다.

'Louvre' 라는 아주 오래된 카페 겸 빵집이었다.
노부부가 운영하시고, 빵 값이 무척 쌌다.

애플파이가 하나에 77엔이었다. 음료수는 싸지 않았다.
애플파이를 하나 사고, 일본 여행이니만큼
한국에서 흔치 않은 초콜릿 파르페와 메론 소다를 시켰다.

흡연 천국 일본.
옛날 가게여서인지 안에서 담배를 펴도 됐다.

안에는 동네 할머니들이 많았다.
혼자 온 여자 둘도 있었다. 둘은 담배를 피며 커피를 마셨다.

뭔가 실내 흡연도 흔치 않은 경험 같아서
흡연자인 남친에게 담배를 피라고 했다.
남친은 담배를 피면서 참 좋아했다.
꼭 담배를 필 수 있어서는 아니겠지만
우연히 들어간 이곳이 여행 중 제일 마음에 드는 장소라고 했다.

나도 한국에는 남아있지 않은 느낌의 가게여서 흥미로웠다.
구글 맵 후기를 보니 일본에서도 헤이세이 시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레트로 감성으로 찾는 것 같았다.

가게에서 여의도에 있는 아주 오래된 건물들 느낌이 났다.
여행이니까 가게에 담배 쩐내가 밴 느낌도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실내 흡연이 허용되던 옛날 옛적 추억이 떠오르던 곳.
나갈 때는 성냥을 주셨다. 이것도 오랜만.
 

 
온천 도착.
좀 큰 목욕탕인데,
혼성 탕이 있어서 찾아간 곳.

안에도 탕이 있고, 바깥 노천탕도 꽤 커서 좋았다.

여탕에도 실내에도 탕이 있고, 노천탕도 따로 있었다.

평일 저녁이어서인지 사람이 많지 않고 한적했다.
재미있었던 건 카운터에서 자전거 타고 왔냐고 물어봤던 것.
근처에 자전거 주차장이 있는데,
온천을 이용하면 자전거 주차권을 줌. ㅋㅋㅋ
 

 
여러 기념품도 팔고
 

 
휴식 공간도 있었다.
 

 
목욕이 주제인, 재미있어 보이는 만화책이 비치돼있어서 찍음.
옆 포스터는 아마 지하철역에서 찍은 듯한데, 공공 포스터치고 캐릭터가 너무 귀여워서 찍었다. 멧돼지찡 넘 귀여버용...
 

 
우리나라 찜질방 식당처럼 여기서도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텐동, 가츠동, 잭 다니엘 하이볼, 생맥주까지. 다 그럭저럭.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앞 지브리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모티브로 한 시계.
정해진 시각에 움직이면서 인형들 나온다는데...시간 못 맞춰서 못 봄. ㅎㅎ
 

 
숙소 앞 건물이 닛테레라는 일본 방송국 본사였는데
아침이고 밤이고 안쪽까지 훤히 보여서
일본 회사 풍경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남친은 층마다 흡연실이 있는 걸 제일 부러워했다.

역시 여기도 방송국이어서인지,
월요일 밤을 넘어 화요일 새벽까지 열심히 회의하고 일하더라.
 

 
이전 글에 빼먹었던 첫날 저녁 야식.
첫날 저녁에 너무 피곤해서 숙소 일찍 들어와서 쉬었는데,
출출해서 우버이츠를 깔아서
긴타코라는 체인점에서 타코야키랑 가라아게를 시켜먹었다.
편의점에서 산 아사히와 함께.

맛은...그냥 그랬다. ㅎㅎㅎ
 

 
다음 날은 디즈니씨에 갔다.
돈 내고 우선 입장 티켓 다 사고ㅎㅎ
40주년 기념 무료 우선 입장 티켓도 나눠줘서 
잘 활용해서 오래 기다리지 않고 이것 저것 많이 타고 왔다.

센터 오브 더 어스, 해저 2만리, 아쿠아토피아, 레이징 스피리츠, 타워 오브 테러, 자스민의 플라잉카펫, 매직램프 시어터
이렇게 탄듯.

놀이 기구는 다 별로 무섭지도 않고 시시했다.
‘레이징 스피리츠'만 추천. ㅋㅋㅋ

근데 디즈니씨 메인은 이게 아니었으니...

 
메인은 바로 밤 퍼레이드였다.

이거 우선 입장 티켓이 앞쪽에서 볼 수 있는 티켓인데,
다른 티켓보다 비싸고 '어차피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거 아냐?' 싶어서 이건 안 샀는데...
이게 제일 돈값하는 거였다.

90년대 디즈니 만화동산 보던 기억에 아는 노래 다 나오고
너무 감동적으로 잘 짜여져 있어서 나중에 나도 모르게 눈물남...

하루종일 덥고 다리 아프고 놀이기구는 기대보다 너무 재미 없어서 힘들었는데
이 공연 하나만으로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디즈니씨에서 잘 놀았다.
 

 
너덜너덜해진 다리를 끌고
나가서 저녁 먹어야지 하고 구글 맵을 슥슥 찾는데 늦은 시간이라 연 식당이 많지 않은 가운데
숙소 근처에 별점 높은 우동집이 있었다.
일본 와서 우동 먹은 적이 없는 것 같아 가보았다.
 

 
숙소 근처인데도 며칠 동안 이쪽으론 안 와봤는데, 번화가였다.
 

 
우동 오니얀마
밤 9시가 넘은 시각이었는데도 직장인 아저씨들이 우동집 앞에서 티켓을 뽑고 있었음.
자판기에서 티켓 뽑아서 내면 주는 시스템.
 

 
방금 디즈니씨 다녀온 다리로 서서 먹는 식당에 온 우리. ㅋㅋㅋ
다른 집 찾느라 돌아다니는 게 더 싫으니까
빨리 먹고 들어가기로 함.

우리나라 24시간 기계우동, 짜장집 느낌이랄까?
조용하고 혼자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가격도 싸고, 거의 모든 게 셀프.
확실히 현지 느낌이 나서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시킨 냉우동. 두 그릇에 1300엔. 
와 근데 위에 얹어진 오뎅 튀김, 닭튀김도 맛있고
면이...면이 미쳤음.

이 집 냉장고 보니 우동 면 반죽이 잔뜩 숙성 중이던데
넘 탱글탱글하고 맛있었다.
일본은 역시 우동에 진심이구만...!
 

 
도쿄에서의 마지막 밤이라 뭔가 아쉬운 맘에 숙소에서 야식!
크래프트 스파이시 소다는 대체 뭔 맛일까 하고 도전해봤는데
진짜 말 그대로 매운 술이었음ㅎㅎㅎㅎㅎㅎㅎㅎ 워후 노맛

마지막 날 아침에는 돈키호테 쇼핑을 하고
오모테산도에 갔다.
포터 가방도 구경하고 오니츠카 타이거 운동화도 샀다.
점심을 먹으러 돈카츠 마이센이라는 유명 맛집에 갔다.
 

 
진짜 맛있고 친절했음.
밥도 무한 리필됨.
우리 사진도 찍어주심.
돈카츠 마이센 굴튀김 잊지 못할거야...!
 

 
그리고 이전 편에서 빼먹은 사진들.

어디서나 볼 수 있던 오타니.
오타니 보유국 인정합니다.
우린 손흥민 보유국이니까 괜찮아. ㅎㅎ
 

 
언제나 푸딩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음.
 

 
한적했던 공원.
 
그리고 마지막 우여곡절.

나리타 공항에 출발 2시간 반전에 도착하도록 출발했는데
공항 가는 기차가 여러 번 연착되다 못해 아예 취소돼버렸다.

진짜 황당했는데...중간 중간 사람들한테 물어봤었는데
역무원도 다른 일본 분도 기다리라고 올 거라고 해서
기차를 내내 기다리다가
그날 거기서 공항 가는 기차가 다 취소돼버렸다.

어느새 타려던 기차 말고 다른 기차를 타면
시간 내에 공항에 도착 못할 시간이 돼있었다.
 
완전 멘붕됐는데 멘탈 부여잡고,
일단 지하철을 탄 다음에
공항까지 가장 빠르게 갈 방법을 검색해댔다.

아사쿠사가 유명한 역이니 거기 뭐라도 있을 것 같아서
거기서 공항 가는 법을 검색해보니
스카이라이너라는 쾌속 열차가 있었다.

짐은 부쳐야 태워줄 것 같아서
짐 부치는 거 마감 시간이 언젠지 보니까
출발 50분 전까지 도착해야 했음.

아사쿠사역에서 내려서 엄청 뛰어서
가장 먼저 오는 스카이라이너를 잡아 탄 우리의 공항 예상 도착 시간은 비행기 출발 65분 전. 

15분 안에 스카이라이너에서 체크인 카운터까지 갈 수 있을까, 초행길인데 가능할까 걱정되고
남친은 그냥 마음 편하게 비행기를 취소하고 다음 거 끊자고도 제안했는데 내가 우겨서 일단 도전해보기로 했다.

스카이라이너 내리는 곳 앞에 미리 서있다가, 나부터 일단 뛰고 남친은 캐리어 2개 끌고 뛰어서 따라왔다.

다행히 나리타 공항이 넓지 않아서,
미친듯이 뛰어서 한 5분만에 카운터에 도착함.
비행기 출발 1시간 전, 카운터 닫히기 10분 전 도착...ㅋㅋㅋ
이게 되네...?

항공사 직원분한테 늦었다고 주저리거리며
막 와서 숨차 하고 있으니 웃으시면서
"이제 괜찮아요" 하시는데 진짜 긴장 다풀림...

지난 일이라 좀 귀찮아서 대충 썼는데
진짜 최근 몇 년 동안 제일 쫄렸던 순간이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비행기를 안 놓치고 탈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일본을 잘 아는 언니랑 친구한테 이 얘기 했더
아마 자살사고 나서 기차가 다 취소된 걸 거라고...

일본은 자살사고가 많아서 기차가 자주 연착되고
취소된다고 했다.

휴 임기응변으로 아사쿠사까지 가서 거기서 또 스카이라이너 잡아타는 법을 알아내 시간 내에 공항 도착한 건 기적이었다.

그 스카이라이너가 우리가 비행기 안 놓칠 수 있는
마지막 스카이라이너였음...ㅠㅠ

아사쿠사역에서 '어쩌지? 이게 되나? 포기해야 하나?'하며 머뭇거릴 때 일단 가보자고 해준 남친 감사. ㅎㅎ
 

 
그래도 그와중에 면세점에서 부모님 드릴 닷사이23은 사왔다는 해피엔딩.

즐겁고 다사다난했던 도쿄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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