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작년 시월에 했지만
남편의 집 문제로 인해 남편과 같이 산지는 두 달 밖에 되지 않았다.

보통 신혼 초에는 습관도, 생활 방식도 달라 크고 작게 많이 싸운다는데, 우리는 연애를 5년 넘게 하고 결혼해서인지 딱히 그런 면에선 부딪히지 않는다.

단지 남편이 집안일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두어 번 잔소리를 하고 언성이 높아지는 순간이 조금 있었지만, 그후로 남편이 집안일을 알아서 잘 해주고 있어 이런 부딪힘 마저도 거의 사라졌다.

나는 남편과 살아보는 것도 처음이지만 부모님과 따로 살아보는 것도 처음이다.

살면서 느끼는 건 혼자 살아보지 않길 잘했다는 거다. 내 성격상 끝없이 게으르고 무기력해졌을 것 같다. 아마 외로움도 많이 탔을 거다.

그리고 남편과 사는 생활이 꽤 만족스럽다. 굳이 약속을 잡지 않아도 같이 맛있는 저녁을 먹고, 산책하고 싶을 땐 산책을 하고, 어디든 놀러가고 싶을 땐 놀러갈 수 있는 가장 친하고 편한 친구가 늘 곁에 있다는 게 큰 즐거움이다.

남편은 내가 뭘 하자고 하든 거절하는 법이 없다. 당직이 끝나고 밤 12시에 퇴근을 했어도 내가 산책을 하고 싶다고 하면 기꺼이 함께 산책을 가준다. 어떤 음식이 먹고 싶다고 하면 늘 같이 먹어준다. 야구를 보지 않으면서도 내가 저녁 내내 TV로 야구를 틀어놓고 보는 것에 불만이 없다. 자기는 관심 없는 내 그알 얘기도 꽤 잘 들어준다.

나는 과일을 잘 못 깎는다. 남편은 잘 깎는다. 그래서 사과를 먹고 싶다고 하면 친구들과 게임을 하다가도 예쁘게 깎아다 준다. 나는 음식 간을 잘 못 맞추는데 간도 잘 맞춘다. 확실히 요리는 나보다 훨씬 잘한다. 무거운 짐도 잘 들고, 재활용 쓰레기도 잘 버린다. 비위가 약한 나를 위해 음식물 쓰레기도 도맡아 버려준다. 아, 벌레도 잘 잡는다. 화장실 청소도 잘하고, 뭔가를 사다 달라는 심부름도 잘 해준다.

우리는 서로 말고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는다. 두 달 같이 살면서 남편은 다른 친구들과 약속이 한번도 없었고, 나는 딱 한 번 있었다. 친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온 건 두 번인데, 두 번 다 남편이 일할 때여서 나와 친구들만 놀았다. 둘다 술도 거의 안 마신다. 그래서 우리집은 매일이 거의 비슷하다. 그 사실이 나에게 안정감을 주고, 행복으로 다가온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진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결혼생활에 꽤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작 결혼할걸 하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 오랫동안 고민했기에 지금의 삶을 후회없이 즐거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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