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를 보았다
오랜만에 무서운 영화 좀 보고 싶어서 갔는데
무서운 영화 못 보는 개쫄보임에도 불구하고
안 무서웠다

이 영화의 단점

첫번째,
요즘 영화들은 왜 이렇게 설명을 해댈까?
관객한테 말 거는 셀프 나레이션 형식은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나 빅쇼트나 데드풀 같은 헐리웃 영화에서 많이 쓰던 건데
거기서는 가벼운 바이브를 강조하기 위해
또는 보여줄 수 없는 전문적인 내용을 짧은 시간에 담아야할 때(예. 빅쇼트의 마고 로비 욕조씬) 제한적으로 쓰였다면

그게 한국으로 물 건너 오니까
그냥 설명충밖에 안됨...

전우치도 아니고
공포영화에서 왜 시작부터 나는 지관 누구누구다
무당 누구누구다
TMI를 늘어놓으며 자기소개들을 하고 있는 거냐

도입부에서만 그러면 몰라
결정적인 클라이막스 장면에서도
물은 어쩌고 저쩌고ㅋㅋㅋ
거참 말많네 소리가 절로 나옴

그냥 그 순간엔 나레이션 없이 장면에 몰입할 수 있게 가면 안되는 건가
보는 사람들이 보다가 알아서 깨닫게 했으면 좋았을텐데

제발 대사로 구구절절 설명하는 트렌드 좀 바뀌었으면 함 그게 난 감독한테 무한 자유 주는 넷플이나 ott 영화들 특징인 줄 알았는데 그냥 요즘 영화들 특징인가봐

이것도 나중에 한국 영화사에 사조로서 정리될까 싶을 정도다
2020년대 = 스마트폰의 등장과 숏폼 영상의 난립으로
대중의 문해력이 떨어지면서
구구절절 설명하는 설명충 영화들이 대거 출현한 시대?

두번째 단점,
사실 설명충은 부차적인 문제다
그보다 더 문제인 건 감독이 쫄보라는 거다
아님 관객이 많이 들길 원해서 일부러 안 맵게 만든 건가?
분명 더 끌고나갈 수 있는 서스펜스를 좀 무서울라 치면 끊어버리고 무서울라 치면 끊어버린다

일본 무사 아저씨한테 무서움을 몰빵하지말지
그 아저씨 안 무서워
그 미국 가족이 미스테리하니 무섭던데 의뢰인이나 하다못해 고모라도 끝까지 끌고 나갔으면 어땠을까 싶고
일본 무사랑은 별개로 고모를 제2의 무서운 요소로 활용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아쉬웠음
의뢰인이나 고모가 낯설어서 더 무서웠는데 말야
나 같으면 의뢰인이나 고모 빙의된 티 안 나게 빙의 시켜서 남의 무덤에 뭐하는 짓이냐고 주인공들 방해하게 시킴

공포는 저 등장인물이 뭔 짓을 할지, 왜 저러는지 모를 때 느껴지는 건데 여기는 그냥 등장인물의 행동이 헐리웃 상업 영화처럼 모두 예상 가능하게 찹찹 돌아감
그래서 작정하고 무서운 장면을 때려 넣어도 안 무서움

물론 장점도 있다
의뢰인 호텔에서 최민식 전화받는 장면은 꽤 재밌었고(클리셰지만 이 영화 최고의 서스펜스)
무당, 음양사, 일본 이미지 등 무서운 거 다 때려넣으려는 이미지적 시도도 괜찮았음
그 오리엔탈리즘 때문에 서양에서 좀 먹힐 것 같음
저런 거 처음 보는 서양 사람들 환장하겠드라
세계 시장을 의식했는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죄 없는 닭도 살려주고 말야

하지만
세번째 단점
최민식의 대사 “우리 손주들이 살아갈 땅인데”...
이거는 좀...좀 그랬어요 감독님...
아무리 노노재팬 영화라지만...ㅋ 넘 촌스럽자나요ㅠㅠ
최민식이 그렇게 행동하는 동기 좀 잘 쌓아주지...손주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우손땅’은 너무 성의 없었음
차라리 지관으로서 평생 느껴왔던 찝찝함이 있다든지 뭐라도 빌드업을 넣어줬음 됐을것을ㅠ
하 그러고 보니 이것도 설명충이라 문젠거네

감독님들...우리 주제는 대사로 말하지 말고 장면으로 보여주기로 해요...약속🤙🏻

하여튼
총평
무당이고 음양사고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거 다 때려 넣었는데 이렇게 안 무서울 수가 있나 싶은 영화였다
소재부터 배우까지
맛있는 전으로 전찌개 끓여버리심
곡성 기대하고 갔는데 고스트버스터즈 보고 옴ㅠㅡㅠ

여러모로 아쉬웠다악
감독님 기본기 충분하고 소재 선정 만점인데
다음부터는 나홍진 감독한테 청양고추 좀 얻어오시길
더 맵게 좀 만들어주세여
역시 한국 공포 영화는 곡성이 최고여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그어살'을 보았다. 보기 전엔 너무 나쁜 평이 많아서 별로 볼 생각이 없었는데, 지브리를 워낙 좋아하는 남자친구가 보자고 해서 보고 왔다.
 
지브리 영화 중에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만 봤을 정도로 별 관심이 없었는데, 남자친구를 만나고 나서 남자친구의 강력 추천으로 '마녀 배달부 키키'와 '추억은 방울방울', '바다가 들린다' 를 봤다. 그리고 나서 이번 영화를 보게 되었다.
 
지브리나 미야자키 하야오는 물론 이 영화에 대해서도 사전 지식 거의 없이 영화를 봤더니 초반부는 독립 영화를 보는 느낌으로 볼 수 있었다. 다음에 대체 무슨 장면이 나올지 모를 두근거림+무서움이랄까? 헐리웃 애니메이션은 앞 10분만 봐도 뒷 내용을 대략적으로 예상할 수 있고 그래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도저히 그런 분위기가 아니어서 대체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을 할 수 없었고, 그래서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중반부터는 '이게 뭐지?'하는 마음으로 물음표를 띄우면서 봤다. 전개에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았고, 이야기를 계속 확장시키기만 하고 시간이 지나도 주워담지를 않아서 이걸 대체 어떻게 마무리할 건가 궁금해졌다. 결말에서는 급하게 주워담긴 했는데 뭔가 찜찜한 느낌으로 끝을 맺었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본 직후엔 별로였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같이 본 남자친구와 대화를 나눌 수록 흥미로운 지점이 많았다. 영화에 대한 평가가 바뀌지는 않았지만 대화를 나누고 의미와 해석을 찾아볼수록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내가 생각한 이 영화의 주제는 '인생에는 원래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있다, 그래도 그게 인생이니까 살아라' 였다.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의 주제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긍정적인 느낌의 '소울'과는 달리 뭔가 체념의 정서가 더 느껴졌다. 소울은 '누구나 인생에는 그 사람만의 의미가 있답니다!' 하는 밝고 따뜻한 느낌으로 주제를 전달한다면, 그어살은 '원래 인생은 좆같다...그래도 살자ㅎㅎ' 이런 느낌이랄까? 
 
내 생각에 이 체념의 정서는 일본 특유의 정서다. 우리 나라도 70년 전에 전쟁을 겪었고 우린 심지어 가만히 있다가 공격을 당했는데도 그 전쟁에 대해서 별다른 피해 의식을 가지거나 체념의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일본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전쟁에서 지지 않았고, 일본은 졌기 때문일까? 자기들이 뭐라도 될 줄 알고 나대다가 핵폭탄 두 방 맞은 게 너무 충격이었나? 핵폭탄을 맞고 나니 '아~ 인간이 아무리 잘났다고 나대봤자 좆되는 건 한 순간이구나'라는 게 학습된걸까?
 
내가 이렇게 말하니까 남자친구가 일본은 전쟁 전에도 그랬을 것 같다고 했다. 어릴 때 '먼 나라 이웃 나라'에서 일본은 섬나라라서 서로 싫어도 평화롭게 비위 맞추며 지내야 하는 '와(和)' 문화가  발달됐다고 들었는데 그것과도 관련이 있는듯.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어도 갈아 엎어서 해결하기 보다는 그냥 '내가 참지 뭐' 하는 체념의 마음이 배어 있고, 이 영화에서도 묘하게 그런 정서가 느껴졌다.
 
영화의 배경은 태평양 전쟁 시기고, 주인공의 아빠도 군수공장을 운영하는 등 영화에서는 전쟁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그래서 이 영화를 납작하게 보는 사람들은 '전쟁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고 욕하는 경우도 많이 보였다. 동의하지 않는다. 그건 너무 민족주의적이고 왜곡된 시각으로 이 영화를 바라보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민족주의자 보다는 계급주의자에 가까운 사람이어서 그런지 일본의 평범한 사람들이 전쟁으로부터 받은 피해를 말하고, 전쟁을 끔찍하게 여기는 것이 왜 '피해자 코스프레'라고 욕먹는지 잘 모르겠다. 주인공과 같은 사람은 전쟁에 대한 선택권이 없었는데, 전쟁으로 인해 엄마를 잃은 피해자가 맞잖아?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 말고 평범하게 그 시대를 살던, 전쟁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들은 일본인일지라도 전쟁의 피해자가 맞지 않나? 우리 나라와 같은 식민지 사람들이 더 큰 피해를 봤다고 해서 일본의 전쟁 피해자들이 피해자가 아닌 건 아니다. 새파란색이 있다고 해서 덜 파란색이 파란색이 아닌 건 아니니까. (그리고 가족을 잃은 건 누구에게나 새파란 일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전쟁과 군국주의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보여준다. 주인공의 아빠는 전쟁으로 아내를 잃고도 아내의 동생과 재혼하는 부도덕한 남자인데, 군수공장을 운영한다. 아내를 죽인 전쟁을 이용해 돈을 버는 그 모순이 인간의 삶이구나 싶기도 하고, 생존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게 올바른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하여튼 이 아빠는 좋은 사람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는 물질만능주의적인 사람, 타인의 내면을 보지 못하고 표면적인 것만 보고 속단해버리는  어리석은 사람으로 그려진다.
 
직접적으로 전쟁, 군국주의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드러나는 장면은 아빠 공장에서 생산된 전투기 캐노피들을 집에 가져와 늘어놓는 장면이다. 처음에는 전투기 캐노피를 보고 '저게 뭐지? 관인가?' 했을 정도로 캐노피는 흡사 관처럼 보이고, 수십 개의 캐노피가 쭉 늘어선 모습은 공동묘지처럼 보인다. 일본의 전투기하면 누구나 카미카제를 떠올릴테니,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줄 수 있는 이보다 더 직접적인 전쟁 비판, 군국주의 비판이 있을까.
 
주인공의 아빠가 처제와 재혼한 설정 또한 욕을 많이 먹는다. 이것 또한 매우 얄팍한 감상이라고 느껴졌다. 언젠가부터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컨텐츠에 너무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믿고, 컨텐츠를 검열하기 시작했다. 마치 아동용 컨텐츠처럼 컨텐츠의 주인공은 도덕적이어야 하고, 흠결이 있더라도 치명적인 것이어서는 안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오로지 단죄받고 공격받고 처벌받아야 한다고 믿는듯 하다. 이러한 생각과 연결되는 것이 바로 '악인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말라'는 요즘 유행하는 같잖은 소리다. 유튜브나 웹툰의 '참교육' 서사가 인기있는 것도 비슷한 유행이다.  사람들이 점점 더 생각하기를 멈추고 멍청해지기를 선택하고 있다.
 
창작물에 나오는 사람들이 모두 도덕적일 필요는 없다. 실제 세상의 사람들이 모두 도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아빠가 처제와 재혼했다면 '어떻게 주인공의 아빠를 처제와 재혼시킬수가!!'라고 납작하게 비난하기 보다 '왜 굳이 주인공의 아빠를 처제와 재혼하는 설정을 넣었지?'하는 생각을 가지고 영화를 봐야 한다. 만약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 불필요한 설정을 넣었네'하면 그만이지 '어떻게 처제와 재혼하는 남자가 나오는 영화를 보나요!!!'라고 목소리 높일 필요가 없다. 사람들은 처제와 재혼하는 남자가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보았다고 처제와의 재혼을 꿈꿀 정도로 멍청하지 않다.
 
아무튼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해석을 찾아볼수록 이 영화가 꽤 재미있게 느껴진다. 탑의 세계를 지브리로 본 해석이 가장 흥미로웠다. 그렇다고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영화냐 하면 그렇진 않은데(상당히 불친절함) 그래도 간만에 불친절해서 재미있는 영화였다. 지브리 영화를 다 본 지브리 팬 남자친구는 자기가 좋아하는 곤 사토시 작품 같은 옛날 일본 애니메이션 느낌이 나서 좋았다고 했다. 결국 남친이나 나나 어려워서 좋았단 얘기 같다. 서사가 납작한 시대에 입체적이라 흥미로운 영화였다. 다음은 더욱 입체적일 것이 기대되는 'CINEMA' 감독 마틴 스콜세지의 '플라워 킬링 문'을 보고 오겠음.

2022년 결산과 새해 인사

2022년 올해의 영화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볼까말까 하다가 안 보는 쪽으로 마음이 굳어졌는데 블로그 댓글로 추천을 받게 되어 보게 되었다. 블로그에 영화평을 쓰려고 했는데 그냥

seoulnight.tistory.com


나에겐 2022년 최고의 영화였던 에에올이 아카데미 7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작품상/감독상/각본상/편집상/여우주연상/여우조연상/남우조연상

알짜는 다 가져갔어ㅎㅎ

근데 예상했던 결과였음
나 옛날부터 아카데미랑 취향 겹쳐서...ㅋㅋㅋ
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아카데미 후보에 있으면 맨날 그게 타던걸ㅎㅎㅎ

하여튼 실시간으로 시상식을 봤는데 여러모로 감동적인 시상식이었다

특히 키 호이 콴이 남우조연상 타고 수상소감할 때 나도 모르게 울어버림...이 아저씨 영화에서도 그렇고 걍 내 눈물버튼인듯...호소력 장난 아니다

키 호이 콴에게나 양자경에게나 이 영화가 정말 소중한 기회였단 게 수상 소감마다 느껴져서 내가 다 뿌듯하다

천재 감독 다니엘스 더 재밌는 영화 많이 만들어주길

그리고 이 영화가 호불호가 갈린다고들 많이 그러는데
영화관에서 본 사람 vs. 집에서 본 사람
감상이 무척 갈릴 것 같은 영화다
나 이 영화 집에서 봤으면 끝까지 못봤거나 끝까지 봤어도 별로였을 것 같음

이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영화다
아카데미 특선 어쩌고로 또 극장에서 한다던데 늦지 않았습니다 고고!

영화를 추천해주신 유진정님께 감사드리며ㅎㅎ
또 보러 가야지 ~

틀딱답게...
슬램덩크 극장판 나왔다길래 이건 봐야해 외치며
영화관에 갔다


팝콘 샀더니 슬램덩크 그려진 통에 줌⭐️

난 어떤 컨텐츠든 내용을 잘 기억 못하는데ㅋㅋㅋ
그런 주제에 또 한번 본 건 다시 보기 싫어한다
그래서 뭐든 두번 본 것도 손에 꼽는다

하지만 슬램덩크 만화책은 세 번 봄
그만큼 재밌단 소리지

SBS에서 방영하던 애니도 그 시절에 실시간으로 열심히 챙겨봤었다ㅋㅋㅋ 언니랑 같이 보던 기억이 남
중간중간 귀여운 3등신 그림체로 백호가 농구 룰 설명하는 장면이 있었던 게 기억난다

슬램덩크 만화책 처음 봤을 땐 서태웅이 제일 좋았고
두번째 봤을 땐 강백호가 제일 좋았고
세번째 봤을 땐 정대만이 제일 좋았다
(개인적으로 다 매력적이지만 정대만이 최강 매력캐라고 생각함ㅋㅋ 불꽃남자!)

이번 극장판은 주인공이 송태섭이었는데
사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송태섭 서사는 좀 늘어지는 면이 있지 않았나 싶다

첫 3D 극장판이니만큼
어느 한 주인공의 과거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북산 팀의 서사에 집중해서 산왕전을 준비하는 연습과정부터 시작해 팀웍, 관계성에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음
기획 단계에서 나왔을 얘기겠지만 2시간짜리 한 편에 욱여넣긴 어려웠던 거겠지

그래도 슬램덩크가 언제적 만화인데
수십 년 지난 지금 슬램덩크의 명장면들을 극장에서 볼 수 있었단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왼손은 거들 뿐(연습 장면에만 나오지만)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나요? 저는 지금입니다
서태웅과 강백호의 하이파이브

이걸 다 영화관에서 볼 수 있다니 좋았고 정대만의 삼점슛을 여러 번 볼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하여튼 명작 오브 명작
슬램덩크
극장판도 좋지만
만화책이 찐이니 만화책 아직 안 본 사람 있으면 보세요
(안본 눈 안 사도 됨 또 봐도 재밌거든 캬캬)


영화보고
남대문 가서 남친 안경 사고(내가 깜짝선물로 사줌ㅋ캬)
소울푸드 해물탕 먹으러 갔다

초딩때부터 엄마 아빠를 따라 다니다가
20년 넘게 다니는 집

다들 기계로 돌솥밥 만들 때 옛날처럼 찐으로 돌솥밥 만들어주는 집

먹다보니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오늘에 어울리는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90년대 걱정 없던 어린 시절으로 돌아갔던 오늘
가족들과 해물탕을 먹던 기억도
다같이 슬램덩크 만화책을 돌려보던 기억도
언니와 슬램덩크 애니메이션을 보던 기억도
추억이 하나 하나 기억났던 오늘

즐거운 토요일이었다

티켓값 본전 생각에 극장에서 졸거나 자지 않는 편이나
잘 수밖에 없는 영화들이 있었다.

내가 살면서 영화관에서 봤는데
보다가 잔 영화들을 소개해본다.


M.나이트 샤말란 빌리지

1. M.나이트 샤말란 감독 - 빌리지

영화관에서 보다 잔 첫 영화를 떠올려 보면
중학교 때 본 이 영화가 떠오른다.
식스 센스 감독이래서 두근두근 반전 기대하면서 봤는데
그냥 내내 지루했던 기억만 난다.
그래서 잤음.


제임스 카메론 - 아바타

2. 제임스 카메론 감독 - 아바타

극장에서 무려 3D로 봤던 아바타
되게 지루해서 보다 잤다.
비주얼적으로도 무슨 EBS 애니메이션 같다고 생각함.
보다 지루해서 옆자리 엄마 봤더니
엄마도 자고 있었다.
왜 그렇게 성공한지 이해 안가는 영화.


알폰소 쿠아론 - 그래비티


3. 알폰소 쿠아론 - 그래비티

나 SF 싫어하는듯.
우주 장면에서 울렁 거리고 멀미 느껴짐.
내용이 없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보다 잠.


도로타 코비엘라, 휴 웰치먼 - 러빙 빈센트

4. 도로타 코비엘라, 휴 웰치먼 - 러빙 빈센트

유화로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인데
배경화면이나 사람의 저 붓터치들이 계속 움직여서 피로감을 유발했다.

하지만 그래서 잔 건 아니고
그냥 내용도 전개도 되게 지루함.
수면제 영화이다.

인터넷에서도 수면제 영화란 댓글 많이 봄. ㅋㅋㅋ



⭐️아차상⭐️

-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고딩 때 임수정 팬인 M이 보재서 봤는데
극장 나오면서 M이 그냥 바로 미안하다고 했다...ㅋ...
그래도 이건 보면서 내내 납득이 안돼서 이해하느라 잠들 타이밍 놓쳤으니 아차상.

- 인터스텔라
졸린데 참았음


더 배트맨을 보고 왔다.
마블은 싫지만 배트맨은 어릴 때부터 좋아한다.
제일 좋아하는 배트맨 영화는 다크나이트.

다크나이트 느낌 난다는 말에 혹해 개봉 첫 날 보러감.
하 너무 못 만들었다.

1. 3시간이나 되는 러닝타임인데 스토리에 깊이가 전혀 없다. 뭐 하나 잘 빠진 서사가 하나도 없다. 영화 보고 나서 '난 이건 이래서 이런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 하고 같이 본 사람이랑 떠들 거리가 하나도 없음.

2. 캐릭터가 매력 없음. 배트맨도, 캣우먼도, 리들러도. 그나마 캣우먼이랑 팔코네, 펭귄은 낫긴한데 배트맨, 알프레드가 별로. 뭣보다 리들러는...어휴 이게 최선이냐. ㅠㅠ 물음표 살인마인데 물음표가 나올 때 소름 돋는 그런 느낌이 하나도 없고 리들러 서사도 너무 빈약해...3시간짜리 영화인데 이렇게밖에 못 푸나? 비주얼적으로도 약함. 리들러 초록색 어디갔어ㅠㅡㅠ?

3. 배트맨 장치를 제대로 못살림. 배트모빌도 배트포드도 진짜 30년 전 거랑 다를 거 없이 이따위로 만들어놓냐... 굿즈 팔 생각도 없나봄.

그냥 총체적으로 아쉬웠다...
조커처럼 되게 현실적으로 만들고 싶었단 건가 싶은데 그러기엔 깊이가 모자라고,
등장인물 넘쳐나는데 배트맨 특유의 만화적인 요소는 다 빼니까 지루했음.

그리고 요즘 헐리웃에 돈이 넘쳐나나 넷플도 그렇고 영화들도 쓸 데 없이 길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데...영화관에서야 영화 길이대로 돈 내는 거 아니지만 넷플 등 ott 판매할 땐 시청시간이 중요해서 그런가...? 하여튼 영화 만들 땐 제발 불필요한 장면 좀 빼길. 쓸 데 없이 길어서 지루함을 배가시켰다.


이선균과 설경구 주연의 신작 킹메이커를 보았다.
*아래 리뷰에는 영화 킹메이커에 대한 스포도, 변성현 감독의 전작 불한당에 대한 스포도 포함돼 있다.


탈정치적인 정치 영화의 시작


킹메이커는 이전의 한국 정치사를 주제로 한 많은 영화(이하 '정치 영화')들에 비해 꽤 세련된 영화다. 정치가 좋다는 이유로 정치학을 복수전공한 왕년의 정치덕후로서 정치를 주제로 한 영화가 있으면 한국, 미국 영화 가리지 않고 잘 찾아 보는 편이다. 그런데 그때 그사람들, 변호인, 남산의 부장들, 1987, 더 킹 등 한국의 정치 영화들은 공통점이 하나 있다. 선과 악이 너무 극명하게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정치 영화에서 박정희 등 독재 세력은 꾸준히 악으로 묘사되고, 민주화 세력은 꾸준히 선으로 묘사돼왔다. 그렇게 정치적인 정치 영화는 한국 영화계의 올스타급 배우들을 한 데 모으기도 하고('1987'), 전직 대통령에 대한 향수로 천만이 넘는 관객을 모으기도('변호인') 했다.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많은 관객들에게 주제의식에 대한 공감도 얻어내온 셈이다.

그런데 시대가 급격히 바뀌었다. 6.25에 트라우마가 있던 태극기 세대와 독재 정권에 트라우마가 있던 386 세대 모두가 과거가 됐다. 지금의 20대와 30대는 둘 중 그 어떤 것에도 트라우마가 없다. 민주화도 반공만큼이나 과거의 이데올로기가 돼버렸다. 우리는 현직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불과 일이년 새 야당 대선 후보가 될 정도로 탈정치화된 시대를 살고 있다. 한 쪽에 서서 정치적 지향을 극명하게 드러내던 영화 감독들도 탈정치화되고 있다. 한때는 민주노동당을 공개 지지하던 봉준호 감독이 거대 자본 CJ와 손잡고 만든 '기생충'의 세계적 성공은 명확한 정치 의식 그리고 선악구도가 이제는 얼마나 촌스러워졌는지를 일깨워준다.

변성현 감독의 '킹메이커'도 탈정치적 흐름을 비껴가지 않았다. 탈정치적인 정치 영화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변성현은 김대중이라는 정치인을 신격화하지 않는다. 영화 속 김대중은 선거에 이기기 위해 때로는 부정한 방법도 쓰고,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대중에게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물론 이 영화에서 묘사한 정도가 아쉽거나 불편한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다. (어떤 시각에서 보면 이전의 정치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김대중 미화, 박정희 비난 영화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나열한 이전의 한국 정치 영화들을 되새겨본다면 이 정도만으로도 꽤 큰 용기가 필요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나는 한국 보다는 미국 영화를 좋아하는데, 보통 인간 개인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입체적이다. 절대적으로 선한 사람도, 악한 사람도 없다. 역사적 이야기를 개인의 시점에서 과잉되지 않은 감정으로 들여다보는 미국 실화 영화의 관찰자적 입장을 좋아한다. 좋은 예술은 촌스럽게 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좋은 영화는 보고나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만들고 또 이러쿵 저러쿵 떠들고 싶게 만든다.

그동안의 한국 정치 영화는 답이 정해져 있었다. 선과 악도 정해져있었다. 많은 사람들을 향수에 젖게 하고, 또 분노하거나 슬퍼하게 만드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더 많이 생각하고 떠들게 만들 수는 없었다. 킹메이커는 기존의 한국 정치 영화들보다는 훨씬 답을 열어놓은 영화다. 영화 보고온 날 밤에 이렇게 긴 글을 쓰고싶게 만들만큼.


서있는 자리가 다를 뿐, 하는 일은 같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서창대의 변절을 더 나은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않은 점이 아쉽다.
변성현은 서창대가 김운범에게서 떠나 중앙정보부에 협력하게 되는 과정에 전작 '불한당'의 방식을 다시 한 번 차용한다. 불한당에서는 한재호의 계략으로 조현수가 한재호와 한 팀이 되고, 킹메이커에서는 이실장의 계략으로 서창대가 이실장과 한 팀이 된다. 한재호와 조현수에게서 러브라인이 느껴졌듯, 김운범과 서창대도 비슷한 텐션을 갖는다. 연인이 오해가 생겼을 때 제대로 풀지 않고 서로 실망하며 자연스레 멀어져놓고 평생 그 연인을 잊지 못했다는 그런 흔한 멜로 영화 클리셰대로 김운범과 서창대의 관계도 흘러간다. 근데 김운범과 서창대는 한재호와 조현수 같은 케미도 없고, 서창대가 왜 마지막까지 김운범을 그리워하는지 관계성도 잘 그려지지 않아 킹메이커에는 부적절한 방식이었던 것 같다.

서창대는 왜 변절했을까? 김운범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아서? 공천을 약속하지 않아서? 그런 이유로 보이게 멈춰버린 게 이 영화의 가장 아쉬운 점이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감독이었다면 이실장과 서창대의 대화에 주제를 더 담았을 것 같다. 서창대가 이실장에게 협력하는 과정을 단순히 날 버린 주군에 대한 복수심으로 표현한 건 아쉽다.

마지막 서창대와 이실장의 대화를 서창대를 데려올 때로 당겨와 조금만 더 나아갔으면 좋았을 것 같다. 서창대는 정당한 목적이 부정한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사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아닌가. 경제 성장이라는 목적이 독재라는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다면? 그건 누구보다도 박정희의 이야기였다.

이실장이 서창대를 어떻게 설득했길래 서창대가 설득됐을까. 우는 김에 뺨맞고 싶었던 서창대에게는 그냥 이정도 말이었으면 되지 않았을까. "사람들은 민주화를 해야한다고 하지만, 배부른 이야기고 우리나라엔 아직도 굶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굶는 사람들 밥부터 먹여야 한다는 게 나와 각하의 생각이고, 경제 정책의 연속성을 위해 삼선개헌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저희의 목적이 당신과 당신 주군의 목적보다 정의롭지 않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영화의 배경은 아직 굶는 사람들이 있었던 6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까지다.

영화 속 박정희의 "아직 해야할 정책이 많은데 시간이 없다"는 대사나 마지막 이실장의 "서있는 자리가 다를 뿐 당신이 하는 일은 같다"는 대사를 보면 감독이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본인의 정치적 지향 탓인지 관객의 성향을 고려해서인지 여기까지는 못 나아간 게 좀 아쉬웠다.


답이 없는 세상, 생각이 더 많아져야 한다


10년 전쯤 이 영화를 봤다면 "역시 박정희, 중앙정보부 나쁜 놈들 ㅉㅉㅉ", "서창대 저런 나쁜 인간을 왜 쓰나" 하면서 좀 더 단순하게 영화를 봤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선악의 구분이 흐려지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기에 저보다는 좀 더 복잡한 생각을 했다. 우리 시대에는 공공의 적이 없다. 선악의 경계도 흐리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대부분의 경우엔 정해진 답이 없다. 답 없는 세상에서 억지로 절대적인 답을 찾으려 노력하다보니 지나친 상대주의의 늪에 빠지거나(트랜스젠더 남성의 여성 스포츠 출전을 허용한다든지) 철지난 선악구도(빨갱이 타령, 독재 타령)를 끌어오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외국인에 대한 혐오나 이성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등 새로운 '공공의 적'을 만드려는 시도들도 있다.

나는 어느 쪽에도 마음이 동하진 않는다. 이 시대에는 언제나 통하는, 정해진 답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유일한 답인 듯하다. 정해진 답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사안마다, 상황마다 다르게 그때그때 스스로 생각하여 판단해야 한다. 귀찮게 매번 생각이란 걸 하고 살아야 한다는 게 참 피곤하기도 하지만, 생각을 선동가들에게 위탁하며 살아가고 싶지는 않으니 계속 생각해야겠다. 순순히 서창대 같은 사람들의 생각대로 살아가는 장기판 위의 말이 되는 것은 조금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가.

디카프리오 마음 = 내 마음


낄낄 이거 완전 이 시국 영화네
코로나19 백신만능론자나 백신회의론자나
다들 디카프리오가 자기 편인 줄 알고 본다는ㅋㅋㅋ
화제의 영화 돈룩업

작년에 '가버려라, 2020' 볼 때랑 비슷한 느낌.
블랙코미디답게 낄낄대며 봤다.
(넷플아 빨리 '가버려라 2021도 번역해줘ㅠㅠㅠ)

너무 원패턴이어서 중반부터는 좀 지루하고
결말이 허망한 아쉬움이 있지만
명배우들의 명연기를 보는 맛이 있고
현실을 비트는 장면들이 워낙 많아서
그냥 가볍게 낄낄대기 좋음
미국에선 SNL 클립을 늘인 것 같다는 혹평이 있던데
난 혹평까진 하고싶진 않지만 공감되는 평인듯

시기가 시기인만큼
보면서 코로나19 시국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뭐 헐리웃에선 분위기가 백신만능론에 기울어져서
백신 안맞겠다는 블랙팬서 배우는 출연이 어려울 것 같단 기사까지 있고 또 이 화려한 캐스트를 보면
여기서 민디 박사가 제발 믿으라는 '과학' = 백신만능론인가 싶기도 한데

배시로 표현한 거대 자본은 이 시국에선 백신 제조사인 화이자, 모더나와 비슷한 느낌이고
또 영화 속 미국 대통령이 재난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이 강조되는 걸 보면 이 방역 시국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각 국 정부들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음

코로나19 백신 제조사들도 FDA도 투명하게 백신 개발, 승인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데 그건 동료평가 안하는 배시 같기도 함

단적으로 FDA가 화이자 승인 문서 75년 뒤에나 공개하려다 미국 법원에서 공개명령 떨어진 것만 봐도 그렇지

뭔가 투명한 과학적 평가와 의견 교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백신에 대해, 또 코로나 방역 정책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면 유튜브에서도 영상을 삭제하고 그저 음모론자로 치부하는 현실이 반민주주의, 반이성주의적이란 생각은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즘임. 이것도 동료평가를 거부하는 배시 같지.

코로나19 백신회의론자로서(안티 백서라고 부르는 건 불쾌하다 딴 필수 백신은 다 맞았고, 충분히 개발 기간과 임상을 거쳐 만들어진 백신들에 대해서는 딱히 의구심 없음) 난 내 편 영화라고 생각하며 보았다

대통령이 제발 생각이 있는 거면 좋겠고, 국민을 생각하는 거면 정말 좋겠는데, 아무래도 이 정부는 싸그리 미친 것들 같다고요!
- 닥터 민디, '돈 룩 업' 중

접종률 80프로가 넘는 한국에서 백신패스 시작하는 질본이 뭔가 생각을 갖고 하는 줄 알았는데 ㅋㅋㅋ 법원 재판 풀 워딩에서 판사한테 개쳐발리는 거 보면 연일 별 생각도 근거도 없던 게 드러나는 요즘 보기에 딱인 영화였음.

뭐 코로나 같은 건 애초에 없다는 음모론자들이랑 방역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부와 돈벌이에 활용하려는 거대 제약사 등이 모두 까이는 영화기도 함.

하여튼 각자도생해야 하는 시기다

민주주의가 확고하다는 믿음, 정부가 국민을 위할 것이라는 믿음, 서구 거대 제약사 등 거대 자본에 대한 믿음...

뚜렷한 근거 없는 '믿음'은 모두 의심해봐야하고 아무리 믿음직스러워보이는 자라도 타인의 판단을 곧이곧대로 믿지 말아야 하는, 피곤하고도 슬픈 시대에 살고 있다.
죽기 직전엔 신을 찾게될지라도 그전까지는 끊임없이 믿음을 배반하며 살자.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다.
남자친구가 무척 보고 싶어했던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

얼마 전에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봤고 파 프롬 홈은 안봄.
근데 뭐 난 어차피 봐도 마블 스토리 기억 못해서
그냥 보러갔다. 뭐 내용 이해에는 어려움이 없었는데
역시나 마블 시리즈는 난 별로 안맞는듯.
(맨이라면 배트맨이다 다크나이트 3부작엔 환장함)

일단 처음에 닥터스트레인지가 도와주려하는데
미리미리 말 안하고 욕심 부려서 짜증나게 구는 거 윽
주문 다 깨지고 어휴
스파이더맨 애새끼 캐릭터ㅠ 싫어...흑
금쪽이 보는 느낌이었음.
닥터스트레인지 오은영 교수님인줄.
이야기 진행을 위해 어쩔 수 없다해도...ㅠㅠ
여기서 닥터스트레인지 말은 너무너무 공감됐다.
MIT가 부당하게 친구들 떨궜으면 MIT에 먼저 찾아가고 빌어봐야지 왜 닥터스트레인지한테 오냐ㅋ...애새끼 어휴
(친구들 MIT 떨어지는 거 보고 역시 수능으로 뽑아야 이런 게 없는데 ㅉㅉ 이라고 생각한 수능러버ㅎㅎ)

그리고 닥터스트레인지가
다 자기 차원으로 돌려보내자는데
그냥 다 보내면 될 것을
메이 숙모 조언으로 흔들려서 도와주자고...ㅋㅋㅋ
메이 숙모 캐릭터가 제일 짜증났다. 왜저래...

그래서 그린 고블린이 다 니네 숙모가 문제네 하고 까는 거 폭풍공감^^,,,했음ㅋㅋㅋ
메이 숙모 참 짜증나는 캐릭터라 죽을 때도 1도 안 안타까웠음. 공포영화에서 처음으로 나대다 죽는 깝죽이 보는 느낌...

메이 숙모나 스파이더맨이나
악당들이 도와달라고 치료해달라고 한 적도 없고 얘네 아직 범죄 저지른 거 아니잖아...왜...ㅠ
뒤지더라도 자기 차원으로 돌아가겠단 애들은 좀 보내주지. 개인의 자유의지를 존중해주지 않아서 짜증났음. 으악...뭔 치료는 치료야.

스파이더맨들이 악당들한테
억지로 약 쳐 꽂는 게 제일 마음에 안들었는데

백신 안맞으려는 미국인들한테 백신 강요하는 바이든 합리화 느낌...^^ 백신 강요라 하니까 정당해보일 수도 있는데 미국은 과거에는 동성애도 병이라고 치료해야한다면서 성소수자들 정신병원 가뒀잖아...^^...그런 느낌...

미래에 유전자 검사해서 범죄자 유전자가 있으면 화학적으로 없애는 모습이 상상됐음. 공익을 위한거라 할지라도 저런 거 너무 괴기스러워ㅜㅜ 공익(방역)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실제로 자유 제한하는 시대를 살고 있어서 그런가 더 와닿고 끔찍했음.

미국 영화의 미덕은 캐릭터가 평면적이지 않단 건데, 마블은 캐릭터가 평면적임. 선악 구분도 너무 확실하고. 갑자기 악인이 약 하나 꽂히니까 착해지고...ㅋ 에휴. 너무 애들 보는 만화 같음.

아 스파이더맨들 중에 앤드류 가필드 비주얼도 좀 너무...갑자기 아저씨...딴 것보다 머리스타일이 너무 이상했다. 머털도사 같다고 해야하나...너무 숱 많고 정돈되지 않아서 구렸음. 날렵한 히어로 느낌이 안 느껴졌다.

그래도 액션, CG랑 마지막에 MJ랑 그 남자애가 피터 잊은 장면은 좋았음. 액션이랑 CG 때문에 돈 아까울 정돈 아니었다. 피터 잊은 건 피터가 초반에 애새끼처럼 굴면서 욕심 부리다가 맞은 결말이니...열심히 다시 인연을 쌓아나가도록.

암튼 난 진짜 마블은 가오갤이랑 데드풀 정도 말곤 안맞는다.

스파이더맨 꾸준히 봐온 사람들은 좋아할듯. 동창회 보는 느낌 아닐까.


-이하 영화 기생충 스포 당연히 있음-

주말에 혼자 기생충을 보고 왔다. 아빠가 같이 보쟀는데 왠지 아빠랑 같이 보고 싶지는 않아서 혼자 봤다.

꽤 많은 이들이 기생충을  가난하면서 양심도 없는 기생충 같은 이들을 비판하기 위한 영화로 읽는다. 일리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는 우리가 박사장이라도 된 양 기택 가족을 욕하게 되니까.

하지만 난 봉준호가 고작 그런 얘기를 하려고 장장 두 시간이 넘는 영화를 만들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주제가 저거라면 굳이 영화로 만들지 않아도 이미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생각이 아닌가. 가난하고, 남에게 빌 붙으려 하고, 계획도 미래도 없는 이들이야 이미 모두 충분히 혐오하고 있다.

게다가 봉준호는 지난 정권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공공연히 진보 정당 지지를 표해온 사회학과 출신 감독이다. 아무리 봉준호가 배부르고 등따셔졌다해도 그 세대들은 20대 대학시절에 생긴 기본적 가치관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그래서 강남좌파가 된다.) 가난한 노동자를 지지하던 봉준호가 갑자기 가난을 혐오하는 영화를 만들었을 리 없다.

그렇다면 가난한 사람을 수렁에 빠지게 만드는 사회 제도를 비판하기 위한 영화일까? 그것도 아니라고 본다. 기택 가족은 충분히 자신들의 처지를 극복할 기회가 있음에도 경거망동하다 이런 기회를 놓쳐버린다. 또한 사회 비판이 목적이었다면 박 사장을 IT기업의 CEO로 설정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2019년 현재 IT분야만큼 창업자가 사회적 존경을 받고 정당하게 부를 쌓았다고 인정받는 분야는 없다.

나는 기생충이 능력없는 영화 감독들을 욕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거대 배급사의 스크린 독점을 욕하면서도 입소문날 영화도 만들지 못하는 감독들을 욕하는 영화.

극중에서 기택은 대만카스테라집은 운영하다 망했다. 대만카스테라가 먹거리 X파일 때문에 망했다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가만히 냅뒀어도 어차피 망했을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만카스테라는 치즈등갈비나 조개구이나 뭐 그 비슷한 무언가들처럼 한동안 유행이라 우루루 생기다가 사람들이 질리면 또 우루루 사라지고 마는 그냥 그런 가게였다.

능력없는 영화감독들도 스크린 독점이 문제고 자기들 영화가 설 자리가 없다며 새롭지 않은 그저 그런 영화들만 줄줄이 만든다. 저예산이든 홍보비가 적든 유니크한 웰메이드라면 결국 세상에 알려진다. 윤종빈이, 윤성현이, 전고운이 그렇게 이름을 알렸다. 저정도 감독이 자신의 영화를 걸 곳이 없다고 하소연했다면 다들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같이 소문이 빠르고 기회도 많은 온라인 시대에 볼만한 영화를 못 만들면서 극장탓을 하면 좀 남사스럽다.

많은 영화 감독들이 돈 버는 영화가 아닌 자신의 예술혼을 담은 영화를 만들겠다 한다. 돈 되는 영화나 만드는 상업주의를 비판한다. 나의 추측이 아니라 영화 단체에서 100명이 넘는 영화 감독들을 만나 술 마시며 알게된 사실이다. 물론 진짜 자신의 예술세계를 가진 사람들도 아주 가끔은 있다. 하지만 사실 영화판에도 예술세계랄 게 없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나는 그들이 로또 사듯 한탕을 노리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자신에게 기회가 오면 라스 폰 트리에나 폴 토마스 앤더슨이라도 될 것처럼 망상하는 이들.

나는 영화판에서
가난해서 사람들한테 빌붙고 폐를 끼치면서도 이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게 마치 예술가의 가오인 양 구는 이들을 많이 보았다.

기생충의 기택 가족 같은 사람들 말이다.

자신의 영화를 안 걸어주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욕하면서도
자기는 돈이 없으니 독립 영화제에선 표도 안사고 공짜로 영화를 보겠다는 그들

가진 자가 베풀지 않는 것을 욕하면서도 자신보다 덜 가진 이들에겐 한없이 인색한 그들

이들은 자신들에게 아무리 많은 제작비가 최정예 스탭이 붙어도 괜찮은 상업영화를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상업영화 감독들을 깎아내린다.

'봉준호? 설국열차 보니까 맛 갔던데?'
'돈에만 눈머니까 영화 그딴 식으로 만들지'
'넷플릭스 영화? 그게 영화냐?'

오늘도 그들은 자신의 술값을 어떻게든 안 내려고 벌벌 떨면서 저렇게 상업 영화를, 스크린 독점을, 대중을 욕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봉준호도 저들을 알 것이다. 괴물이, 설국열차가 얼마나 스크린 독점이라고 욕을 먹었는가.
봉준호도 그런 비판의 정당성을 알고 그래서 스크린 독점 안하겠다고 온라인에서만 상영하는 넷플릭스도 찍어봤겠지. 근데 어쩌냐 사람들은 봉준호 영화를 스크린으로 보고파하는 걸.

그래서 나는 결국 상업 영화 감독 봉준호가 기생충 같은 무능력 영화감독들을 까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본다.

그들은 알면 욕하고 싶을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괜히 이 영화를 독점의 아이콘 영화 생태계 파괴의 아이콘 CJ가 배급한 게 아니다.

기우의 마지막 말. 대학이니 취업이니 때려치고 돈이나 벌겠다는 말이 큰 힌트다. 드디어 상업영화 감독이 되겠다고 각성하는 뜬구름 잡던 찌질 영화감독1인거지. 근데 니가 그렇게 맘먹는다고 박사장 집을 살 수 있을까? 그런다고 봉준호가 될 수 있을까? 응 아니야~라는 거지.

기택이 계획이 없다고 말하는 것도 같다. 봉준호는 별명 봉테일일 정도로 콘티를 세세히 다 그리고 온갖 걸 다 생각하고 계획해서 영화를 찍는데, 무능력 영화감독들은 그런 준비도 없이 노잼 영화 만들어놓고 영화관에서 안틀어준다 광광대잖아.

난 봉준호가 그런 감독들을 까고 싶었을 거라고 본다.

얼마전에 어떤 감독이 씨제이가 자기영화 안틀어준다고 페북에 비판 글 올려서(난 씨제이를 존나 시러하므로)  일부러 그 영화 찾아서 봤는데 존나 못만든 영화였던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이 글의 모티브를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