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하루 2만보씩 걸으며 쌓인 여독을 풀 겸
토시마엔 니와노유라는 도쿄 안에 있는 온천에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히가시 나카노 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타야 했는데,
갈아탈 지하철 회사가 달라서
아예 바깥에 나갔다가 지하철을 다시 타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온천은 야간개장 표가 쌌는데, 야간개장 시간까지 시간이 남아서 히가시 나카노역 근처 카페에 가보았다.

'Louvre' 라는 아주 오래된 카페 겸 빵집이었다.
노부부가 운영하시고, 빵 값이 무척 쌌다.

애플파이가 하나에 77엔이었다. 음료수는 싸지 않았다.
애플파이를 하나 사고, 일본 여행이니만큼
한국에서 흔치 않은 초콜릿 파르페와 메론 소다를 시켰다.

흡연 천국 일본.
옛날 가게여서인지 안에서 담배를 펴도 됐다.

안에는 동네 할머니들이 많았다.
혼자 온 여자 둘도 있었다. 둘은 담배를 피며 커피를 마셨다.

뭔가 실내 흡연도 흔치 않은 경험 같아서
흡연자인 남친에게 담배를 피라고 했다.
남친은 담배를 피면서 참 좋아했다.
꼭 담배를 필 수 있어서는 아니겠지만
우연히 들어간 이곳이 여행 중 제일 마음에 드는 장소라고 했다.

나도 한국에는 남아있지 않은 느낌의 가게여서 흥미로웠다.
구글 맵 후기를 보니 일본에서도 헤이세이 시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레트로 감성으로 찾는 것 같았다.

가게에서 여의도에 있는 아주 오래된 건물들 느낌이 났다.
여행이니까 가게에 담배 쩐내가 밴 느낌도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실내 흡연이 허용되던 옛날 옛적 추억이 떠오르던 곳.
나갈 때는 성냥을 주셨다. 이것도 오랜만.
 

 
온천 도착.
좀 큰 목욕탕인데,
혼성 탕이 있어서 찾아간 곳.

안에도 탕이 있고, 바깥 노천탕도 꽤 커서 좋았다.

여탕에도 실내에도 탕이 있고, 노천탕도 따로 있었다.

평일 저녁이어서인지 사람이 많지 않고 한적했다.
재미있었던 건 카운터에서 자전거 타고 왔냐고 물어봤던 것.
근처에 자전거 주차장이 있는데,
온천을 이용하면 자전거 주차권을 줌. ㅋㅋㅋ
 

 
여러 기념품도 팔고
 

 
휴식 공간도 있었다.
 

 
목욕이 주제인, 재미있어 보이는 만화책이 비치돼있어서 찍음.
옆 포스터는 아마 지하철역에서 찍은 듯한데, 공공 포스터치고 캐릭터가 너무 귀여워서 찍었다. 멧돼지찡 넘 귀여버용...
 

 
우리나라 찜질방 식당처럼 여기서도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텐동, 가츠동, 잭 다니엘 하이볼, 생맥주까지. 다 그럭저럭.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앞 지브리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모티브로 한 시계.
정해진 시각에 움직이면서 인형들 나온다는데...시간 못 맞춰서 못 봄. ㅎㅎ
 

 
숙소 앞 건물이 닛테레라는 일본 방송국 본사였는데
아침이고 밤이고 안쪽까지 훤히 보여서
일본 회사 풍경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남친은 층마다 흡연실이 있는 걸 제일 부러워했다.

역시 여기도 방송국이어서인지,
월요일 밤을 넘어 화요일 새벽까지 열심히 회의하고 일하더라.
 

 
이전 글에 빼먹었던 첫날 저녁 야식.
첫날 저녁에 너무 피곤해서 숙소 일찍 들어와서 쉬었는데,
출출해서 우버이츠를 깔아서
긴타코라는 체인점에서 타코야키랑 가라아게를 시켜먹었다.
편의점에서 산 아사히와 함께.

맛은...그냥 그랬다. ㅎㅎㅎ
 

 
다음 날은 디즈니씨에 갔다.
돈 내고 우선 입장 티켓 다 사고ㅎㅎ
40주년 기념 무료 우선 입장 티켓도 나눠줘서 
잘 활용해서 오래 기다리지 않고 이것 저것 많이 타고 왔다.

센터 오브 더 어스, 해저 2만리, 아쿠아토피아, 레이징 스피리츠, 타워 오브 테러, 자스민의 플라잉카펫, 매직램프 시어터
이렇게 탄듯.

놀이 기구는 다 별로 무섭지도 않고 시시했다.
‘레이징 스피리츠'만 추천. ㅋㅋㅋ

근데 디즈니씨 메인은 이게 아니었으니...

 
메인은 바로 밤 퍼레이드였다.

이거 우선 입장 티켓이 앞쪽에서 볼 수 있는 티켓인데,
다른 티켓보다 비싸고 '어차피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거 아냐?' 싶어서 이건 안 샀는데...
이게 제일 돈값하는 거였다.

90년대 디즈니 만화동산 보던 기억에 아는 노래 다 나오고
너무 감동적으로 잘 짜여져 있어서 나중에 나도 모르게 눈물남...

하루종일 덥고 다리 아프고 놀이기구는 기대보다 너무 재미 없어서 힘들었는데
이 공연 하나만으로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디즈니씨에서 잘 놀았다.
 

 
너덜너덜해진 다리를 끌고
나가서 저녁 먹어야지 하고 구글 맵을 슥슥 찾는데 늦은 시간이라 연 식당이 많지 않은 가운데
숙소 근처에 별점 높은 우동집이 있었다.
일본 와서 우동 먹은 적이 없는 것 같아 가보았다.
 

 
숙소 근처인데도 며칠 동안 이쪽으론 안 와봤는데, 번화가였다.
 

 
우동 오니얀마
밤 9시가 넘은 시각이었는데도 직장인 아저씨들이 우동집 앞에서 티켓을 뽑고 있었음.
자판기에서 티켓 뽑아서 내면 주는 시스템.
 

 
방금 디즈니씨 다녀온 다리로 서서 먹는 식당에 온 우리. ㅋㅋㅋ
다른 집 찾느라 돌아다니는 게 더 싫으니까
빨리 먹고 들어가기로 함.

우리나라 24시간 기계우동, 짜장집 느낌이랄까?
조용하고 혼자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가격도 싸고, 거의 모든 게 셀프.
확실히 현지 느낌이 나서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시킨 냉우동. 두 그릇에 1300엔. 
와 근데 위에 얹어진 오뎅 튀김, 닭튀김도 맛있고
면이...면이 미쳤음.

이 집 냉장고 보니 우동 면 반죽이 잔뜩 숙성 중이던데
넘 탱글탱글하고 맛있었다.
일본은 역시 우동에 진심이구만...!
 

 
도쿄에서의 마지막 밤이라 뭔가 아쉬운 맘에 숙소에서 야식!
크래프트 스파이시 소다는 대체 뭔 맛일까 하고 도전해봤는데
진짜 말 그대로 매운 술이었음ㅎㅎㅎㅎㅎㅎㅎㅎ 워후 노맛

마지막 날 아침에는 돈키호테 쇼핑을 하고
오모테산도에 갔다.
포터 가방도 구경하고 오니츠카 타이거 운동화도 샀다.
점심을 먹으러 돈카츠 마이센이라는 유명 맛집에 갔다.
 

 
진짜 맛있고 친절했음.
밥도 무한 리필됨.
우리 사진도 찍어주심.
돈카츠 마이센 굴튀김 잊지 못할거야...!
 

 
그리고 이전 편에서 빼먹은 사진들.

어디서나 볼 수 있던 오타니.
오타니 보유국 인정합니다.
우린 손흥민 보유국이니까 괜찮아. ㅎㅎ
 

 
언제나 푸딩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음.
 

 
한적했던 공원.
 
그리고 마지막 우여곡절.

나리타 공항에 출발 2시간 반전에 도착하도록 출발했는데
공항 가는 기차가 여러 번 연착되다 못해 아예 취소돼버렸다.

진짜 황당했는데...중간 중간 사람들한테 물어봤었는데
역무원도 다른 일본 분도 기다리라고 올 거라고 해서
기차를 내내 기다리다가
그날 거기서 공항 가는 기차가 다 취소돼버렸다.

어느새 타려던 기차 말고 다른 기차를 타면
시간 내에 공항에 도착 못할 시간이 돼있었다.
 
완전 멘붕됐는데 멘탈 부여잡고,
일단 지하철을 탄 다음에
공항까지 가장 빠르게 갈 방법을 검색해댔다.

아사쿠사가 유명한 역이니 거기 뭐라도 있을 것 같아서
거기서 공항 가는 법을 검색해보니
스카이라이너라는 쾌속 열차가 있었다.

짐은 부쳐야 태워줄 것 같아서
짐 부치는 거 마감 시간이 언젠지 보니까
출발 50분 전까지 도착해야 했음.

아사쿠사역에서 내려서 엄청 뛰어서
가장 먼저 오는 스카이라이너를 잡아 탄 우리의 공항 예상 도착 시간은 비행기 출발 65분 전. 

15분 안에 스카이라이너에서 체크인 카운터까지 갈 수 있을까, 초행길인데 가능할까 걱정되고
남친은 그냥 마음 편하게 비행기를 취소하고 다음 거 끊자고도 제안했는데 내가 우겨서 일단 도전해보기로 했다.

스카이라이너 내리는 곳 앞에 미리 서있다가, 나부터 일단 뛰고 남친은 캐리어 2개 끌고 뛰어서 따라왔다.

다행히 나리타 공항이 넓지 않아서,
미친듯이 뛰어서 한 5분만에 카운터에 도착함.
비행기 출발 1시간 전, 카운터 닫히기 10분 전 도착...ㅋㅋㅋ
이게 되네...?

항공사 직원분한테 늦었다고 주저리거리며
막 와서 숨차 하고 있으니 웃으시면서
"이제 괜찮아요" 하시는데 진짜 긴장 다풀림...

지난 일이라 좀 귀찮아서 대충 썼는데
진짜 최근 몇 년 동안 제일 쫄렸던 순간이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비행기를 안 놓치고 탈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일본을 잘 아는 언니랑 친구한테 이 얘기 했더
아마 자살사고 나서 기차가 다 취소된 걸 거라고...

일본은 자살사고가 많아서 기차가 자주 연착되고
취소된다고 했다.

휴 임기응변으로 아사쿠사까지 가서 거기서 또 스카이라이너 잡아타는 법을 알아내 시간 내에 공항 도착한 건 기적이었다.

그 스카이라이너가 우리가 비행기 안 놓칠 수 있는
마지막 스카이라이너였음...ㅠㅠ

아사쿠사역에서 '어쩌지? 이게 되나? 포기해야 하나?'하며 머뭇거릴 때 일단 가보자고 해준 남친 감사. ㅎㅎ
 

 
그래도 그와중에 면세점에서 부모님 드릴 닷사이23은 사왔다는 해피엔딩.

즐겁고 다사다난했던 도쿄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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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으로 도쿄에 다녀왔다.
공항 도착하자마자 긴자로 고고
 

 
많이 들어본 동네 긴자.
주말이라 차 없는 거리.
이토야 갔다가 밥 먹으러 갔다.
 

 
오자마자 이자카야에 갔다.
간판은 뉴 토리긴 걸 찍었지만, 옆에 있는 본점을 갔음.
꼬치랑 솥밥, 에비수 생맥주를 먹었다.
간장맛 꼬치는 많이 달았고, 소금맛 꼬치가 맛있었다.
 

 
후식으로 수플레 팬케잌
 

 
팬케잌집 뷰. 계단이 오묘해서 찍어봄.
 

 
조카가 요즘 폴리에 빠져 있어서 경찰차를 좋아하길래 보여주려고 일본 경찰차도 찍어보았다.
 

 
자판기의 나라 일본.
날씨가 내내 더워서 음료수 자판기를 만날 때마다 잘 사마셨다.
아이스크림 자판기도 있는데 사먹어보진 않았음.
 

 
아침부터 라멘.
아침에 즉석으로 구글맵 찾아서 간 곳.
돈 좀 추가하면 저 참치덮밥도 준답니다. 몇천원이었던듯.
깔끔하고 맛있었다. 아침부터 레몬 사와도 마셔줌.
 

 
아날로그의 나라 일본.
공중전화가 엄청 많았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장애인용 공중전화도 있는 게 놀라웠다.
이외에도 여행 내내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많이 볼 수 있었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도 무척 많이 봤다.
한국에서 1년 동안 본 휠체어보다
일주일도 안 되는 일본 여행동안 본 휠체어가 더 많았다.
 

 
우리나라 비둘기보다 한 수 위. 아주 둥지를 틀었네 틀었어.
 

 
공원 흡연구역이 엄청 넓고 사람은 없어서 신난 흡연자.
 

 
경찰 자전거라니...! 경찰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니.
디자인이 예쁨.

일본 만화 보면서 왜 일본 사람들은 다 자전거 타고 다니는지 궁금했는데, 도쿄 가보고 확실히 알게 됨.
도쿄는 대중교통이 너무 별로다.
지하철은 가격이 비싸고 지하철 회사마다 시스템이 제각각이라 갈아탈라 치면 돈도 따로 따로 내야 하고.
버스는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

일본은 자전거 없으면 생활이 너무 어려울 것 같았다.
그러다보니 어린 아이들 둘셋도
자전거에 태우고 다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도쿄역. 이거 완전 옛날 서울역이잖아?
지들 도쿄역이랑 똑같이 만들었구먼.
 

 
도쿄역 캐릭터스트리트 구경.
후지TV 굿즈샵인가에서 발견한 테라스하우스 아저씨
a.k.a 아오이 유우 남편.
병맛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쿄에 왔으니 스시를 먹어봐야지.
한국 스시집이랑 뭐가 크게 다르진 않았음.
 

 

 
아사쿠사 센소지에 갔습니다.
느낀 점 : 일본은 별 것도 아닌 걸 포장을 너무 잘한다,
잘 팔아 먹는다. 상업의 나라. 
앞에서 사먹은 당고 = 한국 1팩 2천원 꿀떡보다 맛없는데
맛있는 것처럼 포장 잘해둠.
도쿄에서 제일 오래된 절 센소지 = 볼 게 너무 없는데
운세 빌고 연기 쐬고 돈 쓸 곳만 많음.

서울 고궁이 볼 거 훨씬 많은데 더 포장 잘하고 홍보 잘해야 할듯.
일본 전통 건물 보려면 교토에 가야한다.
교토가 더 볼 것 많고 재밌었음. 상점가도.
 

 
갓파바시 주방 도구 거리.
예쁜 그릇이나 주방도구 사고 싶어서 갔다.
근데 주말이라 거의 다 닫아서 못삼. 
갓파 캐릭터가 너무 귀여워. 우체통도 갓파 우체통!
 
시부야로 출발.

 
시부야 스카이에서 본 경치. 예뻤다.
 

 
유명하다는 몬자야끼집.
몬자야끼, 오코노미야끼, 야키소바에 술도 열심히 먹었다.
몬자야끼 = 굽다 만 반죽 맛? 한국에 왜 안들어왔는지 알겠는 맛. ㅎㅎ 한국인 입맛에 안맞음.
오코노미야끼, 야키소바 = 짜다.
저 호피라는 건 일본 직장인들이 많이 먹는 술이래서
궁금해서 시켜봤다. 
일본 소주랑 섞어서 소맥처럼 마시는 게 일반적이래서
나도 그렇게 먹어봄. 
아주 밍밍했다. 음식이 짜서 술은 싱겁게 마시는 건가? 
 

 
지브리 박물관으로 출발.
 

 
미타카의 숲 지브리 박물관.
내부에선 사진 촬영 금지라서 밖에서 찍은 몇 장.
대부분 일본인, 가족단위 손님이 많았다.
내부는 지브리의 팬이 아닌데도 꽤 좋았음. 
지하 극장에서 단편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는데, 이 애니메이션은 주기적으로 바뀌고,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한다.
'星をかった日' 라는 작품을 봤는데, 일본어로만 나와서 내용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캐릭터를 비롯한 이미지들이 너무 좋았다.
 

 
지브리 박물관에서 사먹은
치킨 텐더와 감자튀김, 레몬 아이스크림.
 

 
자전거의 나라. 자전거도 주차칸이 있는 게 신기했다.
아래는 자전거 공영 주차장인데, 돈 내고 쓰는 곳인 것 같았음.
 

 
한국 벽화 눈감아...
한국에서 벽화라는 걸 이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도쿄 벽화 이쁨.
 

 
점심은 카레~

 

 
포장도구만 전문으로 파는 가게
 

 
유명하다는 야마다 문구점 힘들게 걸어서 갔는데
볼 것도 살 것도 없었음...ㅎㅎ
그냥 핫트랙스 같은 데 있는 문구점이 작아진 느낌...ㅎㅎ
 

 
키치죠지의 풍경.
도미빵 맛집(?) 이랬나 하여튼 맛집은 가는 날이 장날.
 

 
하라 도넛~!

 
키치죠지의 평화로운 풍경

키치죠지는 전체적으로 일본의 과천 같은 느낌?
도쿄의 외곽이면서도 조용하고 평화롭고 그런 분위기여서 좋았다.
 
한 편에 다 넣고 싶었는데 지치니까 나머지는 다음 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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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티스토리가 뭐가 바뀐건지
저런 맞팔 요청 댓글이 엄청 달리네요.

여기는 제가 14년째 써오고 있는 일기장 같은 블로그입니다.

수익성 블로그가 아니며, 앞으로도 본 블로그로 수익을 창출할 계획은 없습니다.

공감 눌러주시는 것은 감사하나
의미 없는 본인 블로그 홍보성 댓글은 발견하는 즉시 삭제합니다. 보통 알림을 켜두므로 작성 즉시 삭제한다고 아시면 됩니다.

그러니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 제 블로그에 댓글 복붙하는 데 쓰지 마세요.

어제 언니랑 대화를 하는데
언니가 ”요새 엄마가 자꾸 내가 분명 A라고 말했는데 B라고 했다고 우긴다“며 불평을 했다.
그러면서 나이 들면 다들 그러는 것 같다고 함.

난 엄마랑 같이 일을 하기 때문에 엄마의 기억력이 워낙 좋은 걸 잘 알고 있고,
나랑은 그런 일이 거의 없어서 ‘엄마가 왜 그런다는거지?’ 싶었다. 근데 또 한편으로는 엄마랑 요즘 그런 일을 겪고 있는 사람이 언니만이 아니라는 게 생각났다.

엄마는 회사 동료분과 아빠가 여러 번 자신과 한 대화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면서 우긴다고 불평을 했었기 때문이다.

나야 엄마가 사람들이랑 대화할 때 보통 같이 있지 않기 때문에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겠고, 그냥 ‘엄마는 저런 일로 뭐 저렇게까지 화를 내지? 그 사람들이 틀렸대도 일부러 엄마를 골탕 먹이려고 거짓말하는 것도 아닐텐데.’ 싶었다.

한편으로는 ‘엄마도 그렇지만 근데 왜 그렇게들 우기는 거지? 누구나 기억을 잘못할 수도 있는 건데 왜 다들 자기 기억에 확신을 하는거지?‘ 싶기도 했다. 난 내 기억을 많이 의심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언니에게 내가 아는 얘기를 하면서 ”엄마한테 왜 자꾸 비슷한 일이 생기지? 엄마 기억력 진짜 좋은데 말야. 누가 맞는 거지?“ 라고 했더니 언니는 노인들이 원래 잘 그런다고, 나이 들어서 그러는 것 같다면서, 자기가 오늘 아침에 바로 일기에 써둬서 생생하게 기억하는 내용인데 엄마가 자꾸 우긴다며 짜증을 냈다. 진심으로 답답해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 엄마가 왜 그러는지 실마리를 좀 찾은 것 같다.

낮에 엘지랑 두산이 야구 하는 걸 보고 있는데, 엄마한테 내가
“엄마도 엘지가 우승하길 응원해줘! 엘지가 우승해야 전자제품 세일해!“ 라는 내용의 농담을 했다.

그러고 좀 다른 얘기를 하고 났는데 엄마가
“근데 세일을 그렇게나 많이 한다고? 50%나 한다는 게 말이 돼?”
라고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내 기억을 믿지 못하는 나라도, 방금 한 말이라 기억이 생생하고 내 머릿속에 한번도 떠올린 적 없는 50%라는 수치가 대체 어디서 나왔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50%? 왠 50%?”
라고 놀라서 말을 했더니,

엄마가 “니가 엘지가 우승하면 반값 세일 한다며?”
라고 하는 거다.

그래서 난 너무 황당해서 “내가? 나 안 그랬는데?“ 라고 했는데

옆에 내내 같이 있던 아빠가
”나도 들었어. 니가 엘지가 우승하면 반값에 판다고 했어.“
라고 하는 것이다.

띠용???
난 마치 뭐에 씌인 것 같았다!!!
난 전혀 반값 세일을 머릿 속에 떠올린 적도 없고 전혀 생각도 한 적 없는데(현실적으로 반값 세일이 말이 되지도 않고!) 그 말은 대체 어디서 튀어나왔단 말인가???

하지만 두 사람이 그렇게 들었다고 하니 더 우기고 싶지 않았고, 어제 언니가 한 말도 있어서 ”아 그래?“하고 일단 넘어갔다.

근데 그러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보고 이유를 알았다. ㅋ
나는 아마도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엄마! 엘지가 우승하길 바라줘. 그래야 전자제품 싼값에 살 수 있으니까!“

그런데...엄마 아빠는 ‘싼값’이라는 말을 ’반값’으로 들은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 나, 엄마, 아빠의 기억력 자체는 모두 문제가 없었다. 잘못 기억해놓고 우기는 사람도 없었다.

애초에 처음 상황이 벌어질 때부터 소통이 잘못됐을뿐.

다른 상황에서도 비슷한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가정하면 언니가 노인들이 왜 원래 많이들 우긴다고 하는지도 설명이 된다.

귀가 점점 더 안 들리기 때문이다.

청력은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서서히 떨어지는 것이니 본인은 변화를 자각하기 어렵고, 예전과 똑같이 들린다고 착각하겠지만.

사람들은 정확하게 들리지 않는 그 간극을 평생 쌓아온 추측 능력으로 무의식 중에 알아서 인식해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이것은 추측)

한 가지 사례로 섣불리 추측하긴 어렵지만 꽤 일리있는 가설이라고 생각해서 내일 아침에 엄마와 언니에게 말해줄 계획이다.

이 가설이 일리 있는 이유

1. 엄마랑 기억이 달라 우긴다는 사람들이 아빠와 직장 동료임. 모두 다 60대 이상임. 특히 아빠는 내가 골전도 이어폰을 사준 후로 항상 골전도 이어폰을 꽂고 유튜브를 들으면서 엄마 말을 듣기 때문에, 애초에 엄마 말을 잘못 들었을 확률이 굉장히 높음.

2. 언니는 엄마가 우기는 걸 자주 느끼고, 난 거의 못 느꼈는데 이 가설대로라면 그것도 설명이 된다.

언니랑은 따로 사니까 언니와 엄마는 주로 길게 전화 통화를 한다. 어려운 음성 소통의 끝판왕.

나랑 엄마는 같이 사니까 주로 카톡으로 대화하거나 얼굴을 맞대고 대면 소통을 한다.

일을 할 때는 엄마가 전화를 잘 받지 않기 때문에 내가 엄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보통 카톡에 남겨두고, 엄마가 안 보면 전화해서 카톡 봐달라고 하고 곧장 끊고, 엄마가 나한테 할 말이 있으면 주로 만나서 말함.

그리고 난 들었어도 내가 100% 정확히 들은 것 같지 않으면 꼭 되물어보는 편이다. 그래서 남자친구는 내가 말을 제대로 못 듣는다고 귀가 나쁘다며 자주 핀잔을 주지만ㅋ 그런 덕분에 엄마랑은 소통할 때부터 오해가 생기는 일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아무튼 엄마는 청력의 문제, 의사소통의 문제를 기억력의 문제로 착각하고 있으니까 화가 난 듯하고

아빠나 엄마 동료분도 분명 자기 기억은 다르니 더 주장을 하게 되고!

애초에 서로의 이야기를 잘못 들으니 기억도 각자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엄마와 아빠가 내가 엘지가 반값에 판다고 기억한 것처럼!(억울)

아무튼 내일 이 가설을 언니와 엄마에게 발표해야겠다. ㅋㅋㅋ 그럴 생각에 매우 설렌다. 서로 이걸 알게된다면 오해도 줄고 처음 대화할 때부터 신경 써서 할 수 있을테니 언니와 엄마 각자가 느끼는 답답함도 줄어들지 않으려나?

나의 가설이 모두에게 좋게 작용하길 바라며!

남자친구와 싸움 아닌 싸움을 했다. 
내가 일방적으로 시비를 건 것 같기도 하고. ㅋㅋㅋ

발단은 오늘 넷플릭스에 공개된 '데블스 플랜'이었다. 내가 되게 좋아하는 '지니어스' 시리즈를 만든 정종연 PD가 새로 하는 프로그램이라서 오래 전부터 기대한 프로그램...! 드디어 오늘 공개가 돼서, 남자친구네서 같이 보려고 기다렸다 켰는데...

남자친구는 처음부터 전혀 관심이 없어서 핸드폰만 보고 나만 과몰입해서 보다가
중간부터 남자친구가 핸드폰으로 소리까지 켜서 다른 걸 보는 모습에 뭔가 현타가 와서 다 안 보고 집에 왔다.

그래도 더타임호텔이랑 피의 게임2는 남자친구랑 같이 봤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았어서
당연히 남자친구도 재미있게 볼만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서 튼 건데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나 보다.

사실 남자친구랑 취향이 다른 게 뭐 대수겠는가. 남자친구일 땐 별로 문제가 되지 않던 것이 이제 결혼해서 평생 이 사람과 저녁시간을 보내겠지 싶으니까 문제처럼 느껴진다.

남자친구와 나의 영상 컨텐츠 취향은 엄청 많이 다르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보면 겹치는 영상이 하나라도 있을지 모르겠다.

난 주로 한국 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나름 대중적인 취향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특히나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남자친구는 주로 싫어한다. ㅋㅋㅋ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과 남자친구의 반응

  • 금쪽 같은 내 새끼 - 남자친구가 너무 스트레스 받아하고 극혐해서 남자친구 앞에선 이제 틀지도 않음.
  • 금쪽 상담소 / 결혼지옥 - 마찬가지. 틀어놓으면 남자친구가 극단적으로 욕하기 때문에 나도 괜히 기분이 상해서 안 틈.
  • 스우파 - 무관심
  • 나는솔로 - 빌런이 나오면 난 그게 재밌는데 남자친구는 격하게 스트레스 받아함. 이것도 금기 프로됨.
  • 데블스 플랜 - 남자친구는 복잡한 게임 설명에서부터 나가 떨어진다.
  • 강철부대 - 피지컬에도 관심 없고, 경쟁은 싫어하는 남자친구
  • 피지컬100 - 경쟁 싫어한다...서바이벌 프로 다 싫어하는듯
  • 야구 - 모르고 좋아하지 않음.

내 취향 너무 대중적이지 않냐구...


남자친구가 좋아하는 프로그램과 나의 생각

  • 미드 프렌즈 - 옛날 화질이 싫어서 남자친구 만나기 전 고딩친구들이 다 프렌즈 프렌즈 노래를 부르며 거의 10년 동안 보라고 난리쳤는데도 몇 편 보고 안 봄.
  • 일드 히어로 - 옛날 화질 싫다. 자막 읽기 싫다.
  • 일본 애니메이션들(지브리 등) - 일단 자막 읽기가 귀찮다. 한번 보려면 계속 이야기에 집중해야 하는 게 피곤함. 싫지는 않지만 마음 먹고 봐야한다.

둘다 좋아하는(했던) 프로그램

  • 나 혼자 산다 - 대중성 끝판왕 인정합니다. 근데 출연진에 따라 재미가 갈린다.
  • 동물농장 - 둘다 동물 좋아함.
  • 싱어게인, 음악 서바이벌 - 처음엔 같이 재밌게 보다가 남친이 좋아하던 출연자가 못해서 떨어지게 되면서 분위기가 나빠짐ㅎㅎ
  • 1호가 될 수 없어 - 같이 재밌게 봤었는데 점점 대본티가 나면서...그리고 남자친구는 뭔가 갈등 구조가 나오면 엄청 스트레스를 받아해서 이거 보면서도 갈등 구조 나오면서 점점 남친이 안 보게 됨.
  • D.P - 둘 다 재밌게 본 프로그램 맞음.
  • 기묘한 이야기 - 남자친구가 더 좋아했지만 나도 재밌게 봤다.
  • 서사가 있는 외국 영화들 - 영화 보고 이러쿵 저러쿵 얘기가 잘 통함. 근데 난 영화는 보는데 에너지가 들어서 사실 자주 보고 싶진 않다. 주말에만 한 편 정도씩 보고 싶음.

 
써놓고 보니 이 정도면 겹치는 취향도 많은 건가 싶은데, 내가 일상적으로 보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을 남자친구는 대부분 안 좋아하고, 남자친구가 주로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내가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에 취향의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진다. 또 같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나도 남자친구도 엄청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래서 아쉬움이 더 커진다.

어릴 때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음악 취향이 비슷한 남자가 이상형이었다. 고등학교 때 남자 선배가 내 이상형을 듣고 "그런 거 하나도 안 중요해. 널 좋아하면 남자가 니 취향에 맞출 거니까." 라고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맞는 말인데 틀린 말이다. 나한테 맞춰주지만, 그건 진짜가 아니니까 진짜 취향이 같은 거랑은 다름.)

선배가 말한 이유 때문은 아니었지만 나도 나이를 먹을수록 '취향은 친구들이랑 통하면 됐고, 남자와는 가치관이나 성격이 맞으면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남자친구와는 비슷한 것도 많다. 정치 성향도 그만하면 꽤 비슷하고, 하드한 유머 코드도 잘 통한다. 비슷한 것들이 많은데, 나에게 중요한 것 하나가 정말 다른 게 크게 느껴진다.

언젠가 친구 Y네서 한 달을 살 때, 저녁마다 우리는 같이 요리를 해놓고는 인터넷으로 '프로듀스101'을 틀어 수다 떨면서 같이 보곤 했다. 그리고 나선 각자 맥주와 와인을 꺼내 홀짝 홀짝 마시며 보드게임을 하거나, 빙고를 하고 또 이런저런 수다를 같이 떨다 잠들곤 했다.

그 저녁 시간이 너무 행복해서 처음으로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도 즐겁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친구 같은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행복이 나에게 상징적으로 남은 이유는, 그런 저녁 시간은 내가 원가족 안에서 겪어본 적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우리 가족은 각자 너무 취향이 달랐고, 그래서 각자 방에서 TV나 컴퓨터, 아이패드로 각자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보는 가족이다. 보드게임? 엄마는 그런 걸 안 좋아하기 때문에 가족이서 그런 걸 해본 일이 없다. 명절 고스톱 정도?

함께 좋아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같이 보는 것, 그리고 같이 보드게임을 하는 것

이게 내가 가족의 저녁시간에 대해 가지고 있던 로망이다.

그래서 친구네 가족이 넷이서 보드게임을 맨날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마음 속에 순간적으로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사실 이 로망은 엄청나게 크거나 꼭 채워져야 하는 게 아니다. 

그리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맞는 사람은 없다는 것도 잘 안다. 내게 좋은 저녁 시간을 알려준 친구 Y와는 정치 성향이 완전 달라져서 지난 번 만났을 때 한바탕 싸웠다.

이걸 머리로는 알지만 내가 원래 가족과 보내지 못했던 그 저녁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욕심이 마음 한 구석에 크게 자리잡고 있었나 보다.

내가 꾸리는 가정은 이랬으면 좋겠다, 이렇게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하는 그런 욕심.

함께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면서, TV로 함께 좋아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같이 웃고, 가족끼리 (누가 이기든 지든 감정 상하지 않고) 때때로 보드게임도 하는 가족

한국 예능 프로그램은 대부분 싫어하고, 보드게임이든 뭐든 경쟁하는 건 다 싫다는 남자친구와는 꾸릴 수 없는 가정이겠지. ㅋㅋㅋ

그래도 뭐 어쩌겠나. 받아 들여야지.

가족 중 누군가가 싫어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나 때문에 억지로 봐주거나, 보드게임을 나 때문에 억지로 해주는 걸 바라는 건 아니니까.

받아들일건데! 뭔가 외로운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ㅎㅎ

평생 취향의 간극을 전혀 극복하지 못하고 텔레비전 2대로 평화를 찾은 우리 엄마와 아빠도 잘 사니까...ㅋㅋ
나도 뭐...그렇게 살면 되겠지.

읽다 보니 생각이 정리되어서, 원래 제목에 물음표를 붙였다가 뗐다.
뭐 어째. 받아들여야지. 취향이 다른 걸.
알지만 비가 와서 그런지 왠지 좀 더 외로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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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작 후 처음으로, 아주 오랜만에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남친과는 첫 해외여행.

엔화 환율이 싸서 목적지는 일본으로 정했는데, 오사카랑 교토는 한번 다녀왔어서 도쿄로 정했다.

두 달 전부터 비행기 표도 사두고, 호텔도 예약해두고 환율이 쌀 때마다 야금야금 환전도 했다.

구글 맵에 열심히 갈만한 곳도 저장해두었다. 너무 많이 저장해둬서 남친이 도쿄 한 달 살기 하냐고 할 정도였음.

물론 지킬 건 아니지만 대략적인 여행 계획도 세워둠. 
그렇게 mbti P로서는 나름 만반의 준비를 하고ㅎㅎ 여행을 가려는데...두둥

출발 전날 항공사에서 온라인 체크인을 하라고 카톡이 왔다.
 

 

좌석 지정하고 모바일 탑승권 받으러 들어갔는데 여권 정보를 입력하라고 했다.

아 예매할 때 여권 정보 입력 안했구나 하고 하려고 여권 꺼내고 남친 보고도 여권 정보 보내라고 카톡 보냈는데...

내 여권...유효기간이 2021년까지인 거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오래 안 써서 몰랐지 뭐야...ㅎ
순간 여행 못 가는 건가 싶어서 멘붕...ㅎㅎㅎ
하지만 갓한국...에는 긴급여권 제도라는 게 있었다.

가족이 상을 당하는 등 급한 일 때문에 바로 출국하려는 분들이나...나같은 바보들을 위한 것으로 서울 구청들을 비롯한 여러 지자체에서 당일에 여권을 만들 수 있었음. 6개월 내 찍은 여권사진만 들고 가면 됐다.

출국하는 인천공항에서도 가능은 한데, 난 오전 7시 45분 비행기고 공항 여권 담당부서는 9시 오픈이라 당일에 알았으면 비행기는 무조건 놓치는 거였다. ㅎㅎㅎ

전날 미리 온라인 체크인 카톡 보내준 티웨이 항공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ㅠㅠㅠ

아침이라 연 사진관이 없어서 곧장 동네 지하철역에 가서 무인 사진기로 여권 사진을 찍었다. 급해서 머리도 안 감고 가서 뭔 범죄자 머그샷처럼 나옴ㅋㅋㅋㅎㅎ 꾸민다고 별로 다른 몰골은 아니지만;

그리고 바로 지자체청에 가서 긴급여권을 만들었다. 인터넷에선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다행히 나말고 이런 바보가 별로 없어서인지 10분만에 바로 만들어주심. ㅎㅎ 비용은 5만 얼마 들었다. 

근데 당장 여행갈 수 있단 사실만으로도 너무 다행이어서 돈 안아까웠음ㅋㅋㅋ
 


긴급여권은 1회에 한해서만 쓸 수 있었다. 찾아보니 사용 불가한 나라도 있었는데 일본은 다행히 사용 가능한 나라^^

출국 전날 여권 유효기간 지난 거 알게된 나같은 바보도 여권 만들어 주는 한국 최고, 나같은 바보도 입국 받아주는 일본도 최고! 한국 일본을 열심히 찬양했다.

집와서 긴급여권 정보를 항공사 홈페이지에 입력해서 사전 좌석 지정이랑 온라인 체크인도 완료.

정보가 당일에 바로 넘어갔는지 다음날 인천공항에서 자동출입국심사도 통과했다. ㅋㅋㅋ

그외에 여행 기간 동안 택스리펀, 일본 출입국심사도 다 아무 문제 없었음~

대한민국 행정 사랑합니다♥ 공무원 여러분 정부 여러분 사랑합니다!!! 캬~~ 국뽕에 취한다

그렇게 여행 전날 긴급여권을 만들고, 가방도 싸고 새벽 3시에 일어나 공항으로 가게 되는데...!

이것이 마지막 시련이 아니었으니...!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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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정외과 이근욱 교수님이 나와서
1시간 동안 미국 경제에 대한 강의를 하셨다
내용이 너무 좋아서 나도 감탄하면서 듣다가
수업 끝나고 교수님이 인사하고 나가셨는데
이미 수업시간 10분 초과돼서 다들 빨리 이동해야 하는데도 사람들이 명강의였다고
갑자기 자리에서 한명씩 일어나서(죽은 시인들의 사회인줄) 기립박수를 치기 시작함...수강생 백 명 넘는 대형 강의였는데...

뭔 꿈이냐 이게
이근욱 교수님 10년 전에 수업 하나 들은 것 말고 인연 없음...ㅋㅋㅋㅋㅋ 생각나서 검색해보니 작년에 차이 나는 클래스에도 출연하셨네
수업도 나에겐 너무 어려웠고 내 취향도 아니었고 학점도 B 받은 기억...인데 별 꿈을 다 꾸네

꿈에 대해 여러 얘기들이 있지만
난 평행 세계의 내가 겪는 일들이 링크 오류로 조금 조금씩 나타나는 것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뭔가 재미있잖아ㅋㅋ
나의 현실도 평행 세계의 나는 조금씩 꿈으로 꾸는 거지
그런 상상이 들게할만큼 생뚱맞았던 등장인물ㅋㅋㅋ

암튼 정외과 교수님들 종종 생각난다
난 신방과지만 내 마음의 고향은 정외과인듯

스맨파는 노잼이었는데
스우파2 이렇게 재밌을 일?
미국이랑 일본 팀까지 나와서 재밌다!!!

일단 2화까지 본 지금 눈에 들어온 건
츠바킬 아카넨 : 귀여운데 프로페셔널
츠바킬 레나 : 왜케 귀엽냐 표정이 넘좋음ㅋㅋㅋ
베베 바다 : 긴팔 긴다리 시원시원. 관상에 춤이 없는데(배구선수 관상) 넘 잘춰서 신기하다. 그리고 계급 미션 리더 안무 진짜 넘 잘 만듦. 당신은 천재 안무가가 맞습니다!!!
잼리퍼블릭 커스틴 : 뭔가 춤이 찰짐. 강약 조절 완벽. 괜히 탑이 아니다???
원밀리언 하리무 : 춤이 쫄깃하다!!! 보는 재미가 있음

요렇게!
진짜 다들 춤을 넘 잘춰서 재밌다
스우파1 보다 전체적인 춤 실력은 더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다 팀별 캐릭터만 더 살아나면 좋을듯...!

근데 출연자들 요즘 언어 사용인지 자꾸만
~분 이라는 정체불명의 언어를 써대는데 거슬린다

스우파2 출연자 여러분
사람 이름 뒤에 분 붙이지 마십쇼...
님 붙이는 게 맞습니다

베베의 리더 바다분 (X)
베베의 리더 바다님 (O)

분은 그런 데다 쓰는 게 아닙니다...
다들 근본없이 이름 뒤에 분 붙여대니 님이라고 제대로 붙이는 사람들이 똑똑해보이는 효과가 ㅎㅎ

프로그램 재밌다고 시작했다가 맞춤법 회초리질로 끝나는 근본 없는 글

그치만 간만에 넘 재밌는 프로그램이 생겨서 좋다!!!
스우파2 아직 안 보셨다면 아래 영상부터 보십쇼

오싹오싹 여초식 기싸움 - DogDrip.Net 개드립

어우

www.dogdrip.net


남초 커뮤니티에 주기적으로 올라오는
여초 집단에 대한 디스글.

초중고대학교 다 남여 반반인 공학, 합반을 나왔고
남초 집단에도 있었고 여초 집단에도 있어본 사람으로서 여초 집단만 나쁜 인간들 있다는듯 취급하는 건 견딜 수가 없다ㅋㅋ남초는ㅋㅋㅋ 괜찮은줄 아나효??
인간은 원래 다 각자의 이유로 좆같답니다ㅎㅎ

남초 여초 다 있어봤는데 둘다 문제 있는 집단은 문제 있다. 물론 문제가 어떤 건지가 좀 다르지.

내가 겪어본 거 정리해줌.

- 여초
: 초중고 또래집단, 회사에서 겪어봄

초중고 땐 여초 집단이 집단주의+공감 요구가 좀 심한 편이었음. 나도 그런 집단 분위기랑 안 맞아서 욕 많이 먹고 은따 당한 적도 있음. 지금도 생각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중딩 때 뭔 놀이공원으로 소풍 갔는데 애들 다같이 핫도그 사먹었는데 나만 안먹어서 담날 욕먹은 거ㅋㅋㅋ 그 욕한 애랑 개싸웠는데 남자애들이 다 내 편 들어서 이김ㅎㅎ

그외에도 남들 다같이 뭐한다 할 때 난 안할래 해서 욕먹은 적 많음ㅋㅋㅋ 고딩 땐 여자 여섯이서 친했는데 다른 애들이 싫어하는 애 나도 같이 싫어해줘야 했는데 난 그 애 안 싫어하고 걔가 나한테 친한 척하는 거 받아줘서 욕 쳐먹음ㅎㅎ 이외에도 여자들 특유의 학교 복도에서 만나도 반가워하기+호들갑 떨기+아프다면 막 걱정해주기 등등 하나도 못해서 욕먹고 미움받은 일 다수.(나중에 이유 물어보니 내가 저런 행동 안해서 자기 싫어하는 줄 알았다고...ㅋ)

여까지만 보면 역시 여자들 피곤하다 가식적이다 하겠지만ㅋㅋㅋ 또 장점이 있음ㅋ 여자들은 서열이 확고하지 않고 민감하지도 않음. 대부분 동등한 애들끼리 지랄하고 욕하고 뒷담까는 거라서 한 명 갖고 막 잔인하게 다수가 왕따시키고 그런 경우는 거의 없고 흔하지 않음.

뭐 근데 남자들이 보기엔 남초에선 폐급+사회성 진짜 빻은 놈들만 왕따 당하는데(난 아니라고 생각하지만ㅋ) 여자들은 아무나 왕따 시킨다 이쁜 여자 왕따시키고 뒷담까는 거 아니냐 생각할 수 있는데ㅋㅋㅋ

그게 아니라 여자들은 대부분 사회적 민감도가 높고 사회성이 좋기 때문에 사회성의 기준이 높아서 그래보이는 거임ㅋㅋㅋ 사회성 진짜 좋고 성격 좋은 애들은 여초에서도 왕따 그런 거 모르고 12년 산다. 이영지 같은 애는 왕따가 뭔지 모를걸?ㅎㅎ

나도 사회성이 부족해서 은따 당하고 산거지ㅋㅋㅋ 그리고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 다 나같은 친구들인데(mbti 파워 T들) 그들도 각자 나와 비슷한 경험들이 있는데 다들 자기 사회성 부족했던 거 인정함. 나도 그렇고. 내가 잘못된 건 아니지만 다수의 여자들이랑 성격이 다른데 어쩌겠음. 원래 자기랑 다른 사람 낯설어하고 배척하려는 건 인간의 본능이여.

또 여초 왕따는 한 명 집어서 얘 죽이자!!! 이런 게 아니고 중간중간 착한 애들 있어서 따돌림 당해도 걔네랑 놀아도 되고. 문제 생겨도 대화하자고 하면 대화로 풀리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신체적 폭력이 들어가는 경우는 매우 드묾.

여초는 성인되면 더더 편함. 여자들은 개인주의 성향이 더 강해짐. 초중고 때는 매일 하루종일 붙어있어야 했으니 저랬던 거고, 초중고 때 몰려다니며 잘지냈던 애들도 실은 피곤했었는지 대학에선 독립적으로 잘 지냄.

옛날에 이대 안에 이화사랑이란 김밥 파는 곳이 있었는데(지금도 있나?) 이대 친구들 만나러 거기 가보면 진심 다 혼밥하고 있었음ㅋㅋㅋ 친구들 얘기 들어봐도 여대엔 공학, 남초과 대비 자발적 아싸가 진짜 많음. 이때부턴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도 별로 상관 없는 경우 다수.

회사는 커리어 좋고 배운 거 많은 똑똑한 여자들이 다닌 여초 팀이나 회사 세 곳 다녀봤는데 다 진짜 좋았음.

다들 여자 5-10명인 팀에 남자 한두명 있는 경우였는데
-근무 시간에 일만 딱딱 효율적으로 함
-쓸 데 없는 야근+저녁 회식 없음, 눈치 안줌.
-회식 가끔 해도 점심에 호텔 뷔페+좋은 카페 감
-정치질 거의 안하고 각자 할 일 열심히 함
의 콜라보였고 개인의 의사를 굉장히 존중하는 분위기여서 좋았다

뭐 “여초인 간호사 조직엔 태움 문화 있다던데 뭐냐?” 이럴 수 있는데 진짜 특수한 조직의 경우라고 생각함. 개인주의화 되지 않은 집단주의 여초 조직에서 일어나는 일 같은데 그런 조직 자체가 여초 집단 중에서 흔한 집단은 아님.

일반적인 여초는 성인되면 서로 간섭 안하고 맘에 안드는 사람 있어도 걍 같이 안 노는 게 일반적이다. 여자들은 성인이 되면 기본 베이스가 개인주의가 되거든. 결혼하고 애 낳으면 이게 더 가속화되고.

- 남초
: 초중고 교실에서 관찰, 대학시절 동아리(팀스포츠 동아리), 회사에서 겪어봄

서열이 매우 확실하다. 서열 제일 높은 놈이 괜찮은 놈인지 양아치 새끼인지에 따라 집단의 문화가 결정된다.

남자들도 초중고 땐 다수랑 다른 애 배척하는 게 쩌는데, 여자들은 뒷담을 깐다면 남자들은 만만하다 싶으면 대놓고 배척하고 괴롭히는 경우가 많음. 서열 제일 높은 놈이 양아치면 이 분위기가 극대화됨. 운동(특히 축구)이나 게임(스타, 롤, 옵치 등 그때마다 다같이 피방 가서 하는 메인스트림 게임) 못하고 일본 애니나 보거나 조용하고 섬세한 애들, 아니면 막 니베아 체리 같은 거 바르면서 거울 보는 남자애들 개무시하는 경우 많았음.

중고딩 때 반에서 서열 높은 남자애가 조용한 애 기분 더럽게 막 뒤통수 손으로 퍽퍽 소리나게 때리면서 쳐웃고 다른 남자애들은 말리지도 않고 같이 낄낄대면서 비웃고 그러는 거 많이 봄. 아 우리반 남자들 다같이 컨닝하다가 걸린 역대급 사건이 있었는데. 한 명 희생양으로 몰아서 걔 전학보내고 끝내는 것도 봤음. 여초에선 그런 상황엔 절대 단합 안되거든? (애초에 다같이 컨닝하는 것부터 불가능) 근데 남초는 제일 서열 높은 애가 그러자고 하니까 착착 한 명 병신 만들어서 전학 보내고 끝내더라. 내가 그때 임원이었어서 담임이 불러서 이런 일이 있는데 컨닝한 남자애들은 다 이렇게 증언했는데 사실 같냐고 들은 거 없냐고 나한테 팩트체크하는데 진짜 한놈도 빠짐없이 구라를 쳐서 평소 만만했던 놈 한 놈을 담그는 데 동조했단 게 참으로 놀라웠던 기억이 있음.

그외에도 구린 일에 단합 되게 잘됨. 학교에서 성범죄 벌어졌을 때 범죄자가 리벤지 포르노 찍어서 반 남자애들한테 다 보여주고 다녔는데 남자애들이 하도 쉬쉬하며 지들끼리만 돌려봐서 하루종일 같이 학교에서 붙어 지내는 여자애들이 알게되기까지 한참이 걸림. 여자애들이 알고 나서야 피해자도 알게되고 학교에서도 알게 됐었고.

근데 또 남초 장점은 그런만큼 리더, 서열 높은 애가 괜찮은 애면 또 좋은 쪽으로 단합이 잘된단 거임. 그리고 반 남자애들 열몇명이 다같이 축구 우루루하고 피씨방 우루루 몰려다니면서 노는 문화라 사회성 없는 애도 잘 묻혀서 그럭저럭 잘지낼 수 있음. 피씨방 모임에 못 끼면 못 낀 오타쿠들끼리 또 잘 놀고, 반 분위기 좋으면 그런 애들 굳이 괴롭히거나 배척하지 않고 다같이 잘지냄.

남초는 성인이 돼서 대학을 가고 회사를 가도 집단주의+서열문화 본질이 별로 바뀌지 않음. 아니 오히려 다같이 일을 하게 되면 더 강화되는 느낌. 본인의 서열은 바뀔 수도 있겠으나...그외 나머지는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대학 남초 동아리에서 난 여자라 서열외의 입장에서 남자들의 서열문화를 관찰하곤 했었는데, 진짜 남자들도 사회생활 만만치 않구나 싶은 적 많음.

남친도 남초 직업인데 선배들이 후배 내리갈굼하는 거(잘못한 후배한테 지적 안하고 그 후배의 선배를 대신 갈굼)나 자기들이 병신 취급하고 싶은 한 명 인사도 안 받아주고 잔인하게 대하는 거나...ㅋㅋ 남초에선 다른 사람들의 서열을 알고 난 어디쯤인지 내 서열도 빨리 눈치까고 그 서열에 맞게 행동을 잘 해야함. 남자들이 괜히 알파메일 베타메일 이런 소리에 심취하는 게 아님ㅋㅋㅋ 남초는 까라면 까야되고 상사가 노래방에서 도우미 부르자면 난 안 내켜도 불러야 하고 그런 상명하복, 집단문화가 심하다. 물론 내가 직급 낮아도 능력 좋고 사회성 좋은 남자(즉 서열 높은 남자)면 자유롭게 살 자유가 좀 보장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걍 서열에 순응해야함. 요즘은 여자 거의 없던 남초 조직에 여자들이 진출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그러면서 부조리했던 조직 문화가 서서히 바뀌어가고 있는듯.

아 남초 회사 장점도 써줘야지. 일 설렁설렁해도 됨. 월도 아저씨들이 워낙 많아서 살짝 월도짓해도 티 안남. ㅋㅋ원치 않는 술자리 줜나게 많은데 그런 데 가서 대화 잘 통하는 척 하고 털털하고 당돌한 여후배 코스프레 하면서 서열 침범하지 않고 호감캐릭터 되면 업무 협조 잘해주고 내 일도 대신 해주고 그럼ㅋㅋㅋㅋㅋㅋ

남자 후배들도 꽤 받아봤는데 남자 후배들도 서열에 아주 민감했다. 내가 풀어주고 착하게 굴면 한도 끝도 없이 기어오르고 빡세게 굴면 군기 바짝 들어서 열심히 일함. 남자들은 전체적으로 리더, 윗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더라.

각자 이런 장단점이 있음. 아 그리고 현실에선 성별보다 구성원들 수준이 중요함. 남초든 여초든 괜찮은 사람들 모인 집단은 전체적으로 괜찮음.

그리하여 여초 집단만 뷩신은 아니란 얘기

인터넷에서 직업 아무거나 고를 수 있으면 뭐 하고 싶냐는 글을 봤다

나는 야생동물 중에 다치거나 무리에서 도태된 애들 맡아서 치료해주고 훈련시켜서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시설 좋고 자금 빵빵한 기관에서 일하는 아기동물 담당 사육사! 하고 싶음. 호주 저런 기관 다큐 보는데 진짜 매일 출근길이 행복할 것 같더라. 나오는 직원 부러워서 죽을 뻔. 회사 갔는데 아기 펭귄 있어! 아기 캥거루 있어! 걔네가 막 나 엄만줄 알고 와서 밥 달라고 해!

개 세 마리 노견되어 죽을 무렵마다 병수발 드는 나를 보고 (나 개 약먹이기 쌉고수임✌🏼) 엄마가 “넌 수의사를 했어야 돼”라고 했지만 전혀 동의할 수 없었다...이과 시절에도 한의사나 정신과 의사 되고 싶었지 수의사는 단 한 번도 생각 안해봄. (물론 성적도 안됐지만^^)

왜냐면 수의사는 매일 아픈 동물을 봐야하는 고통으로도 모자라 자주 동물을 안락사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동물 내 손으로 안락사 안시켜도 되는 사육사가 나의 이루지 못한 꿈 다시 태어나면 되고 싶은 직업 1위이다

아픈 동물 보는 거 괴로우니까 아기 동물 전문 사육사 하고 싶어효 물론 아기도 아프겠지만 자주 아프진 않을테니...슬픈 이별보단 자연으로 돌려보내며 행복한 이별 맞이하는 그런 기관에서 일하고 싶음

저 직업 말고는 어떤 매체를 보거나 sns 보거나 해도 딱히 어떤 직업이 부럽다는 생각이 전혀 안드는데 왜인지 생각해보면

어릴 땐 방송국 피디나 정치학자 되고 싶었는데 방송국에서도 일해보고 정당에서도 일해보니 저 둘다 내 적성 아니란 생각이 들었고(방송국-체력 안됨, 정당-재미는 있었는데 세상에 죄짓는 느낌?ㅋㅋㅋ 물론 정당과 정치학자는 다르지만 논문 쓰는 석박사 친구들 보면 정치학자도 내 적성 아닌 것 같음...)

기자도 해보고 싶었는데 해봤네? 이건 적성에도 맞고 꽤 잘했었지만 막 평생 하고 싶진 않았음. 그래도 기자 계속 했으면 그럭저럭 만족하고 살긴 했을듯? 그치만 시도때도 없이 일해야하고 주말과 명절, 공휴일에도 당직 서야 되고 퇴근 후에도 일 터지면 기사 써야 한다는 게 무척 큰 흠이었음

인디 음악 레이블에서 일하고 싶단 꿈도 있었는데 인디 영화계에서 일해본 덕에 인디- 붙은 곳은 발도 들여놓으면 안된단 것도 배웠고...

아 더 어렸을 땐 정신과 의사, 한의사 되고 싶었는데 맨날 의사랑 같이 일하는 지금은 그덕에 하나도 안부러워졌네...ㅎㅎ

그러고 보면 20대 때 뭐하나 제대로 이룬 게 없는 대신 해보고 싶었던 걸 다 찍먹 해봐서 아무 미련이 안 남았다

친구들이 이과 선택해서 공대 갈걸 의대 갈걸 소리할 때도 이미 이과로 재수까지 다 해봐서 지나가는 농담으로도 미련 없음

내가 왜 커리어에 별 욕심이 안 생기는지, 딱히 해보고 싶은 게 없는지 몰랐는데 이 글 쓰다가 알게 됨

하고 싶었던 웬만한 걸 다 해봤군

그리고 일 자체와 난 잘 안 맞는다는 걸 알게된듯...
생산적인 일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있어야 행복한 사람...그게 저에요...

결론 : 누군가가 벌어오는 돈으로 꿀빨고 싶다
연금복권 당첨되고 싶다
그게 어렵다면 하루 2시간, 일주일 3일 정도만 일하고 월 500씩만 벌고 싶다

마지막 줄이 제일 현실적인듯하다...
주 6시간 일하고 월 500 버는 삶을 살 방안을 찾아봐야겠다...

남자친구 말대로...유튜버가 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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