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보에 대한 생각

내 외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쯤 되는 양반은 충청도 지방에서 유명한 탐관오리였다고 한다
사람들을 엄청나게 수탈했다는듯

어느 정도였냐면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났을 때 그 양반의 묘를 동학농민들이 파헤침...
분노가 어느 정도였으면 죽은 사람 묘까지 파헤쳤을까? 대체 얼마나 심하게 수탈했으면?

하여튼 외가가 탐관오리로 떵떵거리며 살았던 과거는 옛날이고 우리 외할아버지는 일제 징용 끌려가서 탄광에서 일하다 온 서민이었다.

평생 잘 살진 못하셨고, 대전의 엄청 오래된 아파트에서 담배 팔면서(옛날엔 아파트 가정집에도 담배 허가증 나왔나봄. 할아버지 사시던 아파트에 담배 표지 붙어있었음) 사시다가 돌아가셨다.

근데 나중에 맨손으로 사업 시작해서 성공한 우리 외삼촌이 그 지역의 정치인이 돼서...ㅋㅋㅋ 세금으로 우리 역사 세우기 어쩌고 하면서 그 조상님 묘를 다시 잘 이장했대나 뭐래나ㅎㅎ

암튼 이렇게 살아있는 현대사 같은 일화가 있는데

엄마는 내 이름을 동학농민과 관련 있는 이름으로 지어버렸다. (봉준은 아닙니다ㅎㅎ) 가족의 역사를 알고 지은 건 아니고...그냥 책 읽다 맘에 들어서 지으심.

그래서 내가 일이 잘 안 풀릴 때 엄마는 조상님이 내 이름 싫어해서 그런 거 아니냐고 개명하라는 드립을 치곤 했는데

그럭저럭 만족스럽게 잘 사는 지금 문득 생각해보니 내 이름이 탐관오리 조상님 업보 져줘서 그럭저럭 잘 사는 거 아닐까 싶어졌음

뻘생각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