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준열이 얼마 전에 침착맨 인터넷 방송에 나와서 한 말이 난리였다. 류준열은 평소 환경 챙기고 제로웨이스트 실천하자며 인스타에 관련 포스팅도 자주 올리는 자칭 환경 지킴이. 그런 그는 촬영 현장에서도 식사를 할 때 일회용품을 안 쓰기 위해 본인의 식판을 들고 다닌다. 이 말을 듣고 침착맨이 그러면 집에 도로 가져가서 설거지까지 하는 거냐고 물었는데, 류준열이 설거지는 매니저가 한다고 해서 논란이 됐다.

 

“설거지는 매니저가”…류준열 갑질 논란 무슨 일?[MK이슈]

영화 ‘올빼미’로 연기력과 흥행력을 인정받은 배우 류준열이 예상치 못한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류준열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11월 만화가 겸 방송인 침착맨(이말년)의 트위치 생방송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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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보면서 얼굴이 절로 찌푸려졌다. 내 잘난 신념을 위한답시고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는 사람들이 너무 싫다. 내 신념을 지키기 위한 대가는 온전히 내가 치러야 하는 것 아닌가? 자신의 도덕적 허영을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고,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면서 그건 잘못인 줄도 모르는 저런 행동이 너무 싫다. 매니저가 동의를 했어도 싫다. 제로웨이스트는 자신의 신념에 따른 행동이다. 내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추가적인 노동을 해야 한다면, 그 노동 또한 나의 몫인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환경을 생각하는 개념 연예인이 되기 전에,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존중하는 동료가 돼라.



내가 유독 저런 행동을 싫어하는 것은 아마도 내로남불로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다.

내 주위에도 저런 사람이 종종 있었다. 취업 준비생 때 친해진 C언니(나한테 엄청 잘해줘서 급 친해졌는데, 내가 홍대 앞 일베 조각상 직접 보고 싶다고 했다고 나 일베충 취급하며 갑자기 나랑 쌩깐 언니ㅋㅋ)가 그랬다. 그 언니는 좋은 회사에 다니는 남자친구한테 용돈을 받아서 썼다. 여기까진 언니가 오히려 능력있다고 생각했다. 언니 남자친구 좋은 사람이네, 하면서. 근데 수입이 없던 언니가 남자친구에게 받은 돈의 일부를 매달 환경단체에 기부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일을 할 수 있는 건강한 몸을 가진 사람이 일도, 그 단체를 위한 봉사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도덕적 허영을 채우기 위한 기부는 남자친구 돈으로 손쉽게 해버리는 게 너무 우습고 부조리한 일처럼 느껴졌다.

엄마한테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집에서 부모님 카드를 받아쓰는 대학생 엄마 친구 딸이, SPC를 불매해야 한다면서 부모님한테 파리바게트는 가지 말라고 하고 파리바게트보다 훨씬 비싼 개인 빵집에서만 빵을 사먹는단다. 물론 부모님 카드로.

엄마는 시민단체에도 이런 사람들이 널렸다고 했다. 엄마는 여러 곳에 강의를 다니는데, 어떤 시민단체에서는 강의비의 일부를 저희 단체에 기부하시는 게 어떻겠냐고 했단다. 그 기부금을 떼고 강의비를 주겠다고. ㅋㅋㅋ 물론 엄마는 난 그런 식으론 기부 안한다고, 강의비를 다 달라고 했다.



내 신념을 지키겠다면서 그에 수반되는 대가를 다른 이에게 떠넘기는 것은 얼마나 무책임하고 추악한가.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결과만 얻고자 하는 사람, 공짜만 좋아하면서 대가는 치르지 않는 사람, 정의를 외치면서 노동은 하지 않는 사람이 싫다. 신념은 그런 식으로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입으로만 몇 마디 떠들거나 인스타에 글 몇 개 올리면서 지킬 수 있는 게 신념이라면 세상에 그딴 일을 못할 사람은 없다.

그리고 항상,
사회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잘난 척 하기 전에, 나는 내 자리에서 내 몫, 내 책임을 다 하고 있는지, 주위 사람들을 존중하고 있는지, 일상생활의 나부터 돌아봐야 한다. 그게 훨씬 더 중요하다.

환경은 말로만 보호하고 설거지는 다른 사람에게 시켜야 한다면 차라리 일회용품을 쓰는 것이 낫다.

신념은 말이 아니라 설거지를 하면서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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