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교육과 계층 이동에 대해 생각해보는 중.




요즘은 서울대생이 죄다 강남 애들이라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한국 정도면 계층 이동이 열려있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외국 입시에 대해 알게될 때마다 이런 생각이 더 커짐.

예를 들면 영국은 계급이 확고한 나라라 워킹클래스에서 대학 가는 게 엄청 드문 일이고(학교 신문에 날 정도라함) 독일도 초등학생쯤인가 어린 시절에 이미 대학에 진학할지 말지가 정해진다고 함. 일본은 중학교 입시부터가 찐인데 중학교부터 좋은 중학교 못 들어가면 땡이라는듯.
지역마다 다르긴 한데 공립중고 나오면 국립대(일본은 국립대가 짱이라함 도쿄대 교토대 등) 가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는 것 같다.

그에 비해 한국은 아직까지는 가난해도 자기만 머리 좋으면 비교적 좋은 대학에 가고 대기업에 취직해서 중산층이 될 길이 열려있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내 주위에도 어느 정도 가난했는데 스카이 가거나 의대간 친구들이 꽤 있는데 진짜 한 명도 안 빼놓고 죄다 정시로 갔음.




사회 전체적으로 계층이 공고화되던 와중에도 교육으로 계층이동이 가능하게 만든 데 큰 공을 세웠던 존재가 둘이라고 생각하는데,

첫번째가 손주은과 메가스터디
우리 집이 잘 사는 집은 절대 아니었지만 내가 어릴 때부터 공부를 좀 잘했고 엄마가 내가 보내달라는 학원은 보내주려고 노력한 편이라 어쩌다보니 강남(대치동, 서초동)/목동/노량진 학원을 다 찔끔찔끔 다녀봤다. 다 다녀봤어도 인강 강사들보다 강의 잘하고 잘 알려주는 선생님이 없었고 다 거기서 거기였다. 그걸 깨닫고 나중엔 그냥 메가스터디도 비싸길래 메가스터디 보다도 싼 스카이에듀 인강 끊어서 들음 이과에서 문과로 바꿀 때 스카이에듀 사탐 4과목 기본 개념 강의만 듣고 6월 모의고사에서 3과목 50점 만점 받고 수능에서도 다 1등급 받음.

메가스터디는 어디 시골 깡촌에서도 들을 수 있었고
돈이 진짜 진짜 없으면 교재만 어디서 구해다가 둠강(불법강의) 듣거나 공짜인 강남구청 인강만 들어도 수능 공부하는데는 지장 없는 퀄리티였음. 요즘 일타스캔들이라는 드라마 보는데 솔직히 유명 강사 강의 현강 들을 필요 전혀 없고 걍 인강 들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함. 근데 노량진 단과 현강도 얼마 안했었어. 수백명이 다같이 들으니까.

하여튼 공부할 생각있는 애들한테 인강이 생긴 건 엄청난 변화였고 가난하거나 시골 사는 애들한테도 기회를 열어줬던 대단한 발명이라고 생각함.

손주은은 인강 도입한 것만으로도 교육을 민주화 시킨 거나 다름 없는데 사회적으로 그에 걸맞은 대접은 못받은듯. 그래도 돈은 엄청 버셨으니 뭐.

두번째는 특목고라고 생각함.

난 민주 진영의 교육관이나 교육 정책이 싫은 게, 열심히 노력하고 살면서 개천에서 나는 용이 되려는 사람들을 어떻게든 끌어내려서 “왜 개천에서 태어난 주제에 굳이 용이 되려고 해? 붕어, 가재, 개구리도 행복한 개천 만들자~” 우겨대서 그럼. 아니 개천 행복하게 만드는 건 중요하지. 붕어, 가재, 개구리도 행복해야지. 근데 붕어 가재 개구리가 개천 떠나 용 되고 싶다하면 그 길도 열어놔야 맞는 사회 아냐? 그 길을 막아둬야 영국, 일본 같은 나라들처럼 상류층 지들끼리만 좋은 학교 좋은 직업 좀 더 쉽게 나눠먹을 수 있으니까 어떻게든 막는 거잖아. 입학 취소 돼도 기를 쓰고 의사자린 못 내놓는다는 조민을 봐. 걔 아빠는 의사 안돼도 행복한 세상을 그렇게 트위터에서 부르짖더니 지 딸은 저 와중에도 절대 의사 면허 포기 못하고 못 잃는다잖아ㅋㅋㅋ 대학교수 엄마아빠가 아들 대학 시험을 대신 쳐주고 있질 않나ㅋㅋㅋ 환장해.

하여튼 특목고가 있을 땐 강남 집값 억제효과가 있었음. 다들 8학군 안가도 외고 가면 됐거든.

내가 중딩 때 엄마한테 먼저 외고 입시 시켜달라고 한 이유가 그건데. 내가 배정될 일반고가 둘이 들어갔다 셋이 나온다고 소문이 자자한 그런 악명 높은 학교여서. 근데 내가 그 학교 가면 공부 안할 게 뻔해서 기를 쓰고 미친듯이 공부해서 외고감. 외고 떨어진 내 친구들+부모님이 교육 관심있는 애들은 죄다 위장전입해서 옆동네 8학군 고등학교 가거나 부모님이 무리해서 8학군으로 이사감. 외고 없애니 학군지는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고 개천에서 난 용 포텐 가진 이무기들은 좋은 교육에 접근하기가 더 어려워졌지. 학교 끝나고야 인강 들으면 되지만 학교 수업시간엔 인강 못들을 거 아니냐.

외고에서는 나도 친구들도 사교육 별로 안받음. 주4일 밤 10시까지 야자했고 원하는 사람은 12시까지 남아서 추가자습도 가능했음. 문제 풀다 모르는 거 있으면 그냥 옆자리 친구한테 물어보면 됐고, 인강 들으면 됐음. 근데 애들 위한다고 야자 없애면...그 시간을 뭘로 메꾸겠어 사교육으로 메꿔야지.

암튼 수능 중심의 입시 제도, 인강과 특목고가 교육으로 인한 계층이동을 가능하게 했던 존재라고 생각하는데, 특히 서울에 있는 외고들 중에서도 대원한영외고 말고 대다수 동네 외고들은 각 지역에서 잘살지 않아도 공부하고 싶은 애들을 공부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생각하는데...수능 중심의 입시 제도도 특목고도 없애버린 게 좋게 보이지 않음.




어차피 좋은 대학은 한정돼있고 거기 갈 수 있는 애들도 한정돼있음. 다들 거길 가고 싶으면 박터지게 경쟁하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경쟁 없는 교육 전인교육 어쩌고...다 허상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내신으로 대학을 보내든 입학사정관제로 대학을 보내든 대학 평준화가 되지 않는 한 결국 다 경쟁을 해야돼. 아니 대학 평준화가 돼도 경쟁을 해야돼. 그때도 의대 치대 한의대는 남아있을테니까. 대다수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학과나 명문대는 소수만 갈 수 있으니까 어쨌든 경쟁을 해야함.

어차피 경쟁을 해야하고 줄세워야 한다면 학문적으로 필요한 것을 가지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기준으로 경쟁을 공정하게 시행하는 게 맞다고 생각함.

왜 한국 입시 경쟁이 유독 극악이고 힘든건지 생각해보면 외국은 상류층, 중산층만 대학입시 준비하고 걔네끼리만 경쟁하니까 경쟁이 그렇게 치열할 필요가 없는 거고, 우리나라는 어디 깡시골 가난한 집 애도 공부만 잘하면 서울대고 의대고 갈 수 있으니까 전국민이 다 뛰어들어서 경쟁하니까 경쟁이 빡센거고.

역설적으로 제도가 공정하고 모두에게 기회가 열려있을수록 경쟁은 치열해지는 것임. 경쟁이 치열한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란 소리지.




공정하게 경쟁하려면 수능 중심으로, 제도를 자주 바꾸지 말고(제도 바꿀 때마다 정보력 좋은 부잣집 애들만 유리해짐) 장기적으로 이끌어 나가면 됨.

거기에 큰 시험엔 약하지만 매일 성실한 애들을 위한 내신 수시 전형 일부 두고, 가난하거나 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위한 특별전형만 추가로 두면 됨. 사실 공정성 면이나 실력 면이나 입시로는 05-07년도쯤 입시가 이상적이지 않았나 싶다.

근데 높으신 분들 지 자식들이 곧죽어도 노력해서 수능 잘 볼 일은 없을 것 같으니 어떻게든 뒷구멍이 필요해서 이상한 제도를 열심히 만들어 내지. 수능 최저 없이 논술만으로 대학을 간다든지...미트 안보고 의전을 간다든지...응...그런거. 그러니까 엄마아빠가 대신 쌓아준 스펙으로 의사가 되놓고도 자기는 떳떳하다 의사 자질이 충분하다는 사람이 나오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