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하루 2만보씩 걸으며 쌓인 여독을 풀 겸
토시마엔 니와노유라는 도쿄 안에 있는 온천에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히가시 나카노 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타야 했는데,
갈아탈 지하철 회사가 달라서
아예 바깥에 나갔다가 지하철을 다시 타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온천은 야간개장 표가 쌌는데, 야간개장 시간까지 시간이 남아서 히가시 나카노역 근처 카페에 가보았다.

'Louvre' 라는 아주 오래된 카페 겸 빵집이었다.
노부부가 운영하시고, 빵 값이 무척 쌌다.

애플파이가 하나에 77엔이었다. 음료수는 싸지 않았다.
애플파이를 하나 사고, 일본 여행이니만큼
한국에서 흔치 않은 초콜릿 파르페와 메론 소다를 시켰다.

흡연 천국 일본.
옛날 가게여서인지 안에서 담배를 펴도 됐다.

안에는 동네 할머니들이 많았다.
혼자 온 여자 둘도 있었다. 둘은 담배를 피며 커피를 마셨다.

뭔가 실내 흡연도 흔치 않은 경험 같아서
흡연자인 남친에게 담배를 피라고 했다.
남친은 담배를 피면서 참 좋아했다.
꼭 담배를 필 수 있어서는 아니겠지만
우연히 들어간 이곳이 여행 중 제일 마음에 드는 장소라고 했다.

나도 한국에는 남아있지 않은 느낌의 가게여서 흥미로웠다.
구글 맵 후기를 보니 일본에서도 헤이세이 시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레트로 감성으로 찾는 것 같았다.

가게에서 여의도에 있는 아주 오래된 건물들 느낌이 났다.
여행이니까 가게에 담배 쩐내가 밴 느낌도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실내 흡연이 허용되던 옛날 옛적 추억이 떠오르던 곳.
나갈 때는 성냥을 주셨다. 이것도 오랜만.
 

 
온천 도착.
좀 큰 목욕탕인데,
혼성 탕이 있어서 찾아간 곳.

안에도 탕이 있고, 바깥 노천탕도 꽤 커서 좋았다.

여탕에도 실내에도 탕이 있고, 노천탕도 따로 있었다.

평일 저녁이어서인지 사람이 많지 않고 한적했다.
재미있었던 건 카운터에서 자전거 타고 왔냐고 물어봤던 것.
근처에 자전거 주차장이 있는데,
온천을 이용하면 자전거 주차권을 줌. ㅋㅋㅋ
 

 
여러 기념품도 팔고
 

 
휴식 공간도 있었다.
 

 
목욕이 주제인, 재미있어 보이는 만화책이 비치돼있어서 찍음.
옆 포스터는 아마 지하철역에서 찍은 듯한데, 공공 포스터치고 캐릭터가 너무 귀여워서 찍었다. 멧돼지찡 넘 귀여버용...
 

 
우리나라 찜질방 식당처럼 여기서도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텐동, 가츠동, 잭 다니엘 하이볼, 생맥주까지. 다 그럭저럭.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앞 지브리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모티브로 한 시계.
정해진 시각에 움직이면서 인형들 나온다는데...시간 못 맞춰서 못 봄. ㅎㅎ
 

 
숙소 앞 건물이 닛테레라는 일본 방송국 본사였는데
아침이고 밤이고 안쪽까지 훤히 보여서
일본 회사 풍경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남친은 층마다 흡연실이 있는 걸 제일 부러워했다.

역시 여기도 방송국이어서인지,
월요일 밤을 넘어 화요일 새벽까지 열심히 회의하고 일하더라.
 

 
이전 글에 빼먹었던 첫날 저녁 야식.
첫날 저녁에 너무 피곤해서 숙소 일찍 들어와서 쉬었는데,
출출해서 우버이츠를 깔아서
긴타코라는 체인점에서 타코야키랑 가라아게를 시켜먹었다.
편의점에서 산 아사히와 함께.

맛은...그냥 그랬다. ㅎㅎㅎ
 

 
다음 날은 디즈니씨에 갔다.
돈 내고 우선 입장 티켓 다 사고ㅎㅎ
40주년 기념 무료 우선 입장 티켓도 나눠줘서 
잘 활용해서 오래 기다리지 않고 이것 저것 많이 타고 왔다.

센터 오브 더 어스, 해저 2만리, 아쿠아토피아, 레이징 스피리츠, 타워 오브 테러, 자스민의 플라잉카펫, 매직램프 시어터
이렇게 탄듯.

놀이 기구는 다 별로 무섭지도 않고 시시했다.
‘레이징 스피리츠'만 추천. ㅋㅋㅋ

근데 디즈니씨 메인은 이게 아니었으니...

 
메인은 바로 밤 퍼레이드였다.

이거 우선 입장 티켓이 앞쪽에서 볼 수 있는 티켓인데,
다른 티켓보다 비싸고 '어차피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거 아냐?' 싶어서 이건 안 샀는데...
이게 제일 돈값하는 거였다.

90년대 디즈니 만화동산 보던 기억에 아는 노래 다 나오고
너무 감동적으로 잘 짜여져 있어서 나중에 나도 모르게 눈물남...

하루종일 덥고 다리 아프고 놀이기구는 기대보다 너무 재미 없어서 힘들었는데
이 공연 하나만으로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디즈니씨에서 잘 놀았다.
 

 
너덜너덜해진 다리를 끌고
나가서 저녁 먹어야지 하고 구글 맵을 슥슥 찾는데 늦은 시간이라 연 식당이 많지 않은 가운데
숙소 근처에 별점 높은 우동집이 있었다.
일본 와서 우동 먹은 적이 없는 것 같아 가보았다.
 

 
숙소 근처인데도 며칠 동안 이쪽으론 안 와봤는데, 번화가였다.
 

 
우동 오니얀마
밤 9시가 넘은 시각이었는데도 직장인 아저씨들이 우동집 앞에서 티켓을 뽑고 있었음.
자판기에서 티켓 뽑아서 내면 주는 시스템.
 

 
방금 디즈니씨 다녀온 다리로 서서 먹는 식당에 온 우리. ㅋㅋㅋ
다른 집 찾느라 돌아다니는 게 더 싫으니까
빨리 먹고 들어가기로 함.

우리나라 24시간 기계우동, 짜장집 느낌이랄까?
조용하고 혼자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가격도 싸고, 거의 모든 게 셀프.
확실히 현지 느낌이 나서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시킨 냉우동. 두 그릇에 1300엔. 
와 근데 위에 얹어진 오뎅 튀김, 닭튀김도 맛있고
면이...면이 미쳤음.

이 집 냉장고 보니 우동 면 반죽이 잔뜩 숙성 중이던데
넘 탱글탱글하고 맛있었다.
일본은 역시 우동에 진심이구만...!
 

 
도쿄에서의 마지막 밤이라 뭔가 아쉬운 맘에 숙소에서 야식!
크래프트 스파이시 소다는 대체 뭔 맛일까 하고 도전해봤는데
진짜 말 그대로 매운 술이었음ㅎㅎㅎㅎㅎㅎㅎㅎ 워후 노맛

마지막 날 아침에는 돈키호테 쇼핑을 하고
오모테산도에 갔다.
포터 가방도 구경하고 오니츠카 타이거 운동화도 샀다.
점심을 먹으러 돈카츠 마이센이라는 유명 맛집에 갔다.
 

 
진짜 맛있고 친절했음.
밥도 무한 리필됨.
우리 사진도 찍어주심.
돈카츠 마이센 굴튀김 잊지 못할거야...!
 

 
그리고 이전 편에서 빼먹은 사진들.

어디서나 볼 수 있던 오타니.
오타니 보유국 인정합니다.
우린 손흥민 보유국이니까 괜찮아. ㅎㅎ
 

 
언제나 푸딩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음.
 

 
한적했던 공원.
 
그리고 마지막 우여곡절.

나리타 공항에 출발 2시간 반전에 도착하도록 출발했는데
공항 가는 기차가 여러 번 연착되다 못해 아예 취소돼버렸다.

진짜 황당했는데...중간 중간 사람들한테 물어봤었는데
역무원도 다른 일본 분도 기다리라고 올 거라고 해서
기차를 내내 기다리다가
그날 거기서 공항 가는 기차가 다 취소돼버렸다.

어느새 타려던 기차 말고 다른 기차를 타면
시간 내에 공항에 도착 못할 시간이 돼있었다.
 
완전 멘붕됐는데 멘탈 부여잡고,
일단 지하철을 탄 다음에
공항까지 가장 빠르게 갈 방법을 검색해댔다.

아사쿠사가 유명한 역이니 거기 뭐라도 있을 것 같아서
거기서 공항 가는 법을 검색해보니
스카이라이너라는 쾌속 열차가 있었다.

짐은 부쳐야 태워줄 것 같아서
짐 부치는 거 마감 시간이 언젠지 보니까
출발 50분 전까지 도착해야 했음.

아사쿠사역에서 내려서 엄청 뛰어서
가장 먼저 오는 스카이라이너를 잡아 탄 우리의 공항 예상 도착 시간은 비행기 출발 65분 전. 

15분 안에 스카이라이너에서 체크인 카운터까지 갈 수 있을까, 초행길인데 가능할까 걱정되고
남친은 그냥 마음 편하게 비행기를 취소하고 다음 거 끊자고도 제안했는데 내가 우겨서 일단 도전해보기로 했다.

스카이라이너 내리는 곳 앞에 미리 서있다가, 나부터 일단 뛰고 남친은 캐리어 2개 끌고 뛰어서 따라왔다.

다행히 나리타 공항이 넓지 않아서,
미친듯이 뛰어서 한 5분만에 카운터에 도착함.
비행기 출발 1시간 전, 카운터 닫히기 10분 전 도착...ㅋㅋㅋ
이게 되네...?

항공사 직원분한테 늦었다고 주저리거리며
막 와서 숨차 하고 있으니 웃으시면서
"이제 괜찮아요" 하시는데 진짜 긴장 다풀림...

지난 일이라 좀 귀찮아서 대충 썼는데
진짜 최근 몇 년 동안 제일 쫄렸던 순간이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비행기를 안 놓치고 탈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일본을 잘 아는 언니랑 친구한테 이 얘기 했더
아마 자살사고 나서 기차가 다 취소된 걸 거라고...

일본은 자살사고가 많아서 기차가 자주 연착되고
취소된다고 했다.

휴 임기응변으로 아사쿠사까지 가서 거기서 또 스카이라이너 잡아타는 법을 알아내 시간 내에 공항 도착한 건 기적이었다.

그 스카이라이너가 우리가 비행기 안 놓칠 수 있는
마지막 스카이라이너였음...ㅠㅠ

아사쿠사역에서 '어쩌지? 이게 되나? 포기해야 하나?'하며 머뭇거릴 때 일단 가보자고 해준 남친 감사. ㅎㅎ
 

 
그래도 그와중에 면세점에서 부모님 드릴 닷사이23은 사왔다는 해피엔딩.

즐겁고 다사다난했던 도쿄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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