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포트 한 번 다녀와서 어지간히 사골국 끓여먹듯 울궈먹죠...? 근데 쓰려던 얘기 지난 번에 다 못 써서 오늘 마무리해야겠음. 이거 쓴다고 해놓고 안쓰려니까 마음이 불편해서 다른 글을 못 쓰겠음.

2023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코로나 탓에 몇 년만에 가는 음악 페스티벌이었고, 처음 여름에 가는 음악 페스티벌이었고, 처음 차 타고 가는 음악 페스티벌이었는데 여러모로 참 좋았다. 이유가 여러가지였다.
 

1. 매일 개선된 운영

 
주최 측이 운영을 잘했다. 첫날부터 완벽한 건 아니었는데, 매일 피드백이 바로 바로 잘 이뤄졌다.
 
첫날인 금요일은 서브 스테이지(인천공항 스테이지) 앞 그늘 있는 곳 아래가 돗자리를 깔 수 있는 공간이었고, 나도 거기 돗자리를 깔아뒀었다. 근데 장기하 타임에 무대 앞에 공연 보려는 사람들이 몰려 들면서 그늘막 밑 돗자리들 있는 곳에도 사람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갑자기 막 앞으로 오는 사람들한테 돗자리가 밟히고, 앉아있던 사람들이랑 무대 앞으로 몰리는 사람들이랑 정신없이 엉켜서 '이러다 큰일 나겠는데?' 싶은 순간이었다. 나는 남친한테 빨리 돗자리 접고 뒤로 가자고 해서 돗자리 접고 빠졌었는데, 사람들이 막 몰려들고 우리 돗자리 밟고 난리났을때, 순간적으로 '내일도 이렇게 통제 안되면 사고 일어나는 거 아닌가?' 싶은 공포를 느꼈었음.
 
그래서 다음날에는 돗자리를 안 들고 그냥 작은 간이 방석만 챙겨갔는데, 다음날은 곧장 주최측의 변화가 있었다. 무대 앞에 몰리는 사람들이 그늘막 밑을 침범하지 못하게 하려고, 뮤지션이 나오는 타이밍에 스태프들이 인간 띠를 만들어서 그 그늘막 공간을 지켰다. 그런데 노력은 가상했지만(?) 사람들은 인간 띠도 무시했고...ㅎㅎㅎ
 
마지막인 일요일에는 그 그늘막 공간에는 아예 처음부터 돗자리 못 깔게 하고 관리하더군. 덕분에 사고 안 나고 잘 마무리되었다. 굳!
 
매일 매일 이렇게 바로바로 변화가 있는 걸 보니까 주최측이 상황을 알고 있고 통제하고 있단 게 느껴져서 관리가 잘 된다는 느낌이 들었음.
 
운영 기간 중에 개선된 건 이것 뿐이 아니었다.
 
2023 펜타포트 스폰서가 KB여서, 원래 내부에서 음식이나 음료 사먹으려면 국민카드, KB 페이, 인천 이음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하다고 했음. 공지를 늦게 해서 공지 보고 인천 이음카드 신청했는데 락페 기간까지 안와서; KB 페이밖에 없는데 안에서 인터넷 안 터지면 어쩌지 걱정하면서 갔었다. (안에 사람 너무 많아서 인터넷 잘 안 터져서 강제 디지털 디톡스됨ㅎ) 다행히 결제할 때 KB 페이가 돼서 그걸로 이것 저것 사먹긴 했는데, 이걸로 불편 겪는 사람들이 많아서 항의가 많았던지 둘째날부터는 모든 카드사 결제가 다 풀렸다. 그래서 나도 편하게 주사용 카드 썼음. ㅎㅎ
 
물도 첫날은 차가운 물을 안 팔더니 둘째날부턴 팔고, KB 부스에서 막 공짜 물도 나눠주고ㅎㅎㅎ
 
처음부터 완벽하게 준비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그러진 못했어도 행사 중간 중간 바로 바로 수정이 이루어져서 3일 다 간 사람으로선 금요일보다 토요일이, 토요일보다 일요일이 더 잘 운영되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화장실 엄청 많이 만들어놔서 여자 화장실도 별로 안 기다려도 돼서 편했고, 화장실 청소 인력이 엄청난지 화장실도 꽤 깨끗하게 유지돼서 좋았다. 
 
작년에는 짐 검사 게이트/팔찌 차주는 부스도 한 곳 뿐이라 대기 줄이 어마어마했다던데, 올해는 작년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었는지 짐 검사 게이트도 많고 팔찌 부스도 많아서 둘 다 거의 안 기다리고 들어갈 수 있었다.
 
음식 주문도 미리 어플로 하고, 시간 맞춰 가서 줄 안 서고 픽업할 수 있어서 정말 편했음. 이건 디지털 취약 계층을 위한 현장판매(만 50세 이상만 현장 구매 가능하게 한다든지~)만 생긴다면 더할 나위 없을듯. 올해 후지락 페스티벌 후기 보니 음식 하나 사먹을래도 1시간 줄 서는 게 기본이라던데...그런 상황을 겪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 한여름 땡볕에 줄 서는 거 싫어요...ㅎㅎㅎ
 
락앤락에만 넣으면 음식 안 잡는 것도 좋았음~~! 음식 잘 싸가서 잘 먹음ㅋㅋㅋㅋㅋ
 
전체적으로 운영이 잘돼서 땡볕에 3일 연속 출근을 했는데도 각오와 달리 힘들지 않게 잘 다녀올 수 있었던 것 같다. 펜타포트 운영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 혹시 이 글을 보신다면 감사의 말씀을~~!
 

비주얼에 비해 맛좋은 닭가슴살 샐러드 파스타 / 펜타포트에서 파는 피자 품절됐길래 코스트코에서 사서 락앤락에 싸간 피자의 사탑

 

2. 날씨운 그리고 주차운


펜타포트 둘째날 비오는 건 국룰이라던데...사흘 내내 비도 안오고 날이 참 맑았다. 아직 엉덩이에 물 닿으면 안되는 엉덩이 환자라 엉덩이 젖을까봐 걱정하면서 갔는데ㅋㅋㅋ(박진영 방수바지 같은 바지 사서 입고 갈까 진지하게 고민해봄ㅠㅠ) 비도 안오고 무대에서 뿌리는 물도 상체만 젖을 정도라 다행이었다. 그리고 저녁엔 나름 선선해져서 4~5시부터는 더 즐겁게 즐길 수 있었다. 일단 날씨 운 좋았고.
 
또 주차 운이 좋았다. 처음에 펜타포트 네비에 찍고 가다가 발견한 무료 주차장에 3일 연속 자리가 있어서 운 좋게 차 바로 바로 댐. 그 주차장이랑 펜타포트 장소는 도보 5분이었고ㅋㅋㅋ 주차장에서 펜타포트 장소 가는 사이에는 사람 없는 깨끗한 화장실까지 있어서 거기도 잘 이용함. ㅎㅎㅎ 쉬운 주차 덕분에 펜타포트 출퇴근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 매번 주차장까지 오가는 셔틀 기다리는 사람들 줄 보면서 경악하면서 차타고 바로 퇴근...ㅋㅋㅋ 20대 때 친구들이랑 음악페스티벌 놀러다닐 땐 차가 없어서 너덜너덜한 몸으로 배낭을 매고 지하철 장거리 여행 다녔는데...차로 출퇴근하니까 넘 편해서 3일 출퇴근도 거뜬했음...!
 
김치말이 국수 사흘 연속 주운 것도ㅋㅋㅋㅋㅋㅋ운이 좋았다...미리 예매도 안했는데 사흘 다 어플로 주워서 매일 맛있게 잘먹음...! 뭐 앞에 상가에서 파는 묵사발이 김말국 상위 호환이라느니 어쩌니들 하던데...밖에 나갈 기력이 없는 나와 같은 저질 체력이라면...펜타에서는 김말국을 추천합니다...!
 

펜타포트 비공식 소울푸드 김말국. 네이버 블로그에 김말국 먹으라고 써준 분 감사해요. 첫날 더워 죽을 뻔했다가 김말국 먹고 살아남.

 

3. Music makes one.
 

사실 이 얘기 블로그에 써놓고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이 글 씀. 서로 이름도 직업도 그 무엇도 모르는 사람들과, 나이도 성별도 제각각인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같은 음악을 듣고 음악에 맞춰 다같이 춤을 추고 따라 부르면서 감동을 느꼈다. 오랜만에 마음 속에서부터 올라온 뭉클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 감정이 코로나 전에는 종종 느꼈던 감정이라는 게 문득 떠올랐다.
 
요즘은 사람들이 서로를 혐오해서 문제인데, 그건 사실 우리의 생활 중 온라인의 비중이 너무 커져서 그런 것은 아닐까 싶다. 현실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그저 나와 함께 음악을 즐기고 춤을 추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이 인터넷에서는 서로 혐오하고 욕하고 미워한다는 게 아이러니하기도 슬프기도 했다.
 
오래된 인터넷 명언인 '모니터 뒤에 사람 있어요' 라는 말도 떠올랐다.  코로나19가 사람과 사람을 분리하고, 사람들을 고립시키면서 우리에게 모니터 뒤에 사람이 있단 걸 많이 잊게 만들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는 면전에 대고는 할 수 없을 극단적인 말들로 서로를 혐오하고, 그 혐오가 인터넷 밖까지 튀어나와 칼부림이 되고, 묻지마 범죄가 된 것은 아닐까? 코로나를 거치면서 나도 많은 사람들을 혐오하게 되고, 고립되고, 거칠어진 면이 있는데 펜타포트에서 사람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느껴지는 낯선 긍정적인 감정 덕분에 내 안에 독이 쌓여있었다는 걸 자각할 수 있었다. 펜타포트 같은 일회성 이벤트로 쉽게 비워지진 않을테지만, 자주 같이 노래 부르고 춤추다 보면 차츰차츰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펜타포트에서 음악 페스티벌이 왜 사랑과 평화의 상징인지, 음악이 왜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지 마음으로부터 깨달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모르는 사람들과 이디오테잎 무대 앞에서 함께 뛰면서 소리 지르던 것, 다같이 새소년 '파도' 떼창했던 것, 진저루트 보컬 카메론 류의 개그에 매순간 함께 웃던 것은 잊지 못할 거야. 세상은 모니터 밖에 있고, 사람들도 모니터 너머에 있고, 사람들과 서로 혐오하거나 키보드 배틀을 뜨는 것보다 훨씬 즐겁게 순간을 나눌 수 있다.
 
펜타포트에서 보낸 2023년 여름을 앞으로도 오래 기억하고 싶다.
 

무대에서 물 뿌려줘서 무지개 뜸...!
놀란 라쿤 표정과 함께 국뽕 유튜브 썸네일 형식으로 글랜스톤베리보다 난리난 펜타포트 어쩌고 써있던 깃발ㅋㅋㅋ 넘 귀여웠음.
첫날 밤에 갑자기 인천시장 등장해서 뭐야ㅡㅡ 했는데 인사만 짧게 하고 드론쇼 해줘서 재밌게 봄ㅋㅋㅋㅋㅋ
스트록스
중간에 펜타포트에서 칼부림 예고 있어서 경찰특공대 깔리고 금속 탐지기 생기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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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펜타포트 1일차 후기+꿀팁

게으름 피다가 2시반쯤 도착. 주차장 자리는 없었는데 안에 다들 이중주차해둔 사이에 주차할만한 공간 나오길래 걍 잘 함. 우리 차 작아서 이럴 때 좋음. 주차장에서 페스티벌 장소까지 걸어서

seoulnight.tistory.com

 
1일차 후기 뭔가 주말에 갈 분들에게 꿀팁을 전해주겠단 목표로 다녀와서 새벽에 주절주절 썼던 터라
지나고 다시 보니 날씨랑 먹을 거 얘기만 한 트럭에 정작 공연 후기는 전혀 없어서ㅋㅋㅋ
1일차 공연 후기까지 공연 후기만 모아서 이 글에 써보겠음.

 

1일차 - 8월 5일 금요일

 
더 폴스 중간쯤 가서 갤럭시익스프레스 조금, 로맨틱펀치, 죠지, 마이앤트메리, 키린지, 김윤아 조금, 장기하를 보고 돌아온 날이었음.
 
- 갤럭시 익스프레스
갤럭시익스프레스는 옛날에 탑밴드에서 봤었는데, 난 아주 대중적인 이지리스닝, 멜로디컬한 음악 좋아하는 취향인지라 내 취향은 아닐 걸 알고 있었음. 그래도 그냥 온 김에 잠깐 보러갔는데 분위기가 무척이나 뜨거웠다. 그리고 멤버들이 머리도 하얀 아재들이신데 그 연세에도 락페에서 낮에 달리는 거 보니 멋있었음. 악기 연주 실력도 좋았다. 역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나도 나이가 들어가는지 뭔가 노익장 이런 거에 옛날보다 훨씬 감흥이 생기는 듯함. 로고도 넘 세련되고 이뻤슴다. 락 음악이 별 인기 없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음악 하는 밴드가 롱런한단 건 참 좋은 일. 하지만 넘 덥기도 하고 음악은 역시 취향이 아니어서 좀 보다가 다시 돗자리 우리 자리로 가서 파스타 쳐묵쳐묵했다.
 
- 로맨틱 펀치
나 로맨틱 펀치 싫어하는데ㅋㅋㅋ 걍 보컬 배인혁 목소리가 너무 내가 싫어하는 목소리라서임. 간드러지는 남자 보컬 목소리가 너무 싫음...ㅋㅋㅋ 어우 나 로펀 싫은데~ 근데 배인혁씨 무대를 찢어놓으셨다ㅋㅋㅋㅋㅋ 죄다 모르는 노래인데 아주 무대 매너 미쳤고...대낮부터 미쳐서 뛰어다니는데 에너지 미쳤음. 공연을 진짜 잘하는 것 같았다. 분위기도 넘 좋아서 마지막에 토요일 밤이 좋아 떼창은 나도 함께 해버렸다.ㅋㅋㅋㅋㅋ
 
- 죠지
내가 좋아하는 죠지~ 긴팔 땀복 같은 걸 입고 왔는데 안 덥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한참 더울 시간이어서 무대에서 물을 많이 쏴줘서 좋았다. 아마 이번 펜타포트 통틀어 젤 앞쪽에서 본 공연 중에 하나였던듯. 낮에 흔들흔들 거리면서 듣기에 넘 좋은 노래들이었고, 장르 특성 상 와 미친듯이 신난다!!! 요런 느낌은 당연히 없었지만 그래도 아는 노래가 많아서 좋았다. 히트곡, 좀 뜬 노래들 다 해줘서 좋았음.
 
- 마이앤트메리
내가 공연 엄청 다니던 시절...단독콘 솔플도 했던ㅎㅎ 마이앤트메리. 활동 중단했다가 작년에 재결성해서 공연이 오랜만이었는데 반갑긴 했지만 성대 천재, 내가 생각하는 목소리 타고나고 가창력 타고난 보컬 정순용 아저씨 마이 나이 드시긴 했더라...힘이 많이 떨어져서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음. 그래도 다 아는 노래, 내가 정말 좋아했던 그 시절 노래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리고 내 또래, 나보다 언니 오빠들 다 총집합한 분위기도 뭔가 감상에 빠지게 했다. ㅎㅎ 아쉬운 건 제일 좋아하는 노래 '반지를 빼면서'가 셋리스트에서 빠져서 좀 아쉬웠다.
 
- 키린지
키린지 옛날에 좀 들어봤는데 공연은 첨봤는데, 역시 명성만큼 좋았던 공연이었다. 내가 음악 즐겨들어서 키린지 처음 알았던 시절엔 형제였는데...ㅋㅋㅋ 나 음악 안 들은지 넘 오래됐구나 싶게 바뀐 멤버 구성. 키보드 겸 보컬하던 언니 목소리가 엄청 좋았다. 키린지 전혀 몰랐던 남친도 넘 좋다고 이날 베스트라고 했던 공연. 좀 바람불기 시작할 때였는데 딱 그 시간대랑 노래랑 너무 잘 어울려서 기억에 남는다. 
 
- 김윤아
남친이 김윤아 좋아해서 둘이 보러갔는데, 둘 다 몇 곡 못 듣고 탈주...ㅎ 나의 중고딩 시절을 채워줬던 윤아언니었다만...(나 김윤아 솔로 1집 섀도 오브 스마일 책이랑 CD 같이 있는 것 돈 주고 사서 갖고 있는 옛날 팬임...ㅋ) 언니의 뮤지컬 컨셉 마녀 컨셉을 견디기엔 항마력이 부족했읍니다...그리고 뭐 계속 연애하세요 사랑하세요 이러고 아 뭔가 너무 정신없었음. ㅠ 개인적으로는 단독 콘서트에서나 했어야 하는 컨셉이라고 생각한다. 락페에서는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 말고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노래를 부릅시다. 자우림으로 와서 떼창합시다. ^^^ ㅎㅎ 뭐...그래도 팬들은 좋았겠지. ㅎㅎ
 
- 장기하
이때 그늘막에 돗자리 피고 있다가 메뚜기떼의 습격처럼 몰아닥치는 사람들 덕분에 사고의 위험을 감지하고 빠르게 돗자리를 접고 뒤쪽으로 튀튀...ㅋ (다음 펜타 후기에 쓰겠지만 다행히 다음날부터 펜타포트 측에서 관리해줌) 장기하는 장기하와 얼굴들 시절 1집 정말 좋아했고 되게 많이 들었었는데 솔직히 어느 순간부턴 그냥 자기 복제, 그것도 다운그레이드 복제가 됐고, 송라이팅 능력이 많이 소진됐다고 생각함. (피식쇼에서 김민수가 장기하식으로 즉석에서 작곡하는 거 나오는데 내가 느끼는 요즘 장기하라 너무 빵터짐.) 그래도 그중에 한두곡은 좋아했는데 내 취향과 장기하가 부르고 싶은 노래들은 다른지 별로 내가 안 좋아하는 노래들만 불러서 별 감흥이 없었다. 장기하와 얼굴들 1집이 제일 좋으니 옛날 노래 좀 많이 불러주세요. 옛날 노래 부르기 싫으면 진짜 각성하고 명반을 다시 만들어 보시든지.
 

2일차 - 8월 6일 토요일

 
라인업이 별로라 쉬어가는 마음으로 늦게 간 날. 실리카겔은 좀 보고 싶었는데 그 땡볕 이틀 연속 견딜 자신이 없어서 이승윤 중간쯤부터 들어갔다.
 
- 이승윤
멀리서 봤지만 이승윤이 뭔 노래가 있다고 락페를 오지 했는데 무대 매너 좋고 인기가 많았다. 공연 느낌이 로맨틱 펀치랑 비슷한 느낌이었음.
 
- 검정치마
검정치마도 1집이 최고였고, 2집이랑 My feet don't touch the ground 앨범까지가 딱 좋았다. My feet ~ 앨범은 도기리치 사이트에서만 팔 때 두 장씩 살 정도로 검치를 좋아했던 시절이 있었건만ㅋ 홍대 작은 클럽에서 공연하던 시절에 3시간 전부터 기다려서 1열에서 보던 시절이 있었다만ㅋ 매일 조휴일 블로그를 보던 시절이 있었다만...ㅋ 아 이 블로그 옛날 글 중에 상아 내가 커버했던 것도 있을 거임. (글은 남아있지만 티스토리 오래돼서 파일 지워짐.)
그치만... 3집부터는 내 취향이 아니다. ㅋㅋㅋ 근데 내 취향이랑 대중 취향이랑 다른지 아이러니하게도 검치는 그때부터 더 인기가 많아진듯. 하지만 검정치마는 그때부터 나에겐 언젠가부터 앨범이 나오면 옛날을 떠올리며 '혹시...?' 하는 마음으로 듣고 '역시...' 하고 두번은 안 듣게 되는 음악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날 공연에선 거의 3집 이후 노래들만 불러주더군. 그래서 별 감흥 없고 아쉬운 공연이었다. 1집에선 안티프리즈 한 곡만 불렀다. '좋아해줘'나 '상아', '강아지' 듣고 싶었는데. 왜 뮤지션들은 자기가 제일 잘 만들었던 천재적인 옛날 노래 놔두고 구린 요즘 노래만 부르려고 할까? 장기하나 검정치마나 같은 증상이 나타남. 뭐 본인들은 요즘 만든 노래들이 더 좋은가본데...난 나이 들수록 인간의 작곡 능력은 떨어진다는 건 너무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걸 거스른 뮤지션은 진짜 몇 없음. (언니네 이발관 5집 정도) 하지만 본인들은 딱히 그런 자각을 하지 못하는 듯 하다.
 
- 이디오테잎
EDM 안 좋아해서 별 관심 없었던 이디오테잎. 지니어스 팬이라 Melodie 한 곡 알고 보러갔는데 이거 뭐시여...뭐 미쳤나 공연 왜케 잘해? 완전 미친듯이 춤추고 즐겼던 공연이었다. 여기 분위기 완전 야외 클럽. 뭔가 코로나가 끝났다는 것도 확실히 느낄 수 있었고, 사람들 남자고 여자고 다 미친듯이 즐기고 있는 모습에 뭔가 울컥하고 감동 올라옴. (이 얘기는 다음 글에 더 본격적으로 써보겠음.) 다같이 미친듯이 춤추고 물맞고 뛰면서 정말 정말 즐거운 공연이었다...드럼 치는 분 팔이 남아나나 싶을 정도로 열정 공연...! 멘트도 거의 없이 그냥 계속 공연하심. 이디오테잎이 왜 유명한지 알 수 있던 공연이었다. 무대에서 불 적절하게 나오는 무대연출도 좋았음. 토요일 최고의 공연이었습니다. 전자음악 알못도 즐기게 해준 찐무대...남친 말로는 유명한 노래들 커버를 많이 해줬다는데 난 EDM이라고는 다프트펑크 썸씽 어바웃 어스밖에 모르는 머글 오브 상머글이었는데도 ㅋㅋㅋ 넘 즐거웠다. 
 
- THE STROKES
스트록스...옛날에 전기뱀장어를 좋아했었는데 전뱀이 스트록스를 베꼈단 소리가 많았어서 들어봤던 스트록스...아는 곡 많이 불러줬지만 그렇게 좋아하거나 잘 아는 밴드는 아니라 별로 재미있진 않았다. 공연 중간 중간엔 맥주로 추정되는 음료를 계속 마시더니 뭐래는지 알 수도 없게 실없는 농담이나 계속하고ㅋㅋㅋ 공연 끝나기 30분 전에 내려가서 앵콜 소리 나오는 동안 엄청 쉬다 늦게 올라오고...올라와서도 정해진 공연 시간도 다 안 채우고 10분 일찍 끝내고...ㅎ 음악 페스티벌에서 헤드라이너가 공연 시간 안 채우는 건 또 처음 보네...ㅋㅋㅋ 그러건 말건 히트곡 많이 불러줘서 그럭저럭 잘 봤는데 끝나고 친구한테 스트록스 개런티가 엄청났단 소리 들었더니 좀 싫어짐...ㅋㅋㅋ 내가 낸 티켓값 중 얘네 지분이 컸을텐데 싶어서. 나중에 인터넷 찾아보니 스트록스 보컬이 원래 만취해서 공연 시간 안채우고 대충 하는 걸로 유명한가 보던데 그래도 팬들은 내한해준 자체가 좋았겠지만 난 모르겠어. 난 70대 폴 매카트니가 3시간 동안 멘트도 별로 없이 노래로 꽉꽉 채운 내한 공연도 봤던 터라ㅎㅎ 스트록스가 뭔데 싶고 너무 프로 의식이 부족한 밴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3일차 - 8월 7일 일요일

 
- 이날치
이날치부터 보려고 했는데 좀 늦어버려서 이날치 2곡 남기고 도착. 아니 이날치 공연 처음 보는데 공연 진짜 잘하더라. 보컬이 많아서 그런지 사운드도 꽉꽉 차고. 특히 남자 보컬 목소리가 진짜 사기였다. 도착하자마자 미친듯이 춤추고 즐김. 어떤 커플이 팔에 차는 쿨토시를 한삼처럼 손에 끼고 흔들면서 춤추는데ㅋㅋㅋㅋㅋ 진짜 정말 귀엽고 웃겼다. 나랑 남친도 진짜 신나서 즐긴 노래. 처음부터 다 봤으면 좋았을걸. 아쉬웠음. 
 
- HITSUJIBUNGAKU
돗자리에 앉아서 여유롭게 들은 일본 밴드 노래. 처음 들어보는 음악이었는데 노래 부르면서 기타치는 보컬이 멋있었다.
 
- WAVE TO EARTH
내가 좋아하는 웨이브 투 얼스~요즘 밴드라 그런지 연령층이 확 낮아진 공연이었다. 20대 힙스터들이 많이 보였음. ㅋㅋㅋ (참고로 펜타포트 관객 체감 연령대는 높았음. 나같은 30대가 주류 같은 느낌...?) 키보드 빡빡이 오빠가 잘생겼더라. 흐느적 흐느적 춤추면서 듣기에 너무 좋은 음악이었고, 마지막 RIDE 떼창도 참 신났다.
 
- 체리필터
공연 전엔 '언제적 체리필터...'라고 생각했는데 체리필터가 무대를 뒤집어 놓으셨다...ㅋㅋㅋ 보컬 유진님 성대가 여전히 짱짱해서 놀랐다. 아는 노래가 많지 않은데도 노래와 연주에 감탄하면서 진짜 재밌게 봤다. 관객 반응도 매우 좋았고 떼창도 장난 아니었다. 유진님의 창법 특성 상 중간 중간 충전이 필요해서인지 멘트가 길긴 했지만ㅋㅋㅋ 멘트도 아재스러웠지만 귀엽고 재밌었음. 체리필터도 옛날에 분홍색 CD를 샀던 기억이 새록새록...남친이 체리필터 좋아해서 같이 집중해서 즐겁게 들을 수 있었다. 멘트하느라 준비한 무대 다 못하고 시간이 끝나버렸는데ㅋㅋㅋ 10분 오버해서 공연해줌. 스트록스가 날린 10분 체리필터가 채웠다! ㅋㅋㅋ 시간 오버 후에도 낭만 고양이 아직 안 불렀길래 더하겠다 했는데 역시나 낭만고양이까지 야무지게 불러줌. 비인기 장르인 락을 이렇게 오랜 시간 꾸준히 하는 밴드가 지금까지 현역인 것도 참 좋았고 보컬이나 연주 실력도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를 충분히 보여줘서 여러모로 훈훈했던 무대였다.
 
- 카더가든
나 카더가든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별로 안 좋아했네...
 
- 새소년
어우 황소윤은 완전 스타야 스타. 스타성을 타고남. 쇼맨십이 너무 좋았다. 돗자리에 앉아서 보다가 무릎 땅에 대고 기타칠 때 못 참고 무대 앞 뛰어나가서 봄. 아직 장기하와 검정치마가 걸린 그 병에 걸리지 않은 새소년은 자신들의 가장 개쩌는 노래 EP 시절 파도와 긴 꿈을 모두 불러주었읍니다. 긴 꿈 때 사람들과 하나 되는 분위기에 나 또 울컥...ㅠㅠ 더 만들어줘 파도나 긴 꿈 같은 그런 노래...소윤아 넌 아직 젊잖아...!
 
- GINGER ROOT
진저 루트 누군지도 몰랐는데 가기 전에 남친이랑 예습해볼 때 좋아서 보고 오자 했던 공연. 와 진짜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번 펜타포트의 수확이랄까. 나 진저 루트 팬됨. 레트로 느낌의 영상이랑 공연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는데...중간 중간 매니저가 나와서 쇼처럼 막 진행하고...이걸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는데 넘 천재적이고 재기발랄하고 다했다. 그리고 진저 루트는 비디오 찍는 멤버가 무려 밴드 공식 멤버였는데 이 멤버가 실시간으로 찍는 영상이 무대 옆 전광판에 나오는데 와 진짜 잘 찍음.

전체적인 공연 진행, 연출이 너무 좋아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봤을 때 같은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둘 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아시안이 주요 멤버라는 게 공통점이네.

그리고 무엇보다 노래가 진짜 한 곡도 안 빼놓고 다 좋았다. sunset rollercoaster도 떠오르고. 한국에서 인기 많을 스타일. 춤추기에도 넘 좋은 음악이라 춤도 계속 췄다.

그리고 진저 루트 코스프레하고 온 팬분이 계셨는데 이 분이 'KOREAN GINGER ROOT' 플래카드 들고 있어서ㅋㅋㅋ 화면에 나왔는데 진저루트 프론트맨이랑 진짜 똑같아서 사람들 다 빵터지고...진짜 넘 유쾌하고 재밌는 공연이었다. 오랜만에 정말 신선함을 느꼈고 많이 웃고 즐거웠다. 진저루트...넘 좋아요...여러분도 들으세요. 그리고 프론트맨 얼굴이 내 구오빠 신재평 오빠를 닮아서 친근했음. ㅋㅋㅋㅋㅋ


 
김창완 밴드까지 보고 싶었는데ㅠㅠㅠ 남친이 다음날 일찍 출근해야 해서 아쉬운 마음 안고 여기까지 보고 돌아왔다. 

이 글 너무 길어져서 전체적인 평은 또 다음 글에 쓰겠음.
 
하 펜타포트 예매하고 더워서 취소하고 싶었는데 꾸역꾸역간 나 칭찬해!!!!! 넘 행복했던 3일이었다.
우리가 코로나 탓에 잊고 살았지만 세상은 모니터 밖에 있습니다 여러분!!! 그리고 모니터 밖엔 음악과 춤과 행복이 있습니다!!! (펜타뽕에 취함)

서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즐기고 웃고 논 게 얼마만인지...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게으름 피다가 2시반쯤 도착.
주차장 자리는 없었는데 안에 다들 이중주차해둔 사이에 주차할만한 공간 나오길래 걍 잘 함. 우리 차 작아서 이럴 때 좋음. 주차장에서 페스티벌 장소까지 걸어서 5분 굳.
아직 실밥 못푼 환자라 약 먹어야 해서 약 가져갔는데 약봉투에 처방전있는 약 다 통과. 유후
락앤락에 수박이랑 샐러드파스타 싸간 거 다 통과.

들어가자마자 이따가 저녁 되면 음식 시키기 어려울 것 같아서 예약해두려고 키오스크 줄 별로 없길래 서는데 어플이랑 똑같대서 어플 다운 받음.

어플로 김치말이국수, 닭강정 저녁 6시 반으로 예약해둠! 그전에 싸간 얼음물, 수박, 닭가슴살샐러드파스타 냠냠ㅋ
샐러드파스타는 옛날에 서재페 갈 때 Y가 지퍼백에 싸온 게 존맛이었어서ㅋㅋㅋ 싸간 건데 역시나 여름에 짱인듯 하다...걍 샐러드+닭가슴살+파스타면 삶아서 차갑게 헹군 거+오리엔탈 소스 해서 가져가면 됨. 초간단~

나 손 너무 커서 샐러드파스타 두 통 중에 큰 거 한 통 남친이랑 둘이 먹었는데 배불러서ㅋㅋㅋ 작은 거 한 통은 시켜놓은 음식이랑 둘다 먹기 힘들 것 같아서 남친 지인께 나눔했는데 맛있다고 매우 좋아해주심...!

6시반 돼서는 김말국이랑 닭강정 픽업해서 맛있게 먹었다. 김치말이국수 맛은 평범한데 국물에 얼음 띄워져있어서 시원해서 다들 엄청 좋아하는듯? 잘 먹었음.

아 요즘 금주중이라 술 안마셨는데 남친이 하이볼 먹고 싶대서 위스키 하이볼 사주고 한 입 먹었는데 줄도 없고 맛있었다~남친이 신청해둔 인천이음카드도 안 오고 엄마 국민카드도 못 찾아서 KB 페이 믿고 갔는데 다행히 인터넷 잘 안 터지는 와중에 KB 페이 돼서 하이볼 결제가 가능했음. 아 이거 바코드 알바가 계속 못 찍고 안된다길래 남친이 잠깐 줘보실래요 하고 직접 찍으니까 바로 찍힘ㅋㅋㅋ 편의점 알바 5년해서 바코드 찍기 전문이라고ㅋㅋ

그늘막에 하루종일 돗자리 깔아두고 앉아서 공연 잘 봤는데 갑자기 장기하 시작되고 한 10분쯤 지나서 사람들이 미친듯이 그늘막 돗자리들을 침범해옴...ㅋㅋㅋ 거긴 돗자리 허용 구역이라 하루종일 스탭 제재도 없었는데...?

그쯤 되면 스탭이 와서 돗자리들 접으라고 안내를 하든가  사람들이 자기들이 늦게 왔으면 뒤로 가서 봐야하는데 다른 사람들 돗자리를 막 밟고 계속 이동하면서 아주 난리난리남...ㅋㅋㅋ ㅠㅠㅠ

사람들이 너무 밀려오길래 남친보고 빨리 돗자리 접자고 해서 접고 뒤로 피신했다...ㅋㅋㅋ 그래도 사고 안 나서 다행이었다

꿀팁 정리

1. 더울 땐 무조건 그늘 있는 곳으로 가세요 그늘이랑 땡볕이랑 격차가 매우 큼ㅋㅋㅋ

2. 물 꼭 얼려가야함. 페스티벌 장소 입구 앞에 아저씨들이 판다고도 하니까 못 얼렸으면 사가세요. 안에 얼음물을 안 팔았다. 우린 2시반부터 9시까지 둘이 얼음물 한 5-6개 먹은듯. 마시는 것도 마시는 건데 더울 때 몸에 대고 있으면 체온 떨어져서 하루종일 쿨존 한번 안가고도 견딜만 했음. 더울까봐 각오 많이하고 갔는데 별로 안 더웠다.

3. 화장실 많아서 생각보다 가기 힘들지 않았음. 내가 맥주를 안 마셔서 화장실을 1번만 가서 그런 거일수도 있긴하지만ㅋㅋㅋ

4. 음식 예약 못했으면 집에서 싸가세용. 락앤락에 들어있으면 다 괜찮음ㅋㅋㅋ 안에 음식들이 좀 허접하긴 해서 김말국 말고는 밖에서 사서 락앤락에 넣어가는 게 좋을듯.

5. 체감 5-6시부터 시원함ㅋㅋㅋ 살만함ㅋㅋㅋ 온도 보니 한 28도 되던데 요즘 넘 더워서인지 28도만 돼도 시원하다고 느끼는듯...

암튼 가기 전에 너무 악명이 높길래 각오하고 가서일까?
아니면 일찍가서일까ㅋㅋㅋ
더위도 주차도 음식도 무난무난 괜찮았던 하루였다.
내일은 오후 늦게 갈 예정인데...주차 자리가 있을런지?
일단 다녀오겠습니다

한 달 반 사이에 엉덩이에 종기 세번째 나서
종합병원 가서 도려내고 왔습니다
후기는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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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보에 대한 생각

내 외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쯤 되는 양반은 충청도 지방에서 유명한 탐관오리였다고 한다
사람들을 엄청나게 수탈했다는듯

어느 정도였냐면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났을 때 그 양반의 묘를 동학농민들이 파헤침...
분노가 어느 정도였으면 죽은 사람 묘까지 파헤쳤을까? 대체 얼마나 심하게 수탈했으면?

하여튼 외가가 탐관오리로 떵떵거리며 살았던 과거는 옛날이고 우리 외할아버지는 일제 징용 끌려가서 탄광에서 일하다 온 서민이었다.

평생 잘 살진 못하셨고, 대전의 엄청 오래된 아파트에서 담배 팔면서(옛날엔 아파트 가정집에도 담배 허가증 나왔나봄. 할아버지 사시던 아파트에 담배 표지 붙어있었음) 사시다가 돌아가셨다.

근데 나중에 맨손으로 사업 시작해서 성공한 우리 외삼촌이 그 지역의 정치인이 돼서...ㅋㅋㅋ 세금으로 우리 역사 세우기 어쩌고 하면서 그 조상님 묘를 다시 잘 이장했대나 뭐래나ㅎㅎ

암튼 이렇게 살아있는 현대사 같은 일화가 있는데

엄마는 내 이름을 동학농민과 관련 있는 이름으로 지어버렸다. (봉준은 아닙니다ㅎㅎ) 가족의 역사를 알고 지은 건 아니고...그냥 책 읽다 맘에 들어서 지으심.

그래서 내가 일이 잘 안 풀릴 때 엄마는 조상님이 내 이름 싫어해서 그런 거 아니냐고 개명하라는 드립을 치곤 했는데

그럭저럭 만족스럽게 잘 사는 지금 문득 생각해보니 내 이름이 탐관오리 조상님 업보 져줘서 그럭저럭 잘 사는 거 아닐까 싶어졌음

뻘생각ㅎㅎ

3년 10개월 만난 남자친구와 내년에 결혼하기로 했다.

몇 주 전 영월에서 프로포즈를 받았다. 전혀 예상 못했다. 내가 먼저 이틀 전에 갑자기 가자고 펜션 예약해서 간 1박 2일 급여행이었으니까. ㅋㅋㅋ

설렁설렁 놀다가 숙소에 도착해서 쉬다가 마당에서 바베큐를 해먹었다. 너무 배불러서 한바퀴 돌고 사장님이 피워준 모닥불 보고 놀다가 방에 돌아왔는데..


샤넬백이랑 꽃다발이 있었다. 우와아...! 내가 가진 제일 비싼 가방은 남친이 옛날에 사준 30만원짜리 프라이탁이었는데...내가 산 것 중에 제일 비싼 가방은 10만원도 안하는데...ㅋㅋ

가방 포장을 뜯는데 아주 포장 정성이 장난 아니었다. 근데 가격 몰랐을 땐 한 700-800만원쯤 되는 줄 알고 마냥 좋아했던 백이 1450만원이라는 걸 듣고 번뇌가 시작되었다...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가진 유일한 명품은 명품 편집샵에서 일하는 친구가 초대해 준 패밀리 세일 갔다가 빈손으로 나오기 뭐하던 차에 친구가 넘 열심히 영업해줘서 산 30만원짜리 마르지엘라 반지갑 하나...

그런 나 준다고 1450만원짜리 백 사온 내 남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샤넬 가격도 미쳤지만) 넌 정말 미쳤다고 뭐라하니까 맞대 나한테 미쳤대ㅎㅎ;(tmi 죄송;;)

나같은 구두쇠한테는 가방 하나 가격이라곤 받아들일 수 없는 가격이라 되팔기와 갖기 사이에서 끝없이 갈등했다ㅎㅎㅋ 환불됐으면 했을 수도 있음. 근데 남친이 타이밍 노리느라 사놓고 쟁여두고 있어서 이미 환불기간 2주 지남...ㅋ...

남친이 쉬는 날 아침마다 백화점 출근해 오픈런 여러 번 해서 구했다는데 거기서 되팔까 고민하는 나도 참 미친년이지...ㅋㅋㅋ

하지만 얼마 전에 고딩 동창들한테 청첩장 받으러 만났던 기억 때문에 더 고민이 됐다. 남자애들 세 명이 연달아 결혼을 하는데 프로포즈 준비하는 얘기를 하면서 걔네가 다들 샤넬백이 이제 너무 비싸져서 도저히 못 준다고들 했기 때문이다. 걔네 내 남친보다 부잔데...ㅠㅠㅠ 집 있는 놈도 샤넬백은 못 사겠다던데... 근데 그 백을 사오다니..ㅋㅋㅋ 미쳤어? 소리가 절로 나옴

안 받으면 남친한테 미안하다는 마음과 그래도 이건 가방 치고 너무 비싸다 내년에 결혼하고 집 구하려면 돈 많이 들텐데 괜찮을까 하는 마음의 갈등으로 영월에서 괴로움에 눈물까지 흘렸다...ㅠㅠ 나도 해맑게 넘 고마워 꺄 하면서 받고 남친 뿌듯하게 해주는 여친이고 싶은데...그 와중에도 1450만원이라니 남친 차 보다 비싼 백인데 자기 차나 더 좋은 걸로 바꾸지 싶은 계산충 효율충 나년...

되판다고 난리치다(남친 미안...) 스스로 생각해도 그러면 안될 것 같아서 날 말려주고 합리화해줄 여성 동지들에게 전화를 돌림. 친언니, 베프 M 모두 내 예상대로 한 목소리로 날 말려주었고...ㅋㅋㅋ 집에 들고 들어오니 돈 아깝다고 말릴 줄 알았던 엄마마저 좋아하면서 남친 칭찬 해댐. 아빠는 말할 것도 없고.

암튼 그래서
샤넬백을 갖게 되었습니다...❤️

가성비충인지라 앞으로도 제 돈 주고 명품백 살 일은 거의 없으니 아마 평생 몇 개 없을 명품백일지도ㅎㅎ

여름 습기가 장난 아니라 곰팡이 슬까봐 뫼시느라 관리법 검색하면서 블로그 많이 봤는데 나처럼 남친한테 샤넬백 사달라고도 안 했는데 받은 여자는 나밖에 없어서 기분 또 좋아짐ㅋㅋㅋ 남친 사랑햌!!!!!

암튼 결혼합니다
잘 살아볼게요
언젠가 이 블로그에 육아일기가 올라오는 그날까지~

p.s 축하는 안 해주셔도 됩니다 축하할 일인지 아닌지는 살아봐야 알테니까ㅋㅋㅋㅋ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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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6월 27일부터 티스토리 자체 광고를 신설합니다.

안녕하세요. 티스토리팀입니다. 6월 27일부터 개별 티스토리 본문 내에 티스토리 자체 광고를 신설합니다. 티스토리 자체 광고를 통한 수익은 안정적인 서비스 환경 제공을 위해 활용될 예정입

notice.tistory.com

 
내 블로그에 갑자기 광고 뜨길래 보니까 티스토리가 6월 27일부터 오늘 내가 발견한 7월 8일까지 지들 맘대로 광고를 띄우고 있었군요. 동의 한 번 안 받고 남의 일기장에 광고 띄우는 ㅋㅋㅋ 무개념은 뭐지? 약관에 쥐톨만하게 써뒀으려나?

수익형 블로그에만 광고가 떴었다는데 저는 과거에 수익 신청할까 하고 계정만 연동해뒀다가 19금 글, 노래 가사 등이 있단 이유로 카카오 애드핏과 구글 애즈 심사에서 떨어진 바 있습니다. 해당 글을 수정해서까지 블로그로 돈 벌 마음은 없어서 그 후로 수익 신청을 한 적 없고, 광고도 안 떴었죠.

그런데 지들이 광고 걸기 부적합하다고 카카오 애드핏 심사에서 떨어뜨린 블로그에도 수익 계정이 연동돼있었단 이유만으로 광고를 열흘 넘게 개꿀로 걸어놨었군요. 

바로 확인하고 수익 계정 연동 끊었습니다. 이제 광고 안 뜹니다.

혹시 이 글 이후로도 이 블로그에 광고가 뜨면 댓글로 제보해주세요. 고객센터에 바로 요청하면 된답니다.

티스토리가 언젠가 수익형 블로그가 아닌 블로그에도 광고를 띄울지는 모르겠습니다만...그때가 되면 또 다른 플랫폼을 찾아 떠나든지,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든지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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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 두마리 있는 장생도 그리는 중


고딩 동창 결혼식에서 쳐묵쳐묵
꽃주는 결혼식 좋아효🌷


이 미친 전단지 광고 수개월째 계속 보이네
이거 제재 좀 했으면 좋겠다
처음엔 글자만 있더니 이제 여자 가슴 AI 사진을 넣어서 만들었더군 환경 공해다 진짜


생명력이 넘쳐나는 서울숲에 갔는데 아글쎄



팔로알토가 나오는 무슨 힙합 공연 중이었다
런던 여행갔을 때 하이드파크에 자전거 타러 갔다가 마돈나 공연하고 있어서 훔쳐듣던 기억이 남ㅋㅋㅋ


공연보다 놀라웠던 것은 저 귀여운 생명체(몰촬 죄송...)
난 미어캣인 줄 알고 남친한테 미어캣이다 했는데
남친이 하늘다람쥐라고 함
친구한테 보여주니 정확히는 슈가글라이더라는 동물이라고 알려줌

어깨 위에 하늘다람쥐 얹고 다니는 분 첨봐서 너무 신기했다...쟤 안 도망가나?


서울숲보다
서울의 숲이라고 부르는 게 더 멋지네요


낮에는 카린지
저녁엔 린가네 스낵바
카린지 1회, 린가네 스낵바 1회 가보고
세번째 가봄


팝콘 야끼소바 김치나베 먹었다
하이볼 2잔과 콜라까지 다해서 5만원쯤 나옴
이 동네 술집치고 괜찮은 가격


담날은 오랜만에 엘지 두산 경기 보러 야구장
야구장에 이렇게 바리바리 뭐 싸가본 적은 처음이다

맥주, 족발, 수박, 구운 오징어 사가서 다 먹고 옴
아이스크림, 탄산수만 추가로 사먹음 ㅎㅎ

남친은 야구장에 놀러가본 건 처음인데
마침 인사이드더파크 홈런ㅋㅋㅋ을 직관하게 됐다
야구장 10년 다닌 나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던 오스틴의 인사이드더파크 홈런ㅋㅋ 신기했다

이날 두산 수비가 정말 못해서 엘지가 어부지리로 15:3으로 이김

오랜만에 야구 본건데 두산 외야 수비 왜 그렇게 된거지?
잡을 공도 못 잡고 다 텍사스 안타 만드는 게 뭐에 씌였나 싶었을 정도...질 땐 지더라도 그렇겐 지면 안되는데

상대팀 입장에선 재밌게 봤지만 두산팬들 정말 속 뒤집어지겠다 싶은 경기였다

하필 1루는 그늘인데 3루는 햇빛 쨍쨍 들어서 그 땡볕 밑에서 열심히 응원하는 두산 팬들이 더 안타까웠음


9:1 일 때 찍었는데 15:3으로 끝났네
인사이드더파크 홈런 1개 말고 찐홈런도 없었는데
안타 10개로 9점 뽑던 효율야구

후반은 빠르게 진행돼서 3시간만에 깔끔하게 끝
브루노 마스 콘서트 시작과 함께 나오게 돼서 안겹치고 잘왔음 혹시 경기 늦게 끝나면 헬 지하철 타게될까봐 걱정했는데 ㅎㅎ


레트로 홈매트 샀는데 초록 너구리 코가 없네...

하여튼 재밌게 계절을 즐기고 있다
자려는데 너무 더워서 잠이 안와서 끄적거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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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 엉덩이가 뭔가 따끔따끔해서 보니, 왕 여드름 같은 게 빨갛게 나 있었다. 가운데는 날 짜달라는 듯이 하얀 고름 주머니가 생겨 있었다. 

엉덩이 종기 원인과 집에서 치료하는 방법

엉덩이 종기는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 현대인에게 불쑥 찾아와 고통을 안겨주곤 합니다. 사실 종기는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우리나라 역대 왕들의 역사서에도 여러 차례 기록되었을 정

utsmocean.tistory.com


끝에 맺힌 고름까지 딱 이렇게 생겼었음...

토요일인데 이미 웬만한 병원은 다 닫았을 시간이라 병원 가기도 애매했고, 이때까진 많이 아프지도 않아서 '왕 여드름인가?'하고 안일하게 생각하며 손을 씻고 짠 다음, 포비돈을 발라놨었다.

그런데 다음날도 계속 아팠다. 앉으면 불편할 정도로. ㅜ

인터넷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종기인 것 같았다. 엄마한테 말하니 이런 것도 아빠를 닮냐고; 아빠도 맨날 엉덩이에 종기가 난다며...

찾아보니 면역력이 떨어지면 원래 피부에 있던 균이 증식하면서 생긴다고 했다. 요즘 수면 패턴이 망가져서 지난 주에는 몇 년 만에 밤을 샜고, 하루 3시간씩 잔 날도 있고 그러다 보니 생긴 모양이었다.

참 신기한 게, 나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무리하면 바로 몸에 병이 생긴다. 사람마다 약한 부분이 다르고 면역력이 떨어지면 그 부분에 문제가 생긴다고 하는데, 나는 피부가 약하다.

어릴 때는 선천적으로 태열성 습진을 앓아 발이 온전하지 않았었고, 성인이 돼서는 두드러기를 앓고 있다. 종기라니...또 피부가 말썽이네.

일요일 밤에도 여전히 아파서, 내일은 병원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좀만 아파도 병원에 간다. 복싱하다 다쳐서 무릎에 상처가 났는데 복싱 선생님이 병원 안가고 밴드 붙이면 된다고 밴드 붙여줬는데 무릎에 튀어나온 상처가 생긴 후로...아프면 꼭 바로 병원에 가야한다는 교훈을 얻음.

여튼 어느 병원을 가야할지 모르겠어서 열심히 검색을 했다. 처음 내가 떠올린 피부과 외에 (항문)외과를 가라는 의견이 꽤 있었다. 산부인과에 가도 짜준다는데 왠지 안 맞는 것 같아서 패스. 피부과와 외과 중 어디를 갈지, 아니면 고약이라는 게 있다는데 그냥 병원 가지 말고 약국에 갈지 여러 글을 읽으면서 고민했다.


피부과 갈까?

  • 종기는 왕 여드름 같이 생겼으니 왠지 피부과 담당인 것 같다.
  • 그러나 피부 질환을 진지하게 봐주는 피부과를 동네에서 찾기 힘듦.
  • 전문의가 있는 동네 피부과는 대기가 김. 최소 1시간.
  • 지난 번에 남자친구가 비슷한 질환으로 동네 피부과에 갔는데 1시간 기다리고 환부를 보지도 않는 노룩 진료를 받음. 난 내 종기가 심각한지 의사가 봐줬으면 좋겠는데...왠지 피부과 의사들은 바빠서 잘 안 봐줄 것 같았다.


(항문) 외과 갈까?

  • 째거나 짜는 걸 잘할 것 같다는 믿음...외과 의사라면 더 어려운 수술도 할 줄 아실 테니까.
  • 어제보다 덜 아파서 항생제나 연고만 처방받거나 염증주사 같은 것만 맞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의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자가진단ㅋㅋㅋ)...왠지 외과 가면 꼭 째야할 것만 같은 불안함.
  • 평생 정형외과 말고 다른 외과를 가본 적이 없어서 왠지 무서움.


약국만 가도 되지 않을까?

  • 고약 붙이거나 항생제 스프레이 뿌리고 항생제 먹으면 된다던데...
  • 하지만 고약은 먹히는 경우가 있고 아닌 경우가 있다는데 내가 어떤 경우인지 알 수 없음. 약사 선생님한테 종기 보여줄 수 없음.
  • 무릎에 상처 났을 때 약국 갔는데 약사가 병원 가라고 안해줌...그래서 안갔다가 평생 남는 상처 생김. 또 그러면 어떡하지?
  • 병원가자.


이런 의식의 흐름으로 고민을 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일이 많아서 일이 늦게 끝나버렸다. 일 끝나고 나니 친구들과의 약속 시간까지 여유가 없었다.

피부과 대기를 감당할 수가 없어서, '항문외과'를 검색해 시술 내용에 '양성 종양'이 있고, 후기가 좋아보이는 곳에 가게 되었다.

항문외과는 다행히 휴일 전날인데도 대기자가 없었다. 문진표에 종기는 없어서, '기타'에 체크하고 어디가 아파서 왔냐는 간호사 선생님께 "엉덩이에 종기가 나서요..."라고 말을 했다. 

진료실 안에 환자가 있어서, 조금 대기를 해야 했다. 대기하면서 둘러본 벽에는 원장 선생님의 이력이 붙어있었다. 첫 줄에 쓰인 '서울대 의학과 졸업'이 불안한 나를 좀 안심시켰다.

짧은 대기 후 진료실에 들어갔다. 혹시 수술을 해야한다고 하면 오늘 중요한 약속이 있으니(친구들이랑 노는 약속;) 일단 약만 먹고 며칠 뒤에 하면 안되겠냐고 말할 요량으로 앉았다.

"엉덩이에 종기가 났어요."
"엉덩이 맞죠? 항문 아니고?"
"(아 여기 항문외과지...근데 항문에도 종기가 나나?) 네. 엉덩이요."
"간호사 선생님 모셔서 환부 좀 볼게요."

의사 선생님이 간호사 선생님을 부르자 베테랑처럼 보이는 나이든 간호사 선생님이 나타났다. 나를 베드에 엎드리게 하고, 바지를 내리게 한 후 종기만 보이도록 초록 천을 덮어주셨다.

종기를 본 의사 선생님은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다. 이미 인터넷에서 다 보고 간 내용이었지만(종기 글 엄청 보고 감) 귀찮은 기색 없는 친절한 설명이 좀 감동적이었다.
의사 선생님의 설명은 아래와 같았다.

1. 단순한 종기일 수 있는데, 이런 경우 고름을 짜고 항생제 좀 먹으면 낫는다. 고름을 짜지 않으면 항생제가 잘 듣지 않아서, 짜고 항생제를 먹는 게 좋다.

2. 한선염일 수도 있다. 이 경우도 똑같이 고름을 짜고 항생제를 먹으면 되는데, 한선염이라면 같은 부위에 계속 재발할 위험이 있다.

3. 표피낭종일 수 있다. 이 경우는 고름을 짜면 막이 나온다.

"수술실로 가시면 국소 마취한 후 고름을 짜드릴게요."
"많이...아픈가요?"
내 나이 3x세...여전히 주사가 무서운 나이...;;

"마취할 때만 좀 아파요. 괜찮아요."
"네에...(항생제만 받고 싶었는데 뭔가 의사 선생님 말대로 해야 빨리 나을 것 같아서 운명을 받아들임. ㅠㅠ)"

외과답게 내가 들어간 수술실은 아주 본격적인, 의학 드라마에서나 보던 수술실이었다. 아까의 나이 든 간호사 선생님과 젊은 간호사 선생님 두 분이 들어와서 처치(?) 준비를 해주셨다. 나는 수술대 위에 엎드리고, 한쪽 팔을 젤이 묻은 철판 위에 올렸다. 너무 본격적인 느낌이라 두려움이 커졌다. 간호사 선생님께 아까와 같은 질문을 하게 되었다.

"저...많이 아픈가요?"
"마취할 때만 좀 아파요. 근데 잠깐 아프고 낫는 게 훨씬 좋겠죠?"

젊은 간호사 선생님이 사무적인 말투로 말했는데, 그 말투에서 오히려 안정감을 느꼈다. 이 분에게는 너무나 일상인 것 같은 그 사무적인 느낌.

이윽고 의사 선생님이 들어와서, 마취 주사를 놓겠다고 했다.

"마취할건데, 좀 아파요."
'좀'이라는 단어에서 희망을 찾음. 조금 아프니까 좀이라고 하셨겠지...?

곧 마취 주사가 놔졌다. 처음 한 방은 참을 만했다. 의사 선생님은 "잘 참으시네요"라고 나를 칭찬해주셨다.

근데 뒤이어 놔주신 두 방, 세 방째는 예상하지 못한 고통이었다. 나도 모르게 "아~"하는 신음이 나왔다. 두번째는 한 방만 놓는 줄 알아서 대비가 안됐고, 세번째는 대체 몇 방을 더 놓으시는 거지 하는 미지에 대한 두려움에 아팠다. 다행히 세 방으로 끝났지만.

주사를 맞은 후에는 아픔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이 고름을 짜고, 환부에 거즈를 붙여주셨다.

"고름도 별로 안 나오고, 막도 없었어요. 수요일에 한 번 더 봐야겠는데 오실 수 있으신가요? 거즈 떼지 말고 그대로 오셔야 돼요."

"네, 올 수 있어요. 근데 거즈 안 떼면 씻을 땐 어떻게 하죠?"

"방수 밴드 붙이고 씻은 후에 방수 밴드를 떼 주세요."

1층의 약국에서 처방받은 항생제와 방수 밴드를 샀다. 그리고 약속 장소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는 길에 마취가 풀린 것인지 병원에 가기 전보다 엉덩이가 더 아프기 시작했다.

그래서 심각한 표정으로 지하철역 앞을 지나가는데 스티커 붙이라는 유니세프 봉사자가 나한테 스티커를 붙이랬다가 내 표정을 보더니 혼자 빵 터졌다...ㅂㄷㅂㄷ

그 후로도 한 1시간 정도는 아팠는데, 친구들이랑 놀다 보니 어느덧 아픔이 사라져 있었다.

앞으로의 경과는 봐야 알겠지만 일단은 안 아프다. 야호!


약 열심히 챙겨 먹고 종기 다 나으면 덧붙여 쓰겠음...여러분 일찍 일찍 자고 면역력 떨어지지 않게 잘 관리합시다...! (라고 오전 2:40에 쓰고 있다.)

종기가 나서 어떻게 할지 고민하시는 분들과 또 엉덩이에 종기가 났지만 이 모든 과정을 까먹었을 미래의 나를 위해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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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다가오는구먼
코로나도 끝났으니 나도 예전처럼 여름 준비를 해봄


펜타포트 얼리버드로 3일권 끊었다
주변에 숙소 잡으려고 했는데 이미 다들 예약해서 방없음...ㅋ 펜타포트 장소에서 그나마 가까운 호텔이랑 우리집까지랑 별 차이 없어서 걍 출퇴근하기로
근데 우리...주차할 수 있을까? (현실 고민)

온갖 음악 페스티벌을 가봤지만 펜타포트는 처음 가봄
한여름의 음악 페스티벌...30대 저질체력으로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ㅋㅋㅋ
남친은 대딩 때 펜타포트 사진 담당으로 일했었는데 놀러가는 건 처음이라고 한다
여러모로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ㅎㅎㅎ
혹시 꿀팁 아시는 분 계시면 알려주세요

스트록스, 검정치마, 새소년, 나상현씨밴드, 조지, 마이앤트메리 등 기대 중❤️‍🔥


멍하니 인스타 보다가 둘러보기에서 발견
친구 M 꼬셔서 예매 도전
1시간 전부터 서버시간 켜두고 유난 떨면서 대기탄 난 멜론으로 해서 실패하고 ㅡㅡㅋㅋㅋ
위메프 티켓에서 한 M이 성공ㅎㅎㅎ

갑니다 혼네 콘서트~
누군가 콘서트 갈 정도로 좋냐? 묻는다면 잘 모르겠지만 뭐 놀러가는거져...
요즘 나오는 밴드 중엔 노래 많이 아는 편인듯

암튼 이렇게 차곡차곡 여름 준비 중
9월엔 일본이나 터키, 몽골 중에 여행을 가볼까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