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직업 아무거나 고를 수 있으면 뭐 하고 싶냐는 글을 봤다

나는 야생동물 중에 다치거나 무리에서 도태된 애들 맡아서 치료해주고 훈련시켜서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시설 좋고 자금 빵빵한 기관에서 일하는 아기동물 담당 사육사! 하고 싶음. 호주 저런 기관 다큐 보는데 진짜 매일 출근길이 행복할 것 같더라. 나오는 직원 부러워서 죽을 뻔. 회사 갔는데 아기 펭귄 있어! 아기 캥거루 있어! 걔네가 막 나 엄만줄 알고 와서 밥 달라고 해!

개 세 마리 노견되어 죽을 무렵마다 병수발 드는 나를 보고 (나 개 약먹이기 쌉고수임✌🏼) 엄마가 “넌 수의사를 했어야 돼”라고 했지만 전혀 동의할 수 없었다...이과 시절에도 한의사나 정신과 의사 되고 싶었지 수의사는 단 한 번도 생각 안해봄. (물론 성적도 안됐지만^^)

왜냐면 수의사는 매일 아픈 동물을 봐야하는 고통으로도 모자라 자주 동물을 안락사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동물 내 손으로 안락사 안시켜도 되는 사육사가 나의 이루지 못한 꿈 다시 태어나면 되고 싶은 직업 1위이다

아픈 동물 보는 거 괴로우니까 아기 동물 전문 사육사 하고 싶어효 물론 아기도 아프겠지만 자주 아프진 않을테니...슬픈 이별보단 자연으로 돌려보내며 행복한 이별 맞이하는 그런 기관에서 일하고 싶음

저 직업 말고는 어떤 매체를 보거나 sns 보거나 해도 딱히 어떤 직업이 부럽다는 생각이 전혀 안드는데 왜인지 생각해보면

어릴 땐 방송국 피디나 정치학자 되고 싶었는데 방송국에서도 일해보고 정당에서도 일해보니 저 둘다 내 적성 아니란 생각이 들었고(방송국-체력 안됨, 정당-재미는 있었는데 세상에 죄짓는 느낌?ㅋㅋㅋ 물론 정당과 정치학자는 다르지만 논문 쓰는 석박사 친구들 보면 정치학자도 내 적성 아닌 것 같음...)

기자도 해보고 싶었는데 해봤네? 이건 적성에도 맞고 꽤 잘했었지만 막 평생 하고 싶진 않았음. 그래도 기자 계속 했으면 그럭저럭 만족하고 살긴 했을듯? 그치만 시도때도 없이 일해야하고 주말과 명절, 공휴일에도 당직 서야 되고 퇴근 후에도 일 터지면 기사 써야 한다는 게 무척 큰 흠이었음

인디 음악 레이블에서 일하고 싶단 꿈도 있었는데 인디 영화계에서 일해본 덕에 인디- 붙은 곳은 발도 들여놓으면 안된단 것도 배웠고...

아 더 어렸을 땐 정신과 의사, 한의사 되고 싶었는데 맨날 의사랑 같이 일하는 지금은 그덕에 하나도 안부러워졌네...ㅎㅎ

그러고 보면 20대 때 뭐하나 제대로 이룬 게 없는 대신 해보고 싶었던 걸 다 찍먹 해봐서 아무 미련이 안 남았다

친구들이 이과 선택해서 공대 갈걸 의대 갈걸 소리할 때도 이미 이과로 재수까지 다 해봐서 지나가는 농담으로도 미련 없음

내가 왜 커리어에 별 욕심이 안 생기는지, 딱히 해보고 싶은 게 없는지 몰랐는데 이 글 쓰다가 알게 됨

하고 싶었던 웬만한 걸 다 해봤군

그리고 일 자체와 난 잘 안 맞는다는 걸 알게된듯...
생산적인 일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있어야 행복한 사람...그게 저에요...

결론 : 누군가가 벌어오는 돈으로 꿀빨고 싶다
연금복권 당첨되고 싶다
그게 어렵다면 하루 2시간, 일주일 3일 정도만 일하고 월 500씩만 벌고 싶다

마지막 줄이 제일 현실적인듯하다...
주 6시간 일하고 월 500 버는 삶을 살 방안을 찾아봐야겠다...

남자친구 말대로...유튜버가 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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