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10개월 만난 남자친구와 내년에 결혼하기로 했다.

몇 주 전 영월에서 프로포즈를 받았다. 전혀 예상 못했다. 내가 먼저 이틀 전에 갑자기 가자고 펜션 예약해서 간 1박 2일 급여행이었으니까. ㅋㅋㅋ

설렁설렁 놀다가 숙소에 도착해서 쉬다가 마당에서 바베큐를 해먹었다. 너무 배불러서 한바퀴 돌고 사장님이 피워준 모닥불 보고 놀다가 방에 돌아왔는데..


샤넬백이랑 꽃다발이 있었다. 우와아...! 내가 가진 제일 비싼 가방은 남친이 옛날에 사준 30만원짜리 프라이탁이었는데...내가 산 것 중에 제일 비싼 가방은 10만원도 안하는데...ㅋㅋ

가방 포장을 뜯는데 아주 포장 정성이 장난 아니었다. 근데 가격 몰랐을 땐 한 700-800만원쯤 되는 줄 알고 마냥 좋아했던 백이 1450만원이라는 걸 듣고 번뇌가 시작되었다...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가진 유일한 명품은 명품 편집샵에서 일하는 친구가 초대해 준 패밀리 세일 갔다가 빈손으로 나오기 뭐하던 차에 친구가 넘 열심히 영업해줘서 산 30만원짜리 마르지엘라 반지갑 하나...

그런 나 준다고 1450만원짜리 백 사온 내 남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샤넬 가격도 미쳤지만) 넌 정말 미쳤다고 뭐라하니까 맞대 나한테 미쳤대ㅎㅎ;(tmi 죄송;;)

나같은 구두쇠한테는 가방 하나 가격이라곤 받아들일 수 없는 가격이라 되팔기와 갖기 사이에서 끝없이 갈등했다ㅎㅎㅋ 환불됐으면 했을 수도 있음. 근데 남친이 타이밍 노리느라 사놓고 쟁여두고 있어서 이미 환불기간 2주 지남...ㅋ...

남친이 쉬는 날 아침마다 백화점 출근해 오픈런 여러 번 해서 구했다는데 거기서 되팔까 고민하는 나도 참 미친년이지...ㅋㅋㅋ

하지만 얼마 전에 고딩 동창들한테 청첩장 받으러 만났던 기억 때문에 더 고민이 됐다. 남자애들 세 명이 연달아 결혼을 하는데 프로포즈 준비하는 얘기를 하면서 걔네가 다들 샤넬백이 이제 너무 비싸져서 도저히 못 준다고들 했기 때문이다. 걔네 내 남친보다 부잔데...ㅠㅠㅠ 집 있는 놈도 샤넬백은 못 사겠다던데... 근데 그 백을 사오다니..ㅋㅋㅋ 미쳤어? 소리가 절로 나옴

안 받으면 남친한테 미안하다는 마음과 그래도 이건 가방 치고 너무 비싸다 내년에 결혼하고 집 구하려면 돈 많이 들텐데 괜찮을까 하는 마음의 갈등으로 영월에서 괴로움에 눈물까지 흘렸다...ㅠㅠ 나도 해맑게 넘 고마워 꺄 하면서 받고 남친 뿌듯하게 해주는 여친이고 싶은데...그 와중에도 1450만원이라니 남친 차 보다 비싼 백인데 자기 차나 더 좋은 걸로 바꾸지 싶은 계산충 효율충 나년...

되판다고 난리치다(남친 미안...) 스스로 생각해도 그러면 안될 것 같아서 날 말려주고 합리화해줄 여성 동지들에게 전화를 돌림. 친언니, 베프 M 모두 내 예상대로 한 목소리로 날 말려주었고...ㅋㅋㅋ 집에 들고 들어오니 돈 아깝다고 말릴 줄 알았던 엄마마저 좋아하면서 남친 칭찬 해댐. 아빠는 말할 것도 없고.

암튼 그래서
샤넬백을 갖게 되었습니다...❤️

가성비충인지라 앞으로도 제 돈 주고 명품백 살 일은 거의 없으니 아마 평생 몇 개 없을 명품백일지도ㅎㅎ

여름 습기가 장난 아니라 곰팡이 슬까봐 뫼시느라 관리법 검색하면서 블로그 많이 봤는데 나처럼 남친한테 샤넬백 사달라고도 안 했는데 받은 여자는 나밖에 없어서 기분 또 좋아짐ㅋㅋㅋ 남친 사랑햌!!!!!

암튼 결혼합니다
잘 살아볼게요
언젠가 이 블로그에 육아일기가 올라오는 그날까지~

p.s 축하는 안 해주셔도 됩니다 축하할 일인지 아닌지는 살아봐야 알테니까ㅋㅋㅋㅋㅌㅋㅋㅋ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직업 아무거나 선택할 수 있다면  (0) 2023.08.18
나는야 베니스의 채무자  (2) 2023.07.18
일상  (6) 2023.06.21
결혼?  (7) 2023.05.17
늙으니까 몸이 아파  (5) 2023.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