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에 대해 아직 생각을 정립하지 못했는데
어쨌든 관심은 많아서 관련 자료를 많이 찾아보고 있다
특히 '하말넘많'이라는 유튜버들의 유튜브를 재밌게 보고있다 
내가 심각성을 못느끼고 있던 문제를 잘 일깨워줌
(특히 '유아 립스틱 매출 전년 대비 549% 증가' 영상 보고 많은 걸 느껴서 주위에 영업하고 다녔다)


근데 숏컷+화장 안하는 방식의 탈코 운동은 별로 공감이 안된다
여성에게 예쁘길 강요하는 사회에 저항한다는 취지 자체는 좋은데
저게 남을 설득하기 적절한 방법인지 모르겠음
물론 뭐 자기가 하는 건 응원하지만, 남들도 그래야한다 코르셋 벗어라 뭐 마마에서 입은 화사 복장이 백래시다 어쩌고 남한테까지 강요하는 게 넘 싫다...
관심 많아서 여러 모로 찾아봤는데
일단 탈코 숏컷했다고 인스타에 탈코 전시하는 사람들 특징
1. 꼭 탈코 전 열심히 꾸몄던 사진 개많이+탈코한 사진 한두장 올림. 그마저도 지금 모습은 잘 보이지도 않는 경우가 대부분. 맨앞에 대표 사진은 무조건 이쁘게 잘~꾸민 사진들임. 이렇게 이뻤던 내가 이걸 포기했다아!!! 이런 건가?  진짜 탈코한 거 맞음?
2. 탈코했다는 사람들 그 전에 자기 얘기 써놓은 거 보면 '한 번 나가려면 2~3시간씩 꾸밈 노동에 바쳤고, 다이어트 강박이었고 민낯으론 집밖을 못 나섰고 그랬다. 근데 그게 다 사회가 강요했기 때문이다!!!' 이런 거 꼭 나옴. 진짜 90% 이상이 탈코 전에 평균 이상으로 열심히 꾸미며 살던 사람들임.
이런 취지의 글을 읽을 때 난 다른 사회에 살고 있나 싶은데. 오늘도 귀찮아서 아무것도 안 바르고 눈썹 반토막에 여드름 10개쯤 난 민낯으로 회사에 출근한 나로서는...ㅋㅋㅋㅠ 
고시반에도 풀메이크업하느라 스터디 늦게 오는 사람 포함해 저정도로 열심히 꾸미는 사람들도 영 이해가 안됐었는데
꼭 저랬던 애들이 이제 완전히 태세전환해서 이젠 꾸미지 말라고 남한테 강요하는 게 웃기다...
뭐 서비스직이나 방송계 이런 쪽 종사자라 외모 꾸미기 싫은데 억지로 꾸미고 살아왔다면 좀 이해갈만하긴 한데, 그냥 대학생이나 평범한 직장인들이 자기가 열심히 꾸밈노동하고 살았던 걸 남탓하는 걸 보면 좀 공감이 안감. 안 꾸미고 살면 가끔 고나리질하는 남들 당연히 있지(너무 편하게 나온 거 아니냐~ 뭐 등등) 근데 그냥 한두번 아 귀찮아 내맘이야 이런 식으로 받아쳐주면 그 이후에도 말하는 사람 한번도 못 만나봄. 


암튼 이건 그냥 내가 보면서 떠올린 단상이고. 내가 왜 탈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그걸 강요하는 게 싫은지 생각해봤는데 
학벌주의 불합리하다 나쁘다고 대학 서열화 없애는 게 목표라고 쳐. 근데 이 학벌주의를 타파하자고 다같이 대학 진학하지 말자고 우기면서 대학 진학한 사람들을 욕해. 이런다면 넘 불합리하지 않음? 학벌주의를 없애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치더라도 현재로선 존재하고 있고, 좋은 학교 나온 게 인생에 유리한 게 사실인데 왜 개인이 그 가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함? 자발적으로 희생하려는 사람이야 그렇다쳐도 남한테까지 그걸 강요하면 폭력 아님?
학벌주의 대신 외모지상주의나 여성의 외모 코르셋 넣고, '대학 진학하지 말자'->'탈코하자'로 바꾸면 이해될 것임. 학벌 타파 운동할 때도 집이 부자거나 해서 먹고살 길 있는 애들은 대학 안가도 되겠지 근데 그런 것도 없는 애가 이념을 위해 대학도 안가고 학벌주의 타파에 자기 인생을 희생하느라 취직도 못하면 누가 밥먹여 주냐? 탈코해서 면접장에 민낯으로 갔다가 중요한 회사 면접 알바 면접 떨어진 애들은 누가 책임져 주냐? 일자리 대신 구해주냐?
화사가 마마에서 야한 옷 입은 거 갖고도 뭐라하던데. 화사는 퍼포먼스를 통해 시각적+청각적인 자극을 사람들에게 보이는 게 직업인데. 걔한테 백래시 의상 입지마라 뭐 그런 강요는 얼굴 없는 가수 되란 소린가? 야한 복장만 뭐라하는 거다 라고 한다면...그 복장의 기준을 자의적으로 정하고 고나리질하는 게 거의 뭔 옛날에 연예인들 염색 잡고 사람들 미니스커트 잡던 개꼰대 정부기관이랑 뭐가 다른건지 모르겠음.
뭐가 좋으면 걍 자기만 열심히 하면 될 일. 남한테 강요하는 순간 존나 꼰대 훈계충이 되는 것임. 그런 사람들에겐 귀 얇은 애들 몇이나 어 그런가? 하고 넘어가지 대다수의 주관 가진 일반인들은 절대 설득되지 않을 것임.


탈코를 더 보편화시키고 사회의 외모지상주의를 완화시키고 싶다면 채식주의자들이 'MEAT FREE MONDAY'하는 것처럼 '화장 없는 수요일' 뭐 이런 거 해서 대다수의 여자들한테 수요일 하루는 화장하지 말자, 적어도 색조화장하지 말자 이런 식으로 모두가 동참하게 만드는 게 더 효과적인 방법일 거라고 생각한다. 개인보고 희생하라고 너도 숏컷해! 안 자르면 반페미! 이런 식으로 말하면 대체 누가 거기에 설득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