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3일을 봤다.
총선 이틀 전부터 당일까지, 72시간을 기록한 편이다. 투표용지가 가득찬 투표함을 개표소까지 옮기는데, 노란 사설 태권도 승합차량의 (트렁크도 아닌) 중간 좌석 의자 위에 실어 옮기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현금수송차량까진 아니어도, 적어도 탑차나 경찰차 정도론 실어 날라야 하는 거 아닌가? 사설 태권도 승합차 중간 좌석 위는 너무 위험해보였다.공영방송 KBS의 다큐3일은 계속해서 투개표의 투명성과 철저함을 강조했지만,
방송을 보고난 후 나는 오히려 찜찜해졌다.
찾아보니 사전투표, 재외국민 투표에서 발생하는 관외투표는 무려 "우체국 우편"를 통해 우체부에 의해 배달되고, 선관위에 도착한 후엔 별도의 안전장치도 없다.
누군가 투표 조작을 했을 거란 음모론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구멍이, 빈틈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얘기다.
나쁜 놈이 맘만 먹으면, 안 걸리고 부정 행위를 저지를 수 있을만한 구멍이 너무 많다.
공무원 시험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공시생 A씨는 수능도 컨닝을 했다고 한다.
약시라고 허위 진단서를 떼어서 시험시간을 1.7배 배정받은 후, 미리 화장실에 숨겨놓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온라온 답안을 확인하여 시험을 쳤다나.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수능을 두 번쯤 봤을 때, 그 시험에서 안 걸리고 컨닝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열가지 정도는 알 것 같았다.
그 중 한두가지는 아주 구체적으로 떠올렸고, 확신도 있었다. 시행하지 않았을뿐.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인데, 실제로 행한 사람이 있다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비행기를 띄우지 못하게 할 정도로 국가에서 중요시 여기는 시험이 이렇게 허술하게 돌아간다.
너무 많은 중요한 시스템이 개인의 양심이나 두려움에 기대고 있다.
서로가 서로의 양심과 선의를 믿는, 신뢰가 넘쳐나는 세상이라면 별 문제가 없을지도 모르겠으나, 국정원 직원이 선거 개입 댓글을 달고 다녔다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사실로 확인된 지금, 신뢰 잃은 주체는 더더욱 철저하고 투명하게 시스템을 운영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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