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트위터를 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계속 지금처럼 하지않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은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다.
스마트폰이 엄청난 속도로 보급되면서 트위터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트위터의 새로운 미디어로서의 기능에 대해 예찬하고 있다.  
대다수가 하는 말엔 딴지걸고싶은 내 특유의 삐뚤어짐때문인지 나는 또 딴지를 걸고 싶어졌다.

 우선 나 말고 트위터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왜 그럴까.
주위에는 트위터를 하지 않겠다는 트위터 반대파도 꽤나 있는 듯하지만 그들이 트위터를 왜 안하는지에 대한 확고한 이유에 대해서는 들어본 바가 없었다. 그래서 인터넷에 '트위터를 하지 않는 이유'라고 검색해보았다.
세 건의 관련 글과 한 건의 관련 기사를 발견했다.

 그 글들을 모두 읽어보았는데 그중 한 건의 글이 눈에 띈다.
조선일보 문화부 한현우 기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이다. 제목은 '내가 트위터를 하지 않는 이유'
(
http://blog.chosun.com/blog.log.view.screen?userId=hwhan&logId=5243656)
대강 요약하자면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기의 일상적 넋두리를 이러니 저러니 하면서 하는 것도 웃길 노릇이고, 트위터를 하면 정제되지 못한 글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오해를 살 위험이 있는데 그게 싫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현재의 삶을 살기에도 바쁘다는 그런 내용이다 여러 모로 공감이 되었다.
(사족을 붙이자면, 사실 조선일보 기자의 글이라는 이유만으로 보통 때 같았으면 '느리고 불편하게 사는 법'이라는 블로그 제목에도 진정성이 없다고 속단해버리면서 글조차 읽지 않았을테지만 한현우 기자는 내 언니의 꽤 어렸을때부터의 지인이라 들은 바가 있어 조선일보 기자라는 집단에만 범주화되는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끝까지 읽었다)  

 무튼 내 이유도 한현우 기자가 쓴 트위터 안하는 이유랑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내나름대로 이유를 다시 써보자면

  가장 걸리는 것은 사생활 침해 문제.
 사실 애초부터 트위터를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나도 작년 초쯤 트위터에 큰 관심을 가졌었다. 실제의 친구들은 아직 아무도 트위터를 시작하지 않았을 때였는데 계정을 만들고 혼자 이런 저런 사람들을 팔로잉하면서 놀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트위터의 성격을 잘 몰랐던 것인지, 구글에 내 아이디를 쳐보고는 깜짝 놀랐다. 실시간으로 내가 올리는 트윗이 구글 검색결과에 가감없이 뜨고있었기 때문이다. 소름이 돋았다.
내가 사생활이나 개인정보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한 것일까. 나는 온라인상에 내 정보가 검색만 하면 우루루 뜨는 것이 너무 싫다. 그래서 미니홈피도, 블로그도 그 생각을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 하고 있다. 
내가 그때그때 생각한 별것 아닌 단상들이 나를 모르는 불특정다수에게 보여지는 것이 싫다. 그렇다고 트위터라는 매체는 블로그와는 달리 나의 실제 신분을 드러내지않고 운영할 수는 없는 노릇인 것 같고.
 
 트위터를 실제로 하면서 느낀 이유는 저 이유지만 친언니가 팔로워수 1000명이 넘는 트위터리안인지라 옆에서 지켜보면서 느낀 트위터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들은 더 많이 있다.

 우선 트위터라는 곳의 특성상 정부,여당을 까는 트윗이 꽤나 된다.
그게 맘에 안드는 건 아니다. 나는 진보신당 지지자고 어렸을 때부터 집에 널린 노엄촘스키, 한홍구, 강준만 뭐 이런 사람들 책 읽으면서 좌파빨갱이 소리 수도 없이 들으면서 자란 사람이다.
 근데 요즘의 트위터를 보면, 정부나 여당까는 게 그냥 트렌드같은...'너,나 모두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스포츠'처럼 되어버린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어차피 내가 팔로잉하는 사람의 글만 보이는 것이니, 정부를 싫어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앉아 내내 정부욕만 하고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한나라당과 삼성등등 기득권세력들은 시시각각으로 상식을 뛰어넘는 잘못을 해대니까. 수많은 트위터리안들이 끊임없이 업데이트해주는 그들의 잘못들을 보고 앉아있으면, 열받아서 머리가 돌아버릴 것이다. 옆에서 언니가 트위터하면서 읽어주는 그 트윗들만 들어도 짜증이 확나니까. 어랏, 정치혐오의 시작인가?


 또, 매체의 발전에 대한 의심이랄지 거부감도 트위터를 하기 싫은 데에 한 몫 한다. 컴퓨터 그리고 인터넷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는 이미 열어버렸다. 우리는 이제 더이상 서로 낭만적으로 시를 써서 편지로 보내지 않고, 여가시간에 책을 읽기보다는 인터넷으로 글들을 읽고, 사람을 실제로 만나는 대신 싸이월드로 안부를 전한다. 난 이미 그 생활에 물들어버렸다. 내 하루중에는 실제로 사람을 보는 시간보다 컴퓨터 화면을 마주하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다. 난 자제력도 없다. 그래서 아마 앞으로도 이렇게 살 확률이 높을 것이다.
 이미 상자를 열어버린 지금의 현실이 맘에 안든다. 컴퓨터를 하지 않았더라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기타 실력도 지금보다는 나았을 것이고, 손글씨도 지금보다는 예뻤을 것이고, 책도 지금보다는 많이 읽었을 것이다. 사람도 더 많이 만났을 것이다. 지금보다 내 맘에 더 드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스마트폰도, 트위터도... 생기고 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손안의 컴퓨터라는 스마트폰까지 생겨버린다면 컴퓨터를 하지 않는 시간에도 손안의 컴퓨터에 사로잡혀 있을 것이다. 메신저로도 모자라 스마트폰 속의 카카오톡인지 뭔지로 얘기하는 시간이 늘어나겠지. 하루종일 트위터 창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겠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카카오톡으로 대화나누는 소통이, 트위터로 천 명과 하는 소통이 과연 진정한 마음의 위안이 되고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소통이 될 수 있을까? 나는 부정적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 거고 그들이 트위터를 하고 스마트폰을 사겠지만.
  무튼 트위터를 하기에는 나는 책읽고 영화보고 글쓰는 나만의 시간과 실제 친구들을 만나서 술한잔 마시면서 하는 소통이 더 소중하다.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글을 쓰다보니 두서가 없고 글이 길어졌다. 정작 하고 싶은 얘기도 다 못 쓴 것 같고...글을 간결하게 쓰고 싶은데...수정을 여럿 거치면 그럴 수 있겠지만 그것마저 귀찮다. 대강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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