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비밀이지만 어딘가엔 털어놓고 싶어서 블로그에 털어놔본다
나는 술 마시면 병신이 된다 모든 자의식이 사라지고 내가 꼴리는 대로 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아주 원초적인 원시인 같은 상태가 된다 
최소한의 이성은 남아있는데 걔네는 별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이성 = 아무리 취해도 술값 안내기, 택시 안타기 담당. 뿌리 깊은 가난 탓임.) 
그러다보니 술을 마시고 한 병신짓이 끝이 없다
술을 처음 취하도록 마신 게 고1 16살 때니까 10년이 넘게 술을 마셨는데 정말 세상 모든 주사는 다 부려본듯
여기서 좀 신기한 건 나랑 술마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내 술버릇을 이해해 준다는 것이다
물론 이해하지 못하고 술을 마신 후 다시는 연락이 되지 않는 사람들도 있긴 했는데 전체 중 1프로도 안될듯
그래서인지 (그 사람들 탓은 아니지만) 아직도 술버릇을 못 고치고 병신처럼 살고 있다
안 취할 거면 왜 마시냐고 그러면서... 
암튼 내가 술먹고 한 병신짓을 써봄 

난이도 하 

- 술먹고 전화 걸기, 카톡하기 

기본 오브 기본이다. 10년 넘게 한결 같은 술버릇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술먹고 전화나 카톡해서 이상한 소리(고백, 시비 등)를 하는 편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건 대부분 이해해줌.
최장 기간+최다 횟수 희생자는 H인데 얘는 아직도 내가 술먹고 전화하면 잘 받음. 술먹고 불러내면 나오기도 함. 
근데 이거 때문에 끊기고 나에게 학을 뗀 짝남도 있음. ㅎㅎ... 
그때 이후로 고쳐야지 했는데 아직도 못고쳤음. 만성 질환. 

- 울기 

이것도 기본인데, 울면서 또 혼자 눈물을 닦는다. 혼자 한맺힌 얘기하다 울컥해서 쳐우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다. 
이 때 상대방의 표정은 보통 '으휴 시발 언제 끝나나'인데, 나를 진심으로 위로해주거나 걱정해준 자는 거의 없었다. ㅋㅋㅋ 
때문에 스무살 땐가 술취해서 쳐운 나를 안아주면서 이제 다 괜찮다고 고생했다고 했던 새끼한테 넘어간 적이 있다. 

- 애정 표현  

이성한테 하는 거 말고 동성 친구들한테 하는 애정 표현. (이성은 뒤에 나옴.) 
이건 한 번인가 밖에 없는데 고딩 친구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되는 주사이다. 
노래방에서 친구들에게 너무 사랑한다며 너희 없이 못 산다며 마이크에 대고 애정 고백을 하고, 우리 다함께 허그를 하자며 친구들을 껴안았다. 
친구들은 술마시는 걸 별로 안좋아해서 그 날도 나혼자 취했는데, 다들 평소와는 다른 내 모습에 엄청 즐거워하고 흥미로워 했다. 
두고두고 그 때 그 고백 좋았다며 귀여웠다며 허그 얘기를 한다. 

- 모르는 사람에게 말걸기 

가장 최근 업데이트된 주사. 학교 앞 술집에서 술마시다가 화장실(남녀공용) 갔는데 쉬가 급한데 딱봐도 어려보이는 남자애 둘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걔네한테 우리 학교냐고 묻고 학번을 물었더니 15,16학번이라길래 내 학번을 까고 내가 선배니까 먼저 화장실 가도 되지? 하고 화장실을 새치기했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나왔는데 걔네가 담배피고 있길래 얘기하다 좀 친해짐. 친구들이 술꼰대냐고 혼냈다. 
그리고 이 날 이상한 날이었던 게 지하철 기다리다 모르는 남자 번호도 땄음. ㅋㅋㅋㅋㅋ 
다음 날 일어나서 폰에 찍혀있는 모르는 번호 보고 벙찜. 어휴... 

난이도 중 

- 키스  

마음있는 남자랑 단둘이 술을 마시고 취하면 상황을 봐서 키스를 해버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로 전남친도 이래서 사귀게 됐음. 남녀관계에 진전을 만드는 데 이것만한 방법은 없었다. 
근데 물론 단둘이 술마실 정도로 이미 썸을 타고 있거나 마음이 있는 사이이긴 했다. 사실 난 첫키스도 이렇게 함. ㅋㅋㅋㅋㅋ 
아 근데 이건 결과가 나빴던 적이 없다. 결과적으로 대부분 잘돼서 후회 없는 주사. 
당신이 남자고 나랑 단둘이 술마시고 내가 취했는데도 내가 당신에게 키스하지 않았다면 나는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 것입니다...ㅎㅎ (근데 또 키스했다고 다 좋아하는 건 아님...ㅎㅎㅎ)

- 토 

한때 별명이 토0(0은 내이름)였음... 술만 마시면 토를 해대서. 
근데 의외로 남자들은 토하는 주사를 별로 안 싫어하는 것 같다. 여자애들은 엄청 싫어한다. 
근데 여자랑은 그렇게 취할 때까지 마시는 정도가 흔치 않아서 여자애들이랑 있는데 토한 적은 한두번? 손에 꼽는다. 
 웃긴 건 절대 변기에 토하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토버릇이 잘못 들었다. 그래서 아무데나 토를 한다. 길거리는 무난한 편... 
술집 테이블 위 작은 철제 쓰레기통에 토하고 계속 술 마신 적도 있다. (그 술자리의 사람들과는 그 후로 연락이 끊김. 원래 안 친했던 게 패착.) 
남자들이 토에 관대한다고 느낀 이유는 내가 토한 직후에도 나랑 키스했던 남자들이 꽤 여럿 있었다는...사실. 
그리고 방바닥에 했던 내 토를 정성스레 치워준 전남친을 떠올리며. (넌 착했구나 정말) 

- 훈계질 (했던 얘기 또 하기) 

가끔 술 마시면 누군가 붙잡고 훈계질을 함. 했던 얘기를 또 함. 
내용은 보통 넌 잘될거야 널 응원해 하는 좋은 내용이지만 듣는 사람의 얼굴은 그 어떤 얘기보다 개같은 얘기를 듣는듯 썩어있음. 
이건 내가 고쳐야 할 주사 1위로 생각하는 주사. 당하는 사람이 보통 내 개인적인 얘기를 할 수 없는 안 친한 사람이라 더더욱 문제다. 
내 얘기를 못해서 할 얘기가 없으면 주로 이런 얘기를 하는듯 하다. 

난이도 상 

- 퍼지기 

남자들이 싫어하는 주사 1위는 바로바로~~~ 길바닥에 퍼지기^.^ 
이것 또한 당해보신 분들이 꽤 됩니다... 
전화받기 최대 피해자 H 또한 당연히 예외는 아니다. H는 술 마시고 퍼진 나를 데려다 주기 위해 나를 업고 신촌 밤거리를 헤매다 본인의 지갑을 잃어버린 적까지 있다. (웃긴 게 그와중에 내 가방은 지가 챙겨가서 줌.) 그 날 나는 H한테 업힌 채로 칭얼대며 편의점에 가서는 이거 사줘 저거 사줘 고르기까지 하였다. (물론 업힌채로...) 
그리고... 밴드하던 시절 밴드 애들과 술먹고 퍼져서 모르는 밴드원 친구네 자취방에서 깨어난 적도 있다. (다행히 남녀 섞여서 10명 가까이?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밴드 같이 했던 친구가 또 날 업고 거기까지...ㅎㅎㅎ...
이것도 진짜 당시엔 엄청 충격적인 사건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모두가 깔깔거리는 즐거운 추억이 되었네... 

- 노상방뇨 

이것도 딱 한 번인데... 왜 가도가도 화장실이 안나왔는지. 길에서 쉬쌀 때 가려주던 전남친의 헌신을 평생 기억하겠읍니다...
넌 헤어졌지만... 참 좋은 애였어... (이후로도 그곳을 지날 때마다 전남친은 날 놀리곤 하였다.) 

- 때리기 

나한테 맞았던 친구 Y와 D에게... 평생 사죄하겠읍니다. 둘 다 피해를 입고도 나랑 놀아줘서 고마워... 

- 회사 상사한테 회사욕(다른 상사욕) 하기 

그래서 짤렸나...? (...) 

난이도 최상 

- 그리고 여기에도 차마 쓸 수 없는... 정말 최악의 주사 두 번. 
이것들은 평생 혼자 무덤까지 갖고 갈 것임. 


써놓고 보니 진짜 병신 오브 상병신이구나 
하지만 잘 살고 있습니다 술 마시고 실수해서 다음날 후회중이신 분들 이 글 보고 힘을 내세요! 
이런 병신도 멀쩡한 척하며 여러분 주위에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후후... 
게다가 저 주사들을 당해놓고도 이런 병신에게 여전히 술을 마시자는 사람도 다수 존재한답니다! 


그리고 이 글은 앞으로도 업데이트될 예정임 내 주사엔 끝이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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