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에, 내가 한 말에, 내가 했을 생각에 관심 가져주길 바랐다
내가 비밀로 한다는 이 블로그 주소를 궁금해하길 바랐고
내가 수주를 공들인 그 자소서 내용을 궁금해하길 바랐다
내가 요새 듣는 음악, 보는 웹툰, 예능 프로그램이 뭔질 궁금해하길 바랐다
너는 한 번도 내 속을 궁금해하는 법이 없었다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를 함께 보고 나와 고기를 먹던 날,
영화가 너무 좋아 영화에 대한 감상을 주절주절 늘어놓던 나에게
"나는 영화 보고 그렇게 생각 많이 하는 거 별로."라며 네가 내 입을 틀어막았을 때
너랑은 그런 얘기를 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널 만나면 그냥 가벼운 장난만 쳤다
오늘 처음 본 사람과도 할 수 있는 별 거 없는 일상 얘기만 했다
가끔 술이라도 마시고 진짜 얘기를 할라치면 돌아오는 네 시큰둥한 반응에
난 그냥 포기했다
나는 그래도 네가 좋아서, 네 생각을 궁금해했는데, 넌 네 얘기도 제대로 해준 적이 없었다
그런 얘기는 친구들이랑 한다고 했다
나도 듣고 싶었던 네 얘기. 구차해서 더 물어볼 수 없었다
우리 사이엔 절대 넘어설 수 없는 투명한 유리벽이 있는 것 같았다
너는 아직도 이 블로그를 모른다
난 네가 블로그 주소를 물어보면 알려주려고, 너에게 보여주기 싫은 글은 비공개로 돌려놨었는데
괜한 짓이었다
너는 한 번도 내 글을, 내 생각을 궁금해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너랑 내가 거기까지였던 거야
어젯밤, 헤어진 후 8개월만에 처음 온 너의 연락은 전혀 반갑지 않았다
그저 나도 너에게 미안한 게 많아 모질지 못하고 받아준 것 뿐이다
할 말이 없어 멍하니 전화기를 붙잡고 네 말만 기다리고 있는 나에게
우냐고, 울지 말라는 네 말을 듣고 난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넌 아직도 나를 몰랐다
날 궁금해한 적이 없으니까
매일 만났다고,
수십 번 함께 밤을 보냈다고,
지금 입고 있는 옷을 어디서 산 지 안다고,
어제 뭘 먹었는지 혹은 내일 뭐할지를 안다고 해서
서로를 아는 게 아닌데
그런 식으로는 2년이 아니라 20년을 만났더라도 달랐을 건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나는 너에게 헤어지자고 했다
그리고 그래서, 지금도 네가 그립지 않다
너와 난 서로를 잘 모르는 낯선 사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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