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넷플릭스에 테라스 하우스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일본 후지티비랑 넷플릭스가 합작해서 만든 프로그램인데

다양한 직업을 가진 젊은 남자 3명과 여자 3명이 한 집에 살면서 사랑도 꽃 피우고 우정도 쌓고 뭐 그런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좀 세련된 버전의 SBS 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전에 어디서 짧은 소개글만 보고 재밌겠네 재밌겠네 하다가 드디어 봤다.


우선 이건 한국 넷플릭스엔 없다. 

심의문제 때문이라함ㅠㅠ

근데 한국 넷플 초기엔 서비스되다가 중간에 무슨 문제로 서비스가 중단된 거라서

한국어 자막은 다 있다.

난 이걸 보고 싶어서 vpn 깔고 온갖 쌩쑈를 하다가 vpn이 자꾸 끊겨서 포기하려던 찰나

스마트 dns 라는 걸 알게 돼서 그걸로 일본 넷플릭스에 접속해서 봤다.


테라스 하우스는 

남3 여3이 나오는데 그냥 계속 그 집에 산다고 한다. 자기 생활 다하면서.

솔직히 얼마나 사실인진 모르겠다. 인터넷 찾아보니까 촬영 때만 그 집에서 사는 것처럼 한단 말도 있고.

왜냐면 이게 카메라 구도가 한국 리얼리티 프로그램처럼 cctv구도가 아니라 거의 드라마 수준이라

대본이 아예 없단 건 솔직히 말이 안된다. 트루먼쇼도 아니고 모든 일상을 어케 그렇게 드라마처럼 찍어ㅋㅋㅋ 

출연자가 스탭들한테 오늘 누구누구상이랑 데이트할거에영 촬영하러 오세요 알려줘야 하냐고...


하여튼 대본 없다고 매회 시작마다 말하는데 개뻥 같다. 

뭐 넷플릭스 전에 후지티비에서 시즌이 몇 개 방영됐었는데 그때는 공개적으로 밝혀진 문제도 많았다고 한다.

누구한테 고백하면 추가수당 얼마 누구랑 키스하면 얼마 뭐 이렇게 출연자랑 딜했다고도 하고 뭐 제작자가 출연자 성추행도 했다하고;;;


아무튼 어떤 방식으로든 짜여진 대본이 있겠지만 

대본이 또 촘촘히 짜여져 있다기엔 다들 카메라를 의식 안하고 엄청 자연스럽다.

나한테 외국인들이라 잘 안보이는 걸까? 한국 리얼리티 프로 보다 보면 카메라 의식하는 어색한 사람들 때매 흥 깨지는 게 한두번이 아닌데

이건 40회 넘게 여러 일반인들 보면서도 카메라 의식하거나 어색한 사람을 한 번도 못봤다. 여자들도 집이니까 다 진짜 쌩얼로 나오고. ㅋㅋㅋ

그래서 대본 없다구 진짜 믿고 몰입해서 보면 재밌다.


6명 출연자는 고정은 아니고

중간중간 나가고 싶은 사람들이 나 나갈래 하면 그때 그때 충원되는 식이다.

개인적으로 괜찮았던 사람은 출연자 중 유일하게 여친이 있었던 한다 유토지만

제일 재미있었던 건 처음 6명이었다. 병신들이 많았어서 그런가. 보는 재미가 있었음.


보다보면 리얼리티라고 느껴지는 부분이

무난하고 흠없는 사람이 없단 거다ㅋㅋㅋ


이건 당연한 거지만 이게 짜고 하는 거면 시청률이나 팬덤을 위해서라도 호감이기만 한 사람도 가끔은 있어야 할텐데

이 프로 사람들은 다 흠이 있다... 현실 사람들 같다.

출연자 누구에게든 호감을 가지면 

그 다음 회에 곧바로 반전을 느낄 수 있다... 어휴 저 병신 싶은...ㅋㅋㅋㅋㅋㅋㅋ


되게 평범한 사람들이 연애할 땐 븅신되는 걸 매우 잘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 데이트 제안 한 번 받아들이는 거 보고 질투심에 스스로 무너져 내리는 남자도 있고.

처음엔 되게 이쁘게 여신으로 등장했는데 남자한테 너무 어색하게 무매력으로 굴어서 차이고 무시 당하게 되는 여자도 나온다. ㅠㅠㅠ 

그래서인지 이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역시 사람은 얼굴보다 행동이라고 느끼게 된다.

아무리 잘생긴 사람도 계속 찌질하게 굴면 못생겨 보이고 그냥저냥 평범하게 생긴 사람도 괜찮게 행동하면 잘생겨 보인다.

사람들 성격은 다 주위에 있을 법해서 몰입이 잘 된다.

호박씨 까는 타입의 여자도 있고, 솔직하고 성격 직선적인 여자도 있고, 마냥 사람 좋게 착한 찌질남도 있고...

그래서 사실 누구랑 누구랑 사귈까 커플될까 꽁냥꽁냥할까 하는 재미보다도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람들 성격 보느라 보게 된다. 


아 스튜디오 패널들도 있다. 영상 보고나서 그거 관해서 수다 떨고 뭐 그런 역할임.

특이하게 메인 mc 둘이 여자인데, YOU라는 배우 겸 가수 아주머니랑 토린도루라고 어리고 이쁜 혼혈 아가씨다. 둘 다 귀엽고 매력있다.

그리고 남자 패널들이 웃긴데. 잘생긴 아저씨 한 명이랑 야마사토란 아저씨가 나온다.

야마사토 아저씨가 짱좋다ㅋㅋㅋㅋㅋㅋㅋ약간 우리나라 김구라+박명수 느낌인데 화면 보고 막 자기 느낌대로 아무 소리나 주절거리다가 YOU한테 혼나면 바로 쭈굴거리는 캐릭이다. 


그리고 이게 내가 처음 보는 일본 예능이라 잘 모르겠는데 원래 일본 예능은 이렇게 수위가 쎈건지ㅋㅋㅋ

프로그램 안에서 커플된 여자한테 여자 언니가 너 남친이랑 잤냐 안잤냐도 물어보고ㅋㅋㅋ 여자는 잤단 식으로 대답하고... 여자 21살? 22살? 모델인데...

커플된 애들은 한 방을 쓰질 않나...한국 예능 시청자로서는 낯선 부분이 좀 있었다. 근데 뭐 자연스러움.


아 스튜디오 패널들 토크 수위도 높다. 우결 박미선 역할인데 토크 수준은 트위터나 디씨 수준임ㅋㅋㅋ

방송 끝나고 트위터에서 시청자들이 떠들 거 같은 얘기들을 패널들이 직접 한다. 

저 출연자 찌질하게 왜 저러죠, (여자 출연자) 너무 귀여운 척 하네요, (직업 없는 남자 출연자) 너무 한심하지 않나요?

뭐 이런 얘기 다한다ㅋㅋㅋ 

그래서 속시원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그렇지만 한편으론 출연자들이 진짜 일반인들이면 상처 받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한국에서 저렇게 하면 너무 말 심하다고 성희롱 아니냐고 뭐 그러면서 인터넷에 맨날 패널들 지적하는 글 올라오고 패널들 해명글 사과글 쓰고 방송에서 사과하고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것 같다. ㅎㅎㅎ 하지만 여기선 너무 자연스럽고 스무스하게 넘어가서 별로 거슬리지 않음. ㅋㅋㅋ


아 이거 보다가 일본 사람들 꿈(future)얘기 하는 거 진짜 좋아하고 그런 면에선 서로 오지랖도 잘 떠는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드 얘기할 때 사람들이 희화화하는 대표적인 클리셰가 

여자 주인공이 혼자 거울보면서 "난 할 수 있어! 간바레!" 이러는 거랑, 모든 이야기가 기-승-전-교훈적 결말인 거. 이 두 갠데.

일본 사람들이 진짜 그런가? 싶었달까. 

이 프로 보면 막 다들 맨날 상대방한테 꿈 물어보고 "사람은 마음을 다해 살아야만 한다고 생각해!" "꿈을 이뤄야해!"

이 지럴함. 오글오글. 저러는 사람이 한두명이 아님. 

막 남의 꿈 듣고 평가하기도 하고 조언하기도 하고 간바레하기도 하고 오지랖도 잘 떤다. 줠라 숨막힘. 얘네 왜이래? 싶었음.

일본 사람들 개인주의적이라 하던데 한국 젊은이들이 더 개인주의적인건가 싶어졌다. 

한국에서 또래끼리 저렇게 남 꿈이나 미래 계획에 오지랖 떨었다간 면전에서 싸움 날텐데.


진짜 잘 만들긴 잘 만든 예능이다

영상미+세련된 음악도 한국 예능에서 못보던 거라 맘에 든다. 일본 청춘 영화의 간질간질한 감성이 느껴지는 장면도 간혹 있다.

스탭들 얼마나 머리 굴렸을까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디테일한 제작 현장이 궁금해지는 예능이었다. 이런 거 어떻게 만들지 싶은.

우리나라에서 나왔던 온스타일의 셰어 하우스랑 SBS의 룸메이트, MBC 설날 파일럿 발칙한 동거가 다 이 프로그램이 모티브 같은데 이 프로그램 발톱의 때만큼도 못 따라간 것 같아서 안타깝다. 물론 그만큼 이 프로그램이 잘 만들었단 소리겠지만.

한국 동거 프로그램들은 짧은 촬영 기간에 최대한 많은 방송 분량 뽑아내려고 부자연스러운 소재를 너무 억지로 만드는데 이건 안 그러함.ㅋㅋㅋ


오히려 짝 제작진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면 비슷하게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 짝 특유의 짜치는 옷, 애정촌 풍경 이런 거 고급화하고 드라마 작가 섭외해서 약간의 대본을 가미해서 연출하면 한국 버전으로도 비슷하게 괜찮은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음. 이거 한국 버전으로 나와도 진짜 재밌을 거 같은데. ㅋㅋㅋ


아무튼 간만의 꿀잼 예능이었따 추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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