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가 홍상수의 영화로 베를린 여우주연상을 탔다.

수상 소감 동영상 보고 싶어서 찾아보다가 베를린 영화제 홈페이지에 들어가봤는데 메인 화면에 떠있어서 신기해서 캡춰해옴.


홍상수 영화를 좋아해서 개봉하면 거의 챙겨보는 편이다.

여태까지 홍상수 영화를 총 아홉편 봤는데

(생활의 발견, 해변의 여인,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하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우리 선희, 자유의 언덕,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여자 시점에서 진행되는 홍상수 영화들은 남자 시점에서 진행되는 영화에 비해 별로라고 생각했다.

나는 홍상수 영화 속 찌질남들 이야기가 재밌고 좋은 거라서.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홍상수 영화는 스물한두살쯤 보고 처음 홍상수의 매력을 알았던 생활의 발견이었다.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부터 홍상수 감독은 여자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영화를 찍기 시작했는데

그런 영화도 재미있긴 했지만 남자 시점의 영화에 비해선 디테일도 좀 떨어졌고, 재미가 덜했다. 


최근작 중에 좋았던 것도 남자 시점에서 이야기가 흘러가는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이었고, 

(그러고 보니 이 영화에서도 커플이 탄생했군. 사랑이 넘치는 홍상수 영화)

김민희가 나온 지맞그틀은 그저 그랬다. 형식이 실험적이라 낯설었던 것도 이유겠지만. 

그치만 같은 홍상수+김민희 조합이고, 여자 시점에서 진행되는 영화 같이 보이는데도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시놉에 거의 현실 그대로가 쓰여져 있어서 시놉만으로도 궁금하고 기대가 되긴 했다.

이걸 대체 어떻게 영화로 만들까? 싶었음. 

물론 홍상수의 이전 영화들도 그의 현실에서 모티브를 땄거나, 현실 거의 그대로를 담아 만들었겠지만

난 홍상수가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나도 아는 그의 사생활이 들어간 영화는 이게 처음이니까.


근데 베를린 여우주연상이라니?

홍상수 영화 팬이지만 그래도 홍상수 영화가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다른 상도 아니고 여우주연상을 배출한 건 참 신기한 일이다.

홍상수 영화는 자연스럽고, 극적인 사건 따위는 없기 때문에 배우들의 연기력이 돋보이기 어렵다.

오히려 작품상이었다면 이렇게까진 놀랍지 않았을 것 같은데(그렇게 불려다녔는데 받을 때도 됐지 그래) 

연기상인 게 참 놀라움.


현실을 얼마나 잘 영화화했을지 궁금하다. 

홍상수와 김민희의 비밀스런 일기장을 훔쳐 볼 생각에 빨리 영화가 보고 싶어짐.

원래 남의 최대한 솔직하게 쓴 일기장 훔쳐 보는 게 제일 재밌으니까. 

미지의 세계를 비롯한 이자혜의 만화들도 그래서 재밌던 거고.


개봉하면 혼자 맥주 한 캔 사들고 영화관 가서 봐야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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