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수능 성적표가 나왔다. 다시는 수능과 가까이할 일이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어쩌다보니 교육담당 기자가 되어 수능 얘기를 매일 마주하며 살고 있다. 그러니까, 그래서 아는 거야. (삼수해서 아는 게 아니라!)

수능 성적표에 얽힌 사연이 있다. 내가 바로 성적표 잘못 나왔다고 평가원까지 찾아간 이 구역 미친...년...음 다들 수능 얘기하면 마킹 잘못해서 답안 밀려써서 어쩌고들 하지만 평가원 찾아가서 자기 답지 확인하고 온 사람은 난 아직 나밖에 못봤다ㅋㅎ

아무튼 때는 2009년. 딱 이맘때쯤. 삼수생이었던 난 동네 교육청에서 성적표를 받아 확인하면서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에 탄 것까지 생생하다. 점수를 보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아 시발? 수학이 3점 낮게 나왔다.

그전에, 돌이켜보면 수능날도 수학 때문에 울었다. 재수 때까지 이과생이었기에 문과 수학은 진짜 쉬웠다. 난 애초에 수학 좋아해서 이과간 거였단 말여...ㅋㅋㅋ 아무튼 문과시절엔 시간이 남아돌아서 꼭 수학은 처음부터 끝까지 두번씩 풀었다. 근데 하필 수능날. 삼수 수능날. 수학을 순서대로 두번째 풀다가 마지막 주관식 30번 문제 계산이 이상한 걸 발견한 거다. 시험지를 두번째 푸니까 시간이 얼마 안 남았대? 근데 이게 계산이 틀린 건 알겠고. 그래서 계산을 하고 또 하다보니 답안지를 낼 시간. 그래서 일단 답을 써서 냈다.

내고 나서 다시 계속 풀면서 확인해보니 답이 틀렸대? 그래서 나는 수학 보고 점심 먹을 시간에 망연자실 앉아있었다. 아니, 수리 나형을 96점을 맞다니 이게 말이 돼? 나는 100점을 맞아야 되는데! 나는 서울대에 가야되는데!!! 나는 삼수를 했는데!!!

그래서 수능 시험장에서 나오는데 수학 때문에 눈물이 펑펑 났다. 수학 하나 틀린 걸 이미 아니까. 아 문과 수학이 96점인데 서울대를 갈 수 있나? 가고 싶은 사과대는 못 가겠네. 아 시발. 이제 수능 다신 못 보는데.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울면서 나오니까 시험장 앞에 엄마가 놀라서 뭐냐고, 밀려썼냐고, 왜그러냐고 붙잡고 물어.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하고 아빠 차에 탔다. 밥 먹으러 가겠냐는 아빠 말에, 마음 불편하다고 일단 집 가서 가채점부터 해야겠다고 집으로 갔지. 

집에 와서 가채점을 해보니 평소보단 망했지만 그래도 여유있게 연고대 갈 성적은 나왔더라고. 수학은 다행히 그거 하나 틀렸고. 나머지도 합쳐서 몇 개 안 틀렸고. 삼수까지 했는데 연고대도 속상하지만. 어차피 비교내신인데 서울대 낮은과 써놓고 논술로 뒤집어야겠다 하고 말았다. 

그렇게 고대 수시도 안가고(연대 수시는 수능 전이라 아예 안썼음. 왜냐면 난 서울대 가야되니깐.) 성적표 나오는 날을 기다렸는데, 수학이 아니 96점이 아니라 93점이 나온 거지. 다행히 1등급이긴 했다만. 아니 수학이...수학이 뭘 더 틀렸다는거야? 답을 내가 수험표 뒤에 다 적어와서 가채점을...!@#$%

수학 3점. 고작 3점이지만 상위권 입시에선 수학 3점이 어마어마하잖아. 그래서 나는 아주 잠시 멍 때리다 인터넷 검색을 하고, 

삼청동에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찾아갔다.


혼자 가긴 두려워서 김우영이라는 중학교 때부터 베프랑 갔다. 걔는 지금 치과의사하고 있는 앤데, 지금이야 바빠서 일년에 한두번 얼굴보기도 힘들지만 그때만 해도 심심해서 내가 하자는 건 다 잘 같이 해줬다. 둘다 솔로일 땐 크리스마스에 만나서 영화 연달아 보기도 하고. 암튼 그렇게 30 다 먹은 지금까지도 친한 친군데.

김우영이랑 삼청동에 가서, 나 마킹 잘못된 거 같아서 왔다. 확인하고 싶다. 하니까 신청서를 쓰고 며칠 뒤에 다시 오라고 하대.

그래서 김우영이랑 다시 또 삼청동에 갔는데.

거기서 직원이 내 수리 영역 오엠알 카드를 꺼내주는데.

분명히...내 필적이 맞는데. 내 카드가 맞는데...

아직도 안 잊혀진다. 맨 앞장에서 바로 한장 넘긴 뒷장. 6번. 절대 틀릴 일 없는 그 쉬운 문제. 6번.

보기③의 4가 답이라면, 내가 답을 ④라고 마킹해둔거야...


응...시발...내가...내손이...그랬더라...ㅋ...

근데 나는 원래 답을 적을 때 ③이라고 문제별로 숫자를 한번더 적는 습관이 있었는데, 이게 숫자를 잘못 적을 때가 있단 걸 알아서 삼수하면서는 습관도 다 고쳤거든. 그냥 번호에 체크만 해놓고 마킹할 때 그 번호를 마킹하는 걸로.

그렇게 노력해서 삼수 때는 수십번의 모의고사동안 마킹실수를 단 한 번도 안했는데. 수능날 처음 한거지.

나와서 존나 쳐울었다. 김우영은 겁나 위로를 해주고, 삼청동에서 밥 먹었는데 뭐였는지 기억도 안 나. 팥죽이었나?


아무튼 그래서

나는 

3점이 부족해서

연세대 사과대 추합을 못하고


서강대에 우선합격으로 오게됐다는

슬픈 이야기ㅎ


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성적표 받았는데 마킹 실수한 거 처음 알게된 수험생들 힘내라...의심되면 평가원은 웬만하면 가봐...물론 컴퓨터는 쉽게 실수하지 않지만...미련은 없애는 게, 좋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