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나 게시판의 모집 공고글을 보고 찾아갔었던 독립영화제. 모 감독을 엄청 좋아할 때라 모 감독이 활동했던 집단이라는 것만 알고 찾아갔던 곳이었다.
길게 말하기 싫을 정도로ㅡ 별로 떠올리기 싫은 직장인데...떠올리기 싫은 이유는 그곳이 직장으로서 최악의 곳이었기 때문이다. 난 그곳에서 자기 모순이 얼마나 혐오스러운 것인지 매일 보고 겪었다. 대부분은 노동 조건에 대한 혐오였다. 같이 일한 상사의 문제도 컸지만, 그걸 방관하고 있는 그곳 대표(지금은 미투 터진 모 영화감독)도 점점 혐오스러워졌다. N년전이라지만 한달에 100만원인가를 줬는데(이것도 국가에서 나온 지원금) 식대를 내주니까 100만원 입금 받으면 20만원 돌려달라던 그곳. 짜증나서 맨날 밥을 제일 비싼 메뉴로 먹으니까 어느날부터는 식대 안내주는 대신 100만원 다 받으라고.ㅋㅋㅋ
돈 한 푼 안주는 자원활동가 애들을 밥도 제때 제대로 안 먹이고 밥때가 지나서 내가 나서서 "밥 안 먹어요?" 한 마디해야만 1500원짜리 김밥 시키라던 그 상사.ㅋㅋㅋ 이 블로그 어딘가에도 있을 거다. 커피 우동 한그릇 사건...어휴 뭐 거기서 본 모순과 악행을 말하라면 N년 지난 지금도 책을 펴낼 수 있다. 아무튼 거기서 일하면서 독립 영화계나 인디 레이블 에서 일해야지 하는 생각을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렸고, 직장을 찾을 때 근무 조건을 졸라 열심히 따지게 됐으니 아주 감사한 곳이다.
암튼 난 거기 다닐 때 내내 노조위원장이었다. 나오는 날까지도 오늘까지 계약기간인데 내일은 안나오냐며 하루 안에 못 끝낼 일을 시킨 상사 때문에ㅋㅋㅋ(심지어 지는 영화제 끝나서 힘들다고 무단으로 회사 안 오고 전화로 일시킴.) 마지막 날까지 개빡쳐서...ㅋ 같이 일하던 동생이랑 그 일 존나 고생고생해서 완벽하게 해놓고, 영화제 끝나고 쓰는 마지막 일지 같은 거에 그 집단과 영화제의 잘못을 낱날이 고발하는 글을 싸갈기고 나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이러한 이유로 거길 나온 이후로 그 영화제 오라는데도 안 가고, 거기서 같이 일한 동생이랑 자원활동가 애들 중 몇몇이랑만 연락을 하며 살았다. 거기서 만난 모든 영화감독들과 사람들 번호는 관둔 날 집에 가는 지하철에서 다 지웠다. 그만큼 정말 정말 힘들었던 3개월이어씀.
요즘은 그런 그곳의 소식을 많이 듣게 된다.
감독 두 명은 미투로 훅 갔는데, 그 둘 다 내가 안 좋아하던 사람들이고...미투 걸렸다는 게 즈언혀 놀랍지 않은 새럼들이라 음 그렇군 하고 걍 넘어갔다.
스탭 한 명은 범죄자...인데 얘도 음...예상했던 바라 패스.
마약으로 걸린 감독...얘는 내 친구의 친구...ㅋ니까 얘도 뭐 패스.
오늘 뜬 뉴스는 유명인의 조카이자 아들인 모 감독님인데. 영화제 때 종종 봤던 감독님이다. 그때도 유명인 조카로 꽤 알려져 있었음. 음 근데 이분은 앞에 사람들이랑 좀 다른 느낌이었다. 그 집단에서 봤던 괜찮은 사람들 중 한 명이어서 좀 감정이 복잡했다. 이 사람이 왜 괜찮다고 생각하는진 좀 단순한디...앞에 말했다시피 저 직장은 밥먹을 시간이 충분한데도 상사가 지가 배 안 고프면 밥 먹을 시간 안주는 일이 아주 잦았던 곳이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 항상 밥!!!밥!!!!밥!!!에 대한 노이로제가 강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제때 밥 안 주면 빡침. 그날도 뭔 월간 영화제 그거 한다고 밥 안먹이고 우리를 티켓 부스에 앉아있게 했는데...그때 저 감독님이 우리보고 밥을 먹었냐고 묻고는 못 먹었다고 하니까 빵을 사다줬다...ㅠㅠ 진짜 난 천사가 강림했다고 생각해씀. 우리의 노동 조건에도 관심 가져줬던 몇 안되는 사람이었다...투명인간 같은 존재였던 우리의 밥과 노동 조건에 관심 가져준 그 사람...난 그래서 빵 이후로 저 감독님을 되게 좋아했었는데...마약 밀수...쩝. 댓글을 보니 사람들은 유명인의 조카고 아들이니 막 안하무인 사회 지도층 양아치~이렇게 생각하는 거 같은데 내가 만났던 저 감독님은 그런 사람은 아니었단 거. 조태오보단 홍상수가 대마초한 느낌에 더 가까움.
암튼 옹호하려는 건 아닌데...저 분이 지금은 감옥에 있다니 아주 무상하다.
내가 인생에서 만난 범죄자는 다 저 집단이었군 하고 글 마무리하려는데 항상 저기서 만난 사람들한테서 이런 소식만 듣는 건 아니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천만 찍은 영화 극한직업 감독님이랑도 저때 알고 같이 술도 마시고 이랬었고. 저땐 감독님으로 왔던 고준 배우님은 열혈사제에서 아주 연기를 잘하고 계시었다. 고준 배우님 되게 좋은 사람이었는데 나를 보면 항상 반갑게 인사하며 챙겨주던 고준 배우님..! 잘돼서 매우 좋다.
다양한 인간을 만날 수 있었던 것 하나는 매우 좋은 직장이었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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