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apsk.co.kr/news/articleView.html?idxno=3627&replyAll=Y&reply_sc_order_by=I

임창용의 인터뷰를 읽었다.
아주 슬펐다.
다른 프로 스포츠는 안봐서 모르겠지만 야구 업계가 얼마나 잔인하고 정이 없는지를 잘 보여주는 인터뷰다.

임창용 정도의 선수도 은퇴식을 못한다. 그 오랜 세월 야구를 잘했고 방출 전까지 그라운드에서 자기 역할을 잘 했는데도 그렇다. 실력이 없어서도 팬이 없어서도 돈이 많이 들어서도 아니다. 그냥, 아다리가 안맞으면 그렇게 된다.

팬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고
감독과 프런트의 눈밖에 나지도 않고 꾸준히 평탄하게 야구를 하다가 홈구장에서 은퇴를 한다는 건 정말 선택받은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행운이다

이건 야구팬들이 별 힘이 없기 때문이다. 팬들은 사랑했던 선수가 다른 팀에 트레이드 되거나 팔려나가거나 심지어 불명예 방출을 당하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그 다음날도 야구장은 꽉꽉 채워지고 구단은 별 손해볼 게 없다. 그러니 팬들은 구단의 선택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사라진 선수가 언제 우리 팀에 있었냐는듯 까마득하게 잊어야 한다. 이미 산 유니폼의 마킹은 물파스 묻혀 떼든지 새로 사든지 알아서 하시고.

그래서 야구에서 이별은 너무도 별 게 아닌 게 되고 그 문화를 익힌 사람들이 또 감독이 되고 프런트가 되고 또 그렇게 이별이 아무렇지 않은 게 되고.

프로의 세계는 원래 잔인한 거라고 포장하지만,
실력 때문이 아니라 감독이나 프런트 눈밖에 나서 쫓겨나는 선수도 넘쳐나는
옳은 말 한 마디 했다고 쫓겨나는
던지라는 위협구 안 던지려면 방출을 각오해야하는
그것이 바로
한국 프로야구에서의 프로정신이다.

p.s 나는 김기태가 엘지 트윈스 감독이던 시절 그를 잠실야구장 감독실에서 만났다. 그곳에서 나만 야구팬이었고 또 엘지팬이었기에 김 감독은 나에게 관심을 가졌고, 내가 음료수도 못 따고 버벅대는 것을 먼저 발견하곤 내 음료수도 직접 가져가 따주었다.
그때 우리를 인솔한 스포츠 기자가 이 친구들은 기자가 될 친구들이라고 언제 다시 마주칠지 모르니 잘 봐두란 농담을 건넸다. 그때 김기태 감독은 "나도 언제까지 여기있을지 모르는데 뭘"이란 농담 같은 진담을 했다. 그로부터 채 몇 년이 지나지 않아 그는 '런'했고, 임창용도 야구와 이별하게 만들었다.
항상 예의 없는 이별을 대비했기에 다른 이에게도 예의 없이 이별을 고할 수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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