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타고난 집순이어서 대학교 방학 때는 일주일 정도는 기본으로 외출을 하지 않았다. 

그때처럼 계속 살고 있었다면 코로나 시대가 그다지 괴롭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매일 만나는 남친이 생기고 나서는 그럴 수가 없어졌고 

남친과 나는 둘 다 부모님 집에 얹혀 살고 있기 때문에 밖에서 만날 수밖에 없다. 

나는 남친과 매일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기 때문에 

로나라도 걸려 동선이 공개된다면 사랑제일교회 교인들만큼 욕을 쳐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남친은 우리 국민이 싫어하는 직업 아마 2위쯤에 해당될 (1위는 국회의원으로 예상) 

기레기이기 때문에 

코로나에 걸린다면 우리는 전국민에게 욕을 쳐먹을 수밖에 없는 입장인 것이다...

개념 없는 기레기와 기레기의 전직 기레기 여친이 되겠지...


"저 새킈들은 이 시기에 카페도 가고 밥집도 가고 술집도 가고 어지간히 돌아다녔네..." 

할 시민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나야 국가 공인 백수로서 회사에 폐끼칠 일은 없으나 

만에 하나 내가 코로나라도 걸린다면 

내 덕에 활발한 사회활동 중인 부모님과 남친에게 민폐를 끼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불안감으로 싸돌아다니면서도 마스크를 꼭꼭 챙겨 쓰고 다녔다. 

아빠가 사온 덴탈 마스크는 쳐다보지 않고 내가 온라인으로 구매한 KF-AD 마스크만을 꼬박꼬박 쓰고다녔다.


하지만 카페에서 밥집에서 술집에서 쳐먹는 동안에 마스크를 쓰기란 곤란했고...

그 와중에 본 파주 스타벅스 집단감염 기사는 주 2회 이상 파스쿠찌로 출근하던 나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남친이 일하던 국회 기자실(다행히 2개 기자실 중 다른 기자실이었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고 

이 불안감은 더욱 커졌지만 

정신 승리를 열심히 하며 어제도 남친과 싸돌아다니고 있었다. 

30일부터 카페 영업이 안된다니 오늘까지는 가야겠다 하면서...

남친과 파스쿠찌로 출근해 글쓰기 모임에 낼 글을 열심히 썼다...


글을 다 쓰고 나서는 저녁을 먹으러 돈까스 집에 갔는데 

밥 때가 지나기도 했지만 돈까스 집에 우리 둘밖에 사람이 없었다. 

먹다가 한 사람이 왔는데 포장 손님이었다. 

역시 이 시기에 이렇게 개념 없는 사람이 많지는 않구나 싶었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오늘도 카페 갔냐, 오늘 우리 카페(엄마는 여러 사업 중 하나로 카페를 운영하는데 보통 직원분이 계시고 엄마는 거기 없음)에 확진자가 다녀가서 소독하고 아주 난리가 났다, 오늘만 우리 동네에 확진자가 10명이 넘는다, 마스크 꼭 쓰고 다녀라, 언제 들어올 거냐, 너 때문에 내가 걸리면 큰일 난다, 카페에 갈 거면 아예 집 들어오지 말고 카페에 살아라...


묵묵히 들었지만  (카페에 갈 거면 아예 집 들어오지 말고 카페에 살라는 말이 문 연 카페 사장이 할 말인지 잠시 의문이 들었으나 닥치고 있었음)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불안감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나도 사실 지금 코로나에 걸려있는 게 아닐까. 나도 모르는 새에 오만 데 감염시키고 다닌 건 아닐까.


전화를 받고 돈까스를 먹고 나오자 이상하게 배가 아파왔고 남친도 배아프다며 화장실로 갔다...

사실 남친은 장이 약해서 항상 배가 아프고 나도 마찬가지지만 불안해진 나는 코로나19 증상을 네이버에 쳤다. 

맨 앞에 뜬 연관검색어가 '코로나19 설사'였다...ㅋ...

코로나 걸리면 설사 전에 발열이 먼저 일어난대서 좀 안심을 했지만 

그래도 뭔가 몸이 안좋은 것 같고 지치는 것 같아 돈까스를 먹고 나와 집으로 바로 갔다.


근데 막 그때부터 왠지 열이 나는 것만 같고...

근육통이 있는 것 같고 그랬다. 

느낌적 느낌이 그랬다...

나는 내가 코로나가 아닌가 불안감에 휩싸여서 내 방에 짜져있었다...


'흑흑 어쩌지 지난 주에 만난 의사 언니는 괜찮을까'하면서...

(나때문에 병원 닫아야 할까봐 공포스러움ㅠ)


그런데 역시나 자고 일어나니 몸은 말짱했고...ㅋ...


난 상상 코로나에 걸렸던 걸로 밝혀졌다...


아무튼 이제 진짜 당분간은 외출을 안하고 집콕해야겠다고 반성했다.


남친이랑은 차 안 데이트를 하거나...도시락 같은 걸 사다가 공원 같은 데서 먹거나 해야겠다...


집콕 주간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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