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우울한 일이 많은 한 해였다.
여름까진 4인 제한이니 어쩌니 해도
애인, 친구들과 제주도, 부산, 제천으로 여행도 다니고 별 지장 없이 잘 살며 즐거웠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백신이 들어오고 또 백신패스가 시작되면서 사이 좋던 사람들끼리도 백신 접종 여부를 둘러싸고 반목이 시작됐다.
정부는 그런 갈등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분위기.
역시 역대급으로 무능하고 또 나쁜 정부다.
그렇다고 코로나가 그덕에 종식 분위기인가하면 그렇지도 않다. 국민들은 패스니 거리두기니 희생만 하고 있는데, 코로나 시국은 여전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나와 같은 미접종자 친구들이 주위에 많고, 또 접종한 가족들과 애인, 친구들도 내 선택을 존중해준다는 것. 그런 마음들이 나에게 미접종자, 아니 앞으로도 백신을 맞을 마음이 없는 비접종자로서 버텨나갈 힘이 된다.

어쩌다보니 소수자가 된 기분을 느끼는 요즘, 그래도 후회는 없다. 당장 주위에도 극심한 백신 부작용을 포함해 부작용을 앓은 사람들이 여럿이고, 네이버에 화이자 부작용만 검색해도 부작용으로 대학병원에 입원한 사람들이 우후죽순처럼 뜬다. 그 사람들 중에는 알러지 등 평소 면역계 이상이 조금씩 있던 사람들이 많아서 난 더 불안해진다.

나랑 유전자가 비슷할 엄마도 백신을 정말 맞고 싶지 않아했는데,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화이자 1차를 맞고 일주일 동안 몸을 일으키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부작용을 겪었다.

코로나19 백신이 면역 체계를 건드린단 말이 거의 정설인 것 같다. 애초에 백신 자체가 면역 체계에 작용하는 것이기도 하고, 국가도 백신패스의 예외 목록에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는 자'를 넣어둔 걸 보니까.

난 내 면역 체계가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특히나 특정 물질에 알러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원인 물질을 알 수도 없는 경우라 백신을 맞을 수가 없다.

드디어 마트, 백화점도 못 간다는 백신패스가 발표된 오늘은 내가 앓았던 병에 대해 좀 써볼까...

난 태어날 때부터 태열성 습진이 있어서 항상 발이 극심하게 가려웠고 발가락, 발바닥에 심하게 발진이 일어나고 발 껍질이 다 벗겨졌다. 매일 발이 가려워서 피가 나도록 긁었고 그 자리엔 진물이 나서 발이 어딘가 닿기만 해도 아팠다. 피부과 약을 발라 일시적으로 가려움을 가라앉혀도 맨발의 살이 다 일어나있고 지저분해보여서 어딜 가면 양말을 절대로 벗을 수가 없었다. 하필 부위가 발이어서 내 발을 다른 아이들이 보기라도 하면 무좀 아니냐, 발 좀 씻어라 같은 말을 했기 때문이다. 발이 좀 나아진 고등학교 때까지 가족 외의 사람들 앞에선 샌들이나 슬리퍼를 신어본 적이 없었고 한여름에도 꼬박꼬박 양말을 신고 다녔다. 양말을 신고 다녀도 발이 가려워서, 양말 위로 발을 긁다 무좀이냔 소리를 듣고 상처받기도 일쑤였다. 중학교 때였나 수련회를 갔는데 자다가였는지 어쨌는지 미처 양말을 못 신고 전교생이 모인 강당에 가게 됐는데, 누가 내 발을 발견할까봐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엄마는 나를 그렇게 낳아줘서 미안하다고 항상 내 발이 나을 방법을 찾아다녔다. 병원이나 한의원을 여러 곳 가본 건 물론이고 자연 환경이 좋은 곳에 가면 나아질 거라고 쉬는 날엔 깨끗한 바다에 가족들이 다함께 가서 맨발로 모래사장을 밟게 했다. 좀 나아지는 것 같아도 항상 그때뿐이었다. 우리 동네엔 서울에서 제일 유명한 피부 전문 약국(의약분업 전, 지금은 피부과다)인 이화약국이 있었는데, 거길 거의 내내 다니면서 연고를 처방받아 바르고 살았다. 가려움이라도 완화됐으니까. 엄마는 내 발 증상이 심할 때면 이화약국 연고를 발에 발라주고 랩으로 싸주곤 했다.

샌들이나 쪼리를 양말 벗고 신어보는 것, 그리고 매끈한 발, 다른 친구들 같은 발을 가지는 게 어릴 때 내 소원이었다.
새해가 돼서 소원을 빌 때, 어릴 때 나는 항상 다른 소원들과 함께 '발이 낫게 해주세요'라고 빌었던 기억이 난다.

소원을 10년쯤 빌었더니 하늘이 내 소원을 드디어 들어주고 싶어졌는지 고등학생쯤 됐을 무렵 발이 갑자기 나았다. 어떤 이유도 없었다. 그냥 어느날부터 발이 가렵지 않았다. 지금이야 매끈한 발로 10년을 넘게 살아서 이 발이 익숙하지만 그땐 정말 꿈만 같았다. 이게 내 발이라니...좋아서 난생처음으로 발 사진도 찍고...쪼리도 사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엄마는 예전에 만났던 피부과 의사 중에 한 명이 체질이 바뀌면서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갈 때 고쳐지거나, 성인이 될 때 고쳐지거나 할 거라고...근데 그때 고쳐지지 않으면 평생 그렇게 살아야한다고 했었다며, 그 의사 말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체질이 바뀐 것 같다고.

아무튼 그렇게 매끈한 발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던 20대 초반. 갑자기 몸에 간헐적으로 피부 발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발에도 증상이 생겨 다시 가렵기 시작해서, 발가락 양말을 신고 다녀야 했다. 발을 비롯해 배, 옆구리, 허벅지 등 몸통 부위와 얼굴의 습진과 두드러기가 심각했다. 종합병원 등 여러 피부과에 가봤지만 어릴 때처럼 역시나 아무도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했다. 다시 이렇게 평생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부정적인 생각에 빠졌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고 독한 피부과 약을 받아 먹고, 좋아하던 술도 1년 넘게 아예 끊어보고...그래도 발진, 두드러기, 습진은 20대 내내 간헐적으로 심해졌다 나아졌다를 반복했다.

대학생 때 하루는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어 엄마가 일단 자고 일어나라고 해서 한숨 자고 일어났는데, 두드러기가 온몸에 난 건 물론이고 얼굴까지도 퉁퉁 부어 난리가 나 있었다. 당장 종합병원 응급실에 가서 주사를 맞고서야 두드러기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이렇게 피부가 매일 밤 엄청 가렵고 부어오르다가 또 가라앉았다가를 수년 주기로 반복했다. 회사에 다닐 때는 아침에 일어나보니 너무 두드러기가 심하게 나 있어서 상사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고 회사에 못 간 적도 있다.

그러다 발처럼 또 이유도 없이 고쳐졌다. 2년 전 회사를 그만 두고(!) 또 엄마가 지어준 한약을 두 재 정도 먹고는 증상 발현이 멈췄다. 그래서 지금은 2년 넘게 두드러기가 거의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발도 깨끗하고!

거의 평생을 발의 습진이나 온몸의 두드러기로 고생해왔는데 더 싫은 건 이 병들로 오만 병원들을 다니고 의사들을 만나고 또 여러 검사를 했지만 정말 누구도 나에게 병명을 진단해주지 않았단 거다. 의사들은 항상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했다. 검사를 더 원하면 할 수는 있는데, 해도 원인은 알 수 없을 거라며 추천하지 않았다. 발의 각질을 떼서 균 검사를 해본 적도 있는데, 딱히 균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의사들은 그냥 그때그때 증상이 완화되는 약이나 주사를 처방해줄 뿐이었고 내 병은 그냥 항상 '원인 불상의 피부 발진'이었다. 주위에 콜린성 두드러기나 심한 아토피를 앓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내 병은 그런 것들과도 또 증상이 좀 달랐다.

백신 부작용 중엔 피부 발진이 있다. 심근염이나 뇌출혈, 백혈병 심지어 사망 같은 부작용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피부 발진 따위에 집중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 근데 난 다시 두드러기가 나는 체질이 되는 게 너무 두려운 일이고,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고통스러운 일이라 너무 걱정되는 부작용이다. 한번 피부발진이 나는 게 아니라 그걸 시작으로 또 다시 두드러기 체질로 돌아가는 거면 어쩌지 싶은 거지.

네이버 블로그들에 있는 화이자 부작용 포스팅을 보면 기저질환이 있음에도 맞아야 한다고 해서 맞은 사람들이 기저질환이 더 심해지거나, 갑자기 심한 부작용이 나타난 경우가 무척 많았다. 백신을 맞고 몸의 안좋은 부위가 더 안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본다. 내가 백신을 맞는다면 아마도 다시 두드러기 체질로 회귀하게 될 확률이 높지 않을까. 나에게 발의 습진과 온몸의 두드러기는 평생 겪지 않은 기간보다 겪은 기간이 더 긴, 말 그대로 지병이기 때문에.

ㅂㅅ같은 ㅂㅅ패스는 점점 더 나를 조여오고, 사는 게 점점 더 불편해지겠지만 가고 싶은 곳에 가지 못하는 삶이 아무리  불편할지라도 매일 밤 피가 날 때까지 발을 긁거나 부어오른 몸통과 얼굴을 가라앉히기 위해 얼음을 갖다대던 삶보단 덜 불편한 삶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백신을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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