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도 내 유전자는 딱히 좋지 않은 것 같다.
공부 머리는 좋지만, 뭐 그거야 학창시절까지나 필요한 거고...그 공부 머리 마저도 막 진짜 수재급 그런 것도 아니고 좀 어중간하다. 친가고 외가고 친척 다 뒤져봐야 먼 친척 중에 서울과고 나온 의사 한 명 있고...제일 공부 잘한 사람이 나임...ㅋ...그 다음이 성대 나온 우리아빠고 웬만한 일가친척 다 뒤져봐도 인서울 대학 나온 사람이 거의 없다. 사촌도 친가 6명, 외가 20명 정도 되는데 통틀어서 제일 좋은 대학 나온 게 나...ㅋㅋㅋ

그대신 외가엔 사업 머리 있으신 분들이 계신데, 우리 외할머니도 그 시절에 장사로 큰 돈 벌었던 분이고(하지만 재산은 없다 외할머니 형제들이 유언장 위조해 빼가서 도박으로 다 날려먹음;;;ㅎ) 외삼촌이랑 이모들도 꽤 큰 사업체 운영하셨던 분들이다. 근데 난 그것도 없고...ㅋㅋ

체력적으로 보면 더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단 한 번도 체육이란 과목을 잘 해본 적이 없다. 어릴 때 체육대회에서 4명씩 달리기 하면 무조건 4명 중에 꼴찌함. 사람들이 나 걷는 거 어색하고 웃기다고 한 적도 있음. 움직임이 어색하고 뭘 해도 뚝딱 거리는 편이다. 댄스 다니면서는 춤추는 거 바로바로 못 따라하고ㅋㅋㅋ 외우지도 못하고, 요가 수업들을 땐 요가 동작도 잘 못 따라하는 거 보면 말 다했지...ㅋㅋㅋ

노래도 그림그리는 것도 다 어중간함...음치 박치는 아니고 그림도 진짜 못그리는 건 아니지만 하여튼 잘하는 건 아님. ㅋㅋㅋ

제일 심각한 건 생활머리(?)인데...물건 조립한다거나 물건이 작동 안할 때 쉽게 위치만 바꿔주면 되는 거나...요리를 한다거나...머리 고데기를 한다거나 눈썹을 그린다거나...예시들기가 어렵긴 한데 하여튼 생활에 필요한 크고 작은 능력, 기술들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노력하면 되지 않냐 할텐데 응 안됨...엄마가 나한테 맨날 하던 말 "너 공부까지 못했으면 어쩔 뻔 했냐?"...ㅋㅋㅋ
그래서 난 이런 능력이 필요한 일 하는 사람들이 제일 신기하다. 직접 요리해서 가게하고 있는 친구나 미용실에서 머리하는 친구나 헬스 트레이너...등등. 어떤 사람들은 무시하는 직업이지만 나한테는 억만금을 줘도 못할 직업으로 느껴짐. 애초에 기술 습득이 쉽지 않은 유전자라 하겠다.

민화도 1년 넘게 다니는데 그닥 못하는 것 같고, 춤은 1년이 뭐야 더 오래 췄는데 여전히 못 추고...ㅋㅋㅋ 이런 생각을 곰곰이 하다보니 내 어중간하고 무능한 유전자는 어떻게 지금까지 이어져 온걸까 하는 생각에 다다랐다.

그래서 든 생각은 생존 능력 하나는 자신 있단 거. 의심 엄청 많고 쎄한 거 잘 느껴서 병신 발견하자마자 도망가는 걸 진짜 잘하고, 20대 때 술 아무리 꽐라될 때까지 마시고 돌아다녀도 위험한 일 겪은 적 단.한.번도 없음. 운이 좋은 것도 있겠지만 애초에 조금이라도 위험한 인간이랑은 술 안 마시고 말 안 섞는다. 모르는 사람이랑 말 안 섞고 택시 타서도 나 혼자면 택시 기사랑 얘기 안함...ㅎㅎㅎ 무서우니까.

나는 어릴 때부터 겁이 엄청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어릴 때 뛰어다니다 난 상처 한둘쯤은 있지만 나는 겁쟁이였으므로 다칠 행동을 거의 안했다. 등산을 가면 앉아서 내려왔다.

지금도 슈퍼 겁쟁이어서 검증되지 않은 것에 대한 경계심이 장난 아니고, 검증된 것도 안심을 잘 못한다. 그래서 얼마 전에 독립하려고 집 알아보다가 때려침...전세금 떼일 까봐 무서워서...ㅋㅋㅋ 겁쟁이라 보수적이고 추진력이 부족한 편이다.

근데 문득 그랬기 때문에 내 유전자가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상상 이상의 겁쟁이기 때문에...지금까지 살아남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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