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 이어서.

금쪽같은 내새끼를 보면서 어린 시절을 자주 반추하게 되는데.

어릴 때 나에게는 여러 문제가 있었다.

1. 잔뇨감
- 아침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 가려고 하면 꼭 소변이 엄청 마려움. 근데 막상 화장실 가면 찔끔 나옴. 근데 잔뇨감 남아서 이걸 한 10번쯤 반복하다 엄마가 변기에서 내 뒤에 겹쳐 앉아서 "쉬~~~"해주던 게 일상. 성인돼서보니 방광염 걸렸을 때 느끼는 잔뇨감이랑 비슷한데, 방광염 걸려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줜나 괴로움. 심리적 문제였던듯.

2. 손톱 물어뜯기
- 재수 때 고치기 전까지 평생 손톱 물어뜯음. 손톱깎이를 써본 기억이 없다. 엄마가 위장에 손톱 쌓여서 배 아파서 응급실 실려간다고 협박(?)하고 진짜 엄마 아빠 언니 온 친척이 볼 때마다 뭐라고 하고 혼냈는데 못 고쳤었다.

3. 결벽증, 강박
강박 혹은 예민 - https://seoulnight.tistory.com/m/265

강박 혹은 예민

어릴 때 나는 약간의 강박 혹은 예민함이 있었다 다른 사람이 입 댄 컵으론 마실 수 없었다 그래서 언제나 새 컵을 꺼내 마시거나, 컵 손잡이 부분으로 음료를 마셨다 더러운 식당에서 밥 먹는

seoulnight.tistory.com

이 글 참고

내가 생각하는 어린 시절 내 이상행동의 원인들

1. 주양육자인 엄마의 정서가 안정적이지 않았다. 엄마가 부모님 이혼하시고 계모한테 구박받으며 자라기도 했고, 할머니한테 하도 시집살이 당해서 평생 시달리며 살았음.

아침에 일어났을 때 엄마가 전화기 붙잡고 울면서 화내고 있는 경우가 정말 잦았고(주로 할머니, 이모들과 통화) 어린 나는 눈치 보면서 "엄마 왜 울어...울지마..."하고 엄마를 위로하곤 했다.

엄마는 기분이 잘 다운됐는데, 그럴 때면 내가 말을 걸어도 잘 반응을 안하거나, 화를 냈다. 근데 또 좋을 땐 굉장히 잘해줬고, 사랑도 많았다. 종잡을 수 없는 감정기복이었달까. 다행히 엄마가 나이 들어 사업을 시작한 후, 할머니 시집살이에서도 벗어나면서 여러모로 안정됨. 그래서 지금의 엄마를 대하는 게 난 훨씬 편하다. 어릴 땐 언제 화낼지 언제 기분 나빠하고 급발진 할지 몰라서 항상 두려웠었음. 내 기억 속 엄마는 꼭 나한테가 아니라 아빠든 언니든 나든 아니면 전화로 누군가에게든 자주 화를 내고 소리지르고 있었다. 그나마 덜 화내는 상대가 나였음.

엄마가 나이든 후 급발진이 많이 줄어서 저런 과거를 거의 잊고 지냈는데, 엄마랑 얼마전에 소리지르고 싸우다가 엄마가 "난 니가 지금처럼 소리지르고 화낼까봐 무서워서 뭔 말을 못하겠어!!!(다 하면서)"하는데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욱해서 "그래? 그게 내가 평생 엄마랑 살면서 느꼈던 조마조마함이야!!!" 소리가 튀어나와서 깨달음.

어릴 때 우리집에 내 친구들이 엄청 놀러왔었는데, 우리집 놀러오던 절친들은 (너무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보니) 누구나 우리 엄마 급발진하던 걸 한 두번은 본 경험이 있고 그게 너무 충격이었는지 20년 지난 지금도 얘기하더라고...ㅋㅋㅋ 생각해보면 친구들 집 많이 가봤지만 친구 가족이 그러는 거 한 번도 못봐서...우리 엄마 감정 기복이 평범하진 않았구나 느낌.

2. 1의 연장으로 엄마아빠 젊을 때 둘이 잘 싸움. 뭐 던지고 싸우는 것도 일상이었음. 갑자기 사소한 거에 엄마 삔또 상해서 갑자기 아빠 긁으면 아빠는 참고 참다가 폭발하는 식. 언제나 결말은 아빠가 사과해서 화해하긴 하지만 그 사이의 시간은 지옥이었지.

3. 언니보다 엄마아빠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듯.
아직도 엄마와 아빠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사랑하지만, 왜 저렇게 행동하고 왜 저렇게 화내고 왜 저렇게 문제를 해결하는지 이해가 잘 안됨. 나랑 감정을 느끼는 거나 표현하는 거나 문제해결방식이나 모든 게 너무 달라서 급발진도 이해가 안가고, 부모님의 화가 언제나 풀리긴 하지만 그 순간에는 화가 풀릴 거란 확신이 전혀 안 든다.

어릴 때 엄마아빠가 싸우면 언니한테 가서 "언니 나 무서워, 언니가 말려봐." 하면 언니가 "원래 저래. 곧 화해할 거라 괜찮아." 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평온하게 하던 일을 하고 있었는데, 난 부모님에 대한 마음이 그때 어린 마음 그대로고 저때 언니처럼도 되지 못했다. 부모님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달까.

1+2, 그리고 타고난 내 기질이 예민하고 겁이 되게 많다보니 어린 시절 여러 이상행동이 생겨난듯함.

해결책

1. 롤모델 설정
엄마가 어릴 때 쿨하고 예민하지 않은 걸 엄청 미덕으로 강조하고 예민한 사람들을 되게 싫어했는데...그걸 보다보니 내 예민함이 잘못처럼 느껴졌었다.
캘리포니아의 생각 없는 서핑 좋아하는 소년이라는 롤모델을 두고 평생 그 캐릭터처럼 되려고 노력해왔음. 일단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인식을 한 거지...

2. 충격요법
싫은 일을 일부러 더 확 저질러버렸다.
그래도 별 일 안 생기더라.

결벽증은 친구들이랑 막대사탕 하나 나눠 빨아 먹으면서 고쳤고, 떡볶이집에 옆테이블이 남기고 간 떡볶이 갖다 먹으면서 고쳤다. 나 초딩 땐 문방구 불량식품도 절대 안먹는 결벽증이었는데...ㅋㅋㅋ

가스불 안끄고 온 것 같아서 돌아가고 싶으면 존나 참음. 절대 안 돌아감. 어릴 땐 한두번 돌아가기도 했는데 우려하던 일이 안 일어난 걸 확인한 후로는 아무리 돌아가고 싶어도 무조건 참았음. 참고 안 돌아가봤는데 아무 일도 안 생기는 게 반복되니 점점 무뎌지더라.

손톱 물어뜯기 고치는 건 매일 매니큐어 사다 손톱에 발라댔음. 물어뜯을 때 맛이 거슬리게 됨. 그러고 그냥 참았음. 1년 참으니까 안 물어뜯게 되고 매니큐어 바를 필요가 없어지더라. 20년 습관을 그렇게 고침. 담배든 뭐든 끊으려면 그 순간에 확 끊고 뒤돌아보지 않아야해.

성인돼선 얼굴 어디 영상 찍혀서 올라가는 거 개 싫었는데 회사에서 상사들이 영상 출연 아무도 안하려고 해서 존나 참고 유튜브 나가서 악플 줜나 달리니까 무뎌짐.

걍 참고 확 해버려야됨. 하다보면 무뎌져서 고쳐지는 게 대부분인듯.

진짜 못하겠는 싫은 일이면...더 낮은 단계의 덜 싫은 비슷한 일부터 해보면 된다. 예를 들어 어릴 때 나처럼 더러운 거 존나 싫은 결벽증이면...일단 조금 더러운것부터 시작해서 개더러운것까지 단계별로 나를 노출시키는 거다.


오늘 샐러드 시켜먹었는데 키보드에 엎었거든
근데 샐러드 막 온 거라 진짜 통째로 엎은 거임 한두입 먹었나ㅋㅋㅋ
저 책상과 키보드는 언제 닦은지 기억 안나게 매우 더러움.

근데 걍 손으로 샐러드 다 그릇에 다시 주워담고 걍 먹음.
ㅋㅋㅋㅋㅋㅋㅋㅋ

결벽증 고치길 잘했다. 아니면 굶을 뻔 했잖아!


고친 그 후

1. 과도기적으로 과하던 게 좀 정상인 수준으로 맞춰짐. 예를 들면 나 결벽증 한참 고칠 때는 막 걍 친구가 먹던 막대사탕 먹고 그랬는데...지금도 뭐 불가능할 것 같진 않지만 이젠 그 정도 행동은 하지 않는다. ㅋㅋㅋ 땅이나 테이블에 먹다 좀 떨어진 것도 저땐 걍 잘 먹었는데 이젠 굳이 안 먹음. (키보드처럼 많이 떨어졌으면 걍 포기하고 먹음^^)

2. 고쳐도 불안한 상황되면 올라옴
손톱 물어뜯기 고친지 10년 넘었는데 지금도 시간 제한 있는 시험볼 때 시간 얼마 안남으면 초조해서 손톱 물어뜯음.

생각해보니 난 이상행동 말고도 불편하거나 왠지 안 쿨한 것 같아서 고친 게 많다

어릴 때 비위 진짜 약했는데
다른 애들 다 알약 먹는 되게 늦게까지 알약 못먹어서 엄마가 맨날 알약 분리하거나 빻아서 가루로 만들어서 물타줬었음. 알약 말고도 의도적으로 삼키는 걸 진짜 못했음. 포도 먹을 때 포도알 삼켜먹거나 그런 거 하나도 못했음.

이거 고치고 싶어서 매일 포도나 껌으로 연습함...
지금은 큰 알약 10개도 한번에 삼킬 수 있다

근데 지금도 비위는 약하다
어릴 땐 반에 급식시간에 어떤 애가 토하면 그 토 보고 냄새 맡으면 무조건 같이 토하는 애였음ㅋㅋㅋㅋㅋㅋ
지금도 공중화장실 같은 데서 더러운 거 보면 진짜 토할 것 같아서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결론

횡설수설한 것 같은데
다 고쳐진다
자기가 고치고 싶은 문제라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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