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평생 과제 = 불안 극복

금쪽 상담소 이창훈 편이랑 쿠기 편 금쪽 같은 내 새끼 모유 먹는 6살 편 이태원 참사 피해자를 욕하는 사람들 내가 최근에 본 것들인데 인간에게 불안이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었다

seoulnight.tistory.com


이 글에 이어서...

이 글에 불안을 어떻게 다스릴 수 있을지 물어보는 댓글이 달렸는데, 마침 더 쓰려던 내용과 이어져서 써보려고 한다. 불안을 어떻게 다스려야할지 알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불안을 가중시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지난 글에 요즘 부모들은 예전 부모들 보다 불안이 크다고 썼다. 유괴, 인신매매 같은 범죄는 과거에 비해 확연히 줄었는데도, 자식을 무조건 픽업-픽드랍하는 부모는 늘었다. 왜일까?

사람들이 더 불안해진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간접 경험이 너무 많아졌다. 예전에는 신문, 책, TV 뉴스 정도 말고는 다른 사람의 일을 알게 되기가 어려웠다. 아무리 신문과 TV 뉴스를 챙겨보는 사람이어도, 하루에 접할 수 있는 범죄 소식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이 있어서 과거보다 훨씬 많은 기사를 접할 수 있다. 범죄 소식도 훨씬 많이 알 수 있고, 피해자가 쓴 글을 직접 읽기도 쉽다.

사람은 아는 만큼 불안해진다. 과거보다 더 많은 범죄 사례를, 범죄자 소식을, 범죄 수법을 알게 되면 더 불안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범죄 등에 대한 불안이 크다면, 간접 경험을 멀리하는 것이 좋다.

걱정많은 덬들은 공감할만한 박경혜 배우의 외출 전 강박행동.jpg - 스퀘어 카테고리

https://img.theqoo.net/VJEwU 짤엔 없지만 박경혜 배우는 고데기 잔열때문에 혹시 집에 불날까봐 사용한 고데기도 들고 외출한다고ㅠㅠ

theqoo.net


두번째는, 기술이 발달해서 불안에 내 행동을 맞추기가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윗글은 예전에도 링크한 글인데, 이 글이 힌트다. 글 속 배우는 불안이 커서 강박적 행동을 한다. 집에서 내가 끄고 나오지 않은 무언가가 있을까 불안한 나머지 모든 걸 끄면서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어놓는다. 놀랍게도 댓글에 같은 이유로 같은 행동을 한다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유 없이 마음 속에 피어나는 불안을 해결하고 싶다면, 불안에 내 행동을 맞추지 말아야 한다. 불안이 피어나든 말든, 나는 나대로 신경쓰지 않고 행동한다. 그게 반복되면 불안이 피어나지 않게 된다.

나는 어릴 때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와 '인더풀'이라는 책을 읽고 스스로 내 강박, 불안을 고쳤다. 얼마 전 텔레비전을 보다가 오은영 교수를 통해 내가 내 불안, 강박을 고친 방법이 정신과에서 부르는 홍수법 치료(flooding)이라는 것을 알았다. 홍수법이란 다음과 같다.


불안 유발 자극이 제시되는 행동치료 상의 한 절차를 의미합니다. 두려운 자극에 장기간 노출시켜 두려움을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단순하다. 불안을 유발하는 자극이 있으면 더 더 더 그 자극에 나를 노출시켜서 그래도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단 걸 스스로 확인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결벽이 있었던 나는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먹고, 친구들이 먹던 사탕을 내 입에 넣어서 결벽을 고쳤다.

저 배우한테 이 방법을 적용한다면? 불을 껐든 안껐든, 고데기를 켜놨든 안켜놨든, 아무리 불안해도 절대 확인하거나 뒤돌아보지 말고 그냥 일단 집을 나서서 부산행 기차나 제주도행 비행기를 타버린다. 그걸 반복하면 불안은 고쳐진다.

그런데 글 속 배우처럼 그 불안에 나를 맞추고,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확인하고,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으면 저 불안은 평생 해결되지 않는다. 그냥 평생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하나 하나 확인을 해야 하는 것이다. 불안에 나를 맞추면, 평생 맞춰야 한다.

예전에는 불안에 나를 맞추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저 배우만 해도, 지금이야 스마트폰이 있으니 쉽게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지만, 과거에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기 전 시대에 저 배우와 같은 불안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필름 카메라로 찍어서 밖에서 현상해서 확인할텐가? 그럼 확인하는 데만 하루에 돈이 얼마가 드는 거야? 비디오 카메라로 동영상을 남길텐가? 비디오 카메라로 찍은 동영상은 아무데서나 확인 못하는데?

그래서 과거에는 같은 불안이 있었더래도 저렇게 강화되기가 힘들었다. 불안에 나를 맞추기가 힘들기 때문이었다. 아이를 과잉보호하는 부모로 돌아가보자. 요즘 부모들은 자식을 24시간 위치추적할 수 있고, 원하면 언제든지 볼 수 있다. 연락도 계속 할 수 있다. 내 불안에 나를 맞추기가 쉽다. 예전 부모들은? 자식이 당장 내 눈 앞에 안보여서 걱정이 돼도 학교가 끝나고 자식이 알아서 집에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불안이 자연스럽게 고쳐지기 쉬운 환경인 것이다.

친구 중에 신발은 꼭 깨끗해야 한다는 결벽, 강박이 있는 놈이 있었다. 20대 초반까지 그랬는데, 고쳐졌다. 어디서 고친지 알겠지? 군대다. (군대는 정신병을 걸리게 만들기도 하지만, 많은 강박이나 불안을 고쳐주기도 하는 곳이다.)

친구는 군대에 가서도 처음에는 결벽 때문에 매일 군화를 깨끗하게 닦았다. 하지만 그렇게 지내다보니 남들 쉴 때 쉴 수가 없었다. 매일 닦고 닦아도 다음 날이면 흙탕물이 튀어 군화가 엉망이 됐다. 자기처럼 매일 군화를 닦느라 시간 쓰는 사람이 없어 다른 사람들에게 유난 취급을 받았다. 즉, 내 불안에 나를 맞추기 힘든 상황이 됐다. 훈련을 마치고 왔는데 너무 피곤했던 어느 날부터 군화를 닦지 않았고, 결벽이 고쳐졌다.

허무할지 모르겠지만 과도한 불안을 고치는 방법은 사실 별 게 없다. '불안해도, 아무 일 안 생긴다'를 반복해서 학습하면 된다. 불안과 불안을 고치려는 나의 의지가 싸워야 한다. 불안을 몇 번만 이기고 나면, 불안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나도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