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서 돈을 벌었다. 중학교 때인가 활동하던 인터넷 사이트에 경품이 걸려있는 줄도 모르고 릴레이 소설을 썼는데 어느 날 갑자기 집으로 퀵보드가 배달된 적이 있다. 그 때 이후로 글에 대한 대가를 받아보는 것은 처음이다. 큰 돈은 아니지만, 잠 안오는 새벽에 어떠한 구상도 없이 손이 가는 대로 두 시간만에 쓴 소설 치고는 과분한 대가다.
받은 돈으로는 먹고 싶었던 꼬리찜이나 사먹을까 하다가 그것도 좋지만 뭔가 처음으로 글을 써 번 돈이니 더 의미있게 써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돈으로 우선 돈이 없어 볼까말까 고민하던 한국어능력시험을 접수했다. 남은 돈으로는 시험 공부할 책을 사기로 했다. 동네 헌책방에 갔는데 원하는 책이 없었다. 일요일에 홍대 두리반 바자회에 가는 길에 홍대 헌책방들에 들러보아야 겠다. 그리고도 남는 돈은...역시 꼬리찜을 사먹을까?
방학이 되고 나서 한 달동안 대책 없이 놀았다. 처음엔 아침 6시쯤 잠들어 오후 2시쯤 일어나는 비교적 정상적인(?) 생활을 하다가 점점 취침시간이 늦어져 결국엔 아침 10시 취침, 오후 7시 기상의 기이한 생활패턴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한 달동안 컴퓨터하고 기타치고 글쓰고 무위도식 하다보니 이제 내 몸도 그런 생활에 지겨움을 느꼈나보다. 갑자기 패턴이 바뀌어 저녁 9시 10시면 졸리고 새벽5시 6시에 일어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어제는 일이 있어 새벽 두 시에나 잠들었는데 아침 8시 반이 되니 눈이 떠졌다. 그래서 씻고 밥차려 먹고 도서관에 왔다. 놀고 놀다 지겨워서 공부를 하니 공부도 재미있다. 이런 날들이 지속되어야 할 텐데.
글으로 먹고 살 깜이 안된다고 생각해서 기자는 절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요새는 기자에게 글 잘 쓰는 것보다 다른 자질이 더 필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러진 화살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기자에게 필요한 것은 글을 잘쓰는 것보다도 사회의 약자를 생각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는 마음 그리고 자신이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그 마음을 실천할 수 있는 곧은 신념이 아닐까 싶다. 너무 교과서적인 얘기일까. 어쨌든 기자라는 직업도 참 매력이 있다. 크리에이터라기엔 조금 부족하지만.
이 맘 때면 들려와야 할 친구들의 취업소식이 하나도 안들려서 다들 취업이 힘들긴 힘들구나 했는데 오늘 초등임용고시 발표일이었다. 대학에 제 때 간 친구 몇몇의 합격소식이 들려왔다. 아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많아졌다. 나도 열심히 해서 내년 연말에는 웃고 있을테다. 목표 없이 무위도식 하는 것이 자유인이 아니고 바라는 것을 향해 치열하게 사는 것이 자유인의 참모습일 것이다.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일텐데 치열하게 사는 것이 버거웠기에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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