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밴드2를 4화를 다시보기로 보는데 야야라는 밴드가 나왔다. 음악이 독특하고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신대철 말고는 정말 반응이 안좋았다. 물론 밴드의 비주얼은 전혀 내 스타일이 아니지만 (스모키좀 제발...ㅠㅠ저 음악에 오히려 비주얼을 담백하게 하면 괜찮을 거 같은데) 로로스를 처음 들었을 때 같은 신선함이 느껴졌다. 움 역시나 검색해봤더니 헬로루키 대상까지 받은 밴드였다. 하지만 유영석 김도균 김경호는 이해할 수 없는 음악이라는 가혹한 혹평을 했다.

 

 야야의 사례도 그렇고(야야는 결국 신대철의 의지로 뽑히긴 했지만) 탑밴드2를 보면서 점점 아쉬워져가는 건 네임밸류가 있는 몇몇 밴드들(데이브레이크, 칵스, 피아 등) 제외하곤 점점 그저 그런 밴드들만 뽑는 것 같다는 것이다. 특색 없는 락밴드들 말이다. 물론 직장인 밴드인데 엄청난 기타연주를 보여주고 그런 사람들 보면 나도 경외심 드는 건 사실이지만 결국 프로 밴드는 자기 음악을 해야하고 자기 특색이 있어야 하는 것일텐데. 4회까지 본 지금까지는 베이직'만' 충실한 밴드들을 많이 뽑고 있는 느낌이다. 경연 뒤에도 기억에 남는 밴드는 흔치 않고 대부분 어디 클럽에서 공짜 공연을 한다해도 안 들을 그저그런 음악을 한다. 아닌 밴드들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 그렇다.


 탑밴드1에서 우승한 톡식과 준우승한 포도 뜨지 못했다. 탑밴드2 우승팀도 이대로 가다간 비슷할 것 같다. 데이브레이크나 칵스 피터팬컴플렉스 같이 원래 인기있는 팀들이 우승하지 않는 한.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심사위원 선정의 문제인 것 같다. 이건 탑밴드 뿐만 아니라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공통적인 문제다. 탑밴드의 심사위원은 신대철, 김경호, 김도균, 유영석이다. 네 명 다 인간적으로 정말 매력있고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유영석은 라디오 들으면서 좋아하게 되서 오빠밴드까지 다 챙겨볼 정도로 좋아하고, 김도균 아저씨도 정말 좋다. 김경호는 나가수에서 정말 좋았고 신대철도 원래 좋다. 


 하지만 네 명의 아쉬운 점은 지금 '괜찮은' 음악을 만드는 현재진행형 음악인이 아무도 없다는 거다. 과거에 아무리 좋은 음악을 만들었다해도 지금은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네 명 중 두 명이 거장 느낌의 '베이직'을 보는 뮤지션이라면 나머지 두 명쯤은 현재진행형 뮤지션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네 명 다 그렇지 못하기에 음악에 대한 감각이 과거에 멈춰있는 것 같다. 신대철은 그나마 덜한 것 같지만. 젊은 시절에 명곡을 많이 썼다고 해서 지금도 그 감각이 여전할 거라는 건 신기루 아닐까. 물론 그들이 쌓아온 권위가 있기에 대중에게 그들의 평가를 정당화하기는 훨씬 수월할테지만. 


 신대철보다는 서울전자음악단의 신윤철이, 유영석이나 김도균보다는 홍대에서 김창완밴드 하고있는 김창완이 더 적절한 심사위원이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나머지는 음악 듣는 게 직업이고 지금도 대중을 상대로 평론을 하는 차우진 같은 음악평론가들이 심사를 했다면 더 나은 심사를 했을 거다. 시청률 때문에 그러지 않았겠지만.


 많은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그런 우를 저지르기 쉬운 것 같다. 과거의 영광을 가지고 있는 '거장'들을 심사위원으로 선정한다고 심사가 잘되는 게 아니다. 지금도 그 감각을 잘 유지하고 있는 뮤지션들을 심사위원으로 세워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슈퍼스타k'에서 그동안 그 역할을 잘 해주고 있던 심사위원이 바로 윤종신이었다. 과거의 영광을 가지면서도 현재도 감각을 잃지않은 뮤지션. 윤종신은 정말 신기한 게 90년대의 비슷한 뮤지션들과는 조금 달리 90년대 음악이지만 지금 들어도 정말 안 촌스럽다 싶은 엄청난 명곡은 별로 없는데 (동의하지 않을 윤종신 팬들도 많겠지만 그 시대를 살지 않고 지금에 와서야 그 시절의 음악을 돌아듣는 나의 입장에서는 그렇다.) 그 대신에 지금 만드는 음악은 지금의 잣대로 듣기에 정말 명곡들이 많다. 이게 왜 신기하냐면 대다수의 (과거의 영광을 가진) 뮤지션들은 과거에는 엄청난 음악을 만들었었지만 지금은 그럴 능력을 상실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김현철의 '동네'나 '형', '춘천 가는 기차'는 지금들어도 시대를 넘어선 명곡의 느낌이 있는데 김현철은 지금 괜찮은 음악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 같이. 많은 뮤지션들이 그렇기 때문에 "역시 창작은 어릴 때 더 잘하는 걸까"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하지만 윤종신은 그 예외에 있다. (사족을 달자면 비슷한 포지션에 유희열이 있는데, 유희열의 요즘 노래들은 그의 예전음악만 못하지만 유희열의 '듣는 감각'은 지금도 유효해보인다.)


 '슈퍼스타k'에서는 윤종신이 '희소가치'를 부르짖으며 대중이 누구를 좋아하는지 간파하고 특색있는 지원자들을 찾는 역할을 했고, 이승철이 '베이직'을 보는 역할을 해서 균형을 맞췄다. 덕분에 슈퍼스타k3에서 버스커버스커라는 대중에게 인기를 끄는 밴드를 배출해낼 수 있었다.

 
 음악을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평가한다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베이직'을 보는 걸 절대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가창력이나 연주력 같은 대다수의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기본 말이다. 하지만 그 기준으로 뽑은 지원자가 우승을 해도 대중에게 큰 인기를 끌기란 어렵다. 오디션 내내 대중은 베이직에 충실한 지원자에게 엄청난 지지를 보내는 것 같지만 오디션이 끝나고 다같이 데뷔해서 뚜껑을 열어보면 그 결과는 달라진다. 슈퍼스타k3에서 울랄라세션이 처음부터 끝까지 엄청난 지지를 받고 부동의 우승후보였지만 뚜껑을 열어 둘 다 음반을 내보니 버스커버스커가 훨씬 더 인기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여태까지 슈퍼스타k 시리즈는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어왔다. 베이직에 충실한 지원자가 대중의 지지를 더 많이 받으며 결국 우승을 하고, 베이직은 조금 떨어지지만 '희소가치'가 좀 더 있는 지원자는 준우승을 하는 그런 구도말이다. 케이팝스타도 그랬고. 직관적으로 '비교해' 듣기엔 베이직이 더 뛰어난 이들이 더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다. 희소가치가 있는 지원자들은 호불호가 갈리게 마련이고. 하지만 데뷔를 하면 우승자보다는 준우승자가 더 인기를 끌 확률이 높다. 결국 프로세계에서는 '베이직'을 채우는 사람들은 널렸기 때문에 '희소가치'가 더 중요하다. '베이직'을 넘사벽으로 채우면 모를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다른 지원자와 비교해 '잘하는'(베이직에 충실한) 지원자를 응원하던 대중들은 그들이 대중음악계에 나오면 그들의 음악을 굳이 찾아들을 필요성을 못느낀다. 그들이 아니어도 잘하는 프로들은 널렸으니까.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희소성있는 참가자를 응원하던 팬들은 그들이 데뷔하면 더욱더 응원한다. 왜냐면 그들이 '잘해서' 좋아한 게 아니라 그들의 음악 스타일이 좋아서 응원했기 때문에. 그런 팬들에게는 그들을 대체할 뮤지션이 없다.  


 다시 탑밴드로 돌아와서, 동어반복이지만 탑밴드에서는 시대 대중음악의 트렌드에 맞는 '희소가치'를 보는 사람은 그나마 신대철 한 명이고 다들 '베이직'을 본다. 그래서 안 된다. 물론 '베이직'과 '희소가치'를 동시에 극한으로 채우는 국카스텐 같은 괴물이 나타나서 우승을 한다면 다른 얘기지만 아직까지 예선을 보면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슈퍼스타k4에서 윤종신이 빠진다는데 그렇다면 이제 포스트 버스커버스커나 투개월, 존박이 나올 확률은 더 줄어드는건지 조금 걱정이 된다. 하지만 음악 스타일은 달라도 '현재진행형' 뮤지션인 싸이가 윤종신의 자리를 채운다는 건 바람직하고도 똑똑한 선택이다. 그래서 슈퍼스타k4는 기대가 되기도 하고, 기대가 되지 않기도 한다.


 결론은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들 문제많고 특히 탑밴드2 심사위원들 좀 갈아엎으라는 거. 이 심사위원 라인업과 심사기준으로는 검정치마나 페퍼톤스 같이 인디계의 아이돌 같은 애들이 무명 때 나왔으면 예선도 통과 못했을 것 같다. 마치 버스커버스커가 슈스케에서 처음에 탑11에 들지 못했던 것처럼. 포스트 국카스텐을 뽑지 못한다면 포스트 검정치마 포스트 언니네이발관이라도 발굴해내야 할 것 아닌가. 음악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는 것에 대한 슬픔은 이제 면역이 됐으니, 거 이왕 하는 거 잘 좀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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