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 스트리트는 성장물의 클리셰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성장 영화다.
존 카니 감독의 싱 스트리트가 그의 전작들(원스, 비긴 어게인)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면 바로 거기다.
집은 망하고, 부모님은 사이가 나빠지고, 전학간 학교에선 주인공을 괴롭히는 일진이 있다.
고지식하고 유약한 도련님이었던 주인공은
첫 눈에 반한 예쁜 누나를 꼬시기 위해 밴드를 만들고 직접 가사를 쓰며 성장하고,
그 결과 학교 찐따에서 벗어나 사랑을 쟁취하고, 가족을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줄거리 스포를 해도 전혀 찔리지 않을 정도로 뻔한 영화다.
넉넉한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커플에 집중하느라 매력있는 주변 캐릭터를 잘 살리지 못했다는 점도 아쉽다.
음악에 대한 재능도 뭣도 전혀 드러나지 않았던 주인공이 어느 날 뿅 들을만한 음악을 만들어 낸다는 판타지는,
"섹스 피스톨즈는 배워서 음악했냐? 음악은 배워서 하는 게 아냐."는 형의 대사로 개연성을 부여하려 해도
관객(특히 나처럼 뮤지션이 꿈이었던 관객!)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 아닐지.
음악 혼자 다 만드는 토끼소년은 이유도 대가도 없이 왜 주인공을 마냥 잘 도와주는지도 모르겠고.
하여튼 줄거리는 밍숭맹숭하다.
영화를 보면서 존 레논의 어린 시절을 다룬 영화 <노웨어 보이>가 떠올랐는데, 두 영화는 여러모로 비슷하다.
소년이 음악을 만나 정신적으로 성장한다는 이야기의 얼개 자체가 같다.
하지만 실화 기반이라 그런지 <노웨어 보이>의 줄거리가 훨씬 촘촘하고 개연성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아쉬움을 덮는 <싱 스트리트>의 매력은 역시나 음악이다.
존 카니는 좋은 영화 감독이라기 보다, 좋은 '음악 영화' 감독이다.
어떤 음악을 어느 지점에, 어떻게 써야할지를 아는 감독이랄까.
비틀즈의 음악으로 만든 영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와도 비교될 수 있겠는데, 존 카니가 한 수 위다.
존 카니의 영화는 보고나서 자꾸만 머릿속에 맴도는 좋은 음악을 남긴다.
음악 버프 덕에, 영화 전체의 질이 올라가는 느낌이랄까.
<싱 스트리트>는 비틀즈의 음악을 쓴 <대니 콜린스>, <노웨어 보이>,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나
명곡을 많이 쓴 <테이킹 우드스탁>보다도 음악이 신선하고 좋다.
<인사이드 르윈>의 음악보단 대중적이고.
대부분의 OST가 좋지만 기억에 남는 곡은 주인공이 좋아하는 그녀를 응원하기 위해 만든 'Drive it like you stole it'.
주인공이 영화 속에서 이 곡을 부르며 라피나와 관객을 상상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
노래에 맞춰 박수를 치는 관객들을 보면 간만에 콘서트 가고 싶다는 뽐뿌가 솟아오른다.
좋은 음악, 재밌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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