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추천으로 영화를 보는 일은 내겐 흔한 일이 아니다. 언제나 봐야하는데 보지 못한 영화가 쌓여있기 때문에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본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간만에 다른 사람의 추천으로 보게된 영화다. 그 유명한 탕웨이 전화하는 사진이 이 영화 속 장면이라는 걸 알게되고나서는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고, 여차저차해서 보게됐다.
영화는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감성이었다. 2010년 영화라고는 믿기지 않는 촌스러운 연출, 가족 드라마 같은 느낌의 내용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다. 주인공 아라이의 꿈이 나타날 때마다 화면이 흐물거리고, 장면 전환도 윈도우 무비메이커에도 있는 '왼쪽으로 화면 사라지기' 같은 보통의 상업영화에선 쓰지 않는 기능이 여과없이 쓰였다. 2010년에 이런 영화 연출이 있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리듬은 느린 편이고 그래서 좀 지루한 느낌도 없지 않았다. 아라이의 엄마와 이모가 꽤 주요한 역할인데 그런 면에서 홈드라마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고. 하지만 순수한 탕웨이의 모습이 꽤나 예뻤다. 탕웨이의 활짝 웃는 모습이나 전화 받는 모습 등은 여자인 나도 정말 반할 정도였다. 남자들한테는 탕웨이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볼 이유가 될만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지루한 느낌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영화의 캐릭터들이 살아있어서 좋았다. 그중에서도 탕웨이의 놈팽이 남자친구 아쉬 캐릭터에 정이 갔다. 아쉬는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해 폭행 사건을 자주 일으켜 감옥에 다녀오는 탕웨이의 양아치 남자친구다. 자기도 자신의 모습을 바꾸고 싶어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기에 탕웨이를 놔주는 역할인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었다. 꼭 아쉬처럼은 아니어도 누구나 자신조차 자제할 수 없는 나쁜 점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법이고 또 그런 점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낼 이유가 되는 경우도 살다보면 종종 생기니까. 주변 인물인 아쉬에게 이입돼서 주연인 아라이와 아이렌이 이루어지기를 별로 바라지 않았었는데...이건 일반적인 감상은 아니겠지.
아쉬 말고도 아라이의 무기력한 캐릭터도, 부모 없이 외삼촌 아래서 자란 아이렌 캐릭터도 꽤나 현실적이었다. 아라이의 엄마 캐릭터는 현실적이되 딱히 정이 가진 않았지만.
영화를 다 봤는데도 여러가지 미스터리가 남는 영환데, 아라이와 아이렌이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설정에 맞춘 의도된 것인지, 그냥 영화 만들다보니 어쩌다 그렇게 된 포스트모던적인 설정인지 분간이 잘 되지 않지만(궁금해서 인터넷 찾아봤는데도 별 말이 없다.) 그런 설정이 이 영화만의 특징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꼬아 생각하면 좀 유치한 것 같기도 하고 판단하기가 어렵다. 인도인 미스터리 (-.-)
그래도 요새 쏟아져 나오는 많은 사랑 이야기들이 드라마고 영화고 할 것 없이 꽤나 비현실적인 우연에 기대어 인연을 시작한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소개팅이라는 현실적인 시작과 친구로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발전해나가는 구성은 참 현실감있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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