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우리집엔 케이블 티비가 없었다
아니 케이블은 커녕 유선방송도 없었다
오로지 지상파 방송만 나왔다 채널 네개

내가 고등학교에 들어간 후에야 IPTV를 설치하고 케이블 방송도 볼 수 있게 됐으니 보통보다 늦은 셈이다
그런 탓에 나는 또래들이 공감하는 투니버스 애니메이션을 하나도 본 적이 없다 아따맘마 같은 거
아무튼 어릴 때 케이블이 없었을 때 내가 가장 보고 싶었던 채널은 엠넷이었다
중학교 땐 학교가 끝나면 절친이었던 유나네 집에 거의 매일 놀러갔는데, 걔네 집에서 별로 하는 것도 없이 그냥 엠넷 틀어놓고 피자 시켜먹는 게 나의 평범한 일과였다
그 때 엠넷은 지금 엠넷과는 조금 달랐다 지금은 자체 제작 예능 프로그램이 주가 된다면 그 때는 좀 더 음악 채널에 가까웠다

유투브도 일반적이지 않던 시절 쉽게 볼 수 없는 외국 뮤직비디오를 많이 틀어줬고, 자체 제작 프로그램도 뭔가 특유의 젊고 마이너한 느낌이 지금보다 강했다 VJ문화도 그랬고, 해외 뮤지션 공연 실황 같은 것도 곧잘 틀어주고
노홍철이 나오던 닥터노의 즐길거리나 재용이의 순결한 19 같은 프로그램이 기억난다
중고딩의 나는 그런 엠넷 보는 걸 좋아했다 요새 언어로 말하자면 힙해보였기 때문이다
근데 엠넷이 씨제이에 인수된 후인지 어쨌는지 엠넷의 힙함은 어느 순간 퇴색됐고
요샌 SBS MTV가 예전 엠넷의 힙함을 재현하고 있는 것 같다 해외 뮤지션 다큐나 뮤직비디오도 많이 틀어주고, 젊고 세련된 느낌이 있다 엠티비 덕분인가
때문에 자주보진 않지만 간간히 돌리다 본다

이 글 왜썼냐면
엠넷에서 지산 락페 중계해주고 있길래ㅋㅋㅋ
지산도 씨제이가 손대고 나서 맛갔단 말이 많지만
덕분에 엠넷에서 실황도 보고 좋네 간만에 음악채널 느낌이다 맨날 돌리다보면 주구장창 언프 재방만 하고 있던데


덧.
케이블이 없었기 때문에 마이너한 컨텐츠를 자주 방영해주는 EBS 또한 즐겨보며 자랐는데,
EBS에서 방영해주던 '애비로드 라이브'는 내가 알람 맞춰놓고 챙겨볼 정도로 정말 좋아했던 음악 프로그램이다
EBS도 어울리지 않게 힙한 느낌이 꽤 있는 신비한 방송국이다 지금 하고있는 EIDF도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