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스페셜 '졸업'편을 보게 되었다. 일부러 챙겨본 건 아니고 어쩌다가.

'졸업'편에서는 "섬마을 위도에서 13년 동안 홀로 키운 손자를 뭍으로 보내야 하는 할머니,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일로 제자들의 졸업식에 참석할 수 없게 된 중학교 담임교사" (mbc스페셜 홈페이지 참조)의 두 이야기를 교차 형식으로 담아내고 있다.

그 중에서 내 마음에 와 박힌 건 예상치 못한 일로 제자들의 졸업식에 참석할 수 없게 된 3학년 7반 담임교사, 말마쌤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서 말하는 예상치 못한 일이란, 역설적으로, 이 상식을 뛰어넘는 정부와 사회하에서는 충분히 예상가능한 일이었다. 십년을 기다려 교사가 된 대구의 한 중학교 3학년 담임교사인 '말마쌤'은 전교조에 소속된 선생님으로서 특정 정당에 한 달에 만원씩 후원금을 내었다는 이유로 학기 중간에 해임 통보를 받게 되었다.

그런데 말마쌤은 평소에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와 동료 교사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대단한 선생님이었다. 말썽꾸러기들을 당신의 여가시간을 내서 만든 특유의 '예절교실'로 불러 훈계나 체벌이 아닌 대화로 아이 스스로 반성시키고, 108배와 명상으로 문제점을 고치게 만든다. 시험기간에는 땅콩과 초콜릿으로 만든 '시험잘 보는 약'을 나눠주시고, 급식시간에는 아이들 앉을 자리를 찾아주며 분주히 다니시다가 모두가 다 밥을 먹은 후에 제일 늦게 식사를 하신다. 형편이 어려운 제자의 가족까지 직접 챙기신다. 교사와 학생이 아닌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꿈꾸시는, 천상 교육자시다.

해당 학교 학생들이 직접 올린 것으로 보이는 네이트판(
http://pann.nate.com/b201867633)을 보면 선생님의 교육방침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 지 알 수 있다.







해당 학교 학생들이 올린 네이트판 내용 중 (http://pann.nate.com/b201867633)



 나는 학원에서 중학생들을 가르친다. 다른 학원에서도 중학생을 가르쳐본 적이 있다. 일주일에 18시간씩 중학생들을 가르친다. 중학생들을 가르쳐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중학생은 정말 대하기가 힘들다.

 특히 이제 3학년이 되는 예비 중3들은 어느 학원을 가든 골칫거리다. 왠만한 체벌에도 꿈쩍안하고 반항만 하고, 머리가 컸다고 내 말에 토달기가 일쑤다. 부모님조차 두 손 두 발 놓으셔서 학원에 이런 애를 보내 미안하다고 말하시는 부모님이 계실 정도다. 때로는 여기가 학원인가 비행청소년 될까봐 맡겨두는 청소년 탁아소인가 싶다. 물론 백지와 같은 아이들이니만큼, 한 명 한 명 진정한 애정과 관심을 주고 내 시간을 투자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변한다. 그런데, 그러기엔 시간과 노력이 장난 아니게 든다. 내가 이 애 부모도 아닌데 왜 그래야하나 싶다. 왠만한 사명감을 가진 선생님이 아니고서는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아이들과 고작해야 여섯 일곱 살 차이 정도 나고, 언제나 학생인권을 보장해야한다고 말하며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모두들 '꼰대'들이 되어버린다고 사람들을 비난하는 나도, 노력은 하지만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관심과 애정을 쏟기가 쉽지 않다. 한 반에 여섯명뿐이어도 그 개개인의 감정을 살펴보아 주기가 힘든데, 한 반에 기본이 서른 명인 일선 학교의 교사들은 어떻겠는가. 
 
 어렸을 때부터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선생님을 정말 어려운 직업이라고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선생님이 편한 직업이라 하는 사람도 많다. 고3 담임만 아니면 일찍일찍 끝나지, 주말,공휴일 다 쉬는 데다가 남들에게는 없는 여름방학, 겨울방학도 있다. 그래. 선생님은 대충대충 하기엔 정말 괜찮은 직업이다. 그냥 우리가 학창시절에 봤던 그저그런 기억에 남지 않는 선생님들처럼 그냥 와서 교과서좀 읽다가 학교끝나면 칼종례시켜준 후 퇴근하면 된다. 그렇게 대강대강 하기엔 선생님만한 직업이 없다.

 하지만 선생님을 '제대로' 하려면 얘기가 달라진다. 수많은 사람들의 평생을 좌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누군가의 인생을 망칠 영향을 끼칠 수도 있고, 누군가의 삶을 구할 수 있는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물론 처음에는 사명감을 가지고 들어오는 교사들도 많다. 내가 만났던 좋은 스승님들이 모두 공립학교의 부임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젊은 선생님들 이셨다는 것도 그것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하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은 곧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 가만히 있어도 월급은 나오고, 노력해도 아이들의 변화는 더디며, 학교에서 시키는 학생을 가르치는 일과는 무관한 수많은 행정일들은 그들을 지치게 만든다. 결국 초기의 사명감은 온 데 간 데 없이, '그저 그런' 선생님이 되고 만다.

 그 수많은 '그저 그런' 선생님들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된 선생님이 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학교를 다녀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알고 있지 않나. 제대로 된 선생님이 얼마나 드문지를. 그것은 곧 제대로 된 선생님이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나타내는 반증이기도 하다.   

 나 또한 그렇게 되지 않을 자신이 없어 선생님이 정말 어려운 직업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제대로 된 선생님들 중 한 명. 그 제대로인 선생님들 중에서도 가히 대왕급이라 할 만한 분인 말마쌤이란 분을 어른 세계의 논리, 정치적 논리로 해임시켜버린 것이다. 

 대체 내가 만난 어떤 선생님이 학생이 돈을 잃어버렸다고 할 때 일단 내 돈 써 하시며 당신의 돈을 선뜻 내주시던가. 대체 어떤 선생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나에게 화 한 번 안내시고 존댓말을 하시며 우리를 인격적으로 존중해주시던가. 대체 어떤 선생님이 그러셨던가. 말마쌤은 그러셨다.




 요즘 애들 어쩌고 하는 말, 정말 '꼰대'스러워서, 싫어한다. 요새 애들은 버릇이 없고, 요새 애들은 우리 때랑은 또달라. 어쩌고 저쩌고 하며 요새 애들을 욕하는 그 말들 말이다. 친구들이랑 얘기하다보면 우리는 이십대 초반인데도 애들이 저런 얘기를 하는데 나이를 들면 얼마나 더 심할까 싶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렇게 싸잡아 비난하는 요새 애들보다도 못한 어른들이 많다. 아이들은 잘못을 지적하고 사랑과 관심으로 대해주면 대부분 변한다. 그런데 어른 세계의 논리라며 제대로 된 교사를 해임하는 '꼰대'들은 어떤가. 이곳 저곳에서, 학생들이, 학부모들이, 동료교사들이 이건 아니라고 다들 관심을 가지고 얘기해주는데도, 그 '꼰대'들은 지들의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말썽부리는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다. 그들을 두 달만에 변화시켜준 그 선생님을 자르고, 아이들을 싸잡아 비난하며, 애들은 때려야한다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반증하고 깨닫게 해줘도 지들 잘못은 죽어도 모르는


바로 그 수많은 꼰대들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