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친구랑 둘이 가정용 캠코더로 단편영화를 찍고 있다.
영화 찍는 얘기는 차차 포스팅하기로 하고.

영화를 찍기 전에는 영화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많은 단편영화의 대본을 찾아보고, 출연해 줄 배우를 찾기위해 배우 커뮤니티를 찾아헤매기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나와 같은 입장인 학생들의 단편영화나 여러 독립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나 독립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좀 더 근본적인 계기는 윤성호 감독의 '할 수 있는 것을 구하라' 지만.


무튼 그래서 그쪽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알게 된 사이트가 있으니, 바로 '온라인 단편영화 상영관 유에포'
(http://youefo.com/) 다.


유에포에서는 많은 단편 영화들을 사실상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단편 영화를 보고 난 뒤, 마음에 들면 한 번에 600원인 후불제 관람료를 내면 된다. 내든 안내든 어쨌든 자유니까 사실상 '무료'다. 


고백하자면, 나는 영상에 오랜 시간 집중을 못한다. 집중을 강요해주는 영화관에서는 장편영화도 잘보지만, 그 외의 공간에서 장편 영화 보는 것은 나같은 사람한테는 고역이다. 다들 컴퓨터로 다운받아서 영화를 보고 미드를 보고 뭐 그런 세상이지만 컴퓨터로 영화보는 건 나한텐 남얘기다. 컴퓨터도 있고 쿡티비도 있는데 그것들로는 영화도, 1시간이상의 드라마들도, 왠만큼 재미있어서는 보질 못한다. 고작 이삼십분 내외의 시트콤들 정도나 제대로 볼 수 있다. 20분짜리 시트콤들은 여러 편도 이어서 몇 시간도 보지만, 긴 시간의 영상물은 중간에 꺼버리게 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참 이상한 증상이다. 내가 본래 성질이 급해서 그런가 하는 추측이나 해 볼 뿐이다.   


그런데 유에포 덕분에 영화제에 가서나 볼 수 있던 단편영화들을 방안에 앉아 볼 수 있게 되었다. 단편영화라니, 집중력 부족인 나에게 얼마나 적합한가! 유에포를 알고나서, 일주일에 두어 번 쯤 몰아서 여러 편의 단편 영화를 보는 것이 취미가 되었다. 얼마나 재미있나 하면, 새벽 다섯시까지 졸려 죽겠는데 눈 비비며 여러 단편 영화를 보느라 잠을 제 시간에 못자서(고로 못 일어나서) 개강 첫 수업을 못갔을 정도다.   


이 글을 흘러흘러 보게될 여러분들도 단편 영화보는 취미 하나 가져보는 것이 어떠실지. P2P사이트에서 최신 영화 불법 다운로드해서 보다가는 아바타를 집에서 봤다는 한마디로 '훅'간 정운찬꼴 날지도 모를 일이다. 대신 맘 편하게 단편 영화 재밌게 보고 맘에 들면 싸이월드 배경음악 하나 살 돈 600원으로 핸드폰으로 후불제 관람비 결제하면서 영화계 꿈나무들에게 투자한다는 뿌듯함을 느껴보자. 원더걸스 소희가 나온 단편영화는 어떨지, '추격자''황해'의 스타감독 나홍진이 학생때는 어떤 영화를 만들었을지 궁금하다면 유에포로 가시라. 게다가 '단편영화보기'라는 취미. 어디서 말하기도 '간지' 좀 난다.


최고은 작가의 죽음 이후에 우리나라 영화계의 현실을 손가락질 하는 것도 분명 필요한 일이지만, 그보다도 유에포에서 최고은 작가의 작품, '격정 소나타'를 한 번 보면서, 고인을 추모하는 것은 어떨까.




온라인 단편영화 상영관 유에포
http://youef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