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디어 마이 프렌즈라는 드라마를 아시나요?

내가 정말 정말 정말 좋아하는 드라마임.

오늘 윤여정 할머니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타셨으니

겸사겸사 윤여정이 출연했던 디어 마이 프렌즈의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디어 마이 프렌즈의 주인공은 고현정입니다.

고현정은 유럽에 있는 웹툰 작가 남자친구 조인성과 장거리 연애 중입니다.

조인성은 이름부터 대놓고 '연하'인데요. 연하 남친이라서 그런가봅니다.

그리고 엄마 고두심과 따로 살지만 자주 만나면서 삽니다.

고두심은 바람났던 남편과 이혼한지 오래, 혼자 PPL 가게인 이비가 짬뽕을 운영하며 가끔은 콜라텍도 가주며 잼나게 살고 있는 아주머니입니다.

고두심은 고현정한테 대체 연하랑 언제 결혼하냐고 재촉하는

평범한, 그리고 좀 아쌀하고도 성격 센 사업가 아주머니인데요.

고현정이 오래 연애해서 가족까지 다 아는 조인성과 결혼하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조인성이 고현정을 만나러 오다 교통사고 나서 장애인이 돼 휠체어를 타는 신세라서요...

고현정은 자기를 만나러 오다 다친 남자친구와 헤어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결혼하지도 못합니다.

고현정의 외삼촌은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인데, 어렸을 때부터 그 장애인이 어떤 취급을 받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다 봐왔기 때문입니다.

 

하여튼, 이런 고현정의 직업은 작가입니다.

남편은 없고 남자도 없지만 친구만은 많은 고두심은 딸에게 그 잘난 글솜씨로 나랑 내 친구들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나 책으로 써보라고 시킵니다.

그 책을 쓰면서 엄마와 엄마 친구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고 그 사연에 관여하게 되는 게 이 드라마의 줄거리입니다.

 

지금까지 쓴 줄거리가 정확한지 모르겠네요. 하도 오래 전에 봐서...

가끔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 나오면 보고 싶긴 한데 잘 안보게 되더라고요.

왜냐면 보다보면 눈물이 나서요...

 

노희경 작가는 인간의 아주 섬세한 심리를 잘 묘사하는 작가입니다.

사람은 사실 단순하지 않잖아요. 누구나 복잡한 모습을 가지고 있죠. 밖에선 세상 호인인 사람이 가족에겐 개새끼일 수도 있고, A에겐 세상 나쁜 사람이 B에겐 세상 친절하고 착한 사람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노희경 작가는 사람들의 그런 입체성을 가장 잘 아는 작가인 것 같아요.

 

 

제가 이 드라마만 보면 눈물 나는 이유는...드라마 주인공 고현정의 엄마인 고두심 캐릭터가

너무 우리 엄마 같아서인데요.

우리 엄마도 사업을 하고, 강인하고 또 아쌀하고 그러면서도 주위에 풀도 안나게 올곧고, 남자 복도 딱히 없는 게

고두심과 우리 엄마의 공통점입니다.

고두심의 대사를 들으면서 엄마의 목소리가 음성지원된 것도 여러 번인데요.

저만의 생각은 아닌지 언니도 '디어 마이 프렌즈'를 잘 못 보겠다더라고요. 고두심 보면 우리 엄마 생각나서ㅋㅋㅋ

나보다 더 엄마와 애증의 관계라 드라마를 아예 못보겠는듯ㅎㅎㅎ

 

사실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는 고두심과 고현정인 것 같아요.

윤여정도 현실적이긴 합니다만 내가 살면서 보긴 힘든 캐릭터고.

나문희나 김혜자는 좀 판타지적인 캐릭터죠.

애초에 고두심 같은 엄마에게 이렇게 친구들이 많고 그 친구들끼리 이렇게 교류하고 사는 게

아주 판타지적인 요소라고 생각하지만요.

 

하여튼간 드라마를 보다 보면 나오는 여러 상황들이 정말 익숙해요.

고두심이 남편이 자기 친구랑 바람핀 걸 알고

큰 딸인 고현정과 농약 먹고 자살하려던 것도 정말 그렬듯한 에피소드죠.

그리고 고두심도 고현정도 평생 그걸 서로 입밖에 내지 않고 살던 것도요.

그 상처는 쌓였다가 나중에 터지게 되긴 합니다만, 우리 모두 말 안해서 그렇지 저런 파괴적인 기억이 한두개 쯤은 있지 않나요.

결혼하라고 종용하던 엄마가, 딸 남자친구가 장애인인 걸 알고나선 말이 없어지는 것도.

음 그냥 모든 장면이 머릿 속에서 재생되더라구요.

 

세상에는 정말 여러가지 감정, 이야기, 추억 같은 게 있는데

노래 가사나 드라마 주제나 영화 소재 같은 걸로 쓰이는 건 그 현실의 감정이나 이야기, 추억 들의 아주 아주 일부인 것 같아요. 사귀기 전 설렘, 사귀는 도중의 권태, 이별 후의 그리움 뭐 이런 거요.

그래서 사실 그런 주제들은 그냥 주제만 봐도 지겨운 경우가 많은데

디어 마이 프렌즈나 웹툰 미지의 세계 이런

흔하게 소재로 쓰이지 않는 감정이나 이야기, 추억으로 만든 이야기들은 항상 즐겁게 즐기게 되는 것 같아요.

인간의 미묘한 감정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꼭 보았으면 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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