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를 생각함

우리 엄마 나랑 언니랑 어릴 때 서로 다른 프로 보겠다고
티비 보는 걸로 둘이 싸우니까
티비 전기줄 가위 가져와서 잘라버림
언니랑 나랑 쫄아서 암말도 못함 다음날 밤에 아빠가 와서 엄마 몰래 전기 테이프로 연결
엄마 없을 때만 셋이 몰래 티비 봄
엄마 올 때 되면 다시 끊어 놓음
며칠 그러다가 걸려서 다시 다같이 티비봄
그래도 엄마 앞에선 언니랑 티비 갖고 못싸우게 됨

어릴 땐 공부 안하고 놀면 구몬 찢어버림
커서도 나 공부 열심히 안한다고 하라고 했는데
아 신경쓰지마 잔소리하지마 하고 짜증냈다가
엄마가 자이스토리였나 내 문제집들 찢어서 버림
넌 이런 거 풀 자격 없다 이러면서
난 울면서 공부할게ㅠㅠㅠ하면서 잘못했다 하고
버려진 문제집 다시 주워와서
테이프로 다시 붙여서 풀었다...

내가 잘못을 하면 일단 엄마는 처음에는 그래 맘대로 해 하고 냅두다가(귀차니즘이 큰 타입)
어느 순간 엄마가 생각하는 정도를 넘으면 화르륵 불타서 큰 대가를 치르게 만들었다

나도 고집, 주관 엄청 세서 성격 검사 같은 거 하면
자기 주장이 특이할 정도로 강한 타입이라고 나오고
어릴 때부터 그랬는데도
엄마가 그 화르륵 난리나는 게 싫어서
엄마 눈치를 보고 알아서 정도껏 행동했다

우리 엄마는 그냥...개쎘었다
좀 과하게 감정적이고 화낼 일 아닌데도 갑자기 수틀려서 화냈던 적도 많긴 하지만...ㅋㅋㅋ 엄마한테 많이 맞고 막말도 종종 듣고 자랐지만
그만큼 사랑 표현도 많이 해주고 믿음도 보여줘서 그런지
뭐 시간 지나니까 나쁜 건 별로 기억이 안난다
딱히 상처도 아니고...

아무튼 자기 엄마를 비롯한 어른들 눈치를 안보는 이지현 아들에겐 우리 엄마가 한 것 같은 극단적 충격요법+개쎈 모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