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 고양이도 좋아하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개를 좋아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그래도 뭔가 둘을 좋아하는 사람은 각각 성향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외국에는 cat person / dog person 이란 단어가 따로 있을 정도니까.

나는 고양이도 좋아하지만 스스로는 dog person 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개만 쭉 키워서인지 뭔가 개에 더 친밀감과 근본적 애정이 있음.

친구나 애인을 만나보다보면 cat person도 dog person도 있지만 dog person들과 확실히 뭔가 공감이 더 많이 된다. 내 기준에 인간관계에서 하는 행동들이 좀 더 잘 이해됨. 근데 cat person들은 친해도 좀 이해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 갑자기 잠수를 탄다든지, 고양이 좋다고 입양해놓고 죽을 때까지 안 키우고 잃어버리거나 누구 주거나 하는 등. 공교롭게도 지금은 다 멀어졌네.

몇 달 전에 카라에서 펴낸 유명인들이랑 작가들이 반려동물 반려경험 나누는 책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를 읽었는데(책은 비추) 여기서 언니네이발관 이석원이 고양이 두 번 입양했다가 털 알레르기 있다고 두 번 다 파양했다는 거 보고 전형적인 cat person이라고 생각했음. 내가 만난 cat person들이랑 비슷함. ㅋㅋㅋ 무책임한 예술가(지망생)들이 주로 고양이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었다.

dog person들 중에서도 나랑 잘 맞는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집에서 개를 키워서 평생 같이 산 사람들. 좀 더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키워봤다는 특징보다 기르던 개의 죽음을 겪어봤는가 아닌가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과의 차이인듯. 개에 대해 절대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가족의 일원이지만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개는 혼자 두면 안된다, 뭐 먹으면 안된다 같은...강형욱이 설파할법한 개에 대한 상식들을 절대적으로 받아들이거나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음. 개를 키우는 게 인간이 행복하려고지 개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가 아닌 걸 아는 것도 좋다. 반려동물에 유난떨지 않는 그런 태도야말로 개 그리고 사람을 마음 속 깊이 사랑하기에 나오는 성숙한 태도라고 생각함. 일단 끝까지 책임졌단 것도 좋고.

윤석열이 개와 고양이들을 키우는 게 다른 정치인들의 쇼와 달라보였던 건 윤석열이 개와 고양이를 대하는 걸 보니 그냥 진짜 저 사람한텐 가족이고 생활인 게 잘 보여서였다. 그전엔 이경규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이경규가 예전에 관찰 예능 나와서 개 여러 마리 키우는 모습이 나오는데 그 강남 고급 빌라 사는 아저씨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온동네방네 싸져있는 개똥 치우면서 하루를 시작하더라고ㅋㅋ 엄마랑 보다가 엄청 공감돼서 빵터짐. 뭐 개 좋아한다고 좋은 사람은 아니다만, 윤석열이나 이경규나 개를 단순히 홍보 수단이 아니라 진짜 가족으로 여긴다는 게 너무 눈에 보였다.

친한 친구도 지금 애인도 개를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키웠고 기르던 개의 죽음을 겪어봤는데 그래서인지 서로 개나 동물 얘기를 할 때 뭔가 확실히 서로 공감하는 게 있다.

물론 dog person 중에서도 쎄하거나 별로인 사람들도 많다. 같은 개라도 지 깜냥도 안되면서(혼자 살거나, 원룸 살거나) 대책없이 개 키우고 감당 못하는 사람 싫다. 요즘 같이 유기견 문제가 잘 알려진 세상에 굳이 펫샵에서 새로 개를 사오는 사람도 멍청하거나 충동적인 것 같아서 별로다.

개 갖고 유난 떨거나 소위 개맘충처럼 구는 사람들도 싫다. 내가 강아지를 워낙 좋아하고 그래서 회사 카페에 반려동물 출입가능하게 해놨더니 개를 막 카페 테이블에 올리는 인간들 때문에 테라스만 되게 하는 걸로 원칙 바꿈. 다른 손님들이 먹을 거 먹는 테이블인데 의자 위에만 두는 게 좋을 것 같다니까 대놓고 불쾌하단 티내고 어휴.

이건 편견일 수도 있지만 허스키, 셰퍼트, 투견 류 같은 품종있는 대형견 좋아하거나 키우는 남자들도 왠지 꺼려진다. 서열 관계에 지나치게 좋아하고 남을 복종시키려는 지배욕이 센 사람 같아보임. 해병대 출신 남자가 싫은 이유랑 비슷함.

뭐 중언부언 쓰다보니 산으로 가네.
결론은 cat person이든 dog person이든 유난 떨지 않고 남한테 폐끼치지 않고 키우면서 반려동물이 죽을 때까지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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