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사라진 우울함

블로그 예전 글에 댓글이 달려서 가끔 예전 글을 보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이런 생각을 했던 시기도 있구나 하면서.

나의 20대와 30대는 확실히 다르다. 20대 때는 별 이유 없이 우울해서 땅 파고 혼자 울고 감성적으로 힘들어하는 그런 날들이 꽤 있었는데 30대가 되고 나선 그런 날들이 99% 정도 사라졌다. 나이의 차이만은 아닐 수도 있다. 돈을 꽤 많이 벌게 되면서 경제적 안정을 찾고, 이루어지지 않을 사랑에 절절 매는 대신 마음을 편하게 하는 남자친구를 오랫동안 만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떤 블로그를 보는데 20대인 블로거가 얼마 연애해보지도 못하고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는 일기를 써놨더라. 보면서 20대 때의 나 같아서 묻어둔 옛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나도 저랬었지...지금 생각해보면 날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 나와 진짜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그 사람이랑 나는 뭔가 통한다고 믿으며 혼자 절절댔던 것 같다.이 블로그에도 절절대는 글이 좀 남아있을걸? ㅋㅋㅋ 대부분 감성예술충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도가 지나치게 비밀이 없고 화통했던 내가 그들의 뮤즈적인 기준에 부합하진 못했던 것 같다. ㅋㅋㅋ 내 저돌적인 애정이 부담스러웠을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그때 그 남자들이랑 잘 되지 않은 건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다행인 일이다. 현실에 발 붙이고 사는 사람이 아니면 안된다.

20대에서 30대로 넘어올 때쯤 남자 취향도 바뀌고 성격도 훨씬 단순해졌다. 고민거리가 생기면 일단 자고, 기억나지 않게 차단해버린다. 인간관계로 고민하던 시절을 거치며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이 생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나만의 방법이 생겼고 그 결과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고민하지 않은 지 수년이 됐다. 이렇게 되니 삶이 단순해지고, 소소한 행복들을 더욱 크게 느낄 수 있게 된다.

요즘의 소소한 행복은 이거~!
어린이날 세일을 하길래 레고를 하나샀다.
고작 6만 얼마인데, 조립할 레고가 남아있단 사실만으로도 하루하루가 좀 행복해진다.
도서관에서 책도 한 권 빌려 읽고 있다. 읽을 책이 있는 것도 즐겁다.
어릴 때 교보문고에서 읽고 싶은 책을 잔뜩 사서 집에 돌아가던 그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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