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와 공주에 있는 외할아버지 산소에 다녀왔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지 15년이 넘었는데 처음 가보았다. 가서 제사를 지내고 나서 공주를 여행했다. 산소 주위에 밤나무가 있어 밤 껍데기가 잔뜩 떨어져 있었다. 엄마는 나한테 가자고 말하지 않았지만 남자친구가 당직이라 할 것도 없고 해서 그냥 따라간 건데 엄마가 티는 막 안 내지만 좋아하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다녀와서는 우리가 다신 가지 않을까봐 불안한 듯 "가을에 꼭 밤 주우러 가자. 응? 가을에 까먹지 말고 꼭 가자." 고 연신 말했다. "응, 가면되지~" 겉으론 대충 대답했지만 속으론 신경 쓰이고 마음이 안 좋았다. 엄마한테 좀 미안했다.

우리 엄마는 평생 친정은 잘 챙기지도 못하고 시댁에 희생하며 살았다. 그래서 외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엄마가 이제라도 챙기고 싶어한다는 것을 안다. 외할아버지 산소에 일 년에 한 두 번쯤 가는 건 엄마가 나한테 부탁할 일이 아니라 그냥 당당하게 같이 가자고 하면 되는 일인데, 엄마를 부탁조로 말하게 해서 미안했다. 외할아버지 산소에 가서 엄마 마음이 편하고 엄마가 기분 좋을 수 있다면 당연히 갈 수 있는 건데.
가을에 꼭 밤을 주우러 가야겠다.

공주는 예쁜 도시였다. 국립공주박물관에선 수장고를 공개해뒀는데, 무척 예쁘고 인상적이었다.


여러 박물관을 가보았지만 이렇게 수장고를 공개해둔 건 처음 보았다.


국내산 곡물을 활용한 커피와 음료, 디저트를 선보이는 카페에 갔다. 카페면서도 각종 제작 상품들을 파는 가게이기도, 서점이기도, 사무실이기도 했다.


좋았다. 엄마도 좋아했다. 여러 가지를 사왔다.


맛있는 메기새우매운탕도 먹었다.

무령왕릉도 다녀왔다. 근데 왕릉은 경주가 좋다.
즐거웠던 공주. 가을의 공주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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